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과 백 그리고 회색-30화 (30/591)

30화

박천태는 간호장교인 정순이 중위의 도움으로 대대에서 보낸 두 명의 병사와 교대하고 부대로 돌아왔다. 그녀가 포병단 의무대로 연락해 보초 교대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귀대를 보고하기 위해 작전과이자 상황실에 도착했다. 상황실에서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최진성을 보자 화가 나서 외쳤다.

“너 나 좀 보자.”

내무반 앞 통신 창고에서 만나자 최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했다.

“미안하다. 내가 귀신 울음소리에 너무 놀라서.”

“너 이 자식, 또 꾀부린 거지? 내가 네 수작 모를까봐.”

“아니야. 나 진짜 귀신이 나타나 우는 줄 알았다고.”

“지랄 말아!”

최진성을 계속 미안한 표정으로 사정했다. 그러나 박천태가 계속 화를 내자 안 되겠다 싶었는지 사실을 토설했다.

“야! 이상한 소리 들리는 무서운 영안실에서 어떻게 계속 보초 서고 있냐. 순찰 오는 대대장이 탄 1호차가 보이 길래 한 번 그래 본거지. 아무튼 미안하다.”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놀란 줄 알아.”

“왜?”

박천태는 장난삼아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성아, 너 귀신에 놀랐다고 했지?”

“그래.”

“사실 나도 거기서 진짜 귀신이 울고 나중에는 나오더라고. 그래서 죽는 줄 알았다.”

“그러냐? 내가 들은 울음소리는 진짜 귀신이 운거네.”

“물론이지.”

이제 와서 따져야 이미 지난일이다. 박천태는 보초를 오래 서서 화가 났지만 더 이상 최진성을 추궁하지 않았다.

이때 상병이 크게 외쳤다.

“야! 점호 준비해.”

“넷!”

두 사람은 급하게 내무반으로 들어와 부지런히 청소했다. 졸병 신세라 쉴 틈을 주는 법이 없었다.

처음부터 보초를 서던 박천태야 울음소리가 왜 나는지 알지만 최진성으로는 알 도리가 없었다. 다른 병사들도 다들 몰랐다.

1시간이 지나 병사 둘이 교대하고 돌아와 다들 겁에 질려 호들갑을 떤다.

“거기 진짜 귀신이 있나봐, 귀신 울음소리가 들려.”

“진짜?”

“두 번이나 울던데.”

자주 울지 못하는 것은 아마 너무 지쳐 울지 못한 것 같았다.

의외로 주번 사령이 취침 점호를 취한다고 스피커에서 나왔다. 다들 침상에 일렬로 누워 잠을 청했다. 옆에서 누워 최진성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천태야. 이따 상황실 근무 때 도판지 밑을 뒤져봐. 내가 크림빵 두 개 사서 넣어 놨다.”

“겨우 빵 두 개로 내 입 막을 셈이냐?”

“내일 PX로 가서 점심때 크림빵 두 개 더 사주고 통조림도 하나 사줄게.”

“알았어.”

“그걸로 깨끗이 끝내자.”

“알았다고. 잠이나 자자.”

너무 오래 보초도 서서 그런지 박천태는 빠르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통합병원 영안실로 보초를 서러 갔다 온 병사들 사이에는 귀신이 내는 울음소리로 인해 논란이 많았다. 누군 귀신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하고 누군 전혀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결국 제일 오래 근무한 박천태가 판정을 내렸다.

“거기 처녀 귀신이 보인 곳입니다. 물론 울음소리도 들었고요.”

“그러냐? 그런데 너는 어떻게 버텼냐?”

“그야 처녀 귀신은 몽둥이가 약이라 그냥 몽둥이 보여 주니 도망가더라고요.”

진실과는 아무 상관없었다. 박천태의 말은 진짜로 병사들에게 알려질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여자귀신이 우는소리를 들은 병사들의 수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약간의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병기중사는 부대 장병들에 의해 포병대대에서 야간훈련장으로 사용하는 공동묘지에 안장되고 사건은 일단락 됐다.

병사들 사이에는 조금 흥미를 느끼는 것이 있었다. 간호장교는 박천태를 어떻게 알아 대대로 연락해 보초교대를 하게 해줬냐는 것이다.

“박 이병, 너 간호장교와 무슨 일 있었냐?”

“아닙니다.”

“이상하네, 그런데 그 장교가 부대로 전화까지 다 하냐?”

“워낙 제가 오래 보초 서니 전화한 거죠.”

박천태는 간단하게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고참들의 호기심에서 비켜나가고 있었다.

자대로 배치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부대생활은 익숙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급식문제가 워낙 열악하다. 배고픔을 면하기 어려웠다. 봉암에 있는 사단의 상수도 상황 역시 정말 최악이다. 포병대대 병사들은 인근 냇가로 가서 식기를 세척하고 빨래하고 있었다.

‘에이, 이건 조선 시대도 아니고.’

졸병으로 할 일도 많은 상태서 멀리 나가며 작업을 해야 하니 죽을 맛이다. 그러나 외부로 나갈 기회가 많자 최진성은 매일 신이 난 상태다.

고참들이 필요한 막걸리나 소주를 얼마든지 조달해 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야, 너 이제 장사도 하냐?”

“뭐 어떠냐?”

최진성은 이웃한 부대 병사들의 막걸리도 조달해 주며 이득을 남기고 있었다. 그래도 보안대 중위 배경이 있으니 누가 건들지는 않고 있었다.

박천태는 포병대대 작전과의 챠리 계산병 조수로 확정되어 근무했다. 최진성은 이제 사격지휘와는 조금 무관한 작전과의 교육계 조수로 일하고 있었다.

“야! 오늘 상황근무 시간에 나 좀 도와 줘라.”

“알았어!”

최진성은 여전히 틈만 나면 많은 글씨를 써야 하는 문서 복사는 박천태에게 부탁하고 있었다. 다른 보초 근무시간보다 상황실 근무는 약간 길었다. 그저 책상에 앉아 전화기 옆에서 근무하니 시간이 잘 안 갔다. 그 때문에 박천태는 졸지 않기 위해서 글씨연습을 겸해 최진성의 업무를 돕고 있었다.

“천태야, 또 펜글씨 연습 하냐?”

“응! 심심하잖아.”

“나는 글씨라면 이가 갈린다. 하루 종일 글씨 쓰다 하루 해 다 보냈다. 손이 마비될 정도라 미치겠다.”

“할 것 있으면 말해, 내가 근무 시간에 해줄거니.”

“고맙다.”

대대뺀질이라는 별명을 지닌 최진성은 이제 상황실에서 모든 글씨 작업을 전담하는 위치다 보니 글씨로 인해 고생하고 있었다. 어영부영하며 지내던 그의 좋은 시절은 이제 끝났다.

“네가 대대 차드도 쓰냐?”

“응! 최 병장이 말년 휴가 갔잖아.”

“그럼, 앞으로 차드도 쓰려면 더 힘들어 지겠네.”

“지금 같아서는 똥오줌 못 가리겠어. 씨발 나보고 동원계도 하라니 미치겠다.”

대대 삼과의 사무병들은 모두 병장인 고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니 삼과의 주된 업무인 글씨 쓰는 작업은 모조리 최진성의 몫으로 변하고 있었다.

상황실 업무가 너무 많아지자 최진성의 인상은 항상 우거 상으로 변해 있었다. 졸지에 요령 것 적당히 군대 생활한다더니 이제 완전히 상황실 귀신이 되어 생고생이다.

같은 삼과인 박천태는 글씨 연습은 최진성의 업무를 도와주고 있었다. 또한 김수훈이 사서 보내준 펜글씨 연습장으로도 계속하고 있었다.

박천태는 전의 기억은 점점 잊어버리며 현실에 적응했다. 바쁜 군 생활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나름의 목표를 정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지루한 군 생활에서 조금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다음에 형님 만날 때까지는 글씨 하나라도 잘 써야지.’

자기가 보낸 편지를 받아 보고 아무래도 마음이 안 들어 펜글씨 연습장을 사서 보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천태는 다른 병사들과 같이 첫 휴가를 기다리며 오늘도 상황실 근무를 서며 글씨 연습으로 여념이 없었다.

‘형님도 학교생활 잘 하겠지.’

어느덧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는 5월이다.

전국에서 몰려온 수많은 관광객들이 백제의 고도 부여를 찾고 있었다. 백제탑 옆에 있는 부여중학교에서는 학년 초에 처음 실시한 시험으로 인해 약간 소란스러웠다.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모여 시험 결과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교감선생님이 6명의 1학년 선생님들을 모아 놓고 묻고 있었다.

“1학년 2반에서 세 명이 만점이라고요.”

“예, 청양에서 온 세 명이 모두 전 과목 만점입니다.”

공교롭게 청양출신인 김수훈. 조지정, 신복일 세 사람은 모두 1학년 2반으로 반편성이 됐다. 교감선생님이 다시 물었다.

“그 애들 본래 청양에서도 만점 받았던 애들이지요.”

“예, 애들 말로 그렇다고 하더군요.”

아직은 진도가 많이 나가지 않은 관계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점수다. 하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특별한 일임에는 틀림없었다. 남자 선생님이 여중학교 소식도 큰 소리로 알린다.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한 여학생들 둘도 모두 만점이라네요.”

“그래요. 다들 청양 출신인가요?”

“여학생 한명은 부여 출신입니다. 아버지가 같은 경찰서 과장이라 스터디 그룹에 합류했다고 하더군요.”

부부교사라 아내가 근무하는 여학교 소식을 잘 알기 때문에 하는 대화다.

1학년 2반 담임인 한영민 선생은 동료교사들의 축하를 받고 있었다.

“한 선생 축하해요. 복이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거 잘하면 그 애들 때문에 한 선생 앞으로 좋은 일 많겠어요.”

한영민은 공주사대 출신으로 초임 발령인 영어교사다.

타지에서 온 학생들이 반에 편성되면 애들 사이에 분쟁이 생겨 문제가 많을 수 있었다. 은근히 걱정했던 애들이 오히려 만점을 받자 다른 교사들이 다들 부러워하는 표정들이다. 학교의 교사는 지도하는 반 학생들 성적이 교사의 능력에 대한 평가다.

“한 선생은 그 애들 성적을 알고 반장으로 뽑았나요?”

“아닙니다. 애들이 자율적으로 투표해서 뽑은 겁니다.”

젊은 선생이다 보니 한영민은 반장 선거를 자율에 맡겼다. 1학년 2반의 반장은 조지정 부반장은 신복일이 선출됐다.

토요일이다 보니 특별활동 시간도 지나 교사들은 하나둘 퇴근할 준비로 바쁘다.

반에서 만점 학생이 셋이나 나오자 기분이 매우 좋아진 한영민은 큰 소리로 교무실의 선생님들에게 외쳤다.

“오늘 점심은 제가 사겠습니다.”

그 소리에 교감이 다가오며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한 선생! 기분이 좋은 모양이군.”

“예, 제가 기분 좋아 점심 사겠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는 체육선생이 얼른 대답했다.

“한 선생이 산다면 먹으러 가야지. 어디로 모이는 거요?”

“개성식장에서 한정식으로 내겠습니다.”

“좋아요.”

선생들은 점심 약속을 하고 서둘러 퇴근했다. 개성식당은 부여에서는 한정식으로는 제일 유명하고 주로 일본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식당이다.

“오늘 참게 장 좀 먹어 보겠네.”

“나는 별로인데. 이 선생은 게장 좋아하나 보네.”

“그건 맛을 잘 몰라서 그러는 거요.”

아무튼 동료가 공짜로 점심을 산다니 다들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하지만 1학년 담당인 다른 선생들은 조금은 떨떠름한 표정이다. 이유야 보아하니 이제 1학년 6개 반 중에서 성적으로는 2반이 계속 1등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에이, 어디서 이상한 놈들이 와서 우릴 기죽이네.’

학교 옆 백제탑에서 세 녀석이 책가방을 깔고 앉아 있었다.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자 김수훈은 조지정과 신복일을 만나고 있었다. 잔디에 모여 앉은 김수훈은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조지정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냐? 여기서 만나자니?”

무슨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는 표정인 조지정은 주위를 한번 돌아본다. 그리고 아주 신기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작은 소리로 말했다.

“삼촌, 제가 아주 좋은 자리 발견했습니다.”

“좋은 자리라니?”

“부소산에서 제일 좋은 명당을 찾았습니다.”

뜬금없이 하는 조지성의 말에 신복일은 이미 내용을 어느 정도 아는 표정으로 급히 물었다.

“어딘데?”

“광장에서 오르다 보면 정수장 보이지. 바로 그쪽으로 가면 거기가 명당이다.”

“그러냐? 삼충사 뒤가 아니고?”

두 녀석이 이런 대화를 나누자 김수훈은 짜증이 나서 퉁명스럽게 고함쳤다.

“도대체 무슨 말이야?”

김수훈이 큰소리로 짜증을 내자 조지정은 그제야 자세하게 설명했다.

“삼촌, 요즈음 관광객이 많이 오잖아요. 그리고 부소산에서 어른들이 전축 크게 틀고 술 퍼먹고 놀고요.”

“그야 관광 철이니 당연한 거지.”

“그런데 좋은 구경거리가 많아요.”

“무슨 구경인데?”

결국 조지정이 김수훈에게 전한 말은 술을 마시고 취한 남녀가 부소산의 은밀한 곳에서 일을 벌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을 목격하기에 제일 좋은 자리가 정수장 옆이라 그곳이 제일 명당이란다.

오늘이 토요일이니 그 명당으로 가서 구경하자는 이야기다.

설명을 모두 들은 김수훈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무란다.

“별 이상한 이야기하네. 남 연애질 하는 것 몰래 숨어서 구경하자는 거냐?”

“예! 아주 재미있습니다.”

“나는 그런데 관심 없으니 구경 가려면 너희들이나 가라. 별것도 아닌 것으로 무슨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라고 호들갑떨고 그래.”

김수훈은 이렇게 퉁명스럽게 말하고 두 녀석과 헤어져 빠르게 집으로 향했다.

멀어지는 김수훈을 보며 남은 두 녀석이 약속했다.

“야! 밥 먹고 언제 나올래?”

“2시에 모이지. 삼충사로 올라가는 여학교 옆 개구멍에서 만나자고. 네 집 근처가 아닌 관북리 쪽에서 만나자고”

“알았어! 늦지 마라.”

김수훈이야 성인의 머리라 그런 구경에 관심 없었다. 그러나 이제 막 사춘기로 접어드는 두 녀석은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행위에 관심이 아주 많았다.

김수훈이 집에 돌아오자 한창 외숙모와 같이 실크 인쇄하던 박명호가 급하게 말했다.

“수훈아! 내가 바빠서 그런데. 점심 먹고 심부름 좀 해라.”

“알았어요.”

심부름 할 일이 있다는 바람에 김수훈은 식사를 빠르게 마쳤다. 사복으로 갈아입고 박박 머리에는 야구 모자를 눌러 쓰고 가게로 나왔다.

“외삼촌, 무슨 심부름인데요.”

“부소산의 매점으로 기념 타월을 배달하면 됐다. 정문까지는 화물차로 가고 거기서는 들고 가야했다.”

부소산 내에 있는 매점들이 성수기를 맞이해 장사가 잘되니 관광기념수건을 추가로 주문한 모양이다. 전에는 다른 도매상에서 사던 관광기념수건을 이제는 서울포목점에서 대부분 사가고 있었다.

“너 200장 들고 사자루까지 갈 수 있지?”

“예, 그 정도는 메고 뛰어 갈 정도는 됩니다.”

“그럼, 400장 가지고 천천히 올라가 200장은 광장의 매점에 가져다주고 200장은 사비루로 가져다 줘라. 삼충사는 내가 날리다 줄거니. 내가 배달 끝내고 인쇄를 해야 되니 네가 도와줘야겠다.”

“알았어요.”

이제 피크를 이루는 관광 철이라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오고 있었다. 관광객들 때문에 낮에는 부소산 안으로 차량이 올라가지 못했다. 밤이나 아침에만 차량이 다닐 수 있었다.

배달할 관광기념수건은 낙화암이나 혹은 백제탑 무늬가 있었다. 수건에는 백제 또는 부여 관광기념이란 남색 글씨가 한문으로 박혀 있었다. 금방 인쇄한 것인지 잉크 냄새가 코를 찌른다.

화물차에 오르자 김수훈이 외삼촌에게 물었다.

“매점에서 수건 장사가 잘 되는 모양이네요.”

“그런가 보다. 아침에 내가 한 바퀴 돌며 배달해줬는데 벌써 다 팔린 모양이야.”

화물차는 먼저 구두래로 가는 입구의 기념품 상회를 들려 수건을 넘겨준다. 다시 화물차에 올라 박물관 입구의 기념품 가게에도 수건을 배달했다.

다시 오던 길로 돌아 부소산 정문에 도착하자 차량을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관광객들로 붐빈다.

“야! 물건 먼저 내리고 기다려라. 여기서 주차는 못하겠다.”

수건 600장은 내리고 나서 화물차는 아래로 다시 내려가 주차를 시키고 박명호는 숨을 헐떡이며 올라와 말했다.

“돈은 이미 받았으니 물건만 이상 없이 전해주면 됐다.”

“예.”

물건을 어께에 짊어지니 묵직했다.

“외삼촌. 저는 배달하고 고란사 갈거니 기다리지 마시고 가게로 가세요.”

“알았어. 힘들면 쉬엄쉬엄 가라.”

“예.”

김수훈은 이제 키가 170센티미터에 육박해 외삼촌인 박명호와 비슷했다. 물론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고 산삼덕분인지 외삼촌보다 힘이 더 좋다.

수건 400장을 둘러매고 거뜬하게 산에 오르는 모습을 보며 관광객들은 무슨 신기한 구경거리라도 생겼다는 듯이 다들 바라본다.

“힘 좋은 청년이네.”

“부여에 천하장사가 탄생했나 보군.”

평지이고 단거리를 수건 400장지고 나른다고 힘이 좋다고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비탈길을 쉽게 빠른 걸음으로 올라가니 하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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