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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25/154)

25화

‘하하, 알았습니다. 보채지 좀 마세요. 아무튼 우선 형님의 그 끝을 알 수 없는 능력에 존경을 표하며 그럼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천수’나 ‘역어’는 아직 모르겠지만 ‘천와주’ 역시 ‘적시’처럼 또 다른 기능이 숨어 있습니다. 물론 색공의 창시자니 형님은 아시겠죠?’

‘그게 뭔데?’

‘아! 모르셨구나. 사실 여인이 3단 절정에 이르면 안에서 파도가 계속 중첩되면서 쌓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제가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까 ‘천와주’의 강도를 반으로 줄이면 파도의 힘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겠더군요. 3단에 이른 그 힘과 ‘천와주’ 절반의 힘이 비슷하다 이 말씀입니다. 그래서 서로의 힘이 맞물리면서 여인의 물건에 상처도 주지 않고 파도의 힘을 배가 시켰던 것입니다. 이해가 되시나요?’

‘누군 그것을 몰라서 시도를 안 했겠냐? 워낙 여인에겐 위험한 일이고 강도의 차이가 미세하게 나니까 그걸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 시도를 못한 거지. 그나저나 그 강도를 어찌 맞춘 거냐?’

‘뭐 그거야 저의 천재적인 자질로 훌륭히 극복해냈죠, 하하하.

아, 으르렁거리지 마세요. 농담이었어요.

사실은 보림루에서 터득한 능력이에요. 제가 백날 생각도 없이 그냥 기녀들 구멍만 팠겠습니까? 다 이것저것 연구도 해보고, 실험도 해보고, 직접 시도도 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 감각을 익힌 것이죠.’

‘어떤 감각? 설마...’

‘맞아요. 여인이 절정에 올랐을 때 뿜어내는 색기의 강도를 파악하는 감각이요.’

‘허억. 그게 가능한 일이냐?’

‘물론 처음엔 저도 불가능하다 생각했는데 열쇠는 ‘천와주’가 쥐고 있었어요. 보림루주에게 두 번 연속 제가 ‘천와주’를 시전 한 것 기억하시죠?’

‘물론 기억하고 말고.’

‘두 번째 ‘천와주’를 시전 할 때 저의 물건에 반응하는 파도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루주의 파도가 생각보다 오래 몸속에 남아있었던 게 저에게는 천운이었던 셈이죠. 아마도 루주가 익힌 방중술과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뭐 자세히는 모르겠고요. 아무튼 거기서 영감을 얻은 것이죠. 색기를 취하는 순간 ‘천와주’를 시전하면 색기의 강도와 파도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사실을요.

이러한 가설을 바탕으로 최음제에 취해 사경을 헤매던 여인과 교합했을 때에도 절정의 순간 ‘천와주’를 잠깐 시전 했었죠. 물론 워낙 순식간이라 형님은 모르셨겠지만 확실하게 색기와 파도의 강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4단 절정’이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판단한 것입니다.’

‘자, 잠깐만. 색기를 취하는 순간에는 ‘취정의 장’에 있는 ‘흡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천와주’와 동시에 기술을 사용한다는 게 말이 되냐? 그게 가능한 일이야?’

‘그게 바로 ‘천와주’에 숨겨진 놀라운 기능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무척 놀랐는데 ‘흡기’와 ‘천와주’는 충돌을 하지 않더라고요. 서로 동시에 사용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형님의 반응을 보아하니 전혀 모르셨던 모양인데 아무튼 정말 대단한 기술임에는 분명합니다.’

‘흠흠,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색공인데. 그나저나 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여자를 안는다더니 자네의 운이 하늘을 찌르는구먼. 사실 ‘천와주’에 그런 기능이 숨어 있을 거라고는 나도 전혀 몰랐는데 동생의 노력과 성실한 자세가 그런 뜻밖의 보물을 발견하게 만든 거야. 축하하네, 아우님.’

‘고맙습니다. 사실 저야 형님께서 잘 차려놓은 식탁에 젓가락만 얹었을 뿐이죠. 이 모든 기술과 색공은 형님께서 만든 걸작이니 형님이 축하를 받아야죠. 하하하, 축하드립니다.’

‘그리 말해주면 나야 고마울 따름이고. 아무튼 색공을 계승 발전시켜준 자네가 대견하고 고마우이. 그나저나 자네 지금 뭐하고 있는가?’

‘형님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죠.’

‘허허, 그리 당하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뭘 말입니까? 차릴 정신이 아직 더 있습니까?’

‘당연하지. 쯧쯧, 자네는 강호의 생리에 대해 배우려면 아직 한참이나 멀었어.’

‘아, 뭔데 그럽니까? 속 시원하게 빨리 말해주십시오.’

‘저기 곤히 자고 있는 무지 예쁜 년 보이나?’

‘보입니다. 그리고 너무 년이라 하지 마십시오. 그래도 저랑은 만리장성을 쌓은 여인인데.’

‘그거야 자네 사정이고. 아무튼 이제 생각을 한 번 해봐야하지 않겠어?’

‘자꾸 뭘 생각하라는 거예요?’

‘이런 답답한 친구를 보았나. 저년의 정체 말이야, 정체. 자네도 머리가 있으면 한번 생각을 해보게. 실어증이고 뭐고 다 연극이었고, 거기다 고도의 섭혼술까지 쓰는 년이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중원 5대 거부에 든다는 놈의 첩으로 들어왔겠는가? 단순히 돈이나 뜯으려고 들어왔겠는가?

팔자를 고치고 싶었으면 진즉에 고치고도 남았을 년이 바로 저년이란 말일세. 저만한 미모에 저 정도의 섭혼술이면 황궁에 들어가 황제를 홀리는 것이 백번 빠르고 크게 남는 장사지. 헌데 뭐 하러 냄새나는 중늙은이 첩으로 왔겠냐고. 다 뭔가 노림수가 있으니까 그런 거야.

곱상하게 생긴 저년 분명 무서운 년일 걸세. 내 감각이 지금 줄기차게 외치고 있다네. 어서 튀라고.’

‘저, 정말입니까? 정말 감각이 그리 외치고 있어요?’

‘당연한 소릴 왜 자꾸 입 아프게 물어. 모르긴 몰라도 배후가 구리고 만만치 않은 년이라고. 잘못 건드렸다간 평생 쫓겨 다니는 비참한 신세가 될 지도 몰라.’

‘에이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세요. 지들이 아무리 용을 써봐야 저를 어찌 이긴다고.’

‘이런 멍충아. 천축에 사는 코끼리라는 거대한 짐승도 수천마리의 개미에게는 목숨을 빼앗기는 거야. 내가 분명 말했지? 강호라는 바닥은 온갖 음모와 함정이 도사리는 음험한 곳이라고.

눈치를 보아하니 저년에게 마음을 뺏긴 모양인데 당장은 깨끗이 포기하고 단념해. 저년이랑 알콩달콩 시간을 보냈다간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결국은 잡아먹히고 말거니까. 자네의 애틋한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사내라면 가끔은 돌아가기도 해야 하는 법. 무조건 직진한다고 해서 사내다운 것이 아닌 거야. 때로는 유연하게 돌아갈 줄도 아는 게 진짜 사내라는 것만 명심하고 지금 당장은 한 발짝 물러서게.’

‘그, 그럼 형님 말씀은...’

‘그래. 배후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덥석 물지 말란 말이야. 자네 같으면 저렇게 곱게 자란 처자가 어떤 놈팡이에게 순결도 빼앗기고 당해서 돌아왔는데 식구들이 가만히 두겠는가? 만약 내 딸이 저런 꼴을 당했다면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그 놈팡이새끼를 아작을 내야 그나마 속이 풀리겠지.

저년 부모의 심정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우선은 몸을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다. 위험요소가 모두 사라지고 나중에 인연이 닿으면 그때 진정한 너의 여자로 받아들여. 지금 가까이해서 괜히 너의 모든 신상정보를 미주알고주알 다 까발리지 말고,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떠나는 게 서로에게 득이 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냐?’

‘하, 하지만 너무 비겁하지 않습니까? 진정 사랑한다면 어떤 고난이나 위협이 있더라도 함께 하는 것이...’

‘물론 네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라. 저 정도 수준의 섭혼술을 익힐 만한 문파가 어디겠나?’

‘서, 설마?’

‘이제야 대충 감을 잡는구먼.’

‘정녕 천마신교의 여인입니까?’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십중팔구 맞을 거다. 너도 대충 알겠지만 그쪽 사람들이 욱하는 지랄 맞은 성격으론 천하제일이거든. 그리고 어린 나이에 저 정도 수준의 고급무공을 익혔다면 수뇌부와 연관이 있는 년이야. 아니면 식솔이던가. 아무튼 무슨 비밀임무를 맡아 여기 첩으로 들어왔는지 몰라도 엄청난 거물이 틀림없어.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네가 오늘밤 사뿐히 즈려 밟아 놓았지? 그러니까 내 말대로 사지육신 멀쩡할 때 튀란 말이다. 우선은 시간을 벌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취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야.’

‘형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지나가는 장대비는 잠깐 피하는 것이 현명하니까요. 그쪽에서 제 말을 듣기도 전에 칼부터 들이밀 테니 우선은 한 발 물러서서 훗날을 기약하죠.’

‘그래. 너무 서운해 하지 마라. 내가 보니 저 여인은 이제 너 아니면 안 된다. 나중에 반드시 다시 인연이 이어질 것이다.’

길천은 비담의 속상한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을 끝으로 다시 잠잠해졌다. 비담은 강신귀공을 거두고 쓸쓸한 눈빛으로 잠든 서희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처음으로 생긴 사랑이라는 감정을 외부요인에 의해 억지로 숨겨야 한다는 것이 못내 아쉽고 미안하고 속상했다.

‘미안하오. 그대를 이리 두고 떠나려니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구려. 하지만 내게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기에 그대의 배경을 우선은 감당할 자신이 없소. 훗날 우리의 인연이 이어지면 오늘의 비겁한 선택은 반드시 사죄를 하리다. 사랑하오, 서희.’

비담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하룻밤을 같이 보낸 사이에 불과했지만 평생을 함께 하고픈 연인의 감정이 이미 비담의 가슴에 싹텄던 것이다. 비담은 살며시 서희의 입술에 입을 맞춘 후 자신의 부채를 꺼내 서희의 머리맡에 두었다. 사랑의 징표로 남겨줄 가장 아끼는 물건이 그것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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