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1화 (51/154)

51화

제 7 장 천마(天魔)의 후예(後裔)

“하아!! 아~!”

한 남성이 여인의 가슴을 으스러지게 쥔 채 거칠게 움직였다. 화려하게 꾸며진 방 안은 뜨거운 남녀의 호흡과 체온으로 가득했다. 남성은 쉴 새 없이 앞뒤로 움직이며 우람한 자신의 양물을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남성의 힘에 여성의 육신은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남성의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은 쾌락보다는 단순한 욕정의 해소였고, 여인의 눈 역시 즐거움보다는 공포와 아픔 그 자체였다. 남성은 여인의 이런 반응이 익숙한 일인 듯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자신의 욕망이 분출될 때까지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남성은 아픔을 호소하는 여인을 거칠게 양팔로 들어 올려 자세를 바꾸었다. 여성의 머리를 침상 쪽으로 내리 누르고 엉덩이를 한껏 치켜세우게 만들더니 다시 자신의 양물을 거칠게 밀어 넣었다.

“아악! 하아!”

여성은 뜨겁게 밀고 들어오는 우람한 육봉에 결국 붉은 입술을 한껏 벌리며 고통을 호소하였고, 남성은 역시나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대로 밀어붙였다.

그러더니 이번엔 여성의 엉덩이에 선명한 손자국이 새겨질 정도로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형체가 일그러질 정도로 터질 듯 솟아오른 여성의 엉덩이가 사내의 눈앞에서 숨 가쁘게 흔들렸다. 여성의 계곡에 흐르던 물기는 사라진지 오래였고, 말라붙은 그곳엔 지금 붉은 피만 배어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여성은 두려움으로 인해 자신의 그런 사정을 토로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앞서 아픔을 호소했던 여인들이 어떤 끔찍한 일을 당했는지 두 눈으로 보았기에 그저 묵묵히 그곳에서 전해져 오는 고통을 감수할 뿐이었다.

그렇게 일방적인 정사가 이어지던 어느 순간.

드디어 신호가 오는지 남성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양물을 더욱 거칠게 밀어붙였다. 여인은 급격히 솟아오르는 고통을 참기 위해 사력을 다해 이를 악물었다.

“으윽! 으! 으음!”

여인의 앙다문 이 사이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음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남성은 여인의 엉덩이를 좌우로 벌리며 더욱 자신의 양물을 흔들었다.

그렇게 속도를 올리던 남성의 육체가 어느 순간 정지하며 부르르 떨렸다. 남성의 양물이 여인의 물건 안에서 쉴 새 없이 요동치며 우윳빛 액체를 뿜어내었다.

여인은 자신의 내부에서 요동치는 남성의 물건을 느끼며 침대 위로 축 쳐지고 말았다. 여인은 고통과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심력을 소모했던 것이다. 사내는 눈을 반개한 채 자신의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짜릿한 쾌감을 음미하며 한동안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다 피로 얼룩진 여성의 성기에서 자신의 물건을 꺼내더니 축 늘어진 여인을 들어 거칠게 침상 밖으로 던져 버렸다.

그런데 바닥에 던져진 여인은 미동조차 없었다. 손에 잡힌 순간 사내가 목숨을 거두었던 것이다. 침상 위에 있던 사내는 별일 아니라는 듯 허공을 향해 싸늘한 일성을 내뱉었다.

“치워라.”

그런데 사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천장의 그림자가 물결치더니 핏빛 혈의로 전신을 감싼 인영이 튀어나와 이미 죽어있는 여인의 시체를 둘러업고 사라졌다. 모든 감정이 배제된 회색빛 눈동자와 기계적인 움직임이 더욱 공포를 자아내는 인물이었다.

순식간에 방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방금 전까지 뜨거운 정사가 벌어졌다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깨끗하고 완벽한 솜씨였다.

사내는 태연하게 침상 가에 벗어놓은 자신의 침의를 걸치더니 예의 나른하고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방밖을 향해 외쳤다.

“들여 보내거라.”

방문이 조용히 열림과 동시에 한 사내가 들어와 부복을 하더니 떨리는 음성으로 바로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외부 감찰반 소속 곽형수가 사도련의 주인을 뵙습니다.”

침상 가에 걸터앉은 40대 중반의 이 사내가 바로 어둠속에 거하며 암암리에 무림을 쥐고 흔드는 사도련의 진정한 주인이었다.

사도련(邪徒聯)의 총수, 구지신마(九指神魔) 극현도.

현경 급에 달한 무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구양지(九陽指)는 무림의 일절로 손꼽히며 무림 서열 5위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만든 것은 제갈가의 가주를 능가하는 지략이었다. 극현도는 비상한 자신의 머리를 이용해 수많은 계략과 음모를 꾸몄으며 철두철미한 계획 하에 대부분 성공시켜 현재의 위치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그러한 연유로 어둠 속에 거하는 무림의 정통한 소식통들은 제1차 정사대전을 뒤에서 꾸미고 획책한 주범으로 극현도를 지목하였으나, 깔끔하게 증거들을 인멸한 극현도의 솜씨에 혀를 내두르며 조용히 입을 다물어 버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사도의 하늘이라는 극현도는 외부 감찰반의 무사 하나가 자신의 열락을 방해한 것이 못마땅한지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찾아온 용건을 물었다.

“무슨 일이냐?”

“제가 관리하던 구역에 변고가 생겨 보고를 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변고?”

극현도의 눈매가 살짝 일그러졌다. 완벽주의자인 극현도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 중에 하나가 바로 ‘변고’라는 말이었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여 완벽한 계획을 짜 놓았는데 그것이 어느 시점에 어떠한 이유로 틀어졌다는 것은 다분히 그 위치에 있는 자의 무능력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극현도의 을씨년스러운 반문에 곽형수는 침을 꼴깍 삼키며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자신의 주인에게 자비란 사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사도련에 몸을 담고 있는 무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곽형수는 부들부들 떨며 뒷말을 이었다.

“그, 그것이 계획 하에 잘 돌아가던 빙궁이 갑자기 봉문을 해버렸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알아보기 위해 무사들을 보냈으나 빙회석이 떨어져 유일한 입구가 봉쇄되는 바람에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궁주인 나소희 역시 연락이 두절된 상태입니다.”

“빙궁이 다른 마음을 먹었다?”

“그럴 가능성은 낮습니다. 최근까지 궁주인 나소희로부터 모든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연락이 두절된 일주일 사이에 무슨 변고가 생긴 것이 틀림없으나 들어갈 방법이 전무한 상태라 파악이 힘든 실정입니다.”

“빙궁에 누군가 개입한 흔적은?”

“그, 그것이 말씀드리기 송구스러우나 ‘오정회’에 외부 감찰반의 이목이 집중된 순간에 이런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여 미처...으악!”

“갈!”

어느새 파고든 구양지에 곽형수의 허벅지가 시원하게 뚫려버렸다. 외마디 비명을 지른 곽형수는 서둘러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겁에 질려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피를 지혈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변명하지 말거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자의 목숨은 거두지 않으나, 변명하는 자는 용서치 않는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이번 빙궁의 일을 조사하거라. 그리고 모든 일이 마무리된 후 너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것이다. 그만 물러가거라.”

“철저히 조사하여 련주님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쓸모없는 놈. 어서 물러가거라.”

더 이상 보기 싫다는 듯 곽형수에게서 시선을 거둔 극현도가 방밖을 향해 외쳤다.

“은영각주(隱影閣主)를 들라하라.”

아닌 밤중에 호출이 된 은영각의 각주 문설란은 잔뜩 긴장한 채 극현도 앞에 공손히 무릎을 꿇고 기다렸다.

“너 역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터. 알고 있는 대로 보고하거라.”

“그, 그것이 소녀 역시 아직 자세한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사옵니다. 누군가 빙궁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보고를 받았으나 무엇을 숨기는지 더 자세한 정보는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저희들 모르게 나소희 그 년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었던 게 분명하옵니다.”

“그래? 빙궁의 궁주가 일을 꾸몄다?”

“그렇습니다. 저희들이 12년이란 세월동안 파악하지 못한 그 일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그럼 오히려 잘 된 일이구나. 도대체 무얼 그리도 꽁꽁 숨겨놓았는지 궁금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드러나겠구나? 은영각의 현재 가동 인원은?”

“저를 포함해 총 20명입니다.”

“앞으로 일주일.”

“복명!”

은영각주가 사라지고 방안엔 다시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