73화
어느덧 시간은 흘러 이제 점점 날이 밝아오는 새벽이 되고 있었다. 김수훈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처박고 자던 음악선생은 그제야 슬며시 눈을 뜬다.
‘어마!’
깨어 보니 여전히 감옥과 같은 옥탑 방이다. 더구나 얼굴을 어린 제자의 사타구니에 처박고 있으니 깨어났다고 함부로 몸을 움직이기도 곤란했다.
정신이 들자 음악선생은 코를 벌름거린다.
‘이게 무슨 냄새지?’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자 그대로 그 냄새를 조심스럽게 음미하고 있었다.
‘아! 이게 진짜 남자 냄새구나.’
음악선생은 어려서부터 성격이 너무 까칠했다. 그로 인해 그녀는 아직 사귀는 남자가 하나도 없는 처지였다. 33살을 처먹도록 남자 구경을 한 번도 못한 오리지널 노처녀다. 오늘 그녀는 ‘할렐루야’하며 축복 받은 날이다.
남자 경험이 없는 그녀는 그냥 그렇게 생긴 흉물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한 물건은 대단해 보였다. 듣던 소문보다 더 우람하고 무서워 보였다. 사타구니에서 나는 구수한 냄새가 너무 유혹적이다. 이대로 팬티 벗어버리고 달려들어 일을 벌이고 싶다는 충동이 불쑥 생겼다.
‘그냥 해달라고 사정해볼까?’
하지만 차마 말로 할 수는 없는 불쌍한 여선생 처지다. 이런 걸림돌로 인해 음악선생은 애써 불타오르는 욕망을 내리누른다.
‘그건 안 돼.’
하지만 앞으로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생길지 정말 알 수 없다. 애써 억누르던 욕망이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났다.
‘그냥 해버리고 선생 때려치울까? 서울로 가서 음악학원이나 해?’
심각하게 장래 직업 문제까지 염두에 두고 많이 고민하고 있다.
더덕 터더덕. 철퍽! 철퍽!
“아흐흑! 흐윽!”
옆방에서 뭔가 이상한 소음이 계속해서 들리자 무슨 소리인지 귀를 조금 기울이고 즉시 알았다.
자신도 가끔은 저런 소음을 혼자서 내본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음악 선생은 이런 소리를 듣자 가슴이 벌렁거리고 몸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어머나, 나 미쳐.’
옆방에서 나는 요상한 소음으로 인해 김수훈은 참기 어려운 지경이다. 음악선생도 마찬 가지다. 몸이 저절로 달아오르고 비비 꼬인다.
기묘하고 어색한 분위기는 침묵과 함께 계속되고 있었다.
‘저것들이 오래도 지랄하네.’
자제력을 잃을 정도가 되었다. 반드시 18세는 넘겨 총각 딱지 땐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던 김수훈이다. 자기의 결심을 무너트리려는 요물들을 물리쳐야 한다. 애써 참고 있던 김수훈은 참지 못하고 분풀이를 했다.
쾅! 쾅!
허접한 벽을 부서져라 주먹으로 세게 치며 크게 외친다.
“이년들아! 뭐하는 짓이야.”
너무 큰 호통 소리와 벽이 울리는 굉음으로 인해 방안은 약간 흔들리는 느낌이 들 정도다.
“아흐으응! 어마!”
후다닥!
“악!”
옆방에서 기분 좋은 감창소리를 지르며 재미 좋았던 두 여고생들이다. 옆방에서 지르는 천둥소리와 같은 큰 외침에 화들짝 놀라며 뭔가 열중하던 일을 잘못 저질렀다.
“악! 나죽어!”
도대체 왜 죽는 다고 비명을 지르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후다닥! 덜컹!
옆방의 여고생들은 흐트러진 옷을 재빨리 수습했다. 문을 거칠게 열고 나가며 작은 소리로 외친다.
“쌍년! 어디를 찌르고 지랄이야. 너 이따 보자. 나 치질 있는 것 알고 일부러 그랬지?”
“미안!”
하지만 목소리는 분명 전혀 미안하게 들리지 않았다.
“이따 보자고.”
아무튼 두 여학생은 이런 소리를 내고 옆방에서 급하게 나갔다.
이제야 편하게 잠잘 방이 생긴 음악선생은 최후의 순간을 무사히 넘겼다. 침대에서 슬며시 일어나 김수훈을 보며 말했다.
“고마워! 편하게 재워줘서.”
침대에서 일어서 방을 나가려는 음악선생에게 김수훈은 투덜거린다.
“본전은 몰라도 이자는 줘야지.”
그러자 음악선생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서있다. 도대체 무슨 소리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자 김수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을 낸다.
“우유 통 좀 보자.”
“아!”
자기의 온전하게 벗은 몸을 모조리 보고 남자 냄새까지 흠뻑 취했다. 그러니 이자에 불과한 가슴이라도 한 번 보여 주고 나가라는 말을 그제야 이해했다.
음악선생은 그래도 자기 몸에서 제일 자신 있는 가슴을 보여 달라니 눈에서 빛이 났다.
“정말?”
“그래. 나 많이 봐주는 거다.”
상황이 이런 지경이다 보니 음악선생은 이미 제자나 스승이니 하는 예의범절을 따질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슬며시 가슴을 가린 브래지어를 훌러덩 올려 봉긋한 가슴을 보이며 작게 속삭인다.
“됐어?”
봉긋한 가슴에 달린 앵두는 아직 남자 경험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듯이 연한 분홍빛이다. 김수훈은 가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한마디 감상평을 던진다.
“가슴이 예쁘네. 오른쪽 꼭지 옆에 복점이 두 개도 있고.”
“어머나, 눈이 좋네.”
가슴이 예쁘다고 해서 눈이 좋다는 것인지 작은 점을 발견해 좋은 지야 그녀만이 아는 말이다.
이제 보여줄 것은 보여준 입장이다.
‘그냥 벗고 보여줘서 원금까지 지금 갚아버려?’
빚지는 것은 무척 싫어하는 까칠한 성품이다. 기왕에 보여주는 것 홀라당 팬티까지 벗고 보여 주고 원금까지 청산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과해 이후의 일을 감당하기 어렵다.
“다 봤지?”
김수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음악선생은 서둘러 브래지어를 내리고 얼른 방에서 나가 옆방으로 들어갔다.
방을 나서는 뒷모습은 조금 쓸쓸해 보인다.
딸각!
문을 소리 나게 잠그고 음악선생은 긴 숨을 내쉰다.
‘후! 겨우 견뎠네.’
여고생들이 기묘한 감창소리를 낼 때가 제일 견디기가 힘들었다. 참으로 견디기 힘든 것이 성고문이라더니 진짜 힘들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래도 너무 잘 참았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뿌듯하다.
‘나도 선 봐서 시집이나 가야겠네.’
지금까지는 혼자서 잘 버티고 살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혼자 살기는 힘이 들것 같아 해보는 생각이다. 이런 음악선생의 결심은 별로 오래 가지 못했다.
‘어머, 저게 뭐야.’
여고생들이 흘리고 간 긴 플라스틱 장난감을 보자 조금 전 결심 대신 다른 결심을 한다.
‘남자 뒷바라지하며 평생 힘들게 사느니 차라리 저것을 남편으로 삼고 사는 게 더 났지.’
그녀는 매일 부부싸움만 하는 부모의 모습이 너무 싫었다. 옆집에서 사는 남자가 수시로 바람을 피워 아내의 애간장을 태우는 꼴이 떠올라 결심은 쉽게 변했다.
오늘 밤 이미 분위기상 너무 몸이 달아올라 있다. 더 이상 참고 견디기 힘들다고 벌렁거리는 그곳으로 주인을 보내주려고 플라스틱 몽둥이를 슬며시 집어 들었다.
‘아주 적당해.’
손에 딱 잡히는 촉감도 좋고 정말 적당했다. 하지만 냄새를 맞아보고 구석으로 냉큼 집어 던진다.
‘에이, 구려.’
이제는 적당한 도구가 없으니 별수 없이 손씨인 다섯 형제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 김수훈을 다른 여관으로 보내고 신나게 친구들과 놀다가 잠든 신복일은 새벽 4시에 깨어났다.
“아! 삼촌은 밥도 안 먹었을 건데.”
이제는 추종하는 정도로 떠받드는 삼촌의 1급 참모라는 놈이 놀기에만 정신이 없었다.
신복일은 급하게 아이들이 뒤엉켜 자고 있는 넓은 방을 조용히 나왔다. 여관 근처에 있던 포장마차로 가서 여러 줄의 김밥사고 음료수 사서 장원여관으로 향했다.
장원여관으로 가자 카운터에서 졸린 눈으로 주인여자가 물었다.
“학생! 왜 이 시간에?”
“옥상에서 주무시는 삼촌에게 김밥 드리려고요.”
“그래? 나와 같이 가지.”
아무리 중학생이지만 여고생들이 단체로 숙박하는 여관이라 함부로 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계단을 오르는 중. 급하게 옥상에서 내려오는 여학생들을 보고 놀란다.
‘어! 아까 광한루에서 본 여고생이네.’
옆을 지나가자 담배 냄새가 코를 찌른다.
‘골초들이군.’
옥상으로 올라 방 앞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린다.
톡톡!
“누구야?”
“접니다. 삼촌.”
김수훈은 옆방에서 이제 멤버가 교체되어 내는 감창소리로 거의 머리가 돌아 미칠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음악선생은 이미 볼 것 대충은 보여준 입장이다. 사제지간이라는 껍데기는 이제 없다고 판단해 일부러 더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다.
김수훈은 방으로 난 문을 몇 번이나 박차고 들어가려다 애써 참고 있는 중이다. 그런 판국에 신복일이 찾아오자 급하게 말한다.
“네가 지옥에서 나를 구해준 구세주다.”
“예?”
속 모르는 신복일은 자기가 사온 김밥을 보고 하는 말인 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늦게 왔네요.”
신복일도 배가 출출하던 판이다. 두 사람은 김밥을 같이 먹으며 수학여행에서 돌아가면 할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복일아, 너 음악 점수 때문에 걱정이라고 했지.”
“예, 저 음치라 전 과목 만점은 앞으로 기대하기 어려워요.”
“걱정마라. 음악 점수 너무 잘 받으려고 애쓰지 마라.”
“알았어요.”
이렇게 말하고 김수훈은 중요한 비밀을 말해준다.
“너, 음악 실기시험 볼 때 이 노래해라.”
“무슨 노래요?”
“춘향가를 약간 변조해서 불러봐라. 아마 특이하니 점수 후하게 줄 거다.”
“저 판소리 모르는 데요.”
“그거야 조금만 배우면 되지. 이렇게 해봐.”
김수훈은 이어서 약간 구성진 목소리로 이런 노래를 부른다.
“이 도령이 장원 급제해서 춘향을 만나 동헌 마당에서 가슴을 열어 보며 크게 외친다. ‘네 이년! 왜 가슴에 복점이 두 개가 있냐? 하나는 내 것이 분명하나 하나는 방자 놈이 찍은 복점이 틀림없구나.’하고 대충 이런 노래 부르면 조금 점수 후하게 줄 거다.”
“알았어요.”
아무튼 두 사람은 별로 잘하지 못하는 판소리를 계속해서 작게 부르고 있었다. 사실 김수훈은 옆방에서 음악선생이 참지 못하고 내지르는 감창소리를 감추기 위한 행동이다. 또한 둘이 나누는 이야기를 다 듣고 있을 음악 선생에게 이제 원금은 어떻게 갚아야 하는지 빚 탕감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거의 음치 수준이다.
아침 일찍 장원 여관의 옥상에서 김수훈과 신복일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어머! 안녕하세요.”
2층의 계단에서 어제 광한루에서 볼기를 친 여고생이다. 김수훈을 알아보고 매우 반긴다.
“여기서 또 보내요.”
“그래, 밤에 재미 좋았냐?”
“예?”
“너무 밝히지 마라, 뼈 삭는다.”
여고생은 김수훈이 옥상에서 자고 내려오는 모습이라 어제 자기들이 즐기던 옆방에 있었다는 것을 눈치 채게 되었다.
“어머, 그럼 어제.”
“그래, 내가 소리 질렀다.”
김수훈의 말에 여고생은 얼굴이 벌게져서 입을 떡 벌리고 바라본다.
그러자 김수훈은 주변을 돌아본다. 다른 사람이 없자 여고생의 볼기를 강하게 후려친다. 어제 밤에 자신에게 견디기 힘든 성고문을 벌인 벌이다.
짝!
“어마! 왜 또 아픈 엉덩이를 때려요.”
볼기를 맞은 여고생은 너무 엉덩이가 아파 눈물을 찔끔 흘리며 항변한다. 김수훈이 크게 호통친다.
“너는 맞아도 싸다.”
여고생은 어제 막판에 친구가 장난감으로 뒤를 잘못 찌르는 바람에 여전히 오금이 저리도록 몹시 아픈 판이다. 볼기까지 소리나게 얻어맞으니 걸음조차 걷기 힘들 정도로 아프다.
여고생은 고개를 바짝 쳐들고 크게 외친다.
“쌍! 선생끼리 붙어먹고 지랄하네.”
여전히 김수훈을 교생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옥상에서 분명이 샤워기 소리도 나고 두 사람의 인기척도 들었다.
아침에 옥상으로 올라가 해장 담배 한 대 피우러 가보니 여선생이 옆방에서 자고 나오니 해보는 추측이다.
여고생의 추측에 김수훈은 조소를 날린다.
“지랄을 해요. 뭘 정확하게 알고 떠들어 이년아.”
김수훈은 이렇게 크게 나무라며 신복일과 같이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두 남자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여고생은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어머머, 어린 제자 뒤를 처먹는 선생인가 보네.”
분명 두 사람이 방안에 있다는 기척을 들었으니 여고생은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어제 처음 경험한 그것을 다시 시도해볼 상상을 해본다.
‘그게 진짜 맛있나 보네.’
두 사람은 장원여관을 떠나 남원여관으로 돌아왔다. 음악선생이 홀로 서있는 김수훈의 옆으로 다가와 작게 속삭인다.
“원금 청산은 그렇게 하면 되냐?”
“예, 넷만 봐주면 됩니다.”
누가 듣게 되면 곤란하니 어제는 어제 밤과는 달리 경어를 사용했다.
“알았어. 누구?”
“저하고 신복일 그리고 우동우와 장도영입니다.”
“아! 그 애들이야? 나는 또 누구라고 그럼 걱정마라.”
다들 만점 행진을 하는 우등생들이다.
우동우만 조금 예외였다. 성적은 반에서 10등 정도이나 미술이나 음악에 재능이 있으니 만점을 줘도 전혀 문제될 아이는 아니었다.
“약속한 겁니다.”
“물론이지.”
어차피 교장선생님도 음악점수를 세 사람은 만점 주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까칠한 성품 때문에 이런 지시에 불만이 아주 많았다. 지금도 만점을 주고는 있지만 타의에 의해서다. 이제는 자의에 의해서 만점을 줘야 하는 상황이다.
‘잘됐어.’
음악선생은 김수훈과의 추억도 있고 현재로는 유일한 남자다. 겸사겸사 어제 갚지 못한 원금도 갚게 되니 별로 손해나는 일도 아니다.
서로 이런 식의 밀약이 진행되다 보면 혹시 또 다른 추억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있다. 그러니 자청해서라도 해줘야하는 중요한 비즈니스였다.
“그 대신 춘향가인 판소리는 안해야 된다. 차라리 애국가를 불러라.”
“알았어요.”
이런 대화를 끝으로 관광버스에 오른 중학생들은 모두 부여로 돌아가게 되었다. 올 때는 광주까지 기차를 타고 송정리 역에서 내려 교육사령부인 상무대를 잠시 견학했었다.
다소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추억을 만들었던 중학교 2학년의 수학여행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