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화 (50/154)

50화

염천의 물이 줄어들면서 물이 차있었던 섬의 가장자리 부분에 적혀있던 글자가 드러났던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정확히 7글자가 적혀 있었다.

‘雪中梅花流春風’

“‘눈 속에 핀 매화꽃이 봄바람에 흘러가는구나.’ 이게 뭐죠?”

‘이, 이것은 설마?’

길천의 음성이 사시나무 떨리듯 부르르 떨려 나왔다. 비담은 글자를 확인하고 뜻을 풀이하는 순간 길천의 음성이 변하자 뭔가 내막이 있는 글귀임을 직감하고 다그쳐 물었다.

“아시는 거 맞죠? 그렇죠?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설명을 해주세요.”

‘당장 ‘화류선법(花流扇法)’의 제10초식 ‘설매풍류(雪梅風流)’를 시전 하거라. 이유는 나중에 설명을 해주마. 어서!’

비담은 다급한 길천의 말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화류선법의 제10초식인 ‘설매풍류’를 시전 하였다. 비담이 내공을 급격히 끌어올렸고, 그 여파로 인해 바람 한 점 없는데도 옷이 한껏 부풀어 오르며 펄럭거렸다. 비담은 조용히 눈을 반개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양팔을 크게 휘두르며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화류선법(花流扇法)

풍운(風雲)의 장(場) 궁극오의

설매풍류(雪梅風流)

‘설매풍류’가 발동되자 놀랍게도 꿈쩍도 하지 않았던 부채가 바위 속에서 거짓말처럼 스르릉 빠져 나왔다. 그리고 비담이 그리는 팔의 동작에 맞춰 마치 눈(雪) 속을 흐르는 한 떨기 매화가 되어 바람을 타고 흘러 다녔다. 비담은 황홀한 부채의 움직임에 흠뻑 취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마냥 부채를 조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때 길천의 음성이 무아지경에 빠진 비담을 흔들어 깨웠고, 화류선은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비담의 손에 들어왔다.

‘담아, 시간이 없다. 진동을 보아하니 빙회석이 곧 무너져 내릴게야.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곳을 빠져나간 연후에 해주마.’

비담은 화류선을 허리에 꽂은 후, 바로 강신귀공을 운용하였다.

강신귀공(降神鬼功)

질주(疾走)의 장(場)

섬뢰(閃雷)

비담의 몸이 한줄기 빛으로 화해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엄청난 진동과 함께 비담이 지나간 자리로 아슬아슬 빙회석들이 떨어져 내렸다.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했던 빙궁은 봉문을 하였다. 이제 빙궁의 자취는 무너진 빙회석과 함께 신비 속에 잠들 것이다. 그녀들이 스스로 빙회석을 부수고 나오기 전까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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