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혁은 다시 한 번 예의 신비한 느낌에 몸을 떨었다.
높아지는 신음에 따라 욕실이 하영의 향기로 채워지고 있었다. 그 향기는 하영의 꿈틀거림에
따라 더 짙어지면서 비누향기까지 다 집어 삼키고 너울거렸다. 환상처럼 눈으로 보이고 피부
로 만져지는, 고혹적이며 관능적인 향기였다.
그 향기에 휩쓸린 진혁은 넋이 빠져 나가는 것 같았다. 숨을 멈추고 있어도 가슴까지 스며들
어서 휘젓는 향기였다. 그대로만 있어도 사정할 것처럼 황홀하게 하는 향기였다.
나중에 형진을 통하여 그 향기의 정체를 알게 될 때까지 진혁은 그 향기를 만날 때마다, 그 신
비한 느낌에 황홀하게 진저리를 쳐야 했다.
오르가즘처럼 아득한 느낌에 휩싸여 떨고 있는 진혁의 손을 어루만진 하영이 다시 속삭였다.
"도련님, 밑에도 씻어주세요."
하영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린 진혁이었지만 감히 형수의 보지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보드라운 손의 재촉을 받고서야 보지로 손을 가져가며 하영이 이렇게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
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자신이 하영에게 고백하려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
도 짐작할 수 있었다.
진혁의 손길에 몸을 다 씻은 하영이 알몸인 채로 포근하게 안아준다.
그리고 수건으로 진혁의 몸을 닦아주었다. 그 손길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진혁의 자지도 그냥
지나가지 않고 정성껏 닦아주었다.
진혁도 하영의 젖은 몸을 정성껏 닦아 준 후 함께 침실로 나왔다.
옷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진혁에게 하영이 다정하지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옷 입지 말고 그냥 계세요."
진혁을 세워 둔 하영은 속이 그대로 비치는 투명할 정도로 얇은 잠옷을 꺼내 입었다. 은은한
불빛아래 팬티도 입지 않고 얇은 잠옷 하나만 입은 하영의 모습은 몸서리가 쳐질 만큼 아름다
웠다. 자신이 그 자리에서 녹아서 하영의 머리카락이라도 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형수가 속옷 입은 모습 보고 싶었죠? 지금 밖에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르니 눈에 담아 두세요.
도련님한테 예쁜 모습으로 담기고 싶어요."
지금 밖에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하영의 말에 진혁은 눈물이 쏟아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마지막이 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침실의 등을 모두 끈 하영이 스탠드의 조명을 낮췄다. 따뜻하면서도 감미로운 빛이 아늑하게
침실을 채웠다.
하영이 천정을 보는 자세로 침대에 누우며 진혁을 침대로 이끌었다. 진혁이 하영의 곁에 누우
려 하자 녹일 듯 감미로운 목소리로 하영이 말했다.
"도련님 제 위로 올라오세요."
그 말이 진혁에겐 미칠 듯한 설렘으로 부딪쳐왔다.
하영이 시키는 대로 꿀물처럼 달콤한 하영의 보드라운 몸에 몸을 포개는 가슴이 터질듯이 쿵
쾅거렸다.
진혁의 우람한 몸이 천천히 하영에게 내렸다. 몸이 닿기도 전에 진혁은 쾌감으로 몸을 떨었
다. 하영의 나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떤 향긋한 기가 몸에 닿기도 전에 진혁의 몸을 부드럽
게 감싸며 어루만졌다.
얇디얇고 보드라운 잠옷 하나만을 걸친 하영과 알몸으로 완전히 포개지는 순간 진혁은 또 한
번 아득해졌다.쾌감이라는 두 음절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촉이었다. 온몸이 하영의 몸으
로 녹아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영이 뜨거운 신음을 토하며 진혁의 허리를 힘주어 당겨 안았다.
"하아아.."
동그란 둔부와 봉곳하게 솟은 가슴과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에 몸이 포개지는 느낌만으로도
진혁은 허물어졌다.
얇은 옷 사이로 그 아찔한 모습이 비치는 보지에 자지가 닿으려 했다. 옴죽거리는 보지가 자
지를 껴안으며 키스하려고 달려든다.
"허억.."
자지가 보지의 입술에 닿는 순간 진혁이 터뜨린 헛바람 소리였다. 보지에 닿자마자 극렬한 쾌
감이 한 번에 쏟아졌다. 그 짧은 순간에 자지가 꿈틀거리며 뭔가를 토해내려고 요동쳤다.
"하악..도련님..흐응.."
진혁은 믿기 어려운 쾌감에 몸을 떨며 두려움마저 들었다.
포갠 채 하체를 맞대고 안고만 있는데도 여태껏 느껴봤던 그 어떤 극치감보다도 더 황홀한 쾌
감을 느낀 것이었다. 포개진 감촉만으로도 사정을 참기 어려운데 하영의 몽환적인 향기는 더
짙어지며 침실을 가득 채웠다.
하영의 숨결은 더 뜨거워지며 단맛을 더해가고 허리는 가만있는데 보지의 입술이 잠옷을 적
시며 자지를 핥는다. 그 쾌감이 너무 강렬하여 진혁은 눈을 하얗게 까뒤집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 순간에 하영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일깨워 주지 않았다면 진혁은 사정도 하지 않은 상태에
서 기절하였을 것이다.
하영이 진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편하게 포갤 수 있게 다리를 벌려준다. 벌린 하영의 다리
위에 진혁의 다리가 겹쳐진 채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편하긴 하였지만 자지와 보지가 정면으
로 맞닿은, 삽입의 자세였다.
"도련님, 이 상태로 제 이야기를 들으세요. 그러고 난 뒤에 도련님이 하려던 말을 하세요."
하영의 그 말에 진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얇은 잠옷자락을 보지 속으로 밀어 붙인 채 귀두의 끝이 보지의 입술에 파묻혀 있었다.
보지는 여전히 자지를 입술로 핥고 있었다.
진혁은 다시 한 번 머리카락이 곤두서며 몸을 떨었다.
어느새 하영이 뿜어내는 향기가 바뀌어 있었다. 색깔은 그대로였지만 격랑이 아닌 잔잔한 물
결로 남실거리고 있었다.
자지 끝에서 느껴지는 쾌감도 달라져 있었다. 터뜨릴 것처럼 요동치는 쾌감이 아닌 황홀하고
포근하게 감싸주는 쾌감이었다.
더 깊어진 그윽한 눈으로 진혁을 올려다보며 하영이 말했다.
"지금 도련님이 하고 싶은 행동을 해도 돼요. 얇은 막 하나만 들치고 들어오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어요. 나도 도련님을 원해요. 기쁘게 도련님과 하나 될 수 있어요.
하영의 감미로운 목소리에서 진혁은 어떤 아픔과 고뇌도 같이 느꼈다.
"그렇지만 도련님이 하려는 말은 엄청난 거예요.
우리가 하나로 결합하는 것보다 더 큰 거구요. 그래서 내 이야기를 먼저 하는 거예요."
진혁은 애타는 눈으로 하영을 보고만 있었다.
그 와중에도 보지는 자지를 부드럽게 핥고 있었다.
"형 좋은 사람이고 어머님과 아버님도 절 많이 사랑해주세요. 그런데도 뭔가 채워지지 않는
여백 같은 것을 이따금 느꼈어요. 그게 뭔지 몰랐는데 도련님을 알고 난 뒤에 깨달았어요.
내가 여자라는 것을요. 형은 아내로 아끼고 위해 주었지만 내가 여자라는 것을 둘 다 잊고 산
것 같았어요."
밑에서 깔린 채 말을 하느라 숨이 가쁜지 하영이 잠시 말을 멈췄다.
형수가 힘들까봐 옆으로 누우려 하자 하영이 허리를 당기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바람에 자지
가 조금 더 깊게 밀착되었다. 하영이 신음을 내뱉었다.
"하아.."
굳이 신음을 숨기지 않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던 하영이 말을 이었다.
"도련님과 지내는 동안 내가 여자로 존중받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행복했어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도련님과 비밀 하나쯤을 나를 위해 만들고 싶기도 했어요. 살아가는 동안 그
비밀을 가슴에 감춘 채 되새기고 싶었어요.
하영이 잠시 말을 끊고 진혁을 바라보더니 얼굴을 당겨 볼을 어루만진다.
"그로 인해서 생겨날 죄책감과는 별개로 나를 위해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내 이쁜 도련님이
기에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나를 위해서요. 도련님이 원하면요."
거기까지 말한 하영이 진혁의 허리를 더 세게 당겼다. 자지가 조금 더 밀려들어가고 하영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하아..흐응..도련님. 이게 내가 도련님과 나눠 갖고 싶은 비밀이에요. 도련님이 가질 수 있는
비밀이구요..하아..흐응..이 얇은 옷자락만 걷어내면 우린 하나가 될 수 있어요.
하아..내가 원하는 것이구요..흐으응.."
하영이 몸을 비틀며 허리를 더 세게 당겼다.
진혁이 허리에 힘을 주며 하영의 팔에 저항하려 했다. 그런 진혁이 고마우면서도 하영은 안타
까웠다. 결국 진혁이 원하는 것은 더 큰 것이었다.
"도련님, 결국 말을 하셔야겠어요?"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이 하려는 말은 우리 두 사람이 여태껏 살아온 삶의 방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건 알고
있죠? 우리의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죠?"
진혁이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하겠습니다."
하영은 힘든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진혁이 애처로우면서도 고마웠다. 가슴이 아릿하면서도 설
레는 느낌이었다.
"대신 당당하게 말하세요. 그럼 나도 내 방식대로 대답할 게요. 내가 물을 때까지 도련님이 하
고 싶은 말을 전부 하세요. 찌꺼기 하나도 남김없이 하셔야 돼요. 약속할 수 있죠?"
"약속할게요."
진혁이 깊은 눈으로 하영을 바라보았다. 그 눈을 보며 하영은 괜히 눈물이 나려 했다.
"형수님 사랑합니다."
진혁의 말에 하영은 가슴이 먹먹했다. 알고 있었던 말이며 두려웠던 말이면서도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 짧은 말을 입 밖으로 밀어내기까지 아파했을 진혁의 고뇌와 많은 이야기들도 가
슴에 전해졌다.
"나도 도련님 사랑해요. 그건 알죠?
그래서 이렇게 있는 거구요. 그것도 염두에 두고 이야기 하세요."
진혁에게도 하영의 마음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이렇게 몸을 포개면서까지 자신을 배려하는
하영의 마음이 포근하게 와 닿았다.
같이 맞닿아 있는 이 상태가 진혁 자신을 위한 배려라는 것을 진혁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영의 마음도 진혁에게 열려있지만, 이 자세의 우선순위가 진혁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았다.
자신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스스로 원한 것이라고 말하는 하영이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아름다운 형수를 향한 사랑이 진혁에겐 가장 소중한 가치였고 미래였다.
진혁이 깊은 눈으로 하영을 바라보았다. 그 눈을 보며 하영은 괜히 눈물이 나려 했다.
"형수님 사랑합니다."
진혁의 말에 하영은 가슴이 먹먹했다. 알고 있었던 말이며 두려웠던 말이면서도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 짧은 말을 입 밖으로 밀어내기까지 아파했을 진혁의 고뇌와 많은 이야기들도 가
슴에 전해졌다.
"나도 도련님 사랑해요. 그건 알죠?
그래서 이렇게 있는 거구요. 그것도 염두에 두고 이야기 하세요."
진혁에게도 하영의 마음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이렇게 몸을 포개면서까지 자신을 배려하는
하영의 마음이 포근하게 와 닿았다.
같이 맞닿아 있는 이 상태가 진혁 자신을 위한 배려라는 것을 진혁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영의 마음도 진혁에게 열려있지만, 이 자세의 우선순위가 진혁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았다.
자신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스스로 원한 것이라고 말하는 하영이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아름다운 형수를 향한 사랑이 진혁에겐 가장 소중한 가치였고 미래였다.
진혁이 하영을 깊게 들여다보며 입을 열었다.
"형수님,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은 이십만 명도 안 됩니다. 한국 인구의 0.4퍼센트입니다.
"그 0.4 퍼센트 안에 들려고 낯선 나라에서 외로움과 싸울 때 자신과 약속하였습니다.
몇 년만 이겨내면 미래에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조용히 진혁의 말에 귀 기울이던 하영은 그 말에 가슴이 시려 눈물을 훔쳤다. 진혁이 꺼낸 말
머리의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에 대한 진혁의 사랑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깊다
는 것을 깨달으며 아픔과 행복을 동시에 느꼈다.
하영은 문득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예상했던 말과 너무 일치하는 진혁의 말
을 들으며, 진혁과 지낸 며칠간의 일들이 떠올랐다.
그 며칠간 자신이 마음이나 눈으로 말한 것을 진혁이 정확하게 읽어 냈고, 자신도 진혁이 말
하지 않은 것들을 눈만 보며 정확하게 읽어 냈던 사실이 떠올랐던 것이다.
"제 가장 푸른 시간과 학위를 바꾸었을 때, 제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
각했어요. 그런데 정작 제가 가장 원하는 존재를 눈앞에 보았을 땐 그게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노력을 해서 가질 수 있는 거라면 다시 8년을 외국에 나갔다가 오라고 해도 기꺼이 그렇게 하
겠지만, 제 노력만으로 이루거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정말 원하고 갖고 싶어서 어
떤 대가라도 기꺼이 치를 수 있지만, 원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영은 가슴이 아팠다. 할 수만 있다면 진혁의 말을 멈추게 하고 마음을 다 받아 준 뒤에 함께
그 길로 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기엔 너무 많은 것들을 헤쳐 나가야 하는 좁고 험한 길이었
다. 진혁이 말을 하는 과정에서 진혁 자신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 볼 기회를 줘야 했다.
진혁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영 자신의 마음이 하는 말에도 귀 기울여야 했다.
진혁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굴러 떨어졌다. 하영은 가만히 손을 내밀어 진혁의 볼에 흐르
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 손길에 더 격해진 진혁이 젖은 목소리로, 그러나 또렷하게 말했다.
"형수와 사랑하는 시동생이 우리나라 인구의 몇 퍼센트나 될지 생각해 보았어요.
제 전부를 다 버려서라도 거기에 들고 싶어요. 처음으로 형님을 샘내고 부러워했습니다.
형님과 형수님 이모와 이모부님 누나 부모님 모두 사랑합니다.
그리고 형수님을 여인으로만 아닌 모든 의미로 가장 사랑합니다."
격한 감정에 진혁의 어깨가 들썩인다.
하영은 어루만지려고 다가가던 손을 가만히 거둬들였다. 진혁이 감당하게 해야만 할 부분이
었다. 하영은 어느새 진혁을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랐다.
잠시 숨을 고른 진혁이 말을 이었다.
"모든 분들께 상처를 주는 일이라는 것도 알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스스로 자책하고 달래도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형수님 곁에 있으면서도 형수님 생
각에 가슴 저리는 제 자신을 더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형수님께 제 마음을 말하지 않으면 평
생을 살아가면서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형수님을 실망시키고 야단맞더라도 제 마음을 다 보여드리지 않으면 제가 나중에 자신에게
해줄 말이 없습니다."
풋풋하고 싱그럽기만 하던, 사랑하는 시동생의 절절한 말에 하영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아리면서도 포근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0.4 퍼센트에 들려던 그 소망보다 더 간절한 소망으로, 형수님을 사랑할 수 있는 남자가 되고
싶습니다. 제게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의미는 전부 같은 것이고 하나입니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은 형수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가장 큰 소망은 형수님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고
가장 큰 가치는 형수님께 사랑받으면서 형수님 곁에 있는 겁니다. 사랑합니다. 형수님."
하영은 진혁의 눈에서 그가 가슴에 있는 모든 것을 내보였다는 것을 알았다.
진혁의 절절한 고백에 하영은 기쁘면서도 아픈 중에, 자신이 이미 진혁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
을 깨달았다.
"고마워요. 저도 도련님 사랑해요.
그리고 저도 도련님에게 여인으로 변함없이 사랑받고 싶어요.
이건 솔직한 내 마음이고 내가 바라는 것이기도 해요."
그 말에 놀란 눈으로 하영을 쳐다 본 진혁은 이내 기쁜 빛을 감추고 하영의 다음 말을 기다렸
다. 하영이 그랬던 것처럼 진혁도 하영의 눈빛만으로도 하영이 하고자 하는 말을 알았다.
"도련님도 알다시피 나는 자유로운 몸이 아니에요.
한 남자의 아내가 다른 누군가를, 그것도 시동생을 사랑한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에요. 극복해
야 할 것과 가려야 할 것들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문제와도 수 없이 부딪칠 거예요. 이렇게
소중하고 사랑하는 내 이쁜 도련님을 그 노상에서 잃고 싶지 않아요."
진혁은 조용히 하영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래서 지금 당장 대답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그 대답을 미루겠다는 건 아니에요."
하영과 진혁의 두 눈이 허공에서 엉킨다.
밑에 깔린 채 볼을 쓰다듬어 주면서 하영이 말을 이었다.
"내가 답을 찾을 수 있게 도련님이 도와주셔야 해요. 내 눈을 보면서 내 질문에 생각하지 말고
바로 대답해 주세요.
생각은 머리가 개입되는 거니까 싫어요. 도련님의 생각이 아닌 마음을 알고 싶어요. 도련님
가슴이 시키는 대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로 대답하세요. 약속할 수 있죠?"
진혁이 깊은 표정으로 그러겠다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잔인하고 처참하게 묻는 것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둘 다 피해갈 수 없는 질문들이니까 머뭇
거리지 마세요. 생각을 개입시키려고 머뭇거린다면, 가슴이 아닌 머리가 시킨 말이라고 생각
할게요. 아셨죠?"
그 말에 대한 진혁의 분명한 대답을 들은 하영은 여전히 곱고 그윽한 눈으로 올려다보며 말했
다. 하영의 첫 질문은 진혁에게 잔인한 것이었다.
"형과 이모님 그리고 누나와 부모님을 생각해 봤어요?"
진혁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생각해 봤습니다.
형님을 정말 사랑하기에, 미워하기보다는 죄책감을 갖고 사는 걸 택하겠습니다. 제가 사랑하
는 형수님 곁에 있는 분이라는 것 때문에 형님을 샘내다가 미워하기 싫습니다.
차라리 형수님을 사랑하면서 형님께는 죄송한 마음으로 속죄하며 사는 걸 택하겠습니다.
형수님을 사랑하는 제가 그분들께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분들께 제 사랑을 끝까지 감추는 것입
니다."
"속이거나 거짓말 하겠다는 건가요?"
"속이는 게 아니라 끝까지 비밀로 간직하겠다는 겁니다. 형수님과 저를 지키기 위해서 필요하
다면 저 자신까지도 속이겠습니다. 형수님을 제외한 세상 모든 사람이라도 속이겠습니다."
하영은 진혁의 그 말에 깜짝 놀랐다. 거짓말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놀라움
은 더 컸다. 가슴이 진탕되는 것을 감추며 하영은 여전히 날선 질문을 던졌다.
"도련님이 저를 망가뜨리려는 게 아니라는 것 알아요.
저를 쉽게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고요. 제가 잘 못 본건가요?"
"형수님은 처음 뵐 때부터 제겐 높은 데만 계시는 분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고민하
지도 않았을 겁니다. 제게 형수님은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소중한 분입니다."
"형수라는 금기시 된 존재에 대한 갈구는 아닌지 생각해 봤어요?"
아픈 질문을 해놓고 하영은 스스로 아팠다. 그런데도 진혁은 망설임이 없었다. 목소리에 여문
확신을 하영도 느낄 수 있었다.
"저는 제가 원하는 게 뭔지를 분명히 아는 사람입니다.
형수님이기 전에 여인으로 더 깊게 느껴집니다. 어떤 남자이건 형수님 가까이 있으면 저와 같
은 마음일 겁니다. 그런 형수님이 제 형수님이시기에 더 가까이서 뵐 수 있었다는 건 제 행운
일 뿐입니다. 그 행운에는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하영이 처음으로 작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시내에서 돌아 온 후 처음으로 웃으며 하
영은 질문을 이어갔다.
"지금은 이렇게 절절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도련님의 그 애절한 마음도 퇴색할 거예요. 그것도
생각해 보았어요?"
"저는 초심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입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퇴색할 사랑에 부모님의
뜻까지 거스를 만큼 무모하지 않습니다.
할머니가 되셔도 지금처럼 설레며 사랑할 자신 있습니다."
그 말에 하영이 또 웃었다.
"치..그건 못 믿겠어."
그러자 진혁이 정색을 하며 하영에게 물었다.
"제가 형수님께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뭔지 아세요?"
"글쎄 뭘까?"
진혁이 하영의 눈을 보며 허리에 힘을 주었다.
그때까지도 자지는 보지의 입술에 파묻힌 채 아늑한 쾌감을 온몸으로 전하고 있었다. 단단한
자지가 보지의 입술에 조금 더 깊이 파묻힌다. 그 자극에 하영이 달콤한 신음을 흘렸다.
"하악..흐응..도련님 못됐어..흐응..하아..듣고 싶은 말이 뭔데요? 하아.."
쾌감에 몸을 뒤틀면서도 하영은 이야기를 재촉했다.
"형수님이 할머니가 되셨을 때 듣고 싶은 말입니다.
할머니가 되신 형수님이 제게, 한결 같은 모습으로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해주시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그 말이 제 삶에서 가장 듣고 싶은 말입니다. 그 말을 듣기 위해서 노력할 거구요."
하영은 자신을 사랑하는 진혁의 마음이 결코 얕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그 사랑의 튼튼한 뿌리와 우람한 줄기를 가슴으로 볼 수 있었다.
날카로운 질문으로, 진혁이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보게 하려는 게 얼마나 바보 같은 건지도 깨
달았다. 오히려 진혁의 마음을 더 단단하게 다지게 하고 자신까지도 거기에 빠져들게 할 뿐이
라는 것도 알았다.
그만큼 하영을 사랑하는 진혁의 마음은 분명하고도 깊었다. 하영은 가슴을 아스라하게 채우
는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래도 하영은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도련님은 누구에게도 내보일 수 없고, 어느 누구의 눈에도 귀하게 보이지 않는 신기루
같은 가치를 좇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 신기루가 형수님과 제게 소중하고 가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제가 도련님 사랑을 따른다고 해도 우리는 늘 함께 있을 수 없어요.사랑한다면 함께 있는 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요?"
그 말에도 진혁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은 그리워하다가, 함께 있는 시간에는 죽을 만큼 사랑하고, 또 기다리는 시
간에는 함께 있을 때의 그 느낌을 되새기면서 그리워하면 됩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의 그리움은 사랑하는 사람들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다림의 과
정이 있기에 함께 있는 시간을 더 귀하게 여길 수 도 있을 테구요."
진혁에게 질문을 할 때 하영은 이미 자신만의 대답이 있었다.
놀랍게도 진혁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 같은 대답을 한다.
하영은 이미 진혁의 마음을 따라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마음이 혼곤해지고 아련해진 하
영의 마음에 따라 질문의 방향도 달라졌다.
"지금의 설렘을 언제까지 기억할건가요?"
진혁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제가 죽을 때까지요. 죽을 때도 형수님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을 겁니다."
진혁의 말이 이젠 감미로운 속삭임으로 하영의 가슴에 스며든다.
"제가 도련님 사랑을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부를 거예요? 이름을 부를 건가요."
"언제까지라도 형수님이라고 부를 겁니다. 잠시라도 형수님을 소홀하게 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다른 호칭은 싫습니다. 이 느낌 그대로 형수님이라고 부를 겁니다.
그 호칭으로 인해 죄책감이 들면 그것도 피하지 않을 겁니다. 형수님을 사랑하는 대가로 치러
야 하는 게 있다면 정면으로 맞서서 받아들일 겁니다."
질문을 거듭 할수록 하영은 진혁의 마음속으로 더 깊이 빨려 들어갔다.
"도련님 결혼은요?
결혼하고 나면 부인을 사랑해야 할 텐데, 그때도 나를 사랑한다면 부인이 안됐잖아요."
"누구나 비밀 하나씩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든, 저도 그것을
존중하겠습니다. 형수님을 사랑하는 만큼 아내 될 사람을 더 아껴주겠습니다."
"도련님답지 않게 그건 이중적이네요."
"형수님을 제 아내로 맞을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것입니다. 형수님 사랑하는
것 때문에 이중적이 되어야 한다면 그것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질투를 하면요."
"그렇지 않을 형수님이라는 것을 압니다. 오히려 아내 될 사람의 편에 서서 더 아껴주라고 하
실 분이라는 것도 알구요."
하영은 진혁이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하영 자신조차도 미처
몰랐던 모습까지도 진혁은 세심하게 알고 있었다. 하영의 질문에 진혁이 한 대답은 거의 전부
가 하영이 바라던 대답이었다.
"내가 도련님에게 그렇게 소중한 존재에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분입니다.
그리고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도련님 능력으로 원한다면 예쁜 아가씨들도 얼마든지 만날 텐데, 왜 하필 유부녀인 형수에
요?"
그러자 진혁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
"저는 사랑을 많은 사람 중에서 고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할 사람이라면 보는 순
간에 알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 사람이 나였어요?"
진혁은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달콤한 기분이 든 하영이 진혁의 허리에 다리를 감아 당겼다. 보지와 자지가 더 깊게 밀착하
는 느낌에 두 사람이 같이 몸을 떨었다.
"하악.."
달콤한 신음이 진혁의 얼굴을 간질였다.
뜨겁게 꿈틀거리던 자지가 얇은 잠옷을 뚫어버릴 듯이 밀고 들어온다. 하영이 몸을 부르르 떨
며 허리를 들썩였다.
"하아..나는 주부라서 출입이 자유롭지 못해요. 어디서 사랑을 나눌 건가요? 흐으응.."
"형님과 어른들을 생각해서라도 형수님이 편한 시간을 기다려서 밖에서 사랑할 겁니다."
그러자 하영이 처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이미 하영의 마음은 진혁을 따라나선 뒤였다.
"가능하다면 나는 가장 현실적인 공간인 집에서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
그 분들께 죄송하다는 것 때문에 밖에서 사랑을 나눈다는 건 우리 죄의식에서 숨으려는 것일
수도 있어요. 공간이 밖이라고 해서 죄책감이 달라지지는 않을 거예요.
여기가 어떤 공간인지 또렷하게 아는 상태에서 여기서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 그로 인한 죄책
감이나 미안함을 피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형이나 어른들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갚
기 위해 더 잘할 거구요."
그것은 오히려 진혁이 바라던 것이었다. 저 고운 형수와 함께 끈적한 느낌이 드는 공간에 드
나들고 싶지 않았다. 진혁이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하영이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하영이 진혁의 팔을 꼬집으며 눈을 흘겼다.
"방금 도련님 생각을 개입시켰죠? 딱 한 번이니 봐드릴게요."
두 사람의 생각이 마치 하나이기라도 한 듯 모두 일치하는 사실에 진혁과 하영은 두려움마저
들었다. 그 아득한 두려움마저도 동시에 느낀 것을 확인하며 하영은 운명이라는 단어를 떠 올
렸다. 아직도 하영의 질문은 남아 있었다.
"도련님의 마음을 받아들이면 나는 형에 대한 죄책감을 떨쳐내지 못할 거예요. 도련님과 사랑
하면서 헐떡일 때도 형에 대한 미안함이 머릿속을 지배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저도 늘 그런 상태일 겁니다. 편안해지는 것은 오히려 싫습니다.
그래야 형에게 속죄하는 의미로 더 잘할 수 있으니까요."
하영이 다시 아프게 느껴지는 질문을 던졌다.
"훗날 내가 형의 아이를 가지거나 여기서 그만이라고 말 한다면 멈출 건가요?"
그 말에 진혁의 표정이 슬퍼졌다.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처연한 목소리로 진혁이 대답했다.
"기다리겠습니다. 형수님이 절 찾으실 때까지요. 형수님도 끝이라는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형수님께 그 말을 들으면 전 견디지 못할 겁니다.
그 자리에서 가슴에 품은 채 바라보기만 하며 기다려도 행복할 겁니다. 형수님도 그런 날이
만약 온다면 끝이라는 말 대신, 거기서 기다리라는 말을 하겠다고 약속해주세요."
그러자 하영이 살며시 웃으며 그러겠다고 약속하더니 또 물었다.
"어떤 것도 내겐 숨기지 않을 건가요?"
"그건 이미 형수님께 약속한 겁니다. 형수님 사랑하게 되면 더 투명하게 보여드릴 겁니다."
"도련님이 생각하는 것과 내가 생각하는 것이 달라서 의견이 충돌하면요?"
"일치하지 않으면 무조건 형수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그러자 하영이 곱게 눈을 흘기며 되물었다.
"그게 어떤 상황일지도 모르면서 그런 약속을 해요?"
그러자 진혁이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옳지 않은 것을 우길 분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니까요. 행여 서로 다른 의견이라
도 우리는 다른 의견의 이면도 듣는 사람들이니까 당연합니다."
"날 이기려 들지 않을 건가요?"
"사랑하는 여인을 이기려 드는 남자처럼 못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옳아도 일부러
져드리면 형수님은 져줬다는 것을 아실 테고요.
형수님은 제 속마음까지 다 들여다보시니 서로 이기려 할 일도 없을 겁니다. 그래도 약속드릴
게요. 절대 형수님 이기려 들지 않겠습니다."
하영의 질문은 이제 끝을 보이고 있었다.
다정한 눈길을 담아 그윽하게 올려다보며 하영이 물었다.
"어제 오늘, 도련님이 원하면 나를 가질 수 있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내 마음도 이미 도련님에게 가 있었는데 몸을 먼저 가졌으면, 도련님이 지금처럼 어렵게 말하
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취할 수도 있었어요."
그러자 진혁이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전 제가 죽도록 사랑하는 단 한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입니다.
제가 사랑하고, 마찬가지로 저를 사랑하는 여인이 아니면 그 사람의 몸을 가질 수 없습니다.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끼리의 섹스가 얼마나 허무한지 이미 경험했습니다. 제가 사랑
하고 저를 사랑하는 여인으로 형수님을 안고 싶지, 욕망으로 형수님을 품고 싶지 않습니다."
진혁의 그 대답을 하영은 이미 알고 있었다.
진혁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기에 물어 본 말이었다.
"마지막이에요. 나를 어떻게 사랑하고 아껴줄 건가요?"
"형수님을 사랑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을 더 사랑하겠습니다. 그걸로 형수님을 사랑하는 죄가
다 덮어지지는 않겠지만 이웃을 더 사랑하고 더 따뜻하게 세상을 대하겠습니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서 살겠습니다. 그래서 먼 훗날 형수님이 자신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실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 말에 하영의 눈이 빛났다. 그 대답을 하영도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영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진혁의 입에서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물었다.
"어떤 말?"
"이 정도 되는 사람이 나를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니까 내가 마음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말
이요."
하영은 그 말에 다시 한 번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영이 생각하고 듣고 싶었던 말과 단어 하나
도 다르지 않는 말이었다. 하영이 자신도 모르게 진혁을 당겨 안으며 말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내 이쁜 도련님."
하영이 진혁의 얼굴을 당기며 입술에 키스했다. 그 미칠 듯한 감촉에 진혁은 부르르 떨었다.
더 느끼고 싶어서 파닥거리는 진혁을 살며시 들어 올리며 하영이 말했다.
"도련님 귀한 사랑 내게 줘서 고마워요. 이미 알겠지만 나도 도련님 사랑해요.
도련님 모든 것을 다 사랑해요. 그렇지만 도련님, 이건 대답이 아니에요."
하영의 말에 진혁은 목이 탔다.
"도련님은 마음속에 있는 모든 걸 보여 주었고, 저도 마음의 대답은 도련님께 이미 했어요.
그렇지만 우리 앞엔 현실이 남아 있어요. 더구나 제 앞에 있는 현실은 여자가 헤쳐 나가기엔
결코 쉽지 않고 벅찬 거예요."
진혁은 조용히 하영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도련님, 우린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을 할 수 있어요. 내 마음은 이미 도련님에게 다 말했
으니 도련님이 선택을 하세요."
"어떤 선택이요?"
하영이 안타까운 눈으로 진혁을 보며 말했다.
"이 상태에서 도련님이 옷자락을 들치고 내 몸 안에 들어오는 게 첫 번째 선택이에요. 그럼 우
린 소중한 비밀을 나눠 가지게 되는 거고요. 며칠 뒤에 다들 돌아오시기 전까지는 어쩌면 그
비밀이 이어질 수도 있겠죠.
그 이후엔 며칠간 행복했던 기억을 간직한 채 우린 서로 아껴주는 형수와 시동생으로 돌아가
는 거예요. 살아가면서, 행복했던 시간으로 떠올릴 수 있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게 될 거예요.
이게 첫 번째에요."
진혁은 아무 말 없이 하영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하영이 어렵게 말을 이었다.
"두 번째는 도련님과 나 둘 다 결과를 알 수 없는 선택이에요. 우리 마음에게 맡기는 거예요."
"어떻게요?"
하영이 가만히 한 숨을 내쉬었다. 처음 듣는 하영의 한숨 소리였다.
"도련님이 저를 사랑하는 것도 알고 저도 도련님 사랑해요. 그렇지만 우린 자신의 마음에게
한 번 더 물어보아야 해요. 지금 우리가 가고 싶어 하는 길을 끝까지 갈 용기가 우리에게 있는
지 물어 보아야 해요."
말을 하면서 하영은 안타까웠다. 자신이 이미 한 남자의 아내라는 것이 안타까웠고, 그런 자
신을 깊이 사랑하는 진혁이 안타까웠다.
"며칠 전에 갔던 길로 올라가면 호텔이 하나 있어요."
잠시 말을 끊은 하영이 말을 이었다. 깊고 처연한 눈빛이었다.
울음이라도 쏟아 낼 듯이 젖은 눈이었다.
"그 호텔까지 걸어가려면 30분 정도 걸려요. 그 정도 시간이면 우리 마음이 충분히 생각하고
대답할 수 있을 거예요.
거기까지 같이 걸어가요. 우리가 같이 호텔의 객실로 들어 갈 수 있으면 그건 우리 마음이 시
킨 거예요. 내가 도련님과 함께 객실로 들어 갈 수 있다면, 내가 도련님을 더 귀하게 여기며
더 사랑할 게요."
"만약 우리가 들어가지 못 하면요?"
하영이 그 말에 슬픈 표정으로 대답했다.
"우린 딴 선택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그것을 선택하였으니 거기에 책임을 져야죠.
오늘 이전으로 돌아가는 가서, 지금과 같은 기회는 다시 가질 수 없을 거예요. 우리가 또 얼마
나 힘들어 할지 아니까 내가 피할 거야."
말을 끝낸 하영이 진혁을 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진혁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전 형수님 모시고 호텔로 갈 겁니다.
목숨보다 사랑하는 형수님을 오늘만 사랑할 수 있다면 제가 못 견딜 겁니다. 제가 형수님께
원하는 사랑은 추억 속에서만 존재할 사랑이 아닌, 지속적이고 미래가 있는 사랑입니다."
그 말에 하영의 눈에 물기가 어린다.
"고맙고도 원망스러워요. 그렇지만 저도 도련님과 끝까지 가고 싶어요. 만약 못 들어간다고 하
더라도 제가 도련님 사랑한다는 것은 알죠?"
"네, 압니다. 형수님도 이것은 알아주세요. 형수님께 사랑받는 건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제가 가장 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요."
하영이 진혁을 꼬옥 당겨 안았다. 다시 자지가 보지에 더 밀려들어 간다. 얇은 옷을 사이에 둔
채 닿아 있지만 그 감촉이 그대로 느껴진다.
하영이 부르르 몸을 떨더니 예의 고혹적인 향기를 내뿜으며 애원하듯 말했다.
"하아..도련님과 사랑하고 싶어..도련님 여기서 나 사랑해주면 안돼요? 하아.."
하영의 신음과 보지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다시 극으로 치닫는 속에서도 진혁은 또렷하게 대
답했다.
"저는 평생 사랑해도 되는 여인을 마음껏 사랑하고 싶습니다. 제 사랑을 추억 속에 묻지 않고
지키겠습니다."
하영은 진혁의 눈에서 빛나는 뚜렷한 결의가 고마웠다. 그리고 자신이 진혁과 끝까지 같이 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도련님 나 일으켜 주세요."
하영을 안아서 일으키며 진혁은 이것이 시작이기를 가슴깊이 바랐다.
하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충동적이지 않은 시동생의 깊은 사랑이 고마우면서도 아팠다.
먼저 하나 되고 난 뒤에 마음을 잠식해 왔더라면 둘 다 이렇게 힘든 길을 나서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영은 이내 그 생각을 머리에서 지웠다. 자신을 향한 진혁의 깊은 사랑
을 욕되게 것 같아서였다.
머리를 만지고 옷을 입으면서 하영은 자신이 끝까지 갈 수 있기를 애타게 바랐다.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하였다.
갈 수 있다면 애절한 이 느낌을 그대로 잇고 싶은 하영은, 입었던 잠옷 위에 원피스만 걸쳤다.
현관으로 나서기 전에 하영은 한 번 더 물어 보고 싶었다.
"이 자리가 출발선이 되지 못하고 돌아오는 자리가 되어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진혁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 아프겠지만 후회하지는 않겠습니다."
"여기가 만약 귀환점이라면 여기에 돌아오는 순간 우린 다시 가슴으로만 사랑하는 연인이 되
는 거예요. 도련님이 어떻게 하든 난 그렇게 할 거야.
도련님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어제로 돌아가지 못하면, 그런 사람과 끝까지 가지 않은 걸 다
행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만약 이게 출발선이 된다면요?"
하영이 진혁을 눈빛으로 어루만져 주려는 듯 곱게 마주보며 말했다.
"그럼, 도련님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여우같은 도련님 여자가 생길 거예요.
그리고 그녀는 도련님을 누구보다 사랑할 거고요. 약속할게요. 나도 정말 그렇게 되고 싶어."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진혁이 우산을 펼쳐들더니 자신의 어깨가 젖는 것은 아랑곳 않고 하영만 가리려 했다.
그러다간 둘 다 비에 흠뻑 젖기 십상이었다. 하영은 우산을 하나 더 펼쳐들고 진혁의 우산 밑
으로 들어갔다.
둘째 날 올라갔던 길로 진혁이 가려 하자 하영이 말했다.
"그 길로 가지 않고 샛길로 갈 거예요. 이쪽으로 오세요."
하영이 말하는 샛길은 작은 오솔길이었다.
나뭇가지들이 비에 젖은 채 양옆에서 늘어져 있는 좁은 길이었다.
하영이 그 길을 택한 의도를 말해주지 않아도 진혁은 알았다. 자신들이 가고 싶어하는 행로와
닮은 길로 가면서 그 험난함을 상기시키려는 하영의 마음이었다.
저만치 언덕길의 가로등만 의지하여 비와 어둠 속을 더듬어 올라가며 진혁은 조바심이 났다.
좁고 경사진 이 험한 길이 하영의 마음에 걸림돌이 될까 봐 안타까웠다.
그 길로 한참을 올라가니 호텔로 이어지는 넓은 길이 나타났다. 빗길을 걸어서 올라가며 하영
이 물었다.
"왜 그 길로 오자고 했는지 알죠?"
"네, 우리가 가려는 길과 닮았더군요. 그런데 형수님이 미처 생각 못하신 게 있습니다."
"그게 뭔데요?"
"그 길은 불빛도 없고 경사지고 좁았지만, 제가 형수님과 함께 가는 길은 안 그럴 겁니다."
어떻게 다르냐는 듯 하영이 진혁을 올려다본다. 그 눈빛에는 자신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게 쐐
기를 박아주기 바라는 염원이 가득했다.
"형수님과 제가 가려는 길은 둘이서만 가야 하는 길이 아닙니다. 오직 둘 만이 갈 수 있는 길
로 만들 겁니다. 길을 다져서 넓히고 형수님만이 거닐 수 있는 아늑한 길로 만들 겁니다.
예쁜 가로등을 세우고 그 옆에 꽃을 심어 형수님만 걸으실 수 있게 할 겁니다. 가장 안락하고
편한 길을 제 가슴에 낼 겁니다."
하영이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우산을 내 던지고 와락 진혁의 품안에 뛰어 들었다. 진혁의 품안에서 흐느끼며 하영이
말했다.
"도련님, 호텔까지 갈 필요 없어요.
여기서 돌아가요. 나 도련님 여자 될게요. 사랑해요."
가슴을 가득 채우며 끓어오르는 환희에 진혁도 눈물을 흘리며 하영을 마주 껴안았다.
"형수님 사랑합니다."
하영이 진혁을 더 세게 끌어안으며 투정하는 아이처럼 속삭였다.
"나 업히고 싶어."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진혁이 등을 대며 엎드렸다. 우산을 펴든 하영이 그 등에 얼른 몸
을 실으며 말했다.
"얼른 도련님과 사랑하고 싶어서 숨 넘어 갈 것 같아."
빗속을 달리듯이 걸음을 재촉하는 진혁의 등에서 하영이 속삭였다.
"도련님, 우리 가끔은 후회할 때도 있겠죠?
그렇지만 도련님도 내 마음과 같을 것 같아. 우린 절대로 서로에게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벌
써 알고 있었어요."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진혁이 하영에게 키스하며 말했다,
"네, 형수님. 제가 형수님께 그대로 들려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우린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운
명이라는 것도요."
진혁의 등에서 흔들리던 하영이 진혁의 귀에 입술을 대고 황홀하게 속삭였다.
"사랑할 수 있다면 아까 그 느낌 그대로 사랑하고 싶어서 팬티도 안 입었어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진혁이 등을 대며 엎드렸다. 우산을 펴든 하영이 그 등에 얼른 몸
을 실으며 말했다.
"얼른 도련님과 사랑하고 싶어서 숨 넘어 갈 것 같아."
빗속을 달리듯이 걸음을 재촉하는 진혁의 등에서 하영이 속삭였다.
"도련님, 우리 가끔은 후회할 때도 있겠죠?
그렇지만 도련님도 내 마음과 같을 것 같아. 우린 절대로 서로에게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벌
써 알고 있었어요."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진혁이 하영에게 키스하며 말했다,
"네, 형수님. 제가 형수님께 그대로 들려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우린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운
명이라는 것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