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7화 (87/154)

87화

그리고 사흘 후.

재촉한 덕분에 마차는 단 사흘 만에 북경에 도착하였다. 제국의 수도답게 북경은 다른 여타의 도시들과 다른 엄청난 규모와 성세를 자랑했다. 북경이 처음이었던 비담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도시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서동의 신분에 충실한 매영이 촌놈임을 자랑하듯 입을 떠억 벌리고 있는 비담을 속으로 조롱하며 성심성의껏 수행하였다.

나름 북경에서 준비할 것이 많았던 남궁헌수는 제갈현아와 함께 외출하였고, 매영의 채근에 노심초사 전전긍긍하며 시일을 늦추던 남궁소미는 결국 버티기를 포기하고 그녀의 손에 최음제를 건네었다.

제갈현아가 거사 전까지는 어떻게든 버티라며 신신당부를 하였으나 모용천까지 들먹거리며 매영이 노골적으로 협박하자 남궁소미로써는 어쩔 수가 없었다.

반면 준비할 것이 없어 한결 여유로운 비담은 아무런 내색 없이 오로지 매영만을 대동한 채 북경의 명소들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고, 그렇게 북경에서의 이틀째 밤을 맞이하게 되었다.

백보지 제갈현아는 세가에서 비밀리에 준비한 화탄인 ‘섬응탄(閃應彈)’의 인수를 위해 정신없이 동분서주하였다. 화탄은 개인이 사사로이 취급할 수 없는 금수물품이었다.

나라에서 엄격히 금하고 적발 시 역모에 준하는 중죄를 피할 수 없었기에 제갈현아의 움직임은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고, 매영에 대한 감시 역시 느슨해지고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따라다니던 집요한 감시의 시선이 느슨해진 것을 파악한 매영은 그 틈을 이용해 남궁소미에게 얻은 최음제를 비담의 차에 몰래 넣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늘 해왔던 대로 비담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고 방을 빠져 나갔다.

매영은 깍듯이 인사를 건넨 후 다분히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비담의 의심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겉으론 전혀 내색하지 않고 잔뜩 날을 세운 채 모두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비담을 속일 수는 없었다. 비담은 남궁소미의 부탁을 통해 자신의 서동으로 들어온 사내아이를 가장 눈여겨보며 관찰하고, 감시하고, 의심했던 것이다.

눈을 감고 살짝 차 맛을 음미하던 비담의 눈이 번쩍 떠지며 그동안 기다렸던 보람이 드디어 나타났다.

‘오호라. 온몸의 기감과 반응으로 보아 저번에 당했던 최음제와 똑같은 성분이다. 그때는 분위기와 술에 취해 허망하게 당했지만 오늘은 결코 네 년의 장단에 맞춰 놀아줄 생각이 없으니 각오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 차를 준비해서 가져온 것이 서동임을 감안할 때 남궁소미 그 년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린 게 틀림없어. 그럼 최음제에 당한 것처럼 연극을 한 후 그년의 정기를 야금야금 뽑아버리는 것이 좋겠구나. 마음 같아선 당장 그년의 음부를 거덜 내고 싶으나 아직 황궁을 좀먹고 있다는 쥐새끼들을 처단하기 위해서라도 잠시 내버려 둘 수밖에. 그래도 정기가 훼손된 만큼 수명이 단축될 것이고, 나중엔 반드시 여자구실 못하게 만들어줄 것이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라.’

비담은 자신의 손에 들린 찻잔 속에서 잔잔히 파문을 일으키며 흔들리는 찻물을 향해 ‘용염제(鎔焰啼)’를 시전 하였고, 어느 순간 찻물은 기화되어 허공으로 증발해버렸다.

비담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깨끗이 비워진 찻잔 속을 응시하였다.

‘후후, 위선이라는 허울과 가면을 뒤집어 쓴 네년이 자초한 일이다. 길천 형님께서 정기를 흡수하는 일은 한사코 말리셨으나 나는 그리 아량이 넓지 못하니 이해하거라. 애초에 나를 건드린 어리석음에 대한 대가니 달게 받도록.’

비담은 자신을 향해 음흉한 속내를 숨긴 채 다가올 남궁소미를 향해 내공을 살짝 역류시켰다. 혈류의 흐름에 따라 기경팔맥을 원활히 돌고 있던 기운이 역류하면서 비담의 온몸이 붉게 달아올랐고, 체온 역시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이제 외관상으론 누가보아도 최음제에 당한 것과 똑같은 현상이 비담의 몸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일각의 시간이 흐르고, 의문의 그림자 하나가 방문을 살포시 열고 들어왔다.

끼이익

침상위에 쓰러져 있던 비담은 짐짓 최음제에 당한 듯 가쁜 호흡을 내뱉으며 온 몸을 비비꼬았다. 그러면서 흐리멍덩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의문의 그림자를 응시하였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서있자 비담은 속으로 당황하고 말았다. 창문을 뚫고 들어온 달빛에 비쳐진 그림자는 놀랍게도 서동이었던 것이다.

‘뭐, 뭐지? 차에 최음제를 탔다는 것은 교합을 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남궁소미나 다른 여인이 들어와야 되거늘 어찌하여 사내아이인 서동이 들어온 것이지? 그리고 내 예상대로라면 남궁소미가 들어와야 마땅하거늘.’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와중에도 비담의 머리는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북경에 도착하여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남궁소미가 몇 번 동침을 할 것이라 예상하며 준비하고 있었는데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그렇게 비담이 자신의 예상을 훌쩍 벗어난 의외의 인물과 상황에 대해 고심하고 있을 무렵.

서동으로 변한 매영의 전신에서 사이한 기운과 함께 몽롱한 안개가 피워 올랐고, 점차 안개에 휩싸인 그녀의 육체가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비담은 자신의 눈앞에 안개가 피어오름과 동시에 서동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교태를 좔좔 흘리는 요염한 여인이 색기를 줄줄 흘리며 나타나자 생각할 것도 없이 그냥 덮쳐버렸다.

자신은 지금 최음제에 중독된 상태이기에 여인을 보면 무조건 덮치는 것이 의심을 피할 수 있는 가장 똑똑하고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한 것이다. 자신을 향해 짐승처럼 달려드는 비담을 보며 매영은 무엇이 그리 유쾌한지 짜랑짜랑한 교소를 터트리며 크게 웃었다.

“호호호, 영감탱이의 실력이 정말 보통이 아니구나. 도대체 뭘 섞어 최음제를 만들면 이리도 효과가 탁월한 것인지 모르겠어. 아주 발정난 개처럼 달려드는 꼴이라니. 마차 안에서 그리 무게를 잡고 앉아 있던 놈과 동일인이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하겠냔 말이지. 좋아, 오늘밤 우리 뜨겁게 보내며 미진했던 지난날의 과제를 끝마치자고.”

매영은 헉헉거리며 자신의 옷을 거칠게 잡아 뜯는 비담의 손길을 환영하듯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비담은 이지를 상실한 채 오로지 색정에 눈이 멀어 달려드는 것처럼 완벽히 연기하였다.

부우욱

비담의 손이 우악스럽게 매영의 상의를 찢어발김과 동시에 그녀의 가슴가리개 역시 거칠게 잡아 당겼다. 수밀도처럼 탐스럽게 익은 그녀의 가슴이 비담의 눈앞에 튀어 오르듯 나타났고, 비담은 사막 한 가운데서 조난을 당해 며칠을 헤매다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람이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듯, 그녀의 가슴과 유두를 입 안 가득 물고 거칠게 빨기 시작했다.

매영은 자신의 가슴을 물고 정신없이 빨고 주무르는 비담의 머리를 더욱 잡아당기며 흥분으로 고조된 신음을 마음껏 뱉어냈다.

“하아! 아악! 흐음~ 좋아, 그래 더 거칠게 다뤄줘. 지금 이순간은 당신 마음대로 해도 좋아.” 

매영은 저번 비담과 동침을 했을 때 느꼈던 짜릿한 쾌감이 되살아나며 묘한 열기와 흥분으로 급속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거칠고 우악스러운 사내의 힘에 겁탈당하는 이 상황이 더욱 그녀의 욕정을 끌어올렸다. 비담은 얼음처럼 차가운 이성을 유지한 채 매영을 뜨거운 불구덩이 속으로 점점 밀어 넣었다.

‘네 년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분명 호의를 가지고 내게 접근하지는 않았을 터. 서동의 신분으로 위장하여 내 옆에 붙어 감시를 한 것으로 미루어 남궁가의 빌어먹을 년놈들과 분명 연관이 있을 것이다. 오늘 아주 제대로 꽃밭을 거닐게 해줌은 물론 더불어 네 년의 수명까지 단축시켜주마.’

볼록하게 솟은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비담의 눈동자가 스산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비담은 그녀의 음부 주변으로 ‘용염제’를 시전 하여 음부주변의 혈류량을 증가시켰고, 더불어 ‘적시’까지 시전 하여 그녀의 성감대가 어디에 분포되어 있는지를 파악했다.

잠시 후 붉게 충혈 된 비담의 눈이 자신의 눈보다 더욱 붉은 색으로 달아오른 매영의 음부주변에 꽂히면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거 아주 음탕한 계집이로군. 음부 주변에 분포된 기운으로 보아 수준급의 음양교합술을 익혔고, 그걸 바탕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내와 동침한 흔적이 보이는구나. 역체변용술을 어린아이 장난하듯 펼치는 것도 그렇고, 쌓여 있는 내공수위를 보았을 때 화경 급에 근접한 고수가 분명해. 그렇다면 기녀는 아니라는 말인데 어째서 이정도 수준의 무인이 남궁가의 개노릇을 하고 있는 거지? 도대체 뭐가 아쉬워 이만한 고수가 나를 회유하는 미끼로 쓰이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으니. 뭐 아무튼 제대로 조져놓는 것이 우선이니까. 어디보자...유독 붉은 빛이 강렬한 성감대는 항문과 겨드랑이, 그리고 목이로군. 후후, 제대로 미쳐보아라.’

비담은 맹렬히 빨던 유방과 유두에서 입을 뗀 후, 그대로 그녀의 목덜미를 핥기 시작했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비담의 혀로 인해 매영은 저번에 느끼지 못했던 몽글몽글 간지럽고, 아지랑이처럼 전신을 타고 흐르는 뜨거움에 거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토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아! 너무 좋아. 새털처럼 가볍고 뜨거운 이 느낌이 너무 좋아, 이리와! 조금 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

매영은 열심히 자신의 목덜미를 애무하는 비담의 얼굴을 끌어당겨 자신의 붉은 입술을 그의 입술에 그대로 포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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