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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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술 마시고 들어와서 써서 어떨지 모르겠네요.

이제 자야겠습니다.

아직 깨어 있는 분들, 이미 주무시는 분들 모두 행복하시기 바랍니다.다음 날은 아침 일찍 어머니를 역에 데려다 주기 위해 함께 길을 나섰다.

거리에는 가을이 성큼 다가와 가로수 은행잎들의 색이 노랗게 바래고 있었다.

어머니와 나는 열차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종종걸음으로 걸었다.

어머니는 내 옆에서 내 팔을 꼭 붙잡고 있었다.

“얘, 좀 천천히 가.”

“열차시간에 맞춰야죠.”

“늦으면 어때? 하루 더 자고 가지.”

“정말요?”

“응. 하하.”

어머니는 틀림없이 나의 어머니였다. 그러나 나는 나의 그 어머니가 웃을 때면 어머니가 아닌 그저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웃고 있는 것처럼 예뻐 보이기만 했다. 

“휴우!”

어머니와 나는 열차시간에 겨우 맞춰 역에 도착했다.

어머니와 또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또 서글퍼졌다.

“왜 그렇게 시무룩해?”

“엄마랑 또 헤어져야 하잖아요.”

“너처럼 엄마 좋아하는 애도 없을 거야.”

“좋은 걸 어떻게 해요?”

어머니가 살짝 미소 지으면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얼굴은 어머니의 얼굴이기도 했지만 사랑스러운 한 여자의 얼굴이기도 했다.

“이제 공부 열심히 할 수 있지?”

어머니가 내 볼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네. 진짜 열심히 할 거예요. 걱정 마세요.”

“그리고...음...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되는 거 알지?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할 비밀인 거야. 응?”

“알아요.”

어머니는 그렇게 바다를 향해 떠났다.

어머니가 그렇게 다녀간 후 나는 무서운 집중력을 가지고 공부를 다시 할 수 있었다. 일단 집중력이 다시 생겨나자 거칠 것이 없었다. 학교와 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밥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외에는 그저 공부만 했다. 내 의식 속에 슬며시 파고들어오던 잡생각들은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했다. 나의 불안정했던 의식이 안정을 되찾은 것이다. 

한 달 후 어머니가 다시 오기로 하기 전 날 나는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꽃집 앞에 서 있었다. 어머니가 무슨 꽃을 좋아했는지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익! 바보 멍충이! 그런 것도 모르고..”

나는 내 머리를 스스로 쥐어박았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꽃집으로 들어갔다.

“누구한테 줄 건데?”

“엄마요.”

“음..그럼 장미는 좀 그렇고...”

“장미가 왜요?”

“장미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주는 거거든...”

“장미 주세요.”

나는 장미꽃 한 다발을 사서 꽃집을 나왔다. 

다음 날 어머니가 왔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어머니가 한껏 치장을 하고 오신 것이다.

나들이 갈 때나 입던 옷들을 입고 하이힐까지 신고 오셨다.

머리는 곱게 뒤로 올려서 긴 목을 드러냈고 새하얀 블라우스의 앞섶은 어머니의 커다란 가슴으로 불룩하게 솟아 있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검은 색 스커트는 엉덩이의 곡선을 그대로 살려주고 있었고, 그 아래로 날렵한 종아리가 미끈하게 뻗어내려 있었다.

“이거요.”

“어머! 장미네. 엄마 주려고 산 거야?”

“네.”

“세상에! 너무 예뻐!”

어머니는 빨간 장미꽃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나는 그때 장미보다 어머니가 더 예쁘다고 생각했다.

어머니의 몸이 아름답고 육감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날은 특히 내 눈을 사로잡았던 것 같다. 어머니의 몸짓 하나하나가 그렇게 자극적일 수가 없었다. 나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아이, 왜 그래?”

“엄마가 너무 예뻐서요.”

“얘는...”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고는 얼굴을 붉혔다.

“가 있어. 밥상 차려야 해.”

어머니는 마치 소곤거리듯이 말했다.

“네.”

밥을 먹으면서도 어머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왜 자꾸 그렇게 쳐다 봐?”

“좋아서요. 히히.”

“빨리 밥이나 먹어.”

“예.”

그리고 어머니가 샤워를 하고 맨 어깨를 드러낸 채 욕실에서 나왔을 때 나는 숨이 턱 막혀버리는 것 같았다. 여러 번 봤던 장면이었는데도 그날은 어머니의 모습이 각별한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하얀 수건으로 살짝 가려진 깊게 파인 가슴골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꾸 그렇게 쳐다보기만 하면 엄마 부끄럽다.”

“죄...죄송해요.”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였다.

어머니는 내 품속에 안겨서 눈을 감고 있었다.

어머니 가슴의 풍성하고 안정된 느낌이 내 몸에 감미롭게 전해지고 있었다.

“엄마는 지우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다 할 수 있어.”

어머니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겨울방학을 했다.

나는 방학식을 하자마자 냅다 역으로 달려갔다.

어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이 있었다. 다시 유라를 만나야 하는데 어떻게 얼굴을 마주 대할 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지난 여름 유라가 장대비를 맞으며 어머니에게 애원을 할 때 나는 유라를 외면해버렸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기우였다. 유라는 나를 다시 보게 되자 활짝 웃으면서 나를 반겨주었다. 그리고 예전처럼 스스럼없이 나를 대해주었다. 오히려 나에게 더 친절하고 다정다감하기까지 했다. 

“후와, 지우 키 더 큰 거 같다. 어깨도 더 넓어지고...”

어머니와 유라 사이에도 변한 것은 없었다. 큰 언니와 막내동생처럼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여전했다. 함께 식사를 할 때 두 사람의 수다와 웃음소리를 다시 듣게 되어 너무 행복했다. 모든 것은 자연스러웠고 편안했다.

바깥에는 겨울의 매서운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러나 주막집 안에는 따뜻하기만 했다. 장작을 떼는 난로가 있어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음..성적 많이 올랐다. 3학년 때는 더 잘 할 수 있을 거야.”

“네, 엄마.”

“근데 지우는 누굴 닮아서 그렇게 머리가 좋아요?”

“나!”

어머니는 지체 없이 ‘나’라고 대답하시고는 깔깔 웃었다.

유라가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였다.

“안 돼. 유라 있는데 어떻게 같이 자?”

어머니는 유라에게 들리지 않도록 소리를 죽이면서 말했다.

“엄마랑 같이 자고 싶은데..”

“얘는...안 돼! 안 돼! 안 돼!”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면서 나를 보고 예쁘게 눈을 흘겼다.

그런데 그날 밤 모두가 잠들었다고 생각했던 때였다.

나도 잠이 살짝 들었다가 누군가 나무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있어 잠에서 깨어났다.

‘누구지?’

나와 함께 잘 수 없다던 어머니가 내 다락방으로 오신 것이다.

어머니는 입에 손가락을 대면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는 내 옆으로 와서 이불 속으로 들어오셨다.

어머니와 나는 서로의 입술부터 찾았다.

“엄마 갈게. 이불 꼭 덮고 자.”

어머니가 팬티를 올려 입으면서 말했다.

어느 햇살 따사로운 겨울날 우리는 바다에 나갔다.

회전목마는 천막 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었다.

바닷바람은 차가웠지만 햇살이 따사로워서 좋았다.

해변에는 검푸른 파도가 밀려와 하얀 포말을 이루며 부서졌다.

투명한 햇살 속에서 어머니가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하하하! 꺅! 차가워!”

유라가 어머니에게 차가운 바닷물을 튀겼다.

그때 어머니는 그저 사랑스러운 한 여자일 뿐이었다.

“지우야. 유라 좀 막아 줘. 하하하”

그러던 어느 쉬는 날 불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어머니와 유라는 소주를 함께 마셨다.

소주병이 한 병 두 병 쌓여가자 유라가 눈물을 훌쩍이기 시작했다.

“왜 그래?”

어머니가 물었다.

“형님한테 고맙고 미안하고 그래서 눈물이 나네요.”

“갑자기 왜 또 그래?”

“오갈 데 없는 절 데려다 먹여주고 재워주셨는데 언감생심 지우한테 그런 짓을 했으니 말이에요.”

“그 얘기 그만하기로 했잖아.”

“지우야.”

유라가 나를 불렀다.

“응, 누나.”

“엄마 잘 모셔. 형님은 정말 살아있는 천사야. 응?”

“알았어, 누나.”

“그리구...지우는 엄마 꺼야...아무도 건드릴 수가 없어.”

유라가 이렇게 말했을 때 어머니의 눈빛이 반짝했다.

술을 과하게 마신 유라는 결국 곯아 떨어져 버렸다.

어머니는 유라를 방에 눕혀주고 다시 나왔다.

살짝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나를 빤히 쳐다보셨다.

“어머...어머...핡...학...지..지우야....아아!!”

유라가 세상 모르고 잠이 들어 있는 동안 어머니는 내 다락방에 나와 함께 있었다.

나는 내가 나왔던 어머니의 그 은밀한 곳으로 다시 들어가고 있었다.

“유라가 알고 있는 거 같아.”

한 차례 뜨거운 몸짓을 주고받은 후 어머니는 내 품에 안겨서 말했다.

“뭘요?”

“우리들 관계.”

“알면 어때요?”

“알면 안 되지. 엄마하고 아들하고 그러는 게 말이 돼?”

“뭐 어때요? 서로 좋아하면 그만이지.”

“엄마가 그렇게 좋아?”

어머니는 내 가슴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너무 많이 좋아요.”

사실 그랬다. 나는 유라가 어머니와 나와의 관계를 안다고 해도 두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유라와 나와의 관계를 어머니가 아시게 된다는 것은 대단히 두려운 일이었다. 그 점에서 어머니와 나, 그리고 유라와 나 사이의 관계에는 본질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둘이 가서 장 좀 봐와. 나 몸이 안 좋아.”

“어디가 안 좋아요?”

“감기 기운 있나봐.”

“약 지어올게요.”

“그래줄래?”

“예.”

며칠 후 어머니는 감기 기운으로 집에 남아 있게 되었고, 유라와 나만이 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나는 속으로 유라와 단 둘이 있으면 어색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자, 지우야.”

“응, 유라누나.”

회색빛 하늘 아래 바다는 검푸른 색을 하고 출렁이고 있었다.

태양은 어디로 숨어버렸는지 따스한 햇살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우울한 날씨였다.

유라와 나는 바다와 나란히 뻗어있는 길을 걸었다. 유라가 갑자기 내 팔을 붙잡았다. 

나는 약간 놀랐지만 뿌리치지는 않았다.

“왜 나한테 그렇게 어색하게 그래? 이상하잖아.”

“내가 뭘...”

“누나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음...사실은 그때...”

장대비가 쏟아지던 그날 밤 유라를 외면해버렸던 내 자신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 사실이었다. 

언젠가는 유라에게 미안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날 밤에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했어.”

“하하. 나 같아도 그랬을 거야. 그날 밤 형님 진짜 무서웠잖아.”

“응. 맞아.”

유라는 겉으로는 웃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였다.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유라의 머리칼이 휘날렸다.

“내가 잘못한 거였어. 감히 형님의 아들을 건드리다니..”

유라는 이렇게 말하고는 먼 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유라는 더 이상 쓸쓸해하지 않았고 예전처럼 밝게 웃으면서 나를 대했다.

함께 장을 보면서 나와 장난을 쳤고, 큰 소리로 깔깔대며 웃기도 했다.

세월은 그렇게 별 탈 없이 잘도 흘러갔다. 그렇게 별 탈 없이 세월이 흘러갈 수 있었던 데에는 나에게 어머니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어머니는 나를 위한 일이라면 당신이 말했던 대로 무슨 짓이라도 다 할 기세였고, 또 그렇게 했다.

중학교 3학년 시절은 정신없이 지나가더니 어느 덧 나는 인근 대도시에 있는 명문 고등학교에 합격을 했다. 내 키는 더 자랐고 내 자아도 성숙했다. 나는 내 판단, 내 직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가지게 되었고,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도 있었다.

“점점 멀어지네요.”

나는 대도시에 어머니가 마련해 준 작은 자취방에 짐을 풀면서 말했다.

“무슨 말이야?”

“중학교에 가고, 고등학교에 갈수록 바다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구요.”

“당연하지. 대학교에 가면 완전히 멀어져.”

“왜요?”

“왜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니까 그렇지.”

짐을 풀고 어머니와 함께 자취방을 나왔다.

저 아래로 대도시의 경관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희뿌연 대기 속에 고층건물들이 하늘로 솟아 있었고, 수없이 많은 자동차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중학교가 있던 작은 도시하고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넓고 큰 공간에서 나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고기 먹으러 가자.”

“예, 엄마.” 

고기를 먹는 어머니의 모습.

어머니는 허리를 곧게 세우고 단정하게 앉아서 얌전하게 입을 놀리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를 빤히 쳐다보았다.

“얘, 그렇게 보지 마. 부끄러워.”

어머니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여전히 소녀 같이 수줍어하는 어머니를 보자 가슴 속이 뜨거워졌다.

“엄마, 나....”

“응?”

“하고 싶어요.”

“지금?”

“예.”

어머니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서 주변 사람들이 혹시 들을까봐 주위를 살폈다.

“알았어. 빨리 먹고 들어가자.”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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