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3화 (63/154)
  • 63화

    한편 방을 옮긴 비담은 오늘 기꺼이 자신을 위해 수고로움을 마다않고 도와준 선화를 위해 가진바 역량을 총동원하여 최고의 색공을 선사해 주는 중이었다.

    인철과 기녀를 남겨두고 다른 방으로 옮긴 비담은 하얗게 빛나는 선화의 나신을 감상하다 잘록한 허리를 격하게 끌어당겼다. 선화는 최고의 색공을 지녔다는 비담과 동침을 하게 된 사실에 마냥 들떠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하아! 공자님. 뜨겁게 달아오른 제 몸을 어서 식혀주세요.”

    비담은 시청각교육을 할 때와는 사뭇 다르게 적극적으로 색공을 시전 하였다. 엄연히 따졌을 때 선화는 일반 기녀가 아닌 흑막이란 조직의 고위급 간부였다.

    비담이 흑막에 베푼 은혜와 전설적인 색성 길천의 후인이란 사실에 선화는 강한 호기심을 느꼈고, 한번 안겨보겠다는 일념 하에 지난번 어렵사리 부탁하여 자리를 마련했건만 팽철영 때문에 흐지부지 끝나 버려 못내 아쉬워하다가 오늘에서야 드디어 그 소원풀이를 하게 된 것이다.

    이미 시청각교육을 하는 동안 몸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선화가 적극적으로 안겨왔고, 비담 역시 마다하지 않고 안겨오는 선화를 강하게 끌어안고 뒹굴었다. 비담은 흡정색공에 따라 적시를 시전 하고, 천수와 역어까지 아낌없이 섞어가며 선화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번엔 중간에 멈추는 일 없이 천와주의 강도까지 조절해가며 ‘3단 절정’까지 오르게 만들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방안의 공기만큼이나 절정의 환희에 몸부림치던 선화의 색기까지 알차게 흡수한 비담이 만족한 듯 선화의 나신을 쓸어주었다.

    “후후, 만족하셨소?”

    “하아! 하아! 아직도 공자님의 물건이 제안에서 꿈틀대는 것만 같습니다. 찌르르 울리는 물결이 파도치는 이 느낌을 뭐라 형용해야 할지 알 수가 없네요. 고맙습니다. 여인으로써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맛본 오늘밤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옵니다.”

    “아니오. 당신이 도와준 것에 비하면 이건 소소한 보답에 불과하오. 아무튼 어려운 부탁을 선뜻 들어주셔서 고맙소.”

    비담은 거듭 사의를 표하며 아직도 호흡을 가다듬지 못하고 헐떡대는 선화를 다시 안아주었다. 또 다시 방안에는 열락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고, 지칠 줄 모르는 비담으로 인해 둘은 그렇게 밤새 침상을 벗어나지 않고 즐겼다.

    다음 날 아침.

    인철은 밝게 웃는 얼굴로 비담을 맞이하였다.

    “하하하, 잘 잤는가?”

    “저야 밤을 지배하는 제왕 아닙니까. 그나저나 형님께서는 잠을 못 이루신 것 같습니다만...”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새는 줄 모른다더니 내가 딱 그 짝이로세. 자네가 가르쳐준 기술들을 밤새 복습하고 연습하느라 난 한 숨도 이루지 못했다네.”

    “그래도 피곤한 기색은 없으시네요. 나름 즐거우셨나 봅니다.”

    “사실 자네니까 말하는 것이네만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알게 되었는지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도 드는 중이라네. 그동안 무공에만 미쳐 보낸 세월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네만 그래도 조금 아쉽기는 하더군.”

    “후후, 그것이 바로 삶의 진리 아니겠습니까. 한쪽으로만 너무 치우쳐도 안 되는 법이지요. 가끔은 적당히 즐기기도 하고 삶의 환희와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도 괜찮답니다. 뭐 조금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라도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지극한 기쁨 중에 한 가지를 맛보셨으니 다행이지요.”

    “하하하, 자네는 정말 알면 알수록 신기한 구석이 많단 말이야. 이럴 때 보면 꼭 세상 살 만큼 산 노인들이 손자들 앉혀 놓고 삶의 지혜를 들려주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으니.”

    “후후, 형님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사실 제 상단전에는 형님께서 말한 그런 분이 머물고 계시다는 것을요.”

    “아! 내가 깜빡했구먼. 도색성 길천 어르신이라 했는가? 어떤 분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대단한 분임에는 틀림없으이. 이번에 남녀 간의 일을 겪으며 그분의 발상이 얼마나 뛰어나고 대단한 것인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네. 그리고 천마 할아버님과도 같은 시대를 사셨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지는구먼.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인사를 드려야 되겠어. 무림의 후배로서 당연한 예의가 아니겠는가.”

    “알겠습니다. 아마 어르신께서도 형님의 인사를 흔쾌히 받으실 것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자리를 마련하지요.”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아침을 함께 든 비담과 인철은 곧 부족한 잠을 채우기 위해 각자의 방으로 이동하였다.

    흑막주 이성보가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길 기다리며 취선루에서의 생활은 이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었다. 부족한 잠은 오전에 해결하였고, 오후에는 빙루와 함께 바깥나들이를 하며 보냈다.

    그리고 밤이 찾아오면 인철은 기녀를 상대로 열심히 기술들을 연마하였고, 비담 역시 빙궁과 까망이들을 상대로 드잡이 질하며 탕진한 내공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선화와 동침을 하며 색기를 내공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벼룩도 낯짝이 있던 터라 비담은 자신이 지닌 전낭을 마음껏 풀어 가급적 취선루의 살림엔 누가 되지 않도록 하였다.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하기 전까진 그렇게 아무런 근심 없이 일주일이란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달콤한 잠에 빠져있던 비담의 방으로 헐레벌떡 찾아온 선화가 한 통의 서찰을 내밀었고, 비몽사몽 눈을 부비며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비담의 정신이 찬물을 뒤집어쓴 듯 확 깨고 말았다.

    “언제 도착한 것입니까?”

    “방금 전에 도착하였습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아무래도 형님과 상의를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잠시만 여기 머물러 계십시오.”

    비담 역시 편지의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서둘러 방을 빠져나가 곤히 잠들어 있는 인철을 인정사정없이 깨웠다. 정신없이 꿈나라를 헤매고 있던 인철 역시 탱탱 부은 눈을 힘겹게 떠 다짜고짜 내밀어진 편지를 읽어 내려갔고,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이게 정녕 사실인가?”

    “선화가 저리 당황한 모습은 처음입니다. 선화의 상태를 보고 짐작하건대 흑막주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습니다. 자세한 내막을 알기 위해서라도 선화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서 제 방으로 가시지요.”

    “그게 좋겠군. 나 역시 신세를 졌으니 의당 보답을 해야겠지. 이럴 게 아니라 어서 가보세.”

    옷매무새와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한 인철이 서둘러 비담을 따라 나섰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방안을 서성이던 선화가 나타난 비담과 인철을 향해 애원하였다.

    “도와주십시오. 막주님께서 큰일을 당하신 게 틀림없습니다.”

    비담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애원하는 선화를 달랜 후, 인철과 차후의 일들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제가 가늠해본 막주님의 실력이라면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충분히 자신의 몸 하나쯤은 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꼬리를 잡혀 쫓기고 있다면 쫓는 자들의 실력이 수준급임을 알 수 있습니다. 편지의 내용이 부실하여 정확한 상황을 알 수도 없고, 매우 급박하고 위험한 상황이니 우선 빙소저와 까망이들은 이곳 취선루에 남겨두고, 저랑 형님만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도 그게 좋을 것 같구먼. 여럿이 움직이면 기동성도 떨어질뿐더러 상황대처 능력도 떨어지지. 그리고 그런 위험한 곳에 무공도 모르는 빙소저를 데리고 간다는 건 어불성설이지. 언제 출발하면 좋겠는가?”

    “지금 당장 출발하지요. 까망이들에게는 빙소저를 잘 보호하며 기다리라 하십시오. 그리고 선화도 당분간 취선루의 문을 다시 닫는 게 좋겠어. 만에 하나 막주님의 정체가 탄로 나게 되면 이곳도 안전하지 못하니 문을 닫고 잠시 안전한 곳으로 피하는 게 상책이지.”

    모든 상황을 빠르게 정리한 비담이 인철과 함께 서둘러 남궁세가가 있는 안휘성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자신을 위해 물심양면 도와주고 각별히 편의를 봐준 막주에게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면서.

    빛의 속도로 쏘아져가는 비담과 인철에게선 누구 하나 지난 일주일간 보여주었던 흐트러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이를 앙다문 둘의 모습에선 강한 분노와 적개심만 자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선화 역시 비담이 시킨 대로 서둘러 취선루의 업무들을 정리하고, 일꾼들 역시 특별휴가를 주어 돌려보낸 후 다시 문을 닫아걸었다. 그리고 까망이들의 호위를 받으며 빙루와 흑막의 주요 인사들만 대동한 채 안가로 몸을 피했다.

    무사히 안가에 도착한 선화는 품안에 고이 간직해둔 편지를 꺼내어 보았다.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다급했는지 이성보의 편지에선 제대로 형체를 갖춘 글씨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급 전

    남궁세가에 스며든 불순한 무리의 움직임 포착.

    가주의 둘째 동생인 창천검(蒼天劍) 남궁현호와 끈이 닿은 것으로 보임.

    이미 포섭되었을 가능성도 높음.

    불순한 무리와 창천검의 추종세력들이 엄청난 계략을 꾸미고 있으나 아직 불분명.

    창천검과 그 추종세력들의 움직임을 조사하던 중 정체불명의 복면괴한들에게 쫓기고 있음.

    등하불명(燈下不明)의 책략에 따라 다시 남궁세가로 잠입하겠음.

    만약 3일 안에 추가의 전서구가 도착하지 않으면서둘러 막을 정리하고 어둠 속에 숨기 바람.

      -주(主)-

    선화의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린 눈물 한 방울이 편지에 떨어져 퍼져나갔다.

    ‘아버지, 공자님께서 도착하실 때까지 제발 무사하셔야 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