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화 (32/154)
  • 32화

    ‘뭐 네가 익히고 있는 색공에 비하면 한참 질이 떨어지는 기술들이야. 초창기에 내가 창안했던 기술이거든. 그래도 색공을 전문적으로 익힌 사람이 아닌 일반인에게는 충분히 위력이 증명된 방중술이었지. 뭐 대충 몇 가지 안마법이랑 물건을 단련하는 방법, 여성과 남성의 성감대를 어떻게 집중 공략하는지와 허리를 단련하여 돌리기 등등의 기술을 전수해 주었지. 그나저나 나 이렇게 구경만 하는 게 너무 심심해서 그러는데 잠깐 빙의 좀 하면 안 되냐? 내가 후딱 전수해주고 부채 찾으러 가면 될 것 같은데?’

    ‘몸의 통제권을 잠깐 넘겨드리는 거야 상관없지만 300년 만에 바깥세상을 보았다고 설레발치시다 사고치실 수도 있잖아요. 물론 형님을 믿는 마음이야 크지만 그래도 뭔가 찝찝한데.’

    ‘아니야, 동생. 나를 제발 믿으라고. 절대 사고치지 않고 얌전히 기술만 전수해줄게. 이렇게 형님이 애원하고 약속까지 하는데 잠깐 어떻게 안 되겠나? 이리 부탁함세. 너무 심심하고 세상이 어찌 변했는지 직접 느껴보고 싶단 말이지. 응?’

    ‘휴우, 알았어요. 그동안 형님께 받은 은혜도 있고, 제가 배워서 가르쳐주는 것보다 그냥 직접 가르치시면 빨리 끝나겠네요. 대신 절대 사고치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알았죠?’

    ‘응. 꼭 약속할게. 동생에게 피해가 가면 나에게도 손해인데 어찌 경거망동하겠는가. 반드시 아무 일도 벌이지 않겠다고 단단히 맹세를 하겠네.’

    ‘좋아요. 대신 삼일의 시간밖에 드릴 수 없으니 그 안에 모든 기술을 전수해주세요.’

    ‘야호! 사흘이면 충분하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삼일 안에 모든 기술을 전수하고 다시 조용히 궁전에 쳐 박혀 살겠네. 허락해줘서 고마우이.’

    길천이 환호성을 지르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자 비담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그동안 길천에게 받은 은혜에 약간은 보답을 한 것 같아 마음도 조금 가벼워지는 비담이었다.

    비담은 약속대로 길천에게 몸의 통제권을 넘겨준 후, 상단전의 궁전에 영체의 상태로 머물렀다. 비담의 흰자위가 한 바퀴 돌고 부르르 몸을 떨더니 입에서 긴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영문을 알지 못하는 이성보는 엄습하는 공포를 억누르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으스스한 귀기도 무서웠지만 귀신이 들린 듯 이상한 행동을 하는 비담의 모습에 소름이 오싹 돋았던 것이다.

    “괘, 괜찮으십니까?”

    “휴우, 그래 이 맛이야.”

    목을 몇 번 꺾은 비담이 흐뭇하게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는 비담을 지켜보며 이성보는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자네 방금 뭐라 그랬나?”

    “예? 자네라니...”

    비담의 판이하게 바뀐 말투와 눈빛으로 인해 이성보는 당황하고 말았다. 마치 자신을 아랫사람 대하듯 비담의 행동이 바뀌었던 것이다.

    “아! 미안하이. 모처럼 바깥나들이를 할 생각에 내가 흥분을 했어. 나는 지금 비담이 아닐세.”

    “예? 대관절 무슨 말씀이신지. 그럼 비담공자님이 아니면 대체 누구십니까?”

    “내가 바로 자네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하는 도색성 길천일세. 잠시 비담의 부탁으로 그의 몸을 빌려 현신한 것이네. 이해가 되나?”

    “그, 그것이 가능한 일입니까?”

    이성보의 쩍 벌어진 입을 보며 비담으로 화한 길천이 유쾌하게 웃었다.

    “하하하, 가능한 일이니 이리 자네 앞에 떡하니 나타난 게 아닌가. 너무 많은 걸 알려하면 다치는 법이니 대충 넘어가게. 그나저나 가선이에게 가르쳐준 방중술을 원한다고?”

    “가선이요? 아! 네. 기가선 막주님께 전수해주신 방중술을 원하고 있습니다. 어떤 후레 잡놈보다 못한 막주가 중간에 빼돌려 실전된 상태입니다. 그, 그런데 제가 뭐라 불러야하는지...”

    “그냥 비담이라 부르게. 엄연히 그의 몸이고 잠깐 빌려 현신을 한 것이니 기술 전수만 끝나면 바로 떠날 것이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이목도 있으니 그냥 하던 대로 편하게 나를 대하게. 알겠나?”

    “알겠습니다. 그럼 그냥 비 공자님이라 칭하겠습니다.”

    “흐흐흐, 좋아, 좋아. 말귀를 빨리 알아들으니 아주 편하군. 그럼 약속대로 방중술을 전수해 줄 것이니 방을 하나 잡게.”

    “그리하겠습니다. 취선루에 있는 최고의 방을 비워두라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헐레벌떡 집무실을 빠져나간 이성보가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돌아왔다. 그러더니 비담을 준비된 최고급 방으로 정중히 모셨다.

    꼬박 하루 동안 이어진 특별교습을 통해 이성보는 마치 환골탈태를 하듯 새로운 성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하하하, 시간이 촉박하여 속성으로 전수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네의 교육열의가 대단하여 단 하루 만에 끝났군. 앞으로 안마법이나 하물 단련법, 허리 돌리기나 성감대를 자극하는 방법 등은 숙련도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이니 알아서 잘 활용하고 수련하도록 하게.”

    “고맙습니다. 이 모든 것이 어르신의 훌륭한 가르침 덕분입니다. 어르신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연마하고 후대에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성보는 실전되었던 방중술을 드디어 복원했다는 기쁨과 감동에 가슴으로 뜨겁게 울었다.

    “이제부터는 자네 몫이니 알아서 하게. 그나저나 약속했던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하루를 더 할애하여 기녀들에게도 몇 가지 방중술을 전수해 주겠네.”

    “저, 정말이십니까? 어르신께서 그리만 해주신다면 저야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이성보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었다. 색으로 천하를 호령했던 도색성 길천이 직접 나서서 기녀들에게 방중술을 사사해 준다는데 감히 어떤 고용주가 그것을 마다하겠는가.

    “그게 뭐 어렵다고 감읍씩이나. 그나저나 기녀들을 불러 모으면 장사에 지장이 있을 터인데 괜찮겠나?”

    “괜찮습니다. 한 달간 장사를 못한다 해도 상관없으니 전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았네. 대신 시간이 하루밖에 없으니 모을 수 있는 기녀를 죄다 모아오게. 내 아낌없이 뒹굴어 줌세.”

    그리하여 취선루는 개장한 이후 한 번도 닫은 적 없었던 문을 만 하루 동안 굳게 걸어 잠갔다. 그리고 대문에다 손님들의 양해를 구하는 짤막한 문구 하나를 붙였다.

    -내부 수리 중-

    30년을 한 결 같이 장사를 해왔던 취선루에 전무후무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흡사 전쟁이 터져도 문을 열고 장사를 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취선루였기에 손님들의 반응은 제기되는 의혹들로 뜨거웠다.

    “대체 뭘 수리하는 걸까?”

    “그러게. 어제도 멀쩡히 장사를 했고 전혀 언질도 없었는데. 뭐가 갑자기 무너진 거 아니야?”

    “그나저나 통 감을 잡을 수가 없네. 전쟁 통에도 장사를 버젓이 하던 곳 아닌가. 그리고 설사 수리할 것이 있더라도 그곳만 차단하고 공사를 하면 될 것을 어째서 루 전체가 문을 닫았는지 납득하기 힘들군.”

    “에이, 젠장. 어제 꿈속에서 돼지가 덥석 달려들기에 오늘 끝 발 좀 서나 했더니 물 건너 가버렸네.”

    “할 수 없지. 나도 삼삼한 기녀가 아른거려 운우지락이나 즐기려 했는데 얼마나 대단한 공사를 하는지 몰라도 그냥 돌아가는 수밖에.”

    도박과 술, 여자를 즐기기 위해 찾아왔던 사람들은 그저 멍하니 닫힌 문만 바라보다 돌아가야만 했다. 멀쩡하게 어제까지 장사를 했던 취선루가 도대체 무슨 내부를 수리한다는 것인지 궁금증만 가득 안고서 말이다.

    루주의 갑작스런 명령에 모든 관리인과 점원들은 이유도 모른 채 하루의 특별휴가를 받았다. 물론 엄선된 기녀들은 휴가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그녀들은 총 10명으로 비담과 안면이 있는 선화를 포함해 취선루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녀 10명이었다.

    급작스런 루주의 호출로 최고급 방에 모인 10명의 기녀들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다 루주와 잘 생긴 공자가 문을 열고 나타나자 동시에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루주님을 뵙습니다.”

    “그래, 모두 한자리에 모였구나. 오늘 내가 너희들을 특별히 모이라고 한 이유는 한 가지 기술을 전수해주기 위해서다. 그러니 그리 긴장할 필요는 없다. 여기 계신 공자님께서 기술을 가르쳐주실 것이니 먼저 인사부터 올리거라.”

    루주의 말을 듣고 안심한 기녀들은 비담을 향해 날아갈 듯 사뿐히 절을 올렸다. 비담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기녀들의 면면을 살펴본 후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께 가르쳐줄 기술은 일종의 방중술로 익혀두면 유용하게 쓰일 것입니다. 모두 옷을 벗고 자리에 누우십시오.”

    “예? 갑자기 무슨...”

    옷을 벗고 누우라는 밑도 끝도 없는 비담의 말에 기녀들은 일순 소란스러워졌다. 기녀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성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허허, 공자님의 말씀이 들리지 않느냐? 어서 분부하신대로 하거라.”

    이성보의 불같은 노성에 기녀들은 시키는 대로 부랴부랴 옷을 벗고 알몸이 되어 자리에 누웠다. 길천은 선화라는 여인의 속옷 색이 정말 검은색이자 속으로 큭큭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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