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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화 (81/154)

81화

“휴우, 구름 위를 거닐 듯 몽롱한 기분에 정신을 못 차리겠구나. 그나저나 정말 재미난 녀석이군. 최음제에 취해서도 할 짓은 다하니 이해를 할 수가 없네. 보통 사내들은 한번 발정이 나면 무조건 양물부터 밀어 넣고 보거늘 도대체 이 녀석은 바쁘고 위급한 그 와중에도 빨 것 다 빨고, 핥을 거 다 핥고, 주무를 거 다 주무르고, 넣는 거 빼는 거 하나를 잊지 않고 다 하는군.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허리의 움직임과 양물의 강도는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그건 그렇고 무거우니까 그만 내려와라 이 새끼야.”

치미는 의혹에 스스로 질문과 생각들을 쏟아내던 매영이 그제야 자신의 몸 위로 실리는 무게감에 불쾌함을 드러내며 비담을 거칠게 옆으로 밀어버렸다.

그러자 자신의 동굴 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비담의 양물이 빠져나오며 매영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다.

“뭐, 뭐야? 내 위에 축 쳐져 있기에 사정하고 늘어져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이게 무슨 조화지?”

매영은 천장을 향해 위풍당당 고개를 쳐들고 있는 비담의 양물을 보며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기쁨과 만족을 도둑맞은 기분이었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던 매영은 급기야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뻗어 비담의 양물을 덥석 쥐더니 한 손에 내공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푸르스름한 기운이 줄기줄기 뻗어 나오며 유형의 강기가 손톱 끝에 맺히며 형상화 되었다.

하지만 한참을 망설이며 주저하던 매영은 이내 손끝에 맺혀있던 강기를 흔들어 없애버렸다. 그와 동시에 험악하게 일그러져있던 매영의 얼굴도 다시 본래대로 돌아왔다.

매영은 한손에 비담의 하물을 움켜쥔 채 씹어 뱉듯 한 글자 한 글자를 토해냈다.

“이리 뻗치며 발광하는 녀석은 잘라본 역사가 없으니 잠시 붙여두마. 하지만 여기서 끝날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옆방에 고이 쓰러져 있는 저 년을 이용하여 너의 하물을 반드시 잘라버리고 말테니. 후후후.”

매영의 눈이 사악함으로 물들며 혼절한 비담을 노려보았다.

혼절한 비담에게서 눈길을 거둔 매영은 침상의 이불을 몸에 두르고 남궁소미가 있는 옆방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수혈이 눌려 곤히 잠들어 있는 남궁소미의 점혈을 푼 후 따귀를 쳐 깨웠다.

짜~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잠들어 있던 남궁소미가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하지만 아직 마혈은 눌려 있는 상태라 몸을 자유로이 움직이지 못한 채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다 자신의 눈앞에 생면부지의 이불을 둘러쓴 여인이 재미있다는 얼굴로 쳐다보자 더 당황하고 말았다.

“많이 놀란 모양이구나? 어찌된 영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어리둥절한 표정이고.”

“누, 누구냐...?”

“너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지. 옆방에 있는 사냥감은 내가 요리했으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고.”

“옆방의 사냥감이라니?”

“호호, 네 년과 망할 영감탱이가 꾸민 계획에 따라 최음제를 양껏 들이키고 해롱거리던 모자란 녀석 말이다.”

“어, 어떻게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그냥 넘어가고. 중요한 것은 내가 한 요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 지금 분이 안 풀린다는 것이야. 나는 여태껏 점찍은 사냥감을 놓친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 그래서 말인데 네년이 나를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누구인지 몰라도 우리의 일을 방해하고 계획을 망친 너를 왜 도와야하지?”

“사랑과 명예를 지키고 싶다면 내가 하자는 대로 따르는 게 신상에 이로울 텐데?”

“그게 무슨 말이냐?”

“하여튼 사내나 계집이나 멍청한 것들을 상대하려면 피곤하다니까. 한번만 말할 테니 알아서 잘 판단하거라. 우선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까? 다른 이의 몰락과 치부에 환장하는 모사꾼들이 쌍수를 들며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겠지? 그럼 정파 무림을 이끌어간다는 공명정대한 세가가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난도질당하는 것은 예삿일일 것이며 검황을 비롯해 너희 남궁세가가 씻지 못할 불명예를 얻고 그 더러운 멍에를 자자손손 대물림해야 될 것이다.

그리고 나를 돕지 않으면 너는 세가의 몰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네가 마음에 담고 있는 모용가의 녀석도 제대로 망가뜨려 돌려주마. 몸과 마음 모두 말이다.”

“지금 나를 협박하는 것이냐? 증조할아버지와 남궁가를 어찌 보고 그런...”

“협박? 아직도 상황파악이 제대로 안 되는 모양이구나. 어디서 씨알도 안 먹힐 알량한 그 세력과 간판을 들이밀고 싶나본데. 후후, 그럼 잠깐이나마 감상해 보거라.”

매영은 발끈하며 덤비는 남궁소미를 향해 자신의 독문절학인 역체변용술을 시전 하였다.

순간 사이한 안개가 몽글거리며 매영을 감싸더니 순식간에 그녀의 모습을 바꾸어놓았다. 침상에 쓰러져 있는 남궁소미와 한 치의 어긋남 없이 똑같은 얼굴이었고, 더불어 스르르 흘러내려간 이불 안에 숨어있다 드러난 알몸 역시 완벽하게 재현해 내었다.

심지어는 목소리까지 판에 박은 듯 닮아있었다. 남궁소미는 역체변용술이 무림에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눈앞의 여인처럼 애들 장난하듯 펼친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었고, 그 짧은 시간에 이렇듯 완벽하게 펼칠 수 있다는 사실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놀라움에 입을 쩌억 벌린 남궁소미를 향해 매영은 기분 좋은 웃음을 날렸다.

“호호호,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한껏 뜬 네 모습이 아주 가관이구나. 자, 이제 감이 좀 잡히나?”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네 년의 놀란 얼굴이나 보자고 힘들게 모습을 바꾼 것이 아니니 너저분한 감상평은 집어치우고 어서 결정을 내려라. 나를 도울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사랑과 세가의 미래를 동시에 잃을 것인지.”

“만약 내가 거절한다면......?”

“꼭 듣고 싶다면 가르쳐주지. 우선은 모용가의 녀석부터 손봐줄 생각이다. 아마도 그 녀석은 감쪽같이 속아 어설픈 밀어나 속삭이며 신나게 나를 안고 뒹굴겠지? 그런 연후 그 녀석의 하물을 잘라버릴 생각이다. 그럼 평생 너를 원망하고 저주하며 죽이려 혈안이 될 거야. 볼 만한 구경거리인데 조금 아쉽기도 하구나.

아무튼 모용가의 녀석을 그렇게 처리한 후 너 역시 폐인으로 만들어 버릴 거고, 그런 다음 입이 싼 호사가들에게 슬쩍 소문을 흘리고 나는 꼭꼭 숨어버릴 것이다. 아무리 세가의 역량과 인맥을 총동원하더라도 작정하고 숨어버린 나를 찾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것이니 괜한 상상은 하지 말도록.

그리고 한 가지 충고를 덧붙이자면 만약 나를 돕는 척 하면서 꿍꿍이를 꾸미다 걸리면 방금 말한 대로 대가를 치르도록 해 줄 것이니 자신 있거든 시도해 보거라.

한 번에 나를 죽이지 못할 거라면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대충 궁금증은 풀렸을 테니 이제 선택을 하실까?” 

스산한 살기를 피워 올리며 결정을 강요하는 매영의 모습에 남궁소미는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도, 돕겠다.”

“좋아, 아주 현명한 선택을 내렸어.”

“내가 어찌하면 되느냐?”

“우선은 원래의 계획대로 모자란 저 녀석 옆에 누워 아침을 맞이하거라. 저 녀석이 너에 대한 미안함과 죄스러움을 가져야 한결 일이 수월하게 풀릴 테니까. 그런 연후 조그마한 사내아이로 변한 나를 서동(書童)으로 소개하여 저 녀석을 따라다닐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면 된다. 그럼 우리의 동업자 관계는 원만하게 계속 유지되는 것이지.”

“흐음, 알겠다.”

“참, 그리고 늙은이에게 말해 오늘밤 사용했던 약과 동일한 약을 만들어 내게 가져오너라. 양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 적당한 핑계를 대고 구해놓는 게 좋을 것이다. 앞으로 요긴하게 사용할 물건이니 행여나 장난칠 생각은 하지 말고.”

“알았으니 대신 모용오라버니와 세가는 절대 건드리지 않겠다고 한 약조는 반드시...”

“후후, 네가 먼저 동업을 파기하지 않는 이상 나 역시 철저히 지킬 것이니 걱정말거라. 그럼 연락 기다리지.”

매영은 날카롭게 날이 선 손톱의 강기를 이용해 남궁소미의 포박을 끊어주었고, 그녀의 점혈 당한 마혈 역시 풀어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묵고 있는 장소만 남긴 채 방안에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남궁소미는 신출귀몰한 매영의 솜씨에 혀를 내두르며 조금씩 고개를 치켜들던 생각들을 후다닥 지워버렸다. 괜히 어설프게 시도하기엔 실패했을 때의 대가가 너무나 가혹했기에.

남궁소미는 미혼제에 취해 정신없이 곯아떨어진 비담 옆에 자신의 몸을 뉘였다. 그리곤 초대하지 않은 괘씸한 손님의 정체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생각하며 긴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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