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비담 역시 자신에게 안겨오는 서희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허리를 움직여 사랑을 속삭이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다.
그렇게 방안의 공기가 후끈 달아오르며 열기가 고조될 무렵.
비담은 자신의 하물에서 터질 듯 솟아오르는 느낌에 온 신경이 한 점으로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론상으로만 알고 있던 정액의 사정이 다가왔음을 알았다.
비담은 더욱 속도를 높여 허리를 움직였고, 이내 꽉 막혀 답답함을 호소하던 무언가가 활화산이 터지듯 맹렬히 터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흐흐흠!! 아!”
비담은 세상이 그대로 멈춰버린 듯 부르르 몸을 떨며 그대로 서희의 몸 안에 자신의 정액을 쏟아내었다. 서희는 비담이 그대로 정지한 채 부르르 몸을 떨자 더욱 자신의 음부를 밀착시켜 비담의 양물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안에서 꿈틀대는 비담의 양물을 느끼며 비담의 입술을 찾았다.
비담은 쓰러지듯 서희의 몸 위로 포개졌다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그녀가 얼굴을 부비며 입술을 찾자 맹렬히 빨아들였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느끼며 한동안 떨어질 줄 몰랐다.
비담은 색공을 익힌 이후 처음으로 사정을 한 뒤 위용을 잃고 줄어든 자신의 물건을 서희의 동굴에서 꺼내었다. 축 늘어진 자신의 양물을 바라보며 약간 허무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기에 아무렇지 않았다.
비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엉켜있는 서희의 머리카락을 조심히 쓸어 넘겨주었다. 처음 그녀를 안았던 그날 밤처럼.
“이 순간이 마치 꿈속을 거니는 것처럼 아득하고 기분 좋구려.”
“저도 그래요. 상공의 품에 안겨 있었던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답니다. 그런데 상공? 저 궁금한 것이 있는데...”
“그게 뭐요?”
“이제 상공의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것인지 너무 궁금해서요. 유모를 조르고 졸라 물어보긴 하였는데 감이 잡히질 않아요. 분명 유모 말대로라면 상공께서 부르르 떠시긴 하였는데 확실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그게 왜 궁금한지 물어봐도 괜찮겠소?”
“그, 그야 당연히 상공을 사랑하니까요. 그래서 상공과 꼭 닮은 의젓하고 어여쁜 아이들을 많이 낳고 싶어요. 우리 사랑의 결실이 태어난다면 얼마나 경이로울지...벌써부터 가슴이 이리 두근두근 떨리고 설레는 걸요.”
비담은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그녀를 덥석 안고 말았다.
“흡흡, 사, 상공? 갑자기 그러시면...소, 소녀 다, 답답해서 숨이 안 쉬어진단 말이에요.”
“그대를 만나지 못했더라면...이젠 상상하기조차 두렵고 싫구려. 음, 확답은 못하겠으나 우리가 서로 열심히 노력한다면 그 경이로운 소원을 이루지 않을까 싶소만. 아직 밤은 많이 남았고, 노력은 미진하니 더욱 정진해 봅시다.”
“꺄악! 상공. 갑자기 거길 만지시면...”
“하하하, 우리 사이에 뭐가 부끄러워 그러시오. 그러지 말고 이리 오시오.”
“그, 그래도 너무 부끄러운데...으흠!!”
비담의 손길을 피해 몸을 비틀던 서희는 이내 그의 현란한 기교에 무너져버렸고, 뜨겁고 끈적끈적한 숨을 몰아쉬었다.
비담은 다시 혈기왕성하게 되살아난 자신의 양물을 서희의 동굴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자신이 체득한 방중술 중에 아직 순진무구한 서희가 충격을 덜 받는 것들로 엄선하여 여러 가지 체위를 시도하였다.
처음엔 조금 어색해하던 서희도 차츰 적응을 하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비담의 동작에 맞추어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둘의 머릿속에서 이곳이 흑막의 안가라는 사실은 잊혀져버렸고, 본의 아니게 안가에 묵고 있던 사람들은 밤새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강구하느라 애를 써야만 했다.
다음 날 아침.
비담과 서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듯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식당으로 내려왔다.
모두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이성보는 익히 짐작했다는 듯 껄껄 웃으며 둘을 반겼고, 선화는 괜스레 얼굴을 붉히며 아침인사를 건네었다.
까망이들은 음흉한 미소를 지어 둘을 당혹하게 만들었고, 비담은 짐짓 헛기침을 남발하며 애매한 상황을 유야무야 넘겨버렸다.
오직 전날 밤의 향연을 이해하지 못한 빙루 만이 순진한 표정으로 멀뚱하게 앉아 왁자지껄 떠드는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잠자코 돌아가던 상황을 지켜보던 구인철은 오붓하게 회포를 푼 둘을 골려주고 싶었던지 아침부터 이성보에게 농을 걸었다.
“루주님, 안가의 살림이 걱정이 되어 밤새 잠을 한숨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 돈이 부족하시면 제게 말씀하십시오. 삐거덕 거리는 침상 몇 개 정도는 제 사비로 충당할 수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밤새 요란...읍읍.”
“하하,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 오라버니? 어제 과음을 하시더니 술이 덜 깨셨나 보네요. 호호, 저랑 밖에 나가서 조용히 이야기 좀 나눌까요?”
“읍읍, 아, 아니다. 술 다 깼어.”
“그럼 조용히 아침 드셔요. 알았죠?”
화들짝 놀란 서희가 급히 구인철의 입을 막고는 눈에 불을 켜고 쳐다보았다. 구인철은 별일 아니라는 듯 눈웃음을 지었다가 쌍심지를 켠 서희를 마주하곤 서둘러 입을 닫았다.
약간의 무력을 사용하여 구인철을 봉쇄한 서희가 아무렇지 않은 듯 모두를 휘 둘러보더니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까망이들 역시 농을 걸려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당한 대주의 전철을 상기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게 소란스러움이 정리되고 모두들 모여 아침식사까지 마친 뒤, 비담과 구인철, 이성보가 한자리에 모여 앞으로의 일을 의논했다.
“그나저나 황제까지 나서서 공자님의 뒤를 쫓는다면 일이 생각보다 복잡해지겠군요. 앞으로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우선은 황제의 눈을 피해 움직여야지요. 황제의 성정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아마도 저랑 했던 약속은 지키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우선 급한 대로 어떻게든 사도련과 오정회부터 손을 본 연후에 잘나신 그 양반도 한 번 물 먹일 생각입니다. 다시는 무림을 넘보지 못하도록 말이지요.”
“혹시 생각해두신 묘책이라도...?”
“우선은 사도련부터 칠 생각입니다. 황궁과의 끈이 떨어졌으니 이제는 무림을 도모하는데 집중하겠지요. 그래서 우선 그들의 자금줄부터 말릴 생각입니다.
그 일은 서희와 매영, 그리고 제가 가서 처리하겠습니다. 부흥상회를 와해시킨 연후에 사도련의 본진을 곧바로 친다면 많이 당황하겠지요. 아마도 이리 빨리 우리가 쳐들어올 거라고는 예상조차 못하고 있다가 큰 피해를 당할 것입니다.
속전속결. 지금이 사도련을 분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허나 사도련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만만한 단체가 아닐세. 그동안 극현도 그 자의 계략과 강자존의 논리에 의해 사도의 세력이 하나로 결집되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중이야.”
“저도 알고 있습니다. 물론 단일 세력으로 사도련을 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허나 무림의 모든 문파들이 사도련을 겨냥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물론 현 무림이 1차 정사대전의 피해를 복구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라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사도련이 타격을 입은 지금이야말로 최적기입니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고 시간이 흐르면 무림은 또다시 저들의 계략에 이용당한 채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그러다 결국 황제의 좋은 먹잇감이 되겠지요.”
“그럼 무림의 세력들이 모두 사도련을 겨냥하게 만들 묘책이라도 있으신지요?”
“우선 흑천맹의 모든 세력은 형님께서 책임져 주십시오. 이와 같은 정황을 흑천맹주이신 아버님께 설명한다면 흔쾌히 허락해 주실 것입니다. 운이 좋으면 천마신교의 조력까지 얻어낼 수 있겠지요. 그럼 형님께서는 그 세력을 인솔하셔서 본진으로 오는 사도련의 구원군들을 중간에 끊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저는 부흥상회를 지워버린 다음 바로 정도맹으로 떠나겠습니다. 그들 역시 정사대전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절치부심 복수를 꾀하고 있을 것이니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우선은 힘을 모아 사도련을 제거한 후 흑천맹과 함께 무림을 양분할 수 있다하면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물론 그들에게도 흑천맹과 똑같이 구원군을 차단하라 부탁할 생각입니다.
그래야 형평성에 맞을 테니까요.”
“그, 그럼 사도련의 본진은 홀홀단신 혼자 쳐들어갈 생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