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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처음 만난 그녀는 (6/25)
  • 6. 처음 만난 그녀는

    '홍유미' 그녀를 만난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을 하였지만, 그녀의 동생 홍유라가 한달 넘도록 집에도 들어 오지 않고 연락도 안해 걱정이 되어 회사로 연락을 했더니, 회사에서는 그녀가 출근도 잘하지 않고 혹시 서울에서 내려온 수출품 검사관인 김대현씨가 알고 있지 않을까하는 얘기를 해주며 하숙집 연락처를 가르쳐 주었다고 했다.

    그 연락처가 바로 우리의 집 전화 번호였으니.....

    그녀는 근심에 쌓여 자기 동생 문제로 나와 상의를 했으면 하는데 만나 줄수 없냐고 했었다.

    상당히 예쁜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했으며, 백수인 나의 처지로써 아릿따운 아가씨가 만나 줄수 없느냐고 사정을 하는데 안나갈 녀석이 어디 있겠냐....

    그리고 한편으로 비록 친구 녀석의 일이지만 그놈이 걱정이 되지 않을수 없었다.

    이미 계절은 12월초에 접어들어 바바리 코트가 어울리는 시기였었는데, 짙은 청색의 바바리 코트를 걸치고 나타난 그녀는 내눈에는 천상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보였다.

    그녀의 나이는 23살이며, 그녀는 종합병원 외과 간호사로 있다고 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외국 건설 현장에서 감독으로 나가 계시며 일년에 한두번 휴가를 오신다고 하였다.

    집에는 어머니와 밑의 남동생만 있는데 자기가 집안일을 다 맡아서 할수 밖엔 없는데 거의 한달전부터 그녀의 여동생이 집에 돌아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동생의 행방을 물었다.

    나는 차마 솔직히 그녀에게 유부남과 현재 여관에서 동거중이라는 얘기를 할수없었다.

    다만 할수 있는 얘기는 좀더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는 말과 그녀에게 며칠후 다시 만나 상세한 말씀을 드리겠다는 말밖엔 할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다음에 시간을 낼수 있냐고 물었고 그녀또한 그녀의 동생 문제로 나를 꼭 만나야 한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야홋'하며 외쳤다. 왜냐면 그녀의 미모에 한마디로 뿅갔고 그녀를 매일이라도 만나고 싶었다. 그녀는 그리 큰키의 소유자는 아니었지만 말하는 것에서부터 외모까지 흠잡을데가 없을리만큼 완벽했다.

    어쩌면 간호사들의 고유한 나이팅게일 정신과 미모에 따른 우월감이 같이 배어 있다고나 할까?

    어찌보면 도도한것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싫고 좋음의 내색을 하지 않는 사람같기도 하고...

    참고로 외모에 자신이 있는 여자일수록 타인에게 부드럽다는것은 상식이다.

    나는 친구 녀석에게 연락을 하여 그녀의 언니가 나를 찾아와 동생의 행방을 묻는데 어찌하면 좋으냐고 말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친구 녀석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얘기를 하라고 하는것이 아닌가?

    녀석은 빠른 시일내에 서울에 있는 와이프와 이혼을 하고 홍유라와 결혼을 하겠다고 하였다.

    이건 말도 안되는 얘기가 아닌가?

    비록 서울에 있는 녀석의 와이프가 지금의 홍유라보다는 미모가 떨어지고 별로 맘이 썩 내켜 한 결혼은 아니지만 별 잘못한것도 없으며, 게다가 이쁜 딸애까지 있는게 아닌가?

    그런 녀석이 자기 주제도 파악치 못하고 와이프와 이혼하고 홍유라와 다시 결혼을 하겠다니....

    세상이 엿장수 맘대로 되는것도 아니고 아주 이녀석이 맛이 가도 한참을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녀석의 어머니가 손자와 며느리를 끔찍히 아낀다는 말도 들었는것 같은데....

    여자는 늙어 갈수록 어린애가 이쁘진다고, 비록 어린나이의 아들(당시 녀석의 나이가 아마 23살인가?)이 연애를 하여 지금의 며느리가 애를 가졌을때는 울고불고 사정도 하고 여자애를 만나 애를 지울것을 종용하기도 하고, 또 친정아버지 되는 분에게 간곡히 부탁도 하고 그랬지만 지금은 사정이 정반대의 입장이 되었다.

    녀석은 일찍 결혼을 하다보니 와이프에 대하여 금방 실정을 느꼈는가 보다. '왜 그래..일찍 결혼을 했냐'구 내가 가끔씩 녀석을 핀찬도 주고 했는게 지금에야 이런 불상사가 생기는 것이다.

    남자란, 자고로 때가 될때까지 기다리고 그것도 싫으면 가벼운 연애를 하고 말아야지, 일찍 해보면 하늘에 별이라도 딸것 같으나 금방 실증이 나게 마련이다.

    옛날도 마찬가지 였을것 같다.

    어린나이에 장가를 보내 놨더니 머리 굵어 바람이나 피우고 안방 마나님들 속꽤나 썩이질 않았나...

    난 내일은 아니지만 왠지 갑갑함을 느끼지 않을수가 없었다.

    홍유미 동생 홍유라 그녀를, 녀석의 바람끼로 보아 잠깐 데리고 노는 상대로 생각을 했었는데 이건 아주 심각한 지경에 까지 이르렀으니....

    나는 언니 홍유미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전화를 하여 다시 만나자고 하였다.

    근무 시간이 3교대라 오후에 시간을 낼수가 있다고 했다.

    나는 물론 환영할 일이지만 커피값도 변변히 가지고 다니지 못하는 처지로써는 저녁 시간에 그녀를 만난다는 것이 솔직히 부담이 되었다.

    커피값이야 어떻게 마련할수 있지만 혹시 저녁식사와 술이라도 한잔을 해야 한다면 백수의 입장으로써는 정말 난감한 처지가 될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미 저녁시간에 약속을 하고 난뒤라 어쩔수 없는 처지가 아닌가?

    그나마 군대를 갔다와서 몸이 불어나 잘 맞지않는 양복을 차려입고 그녀를 만나러 나갔다.

    그녀는 전에 입고온 청색의 바바리가 아닌 엷은 고동색의 바바리를 입고 나왔으며 입술에는 쌔빨간 루즈를 바른 모습이 너무나 고혹적이었다.

    '아!! 이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야!! 하나님이 나에게도 어떤 기회를 주실려고 한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몇번이고 속으로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했다.

    전에는 너무 어두운 카페에서 보았지만 지금은 환한 불빛아래 그녀를 자세히 뜯어보면 볼수록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기가 겁이 날정도였다.

    특히 그녀가 눈을 들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눈가에 눈물이 비칠때면, 내가 왜 그녀에게 그녀의 동생에 관한 어두운 이야기를 해야하는지 후회가 되었다.

    나는 그녀에게 솔직한 얘기를 할수 밖에 없었다. 비록 가슴이 찢어지는 한이 있더래도...

    그녀는 아주 근심어린 모습으로 나에게 어떻게 하면 둘과의 관계를 떼어 놓으수 있을까 상의를 하였다.

    내친구가 유부남이라는 것이 가장 마음에 걸리며, 이혼을 하고 자기의 동생과 다시 결혼한다는것은 같은 여자의 입장으로써는 도저히 용서 할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똑같은 입장이라는 말을 하였고 어느듯 시간이 흘러 늦은 저녁이라도 먹어야 할시간이 돼었다.

    나는 그녀에게 솔직히 이야기를 하였다.

    군대를 제대하고 지금은 복학을 기다리는 중이라 수중에 가진 돈이없고, 군대까지 갔다와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는것이 왠지 쑥스러워 불편하지만 없이 살고 있다고 했다.

    오늘은 비록 차한잔 살돈 밖에 없다고 틀어 놓으며, 내가 졸업을 하고 직장을 갖게되면 첫월급 받아 댁에게 제일 먼저 훌륭한 저녁을 사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앞으로도 거의 일년반 이후의 일을 지금 얘기를 하니, 그녀는 깔깔 웃으며 너무 솔직하여 맘에 든다는 말을 하는것이 아닌가?

    얼떨결에 그런 얘기를 듣고 나니 내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저는 현재 병원에 나가고 있으니 그런 얘기는 하지 말고 우리 저녁이나 하러 가요?"

    하는 것이다.

    그녀의 그런 제안을 선뜻 받아 들이는 나자신이 약간은 쑥서러웠지만 잘못하다가는 그녀를 오늘 이후에 는 도저히 다시 만날수 있을것 같지가 않았다.

    우리는 카페를 나와 당시에는 최고로 비싼 비후스텍을 먹기위해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음식 먹는 매너도 나를 가볍게 흥분 시켰고 거의 절반을 나에게 넘겨 주는 것이었다.

    자기는 동생일 때문에 걱정이 되어 밥이 넘어 가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사양을 할 내가 아니었지만 그녀의 하얀 손을 보니 왠지 덜컥 받아 들지 않고는 그녀는 울어 버릴것만 같은 그녀의 표정을 읽은 것이다.

    저녁 시간 내내 그녀는 동생일로 소침하여 있었고 나는 좋은 방법을 찾아 보자고만 하면서 그녀를 달랬다. 이윽고 식사가 끝난후 그녀는 나에게 '술 한잔 사면 안될까요'하며 나에게 제의를 하였다.

    그녀는 차마 자기의 답답한 가슴을 안고 집으로 가기에는 허전 하였는가 보았다.

    나역시 언감생심으로 선뜻 받아 들여야 할지 약간의 고민이 생겼다.

    이미 호주머니에는 동전 몇개만이 남았고 그렇다고 그녀의 심정을 모른채 하고 헤어진다는것이 너무 야속하게 생각이 들었다.

    당시 학사주점이 그나마 내가 몇번을 가 보았고 술값이 가장 저렴하다고 생각이 들어 그녀를 데리고 지하 학사주점으로 들어갔다.

    벌써 그곳은 씨끄러운 소리로 난장판을 이루고 있었다.

    음악소리가 씨끄러우니 앉아서 술을 마시는 취객들의 목소리도 따라서 하이톤을 내고 있었다.

    어쩌면 경상도 특유의 씨끄러운 소리가 아닐까? 타지방 사람들이 보면 경상도 특히 부산 사람은 이야기하는것이 마치 싸움을 하고 있다고 한다. 너무나 씨끄러우니까....

    그녀의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에는 주위가 소란스러우며 사람 사는 맛이 나는곳이 더 좋았다고 생각을 했으니.. 아마도 조용한 술집이었다면 그녀는 울음을 터트렸을것이다.

    그녀는 내게 돈걱정을 하지말고 평소 좋아하는것을 시킬것을 제의했다.

    오늘 같은날은 자기도 흠뻑 취해보고 싶다고 하였으니...

    나는 평소대로 소주와 파전 그리고 노가리 구이를 시켰다.

    소주 세병째가 다 비워갈 무렵 그녀는 눈가가 붉어지며 점점 혀가 안으로 꼬꾸라 들었다.

    "민철씨! 댁은 나의 동생일을 어떻게 생각하나요?"라고 물었고, 나는

    "상황에 따라 충분히 있을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고, 내가 유미씨와 서로 좋아하고 댁이 나없인 못살겠다고 하면 나라도 이혼을 하고 홍유미씨 당신과 결혼을 하겠다"

    라고했다.

    아마 그녀의 동생이 유부남과 동거를 한다는것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것 같다. 아직도 사리 분별이 확실치 않은 21세의 처녀가(아마 언니 입장에서 본 것이겠지만)....

    홍유미는 점점 자세가 풀리는것 같았다. 그동안 자신이 타인 앞에서 예의를 지키고 있었으나 심적으로 부담이 가는 동생일과 술이 그녀의 자세를 흐트려 놓은게 아니었을까?

    아무래도 이쯤해서 일어나는게 좋을것 같았다. 그녀도 맥주 한두잔 마시는게 자신의 주량인데 오늘은 너무 많이 마셨다고 하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그래도 그녀는 핸드백을 열어 지갑채 나에게 내미며 술값을 계산하라고 하였다.

    두번째 만남이지만 그녀는 나를 믿는것 같았고, 자신의 지갑까지 나에게 건네주며 술값을 치루도록 하는것이 정말 나를 좋아해서 하는 행동으로 받아 들였다.

    그녀는 나에게 "민철씨.. 솔직한 댁의 마음씨와 자세가 마음에 들어요"하며 혀가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소리를 했다.

    이미 바깥은 쌀쌀한 날씨로 인해 우리 두사람의 몸을 차갑게 만들었다. 아마 그녀는 마음도 추웠을 것이리라....

    그녀는 비틀거리다 급기야는 나의 팔짱을 끼고 술이 깨도록 같이 걸어 줄수가 있느냐고 했다.

    나로썬 '오브가 코스'지... 나의 팔짱을 끼고 정답게 걸어줄수 있는 미인이 언제 있었느냐고....

    우리는 차가운 밤공기를 받으며 더욱 몸을 가까이 했고, 그녀는 나에게 얼굴까지 파묻고 걸었다.

    그녀는 나에게 김대현이라는 친구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고, 혹시 당신같이 친절하고 멋있는 사람이냐고도 말을 했다.

    '친절? 그건 아닌데...하지만 매너는 있지..' 하며 속으로 웃으며 ' 그녀석은 나보다 더 잘생기고 한 매너에, 집안에 돈도 많고, 한가지 흠이라면 유부남이란것' 뿐이라고 했다.

    그녀는 웃으며

    "민철씨는 다른건 똑같은데 한가지는 현재없고, 유부남이 아닌게 그와 다른거죠?"

    하고 웃었다. 그러면서 나의 팔에 매달려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나의 어깨에 머리를 묻어 왔을때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병원에서만 맡을수 있는 희미한 소독냄새와 더불어 또다른 자극을 유발하는 여자 고유의 향기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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