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과 백 그리고 회색-69화 (69/591)

69화

역전 약국으로 향하던 박천태는 의외로 자기가 뒷돈을 밀어 줬던 최 순경을 만났다.

“왜 벌써?”

“내가 사그리 긁어 버려 판이 끝났네.”

“예? 그게 정말입니까?”

“자네에게 빌린 돈 이자까지 해서 두둑하게 당구장 주인에게 돌려 줬으니 그렇게 알게.”

분명이 돈을 잃을 줄 알았던 최 순경이 돈을 모두 따서 자기가 빌려준 돈까지 갚았다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어찌된 사연인지 궁금해 발길을 당구장으로 돌렸다.

당구장 안으로 들어가자 청년들이 서로 말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야! 이 병신 새끼야. 왜 패를 보여 주고 지랄이야?”

“내가 언제?”

“너, 최 순경에게 아부하느라 패를 보여 줬잖아.”

“보여 주긴 누가 보여 줬다고 지랄이야.”

서로 치고 패고는 할 정도는 아니나 돈을 잃은 두 녀석은 서로 계속 가슴을 밀치며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아마도 한 녀석이 어떤 이해관계로 최 순경에게 패를 보여줘서 큰 판에서 돈을 잃은 것 같았다. 이미 판돈은 바닥이 나서 다들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박천태는 슬며시 당구장 주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저씨, 돈은 모두 회수했나요?”

“회수했네. 최 순경에게 40만원 받아 차용증을 돌려주고 자네 돈 200만원을 채우고 다른 놈 돈도 모두 회수해 이제 250만원이네.”

“그럼, 200만원은 저에게 주시죠. 저 내일 귀대하니 예금해 놓고 가야 합니다.”

“알았어!”

“이제 50만원만 풀어 놓고 가겠습니다. 최 순경도 노름판이 커진 것을 알았으니 판이 지금 보다 더 커지면 탈이 날 수 있습니다.”

최 순경은 뒤로 빠지고 다른 경찰에게 말해 덮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쯤해서 당분간은 노름판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주인도 같은 생각이라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았네. 나도 마침 그렇게 생각하는 중일세.”

전에는 많은 돈을 당구장 주인에게 풀어 놓고 부대로 들어갔었다. 그러나 이번에 들어가면 휴가를 나오기 쉽지 않다고 판단해 돈은 예금해둘 생각이다.

박천태는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펴고 누워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내년 여름이면 전역하게 되니 이제 서서히 앞으로 살 궁리를 해야 한다.

운이 좋은 것인지 여자들 때문에 많은 돈을 쉽게 벌게 되었다. 더 이상 김수훈의 신세를 질 수 없다고 판단해 돈을 돌려줄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돌려주며 받으려고 안할 것이고 어쩌지?”

나름 이 궁리 저 궁리해보지만 적당한 구실이 없었다. 박천태는 의형이 자기에게 해준 똑 같은 방법으로 500만원을 들여 적당한 부동산을 사줄 궁리를 하게 되었다.

‘그게 제일 좋겠어.’

김수훈에게 사줄 부동산은 논산이 아닌 대전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렇다고 당장 대전으로 가서 활동할 위치가 아닌 군인 신분이다. 김수훈도 아직 필요가 없는 부동산이라 전역 이후에 시도해야 할 일이었다.

박천태는 이런 생각을 하며 방에서 잠이 들려고 할 무렵. 당구장 주인이 방으로 들어와 물었다.

“자네, 혹시 바로 뒤에 살림집이 있나?”

“예, 있습니다.”

“그래? 그럼 복덕방 김씨가 한 말이 사실이군.”

“김씨가 복덕방 주인입니까?”

“그렇다네.”

복덕방 주인이라는 김씨는 40대로 당구는 안치지만 가끔 화투판에 끼던 사람이었다.

박천태가 이곳에서 계속 지내고 있었다. 복덕방 김씨와 객지에서 오게 된 박천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집이 있다는 것을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박천태는 즉시 말했다.

“아저씨, 제가 혼자 쓰기는 뭐하고 조금 불편해서 전세로 전체를 놓던지 할 생각인데 소개 좀 해주세요.”

“전세?”

“예, 저는 2층만 사용하고 적당한 사람에게 빌려줄 생각입니다.”

이런 말에 당구장 주인은 약간 놀라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 그럼 전세를 놓지 못하면 부대 들어가 있는 동안은 계속 비워두는 것 아닌가?”

“예, 지금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러자 당구장 주인이 얼른 자기 생각을 말한다.

“지금 근처에 있는 다방 아가씨들의 숙소를 구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그래요?”

“그 집을 내가 관리하며 월세로 빌려주면 어떤가? 내가 아가씨들 에게 월세를 받아 자네와 적당히 나누면 되잖나.”

주인의 말에 박천태는 아예 집을 비워 두는 것 보다 차라리 그게 났다고 판단해 이내 승낙해 주었다.

“뭐 하시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 그럼 저는 2층만 쓰죠.”

두 사람은 1층의 3개의 방을 모두 월세로 놓기로 결정했다. 2층의 방 2개는 박천태가 사용하기로 했다. 당구장 주인에게는 집을 관리해주는 조건으로 3할의 이득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이미 고리의 사채를 놓은 동업자 형태로 거래를 계속했다. 믿어도 되는 사람이라고 판단해 쉽게 결정한 것이다.

다음날 일찍 박천태는 당구장 주인에게 받은 200만원을 100만원씩 분산해 넣어두었다. 어제 일을 벌이려던 약국을 찾아 갔다. 약국 안으로 들어가자 약사가 안보여 크게 소리친다.

“없어요?”

큰 소리에 약국의 작은 조제실 안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약사가 부스스한 머리를 쳐들고 작은 유리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며 대답한다.

“예, 여기 있어요.”

박천태라는 것을 알자 여자는 급하게 조제실에서 나왔다. 낮잠이라도 잔 듯이 얼굴에 약간 땀방울이 보이고 머리가 흐트러진 상태다. 그리고 얼굴은 약간 벌겋게 달아 오른 상태였다.

그런 모습이 조금 이상해 보이나 박천태는 옆에 다른 손님이 들어오자 작게 말한다.

“저, 두통 약 좀 주세요.”

두통약을 꺼내주는 순간 다른 손님이 밖으로 나가자 약사는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

“어머나, 돈 잃었어요?”

이 여자도 노름판 이야기는 들은 것 같았다.

“아뇨, 부대로 들어가려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네요.”

박천태는 간접적으로 이제 부대로 들어가니 기회가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자 약사가 슬쩍 주변의 눈치를 보며 작게 말했다.

“머리 아프면 좀 쉬다 가죠.”

“어디서요?”

그러자 약사는 다시 주변을 빠르게 돌아보고 더욱 작은 소리로 말했다.

“뒤로 가면 쪽문이 있어요. 그리로 들어오시면 되요.”

대낮이라 틀렸다 싶었더니 귀대한다니 다급해진 약사는 뒷문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차피 노리던 참이라 박천태는 잘 됐다 싶었다.

‘그렇게 급하다 이거지.’

박천태는 역전 광장 옆의 약국에서 나와 멀리 돌아 슬며시 약국 뒤의 쪽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작은 방이 보인다. 약국 안으로 작게 창문이 나있었다.

‘아! 이 방이 약을 조제하는 방이군.’

박천태가 방안으로 들어가자 약사는 슬며시 방안으로 들어와 속삭인다.

“어쩌죠. 저 약을 조제해 줘야하는 손님이 오기로 했는데.”

“에이, 그럼 왜?”

방에 들어오라고 하더니 못한다는 식이다. 박천태는 투덜거리며 즉시 일어나 다시 쪽문으로 나가려고 한다. 그러자 약사는 얼른 박천태의 소매를 잡으며 급하게 외친다.

“조금만 기다려요. 지금 오는 손님에게 감기약만 조제해 주고······.”

약사는 궁리 끝에 약을 제조하는 탁자 앞을 손으로 지목하며 말한다.

“여기 기대어 앉아 있으면 밖에서는 안보여요.”

“아!”

약사의 말대로 밖에서는 안보이게 박천태는 방안에 앉았다. 약을 조제하는 탁자 바로 앞에 등을 기댄 것이다.

삑!

이때 유리로 된 출입문이 작은 소리를 내며 열리고 약국 안으로 젊은 처녀가 약간 크게 외친다.

“제 감기약요.”

그러자 밖으로 보이는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약사는 크게 외친다.

“지금 조제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요.”

“에이, 급한데.”

약사는 급하게 작은 그릇에 알약들을 넣고 갈고 있었다.

사각사각.

약사가 마음이 급한지 약간 다리에 힘을 주며 손을 부지런히 돌린다.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힘을 주고 있었다. 아마도 갈아야 하는 알약이 너무 단단해서 그런 것 같았다.

앉은 자세로 바로 코앞에서 여자의 하체가 씰룩 거리고 있다.

‘훗! 훗! 잘 돌리네.’

여자의 움직이는 하체와 가까이에서 마주하자 박천태는 돌연 장난기가 돌아 긴치마 안으로 손을 쑥 집어넣었다.

흠찔!

‘아마!’

갑자기 들어오는 손길에 약사는 화들짝 놀란다. 실로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손님이 가게 안에 들어와 있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소리를 지르거니 아니면 거절하기 위해 다른 몸동작을 할 상황이 아니다. 약사는 치마 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두툼한 손을 양쪽 무릎으로 꽉 조이는 수밖에 없었다. 박천태의 손길이 싫어서가 절대로 아니다. 손님이 나간 뒤로 미루자는 신호였다.

그러나 이미 장난기가 돌아버린 박천태는 파르르 떨리는 약사의 허벅지를 훑으며 위로 손을 올린다.

턱!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착한 손가락은 아주 능숙하게 팬티의 중심을 가른다. 그 순간 약사의 전신에는 작은 전율이 찌르르 흐른다.

‘어마나. 이를 어째.’

금방이라도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게 된 상황이다. 그저 단순히 팬티 위를 통해 중심이 갈라지는 단순한 손동작으로 몸이 이렇게 급격하게 달아오르기는 처음이다. 물론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기는 했다.

여자는 급히 다리를 비틀며 바르르 떨었다.

손님을 빨리 내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약사는 손에 힘을 주어 빠른 속도로 약을 갈고 약을 조제했다. 그러는 순간 약사는 손님에게 들킬 위험도 있고 아래는 흥분이 된 상태라 이마에는 진땀이 흐른다.

약사는 애써 자제력을 발휘해 조제한 약을 들고 밖으로 나와 젊은 처녀에게 넘겨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에 오시면 빨리 조제해 드리죠.”

“알았어요. 약 많이 파세요.”

가는 말이 고와서 그런지 처녀는 좋게 응수하고 약국을 나갔다.

평소에는 도도하다고 소문이 날 정도로 이런 말을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기의 상황이라 저절로 빨리 가라는 소리를 외쳐댄다.

처녀가 문을 열고 나가는 동시에 다시 다른 중년 부인이 안으로 들어와서 작게 외친다.

“우리 아들 감기약요.”

“아, 지금 제조해야 합니다. 제가 조금 바빠서요. 미안합니다.”

아이가 아프니 손님의 요구는 무척 급했다. 약사는 아래도 무척 바쁘다고 신호를 보내는 아주 위급한 상황이다. 약사는 급히 다시 조제실로 들어와 감기약을 조제하기 시작한다.

스르륵.

다시 박천태의 손이 허연 허벅지를 능숙하게 타고 오른다.

‘어마나, 나몰라!’

아까는 앞의 중심을 손으로 가르고 문지르더니 엉덩이 쪽인 뒤로 돌아간 손은 뒤쪽의 중심을 가르며 슬슬 문지르고 있었다.

이미 한 번의 경험이 있으니 약사는 아무런 반응 없이 박천태의 손길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었다. 그러자 박천태는 엉덩이를 더듬던 손으로 작은 팬티를 잡고 힘차게 밑으로 내려 버린다.

‘어머나. 나 미쳐.’

팬티는 너무 쉽게 벗겨져 무릎에 턱 걸려 버렸다. 이런 상태로 밖으로 나가기는 곤란한 약사는 손으로는 약을 갈아 조제하며 다리를 꾸물꾸물 움직여 팬티 벗어 옆으로 풀썩 차버린다.

‘역시 나는 여러 가지 동시에 다 잘해.’

한 몸으로 두 가지 동작을 동시에 하게 된 약사는 자기의 행동을 약간 만족감을 느낀다. 마음이 급한 약사는 전에 지었던 약보다 다소 독하게 약을 조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은 그것으로 쉽게 끝나지 않았다. 훌러덩 팬티를 벗고 밖으로 나가자 왜 평소에 잘 오지 않던 손님이 이 판국에 오는지 모르게 이번에는 두 명이나 동시에 안으로 들어왔다.

“손님, 무슨 약을?”

두 손님은 두통약과 치통 약을 지어 달라고 요구한다.

약사는 어떤 손님이 두통약인지 치통약인지 헷갈리는 가운데 급하게 조제실로 들어왔다. 이제는 양쪽 다리를 쩍 벌리고 약을 조제하고 있었다.

아미 하체를 홀라당 벗어버린 약사의 몸을 더듬던 박천태는 슬며시 눈길을 돌려 길고 약간 가는 작은 플라스틱 방망이를 발견했다.

‘저런 방망이도 약국에서 쓰나?’

조금은 남자의 물건같이 생긴 약을 제조하는 방망이다. 평소에도 자주 사용해서 그런지 표면은 아주 반질반질해 보였다.

‘혹시?’

박천태는 방망이의 용도가 다른 쪽으로 사용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으로 방망이를 집어 들고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 보았다.

‘흡!’

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약 냄새는 아닌 이상한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그것도 얼마 전에 사용하던 중으로 감지된다.

‘오라, 급한 이유가 있었군.’

분명이 이 방망이를 한창 애용하던 중에 자기가 약국으로 들어오자 방망이를 바꾸려고 불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박천태는 방망이를 보며 작게 속으로 외친다.

‘네가 선배니 너부터.’

군발이라 그런지 이런 상황에서도 선후배를 따지고 있었다. 아무튼 박천태는 방망이를 슬며시 허벅지 쪽으로 이동에 슬슬 거슬러 올린다. 사실 이런 때 여자가 더 흥분된다는 것을 잘 아니 이런 과감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중심의 주변에 방망이를 슬슬 돌리던 박천태가 기회다 싶은 순간 위로 쳐올렸다.

“흐억!”

흡!

자신도 모르게 괴이한 신음을 토한 약사는 밖의 손님들이 자기를 바라보자 급하게 외친다.

“약을 흘려서요.”

아주 빠르게 답하는 약사다. 학창시절 선생님의 질문에 다른 학생들 보다 빠르게 손 번쩍 들고 대답하던 경험이 많으니 아주 능숙하다.

손님들의 시선이 다른 쪽으로 돌리자 약사는 순간 속으로 외친다.

‘학생 시절에 부지런히 배워야 이런 때 적절하게 써 먹는 거야.’

약사는 약의 조제를 끝내고 나서 밖으로 나와 약은 건네주며 다시 인사한다.

“다음에는 오지 마세요.”

“예?”

마음이 급해 토하고 보니 많이 엇나가버렸다. 그러나 순발력 좋은 약사는 여기서도 쉽게 정답을 수정해서 말했다.

“손님! 이 약 먹고 나으셔서 안 오시라고요.”

“허어! 그런가?”

아무튼 조금은 이상한 멘트를 해버렸지만 약사는 평소에 공부 잘해 답을 잘 찍던 순발력 하나로 위기를 잘도 넘기고 있었다.

약사는 이제 임계점을 다다른 상황이라 약국의 문을 닫고 외출중이란 표시하고 급하게 방안으로 뛰어 들어와 벌러덩 누우며 외친다.

“어서!”

어떤 방망이고 이제 상관이 없는 다급함으로 약사는 몸이 펄펄 끓어 오른 상태다.

“아흑! 아흑!”

이윽고 조제실에서는 박천태가 이제 약사로 변신해 부지런히 방망이를 이용해 물약을 조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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