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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60/154)

60화

편안해진 얼굴로 선화가 공손히 고개를 조아렸다. 비담의 말속에서 루주에 대한 강한 신뢰가 묻어나왔고, 혹여 루주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갈 기세였기에 그만큼 안심이 되었던 것이다.

“그럼 염치불구하고 근처 객잔에 머물고 있는 일행들도 모두 데리고 오겠습니다. 이거 갑자기 나타나 폐만 끼치게 되는군요.”

“아닙니다. 그리 말씀하시면 오히려 저희가 송구스러우니 말씀 거두어 주십시오. 아마 루주님께서 이곳에 계셨다면 취선루의 기둥을 팔아서라도 은공을 대접했을 것이니 부담 갖지 마시고 편안히 머무시길 바랍니다.”

“그럼 부담 갖지 않고 한 가지만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제가 아끼는 형님이 한 분 계신데 그분께서 워낙 숙맥이라 밤일에 대해선 문외한이십니다. 그래서 말인데 제가 그분을 모시고 시청각교육을 했으면 하는데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어려운 부탁인 줄은 알지만 저희 형님이 부끄럼대장에다가 숫총각인지라 저와 호흡을 맞춰 노련하게 가르쳐줄 기녀가 필요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호호, 당연히 가능하지요. 저를 포함해 가장 노련하고 아름다운 기녀로 한 명 섭외를 해놓겠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공자님과 흐지부지 끝나버렸던 뜨거웠던 그날 밤의 아쉬움도 달래야 되구요.”

“네? 뜨거웠던 그날 밤의 아쉬움이요?”

“아잉! 벌써 잊으신 거예요? 시봉세의 팽철영을 손봐주시느라 소녀를 그냥 팽개쳐 두셨던 그날 밤 말입니다.”

“아! 그날 밤이요?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요. 물론 저도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버려 무척 아쉬웠는데 잘 되었군요. 그럼 이따가 밤에 뵙겠습니다.”

길천과의 대화가 퍼뜩 생각난 비담이 당연하다는 듯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취선루에서의 일을 대충 마무리 짓고 비담은 서둘러 일행이 머물고 있는 객잔으로 돌아와 모두의 거처를 취선루로 옮겼다.

막주 이성보와 친분이 있었지만 염치없이 너무 폐를 끼칠 수도 없었기에 비담은 까망이들에게 적당히 은자를 쥐어주고 알아서 취선루의 껄떡 지근한 문화를 즐기라고 하였다. 물론 빙루를 지켜야했기에 모두 나가서 노는 것은 금지시켰고,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놀라 단단히 다짐을 받았다.

인철 역시 처음엔 그럴 필요 없다고 비담을 만류하였으나 부하들의 눈빛이 너무나 애처로운데다가 더불어 자신을 따라 5년 동안 죽어라 폐관했던 노력과 고생을 인정하여 잠시간의 유희를 허락해주었다. 단, 조용히 즐기라는 협박과 함께 말이다.

모처럼 돈과 시간이 생긴 까망이들은 기녀도 품고, 도박도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들떠 번을 서는 까망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은 채 신나게 뛰쳐나갔다.

빙루 역시 12년 만에 처음 보는 도시의 풍경에 잔뜩 들떠 구경을 하고 싶다 졸랐고, 비담과 인철은 까망이들 다섯과 함께 빙루를 데리고 저자거리로 나갔다. 빙루는 신기한 게 어찌나 많은지 초롱초롱한 눈으로 거리를 활보하였고, 먹고 싶은 것과 가지고 싶은 것 모두를 아낌없이 체험하고 가질 수 있었다.

기분이 좋아진 인철이 돈을 마구 풀어 빙루의 환심을 샀던 것이다. 평소 부하들과 소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인철의 구두쇠정신이 빙루 앞에선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물론 빙루가 골랐던 물건들이 저가의 장신구들뿐이었지만 그래도 서슴없이 전낭을 열어 제치는 주군을 구경하는 까망이들의 놀라움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장시간의 구경으로 체력이 떨어진 빙루가 다시 숙소로 돌아가자 제안했고, 모두는 다시 숙소로 돌아와 평온한 저녁을 먹었다. 오늘 하루도 고단했던지 졸음이 가득한 눈으로 빙루가 먼저 방으로 올라가 잠을 청했고, 번을 서는 까망이들 역시 아쉬움이 역력한 눈빛으로 빙루의 뒤를 따라 나섰다.

모두 방으로 올라간 것을 확인한 비담이 조용히 차를 들이키는 인철의 옆구리를 부채로 살짝 찔렀다.

“형님? 저번에 제가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후후, 낙양에 도착해서 해결하자던 그 일 말인가? 뭔지 모르겠지만 자네가 하도 기대하라고 해서 한시도 잊지 않고 있었다네.”

“기억력 하나는 정말 끝내주시네요. 맞습니다. 오늘 밤이 바로 그날입니다. 형님께서 새로운 세계에 첫발을 들여놓는 역사적인 날 말입니다.”

“새로운 세계? 그럼 물을 마시는 방법이...?”

“당연히 남녀 간의 교합을 말하는 것이지요. 칼을 제대로 갈지 않고 전장에 나간 무인이 어떤 꼴을 당합니까?”

“그, 그야 당연히 험한 꼴을 당하겠지. 심하면 죽기도 할 테고.”

“정답. 그럼 제대로 병법을 익히지 않은 장수가 군졸들을 지휘해 전쟁터에 나가면요?”

“아마도 ‘백전필패’겠지?” 

“그것도 정답이네요.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만은 부인할 수 없지요. 자,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 물건의 기능을 알고 다듬지 않으면 여성과의 교합 시 험한 꼴을 당하거나 물건이 축 죽어버리겠죠. 그리고 교합 시 적절한 방중술과 전략적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패배라는 아픔만 겪겠지요?

형님이 침상 위에서 험한 꼴을 당하지 않고, 당당히 승리의 포효를 내지를 수 있도록 오늘 제가 새로운 세계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하, 하지만 꼭 그럴 필요까지 있겠는가?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어찌하다 보면은...”

“허허, 어찌 처음부터 이리 나약하고 위험한 소리를 하십니까? 빙소저를 생각해서라도 이러시면 곤란하지요. 물론 처음 만난 남녀 간에 서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합궁을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서로 교감을 나누며 점점 발전하는 기교에 푹 빠지는 재미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형님과 빙소저의 경우는 완전 다릅니다. 제반 지식이 전혀 없는 순수한 영혼 둘이서는 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을뿐더러 사리분별 못하는 아이에게 날카로운 무기를 쥐어주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습니다. 잘못된 지식과 도구가 사람을 상하게 하듯 무지하거나 잘못된 성지식이 여인을 다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로 한 가지만 여쭈어보죠. 형님? 여인의 음부가 어찌 생겼고, 구멍이 어디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허험. 나를 어찌 보고 이러나. 물론 모르지.”

“휴우, 나이 서른둘에 너무 당당하게 가슴 쫙 펴며 그리 자랑할 답변은 아니니 당당한 표정은 짓지 마십시오. 당연히 모르실 줄 알고 여쭌 것입니다. 이렇게 음양의 화합에 무지한데 빙소저의 마음을 얻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긴말 하지 말고 저를 따라 오십시오. 오늘 제대로 교육시켜 드릴 것이니 하나도 까먹지 말고 나중에 요긴하게 사용하고 좋은 술이나 사주십시오.”

“정말 꼭 배워야 하는 것인가?”

“두말하면 입 아프지요. 무지로 인해 상처를 주는 것보다 동정을 잃더라도 제대로 알고 기쁨을 주는 것이 서로를 위해 훨씬 유익한 일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알았네. 나 역시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원치 않으니 자네의 뜻에 따라 제대로 배워서 활용하도록 하겠네.”

인철을 설득한 비담은 그를 데리고 선화가 미리 마련한 방으로 이동하였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의 산해진미와 좋은 술, 더불어 그린 듯 아름다운 미녀와 선화가 둘을 환영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비담이 말한 좋은 자리가 주안상과 미녀들이었음을 깨달은 인철은 그만 입이 찢어져 귀에 걸리고 말았다.

칙칙한 사내들과 어울려 불철주야 무공만 익힌 세월이 5년.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공동에서 오로지 천마 할아버님의 진전을 잇겠다는 신념 하나로 버텼던 지난 세월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술과 음식을 마음껏 즐기는 인철이었다.

하지만 현경의 무위로 인해 취하지는 않고 그저 적당한 취기가 몸 안을 휘돌며 기분을 상승시켜 주었다. 분위기가 살짝 달아오르며 단단히 쳐져있던 마음의 빗장이 풀리고, 인철이 어느 정도 무장해제 되었다 판단한 비담이 본론을 꺼냈다.

“자,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요?”

비담의 눈짓에 따라 아직도 그득하게 쌓여있는 음식상이 밖으로 나가고, 오붓하게 이남이녀만 방안에 남았다.

“그럼 지금부터 제가 존경하는 형님의 시청각교육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선화로부터 미리 언질을 받았던지 그린 듯 아리따운 기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몸에 걸치고 있던 옷을 하나 둘 벗기 시작했다. 옷이 기녀의 몸을 타고 한 장 한 장 스르륵 흘러내릴 때마다 백옥 같은 피부가 드러나고, 은밀한 곳들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촛불 아래 요염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한순간 취기가 싹 달아난 인철이 태초의 모습을 하고 다소곳이 서있는 기녀를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뭐 하십니까? 지피지기. 형님도 걸치고 계신 옷을 벗으셔야죠.”

비담은 남녀 간의 일이 처음인 인철이 지금의 상황을 부끄러워할까봐 선화에게 눈짓을 하고는 함께 옷을 벗어 알몸이 되었다. 이제 방안에서 옷을 걸치고 있는 이는 인철 밖에 없었다. 모두가 훌훌 옷을 벗어 재끼자 인철 역시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조각들을 벗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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