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화
제 9 장 천면요희(千面妖姬) 매영(魅零)
들뜬 마음으로 한껏 치장한 남궁소미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객잔을 나섰다. 그런데 남궁소미가 객잔을 나서는 순간 부지런히 식탁을 닦고 있던 점소이 아삼의 눈빛이 묘하게 빛나더니 그녀의 뒤를 조용히 밟기 시작했다.
객잔 주인이 근무지를 무단이탈하는 아삼을 목청껏 불렀으나 뭐에라도 홀린 듯 객잔을 빠져나가는 아삼을 붙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저 녀석이 뭘 잘못 먹었나? 저녁에 뒷간 다녀온 뒤부터 이상하네. 아무튼 내일 나타나기만 해봐라. 아주 단단히 혼을 내줘야겠어. 요즘 잘 한다 잘 한다 칭찬을 해주며 풀어줬더니 주인어른을 우습게 알아도 유분수지. 에이.”
객잔주인은 어이없는 얼굴로 아삼이 닦다만 식탁으로 다가가 구시렁거리며 마저 일을 끝마쳤다.
객잔의 점소이 하나가 자신의 뒤를 슬그머니 따라오는지도 모르고, 남궁소미는 증조할아버지가 일러준 대로 오정회의 낙양분타가 있는 이가장으로 향했다. 이가장에 도착한 남궁소미는 자신의 신분을 밝힌 후 문지기의 안내를 받으며 모용천이 묵고 있는 숙소로 이동하였다. 숙소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남궁소미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두근거리며 뛰었다.
‘아, 오라버니를 뵌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구나. 그날 밤 팽 오라버니가 당했다는 소식만 듣지 않았어도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었는데. 아무튼 철영 오라버니는 내 인생에 도움이 안돼요. 오늘은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기필코 오라버니의 품에 안기고 말거야.’
숙소까지 안내한 문지기가 읍을 한 후 물러갔고, 문 앞에 혼자 남은 남궁소미가 길게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조용히 모용천의 이름을 불렀다.
“모용 오라버니, 안에 계세요?”
“누구십니까?”
“저 남궁소미예요.”
“소미? 자, 잠시만 기다리거라.”
안에서 우당탕 급박한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말끔하게 단장한 미청년이 웃음을 한껏 머금은 채 문을 열고 나타났다.
“이게 얼마만이냐? 밖에 그리 서있지 말고 어서 안으로 들어오너라.”
“고맙습니다.”
수줍게 인사를 건넨 남궁소미가 성큼 모용천이 묵고 있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주위를 한 번 스윽 둘러본 모용천이 잽싸게 문을 닫았다.
방안에 마주앉은 둘은 사랑이 듬뿍 배인 눈빛으로 서로를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뚫어져라 자신을 응시하는 모용천의 시선에 볼을 발그레 물들인 남궁소미가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힐난하듯 앙탈을 부렸다.
“아이, 자꾸 그리 쳐다보시면 제가 부끄럽잖아요. 그러다 제 얼굴 닳겠어요. 가가.”
“하하하,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 눈을 뗄 수 없구나. 그리고 조금 닳으면 어떠냐? 앞으론 내가 평생 너를 책임질 것이니 상관없다. 그나저나 검황 어르신께서 만사 제쳐놓고 낙양으로 달려오라 하신 까닭을 이제야 알겠구나. 나는 무슨 큰일이 생긴 줄 알고 오는 내내 바싹 긴장했는데, 알고 보니 이리 아리따운 선녀를 만나게 해주시려는 깊은 뜻이 숨어있었어.”
“호호, 저도 증조할아버님이 선물을 준비했다 하셨을 때 많이 놀랐답니다.”
“흐흠, 남궁소저. 그렇다면 할아버님이 준비하신 선물에 만족하시오? 행여 마음에 차지 않는다 하여 함부로 내다 버리거나 돌려보내면 안 된다오. 이미 받았으니 무조건 열어보고 사용해야 한답니다. 반품불가! 아시겠소?”
평소의 단정하고 근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익살스런 표정으로 장난을 치는 모용천을 보며 남궁소미는 그만 자지러지게 웃음을 터트렸고, 모용천 역시 즐겁게 따라 웃었다.
한동안 방안을 맴돌던 웃음소리가 잦아들자 모용천이 너무 웃느라 눈물까지 맺힌 남궁소미의 눈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을 내보였다.
“보고 싶었다. 마치 하루가 백년인 듯 더디 흘러가 미치는 줄 알았어.”
진심이 담긴 모용천의 사랑고백에 남궁소미 역시 웃음기 지운 촉촉한 눈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다.
“저도 모용가가를 그리며 하루하루 보냈답니다. 사랑해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둘 사이로 아지랑이처럼 기이한 열기가 피어났고, 불꽃처럼 타오르는 열망을 잠재우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모용천이 남궁소미의 손을 잡고 침상으로 이끌었다.
아무런 저항 없이 자석에 이끌리듯 끌려오는 남궁소미를 침상에 앉힌 모용천이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으음!”
남궁소미가 짧은 탄성을 속으로 삼키며 모용천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부드러운 입술과 혀의 감촉을 음미하며 둘은 그렇게 한동안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다. 처음의 수줍음이 사라진 남궁소미 역시 모용천의 움직임에 화답하듯 적극적으로 혀를 움직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달뜬 신음소리와 가빠진 호흡으로 방안엔 훈풍이 불었고, 미진했던 지난날의 아쉬움을 만회하려는 듯 모용천의 손이 영민하게 움직이며 남궁소미의 앞섶을 부드럽게 풀어헤쳤다.
남궁소미는 서로의 입술을 탐닉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상체를 비틀어 모용천이 자신의 옷을 벗기기 한결 수월하도록 도왔다.
남궁소미의 상체를 감싸고 있던 자줏빛 비단 상의가 어깨를 따라 옆으로 흘러내림과 동시에 쇄골 아래로 뽀얀 가슴을 질끈 동여맨 가슴가리개와 그 안에 숨어있던 깊은 가슴골이 드러났다. 모용천은 부끄러운 듯 눈을 뜨지 못하는 남궁소미의 귀에 거칠어진 호흡을 토해내며 그대로 자신의 손을 가슴가리개 사이로 밀어 넣었다.
손끝으로 전달되는 남궁소미의 부드럽고 탱탱한 가슴의 감촉에 모용천은 입안의 침이 바싹바싹 마르는 것을 느꼈고, 급기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대로 가슴가리개의 중앙부분을 끊어버렸다.
비단가리개에 눌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던 그녀의 가슴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듯 튀어 올랐고, 모용천은 한결 거칠어진 손길로 그녀의 가슴을 정신없이 주물렀다.
적당히 물이 오른 그녀의 탱글탱글한 가슴이 모용천의 손안에서 요동치듯 흔들렸고, 끝에 달린 붉은 열매는 폭풍을 만난 듯 애처롭게 흔들렸다.
이제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모용천은 흡사 짐승처럼 거친 숨을 토해내며 그녀의 가슴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아! 하아!”
남궁소미는 자신의 가슴을 떡 주무르듯 거칠게 다루는 모용천의 목을 끌어안으며 조금씩 동반되는 고통을 인내하였다.
모용천은 가슴을 주무르는 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았는지 남궁소미의 치마를 우악스럽게 벗겼고, 한 장 남은 그녀의 속옷마저 그대로 벗겨버렸다.
희미하게 방안을 파고드는 달빛이 부끄러운 듯 다리를 오므린 남궁소미의 음부를 비추었고, 서둘러 옷을 벗어던진 모용천이 저돌적인 자세로 애처롭게 떠는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잔뜩 성이 나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자신의 하물을 그녀의 계곡사이로 밀어 넣었다.
“아악!”
뜨거운 불기둥이 자신의 하부를 파고드는 고통에 남궁소미는 고통에 겨운 비명을 질렀고, 질끈 감은 눈 위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제 나는 모용오라버니의 여자야. 평생 오라버니 곁에서...아악! 너무 아파요, 오라버니. 조금만 살살...’
자신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의미를 부여하던 남궁소미는 줄어들지 않는 고통에 결국 생각을 접고, 더욱 애처롭게 모용천을 붙들었다.
모용천은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기 위해 더욱 거칠게 물건을 움직였고, 남궁소미의 음부에서 흘러나온 붉은 물이 계곡주변을 물들이고 침상의 이불을 적셨다.
“하아! 하아!”
“아아! 아악! 으윽!”
반각도 채 되지 않았는데 땀이 송글송글 맺힌 모용천과 고통에 겨워 어쩔 줄 모르는 남궁소미의 신음소리가 높아지며 방안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용천이 의미를 알 수 없는 장탄식을 터트리며 움직임을 정지했고, 그대로 남궁소미의 음부 안에 자신의 정액을 쏟아 놓았다.
“으으음!!”
남궁소미는 자신의 내부에서 요동치며 흔들리는 모용천의 물건을 느끼며 숨죽였고, 그대로 자신의 가슴위로 쓰러지며 안기는 모용천의 넓은 등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그리곤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또 흘러나오는 자신을 발견하며 가슴이 뻥 뚫려버린 듯 시큼한 감정에 어찌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었는데 왜 이런 감정이 드는지 도대체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