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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화 (124/154)

124화

하지만 이내 그의 얼굴은 야차처럼 무시무시한 표정을 한 채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객잔 2층에서 들려오는 짐승 같은 울부짖음과 신음소리.

분명 서희의 목소리였다.

비담은 더 이상 생각하지도 않고 오욱을 팽개쳐둔 채 그대로 2층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부서진 방문과 그 안에서 벌어진 믿기 힘든 비현실적인 광경에 그대로 얼어버리고 말았다.

“왜...왜지? 도대체 네 녀석이 어째서 서희를...?”

“으윽! 으하아!!”

팽철영은 비담이 뒤에서 지켜본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대로 여인 안에다 자신의 욕망을 쏟아내 버렸다.

그리고 여인의 몸 위에 축 늘어질 찰나, 뼈를 에일 것처럼 살벌하게 전해져 오는 지독한 살기에 저도 모르게 튕기듯 일어나고 말았다.

“누, 누구? 헉!!”

“서...서희를......서희를...”

비담은 서희의 목에 선명하게 나있는 붉은 손자국을 발견하였다. 길게 혀를 빼문 채 이미 절명한 상태로 축 늘어져 있는 서희, 그리고 침상 위를 붉게 물들이고 있는 수많은 혈흔과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그녀의 음부.

비담의 눈엔 서희의 모습과 이런 장면들이 마치 현실이 아닌 환상이나 악몽처럼 너무나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비담은 거대한 둔기로 강하게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머리가 띵하게 비어 버렸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화류선을 날려 그녀의 처참해진 음부 위를 덮었다.

붉게 충혈 된 비담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흐르는 피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그는 그대로 손을 뻗어 허공섭물을 시전 하였다.

비담의 손짓에 따라 팽철영의 몸이 둥실 떠오르더니 자석에 끌려가듯 서서히 그의 앞으로 끌려갔다. 비담은 자신의 앞으로 끌려온 팽철영의 목을 그러쥐더니 고저가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죽고 싶으냐?”

팽철영은 가공할 공포에 숨이 턱턱 막혀와 제대로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혼자 모든 걸 뒤집어쓰기엔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힘겹게 입을 열어 결코 말해서는 안 될 끔찍한 비밀을 털어놓고 말았다.

“내...내가 아니라 시....시봉세 모두가....벌인....크악!!”

대답하기 무섭게 창문을 뚫고 저만치 날아간 팽철영. 바닥에 널브러진 팽철영이 지렁이처럼 꿈틀대며 안간힘을 써보았으나 쉽게 일어서질 못했다.

비담이 목을 움켜쥔 순간 그의 근맥들을 이미 모조리 끊어놓았기 때문이다. 비담은 허공을 밟은 채 천천히 쓰러져있는 팽철영에게 다가갔다.

팽철영은 욕이라도 하며 발악하고 싶었으나 서서히 자신을 옭아매는 차원이 다른 공포에 그저 부들부들 떠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뽀드득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드디어 자신 앞에서 사신의 발자국소리가 멈췄을 때 팽철영의 입을 비집고 엄청난 비명소리가 흘러나와 마을 전체를 덮쳤다.

“크~~~~~~아~~~~~~~~~~~악!!!!!!”

비담의 양손에 세로로 찢어진 팽철영의 몸이 하나씩 들려있었다. 비담은 쓰레기를 버리듯 양손에 들린 팽철영의 몸을 그대로 던져버린 후, 허물어지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딘가 꽉 막힌 비통한 절규와 부들부들 떨리는 그의 몸.

“나....나의 서희가......끝까지 지켜주기로 약속한 사랑하는 내 여인이......으....으윽!!!”

비담의 눈에서 흐르던 피눈물이 마르고, 그의 입 꼬리가 괴기스럽게 말려 올라갔다.

그러더니 파르르 떨리던 그의 눈이 점차 붉게 변하며 눈 전체를 물들였고, 곧바로 이어진 소름끼치는 귀성.

“크~~~~~~~~~~~~~~~~~~악!!! 키히히히!!! 피...피가...필요해.”

비담의 모습은 더 이상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끝없이 피를 갈구하는 혈마귀의 현신,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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