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원리는 간단하네. 적시가 상대방의 몸속에 흐르는 피의 흐름을 감지하여 성감대를 찾는 기능을 하지? 그걸 통제하고 시전 하는 주체가 사라지면 역으로 자신에게 적용하도록 만들어 놓았다네. 그래서 피시술자가 본능적으로 안전하다 판단되는 피의 흐름을 보일 때 발현이 되도록 만들어 놓은 거야. 이해가 되나?’
‘저, 정말 대단하십니다. 도대체 형님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는지 확인해보고 싶군요.’
‘이제 내 능력의 끝이 어딘지 가늠하기조차 힘들지? 하지만 놀라지 말게. 이건 시작에 불과하고 빙산의 일각일 뿐이야. 푸하하하.’
‘하여튼 조금만 띄워줘도 저런다니까. 그래도 다행이네요. 형님의 말을 들으니 조금 덜 쪽팔리네요.’
‘참고로 천수(千手)나 역어(逆魚)에도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으니 나중에 차차 확인하게. 모두 한번쯤 자네 목숨을 구할 수도 있는 구명절초의 비밀이 담겨 있으니까. 그리고 이번에 당해봐서 알겠지만 최면에 걸린 상태에서 저년이 너의 목을 취했으면 그냥 골로 가는 거였어. 내가 농담하듯 웃었지만 사실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하늘의 보살핌으로 이번에 목숨은 건졌다만 앞으로는 조심 또 조심해야 될 거다. 강호라는 곳이 생각보다 녹록한 곳이 아니거든.
참, 그런데 왜 강신귀공을 펼친 거냐? 네 녀석이 나무랑 뒹구는 모습을 내가 봤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휴우, 정신적 충격에 중요한 걸 깜박했네요. 혹시 제 볼이 왜 이렇게 부은 건지 이유를 아시나요?’
‘아, 그거? 네가 최면술인지 뭔지에 당하자마자 잠자고 있는 곱게 생긴 저년이 냅다 후려갈기던데? 뭐 20년 동안 고이 간직한 지 입술을 훔쳤다나 뭐라나.’
‘휴우, 볼이 얼얼할 정도로 더럽게 아프던데 그런 일이 있었군요. 하기야 20년 간직한 입술을 훔친 대가치고는 싸게 먹혔네요.’
‘값이 싸거나 말거나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이제 복수의 시간이다. 뭘 망설이나 동생?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야. 섭혼술 같은 지저분한 기술로 발기부전이나 유발하는 저런 예쁘게 생긴 못된 년은 버릇을 단단히 고쳐줘야 한다니까. 어서 덮쳐서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지 않고 뭐 하는 겐가?’
‘안 그래도 그럴 참이었습니다. 이제 돈이고 나발이고, 흑막이고 뭐고 다 필요 없습니다. 흡정색공의 진정한 맛을 보여주고 몇 단 절정까지 오르는지 밤새 확인을 시켜줘야 쪽팔리고, 억울하고, 분한 심정이 조금은 풀릴 테니까요. 환희의 끝을 선사하여 다시는 남자를 품었을 때 기쁨을 못 느끼게 말입니다. 흐흐흐.’
‘동생, 밤은 생각보다 길어. 그러니 최선을 다해 제대로 조져. 그럼 나중에 보세.’
비담은 강신귀공을 거두고 잠들어 있는 서희를 노려보았다. 아니 사실은 노려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서희가 지닌 최고의 무기와 구명절초는 바로 그녀의 미모였기 때문이다.
사실 비담이나 길천의 성격상 이렇게 가벼이 넘길 문제는 아니었다. 자신의 목숨이 날아갈 뻔했던 비담이나, 함께 소멸될 위기를 맞았던 길천에게 서희의 만행은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괘씸하고 더러운 짓거리였다.
하지만 초절정 예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당부분 형량이 감면되었고, ‘몇 단 절정’의 미미한 체벌로 사건을 마무리 지은 것이다.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 여성이 이와 같은 일을 벌였다면 최소 ‘천와주’에 의한 물건의 기능상실이나, 최대 목숨까지도 빼앗을 수 있는 극악한 범죄로 취급하여 처참하게 응징했을 비담이었다. 정말 이럴 때보면 남자는 짐승이고, 예쁜 것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었다.
비담은 수혈이 눌려 아무것도 모른 채 새근새근 꿈나라를 배회하는 서희를 안아 침상에 눕혔다. 그리고 조심히 상의의 옷고름을 풀어 좌우로 벌렸다. 눈처럼 시리고 푸르른 피부와 가슴골이 드러나자 비담의 심장 박동 수가 급격히 치솟았다.
두근두근
꿀꺽
천하의 색성임을 자부한다는 말은 모두 거짓임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심장이 이리 미친 듯 두 방망이칠 까닭이 없었다. 비담은 떨리는 손으로 조심히 상의를 마저 벗겨내고 드러난 쇄골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런 다음 답답할 정도로 조여진 가슴가리개의 끈을 풀고, 천천히 아래로 잡아당기자 복숭아처럼 탐스러운 두 개의 가슴이 솟아올랐다. 선홍빛으로 물든 꼭지가 이슬을 머금은 듯 촉촉하게 빛나 비담은 자신도 모르게 한 입에 가득 물고 말았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서희의 가슴을 음미하듯 혀와 입술로 희롱하던 비담이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부드럽게 쥐고 쓸어 내렸다.
미끄러지듯 아래로 내려간 비담은 서희가 입고 있던 하의를 내렸다. 조금씩 하의가 내려갈수록 탄탄한 허벅지와 군살 하나 없이 매끈하게 뻗은 다리가 드러나며 아찔한 광경을 연출하였다.
비담은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마지막 남은 앙증맞은 하얀 속옷까지 조심스럽게 풀었다. 속옷이 스르르 옆으로 흘러내리자 그곳에는 20년 동안 누구의 손길도 허락하지 않았던 태초의 원시림이 비담의 눈앞에 펼쳐졌다. 비담은 검게 펼쳐진 융단 위에 손을 얹어 보드라운 감촉을 만끽하며 산책을 하였다. 그러다 부끄러운 듯 숨어있던 작은 봉오리를 발견하고 수줍은 손길로 인사를 건네었다. 계곡을 따라 연못까지 가볍게 산책을 마친 비담의 손이 다시 가슴을 쓸어 담았다.
밤이라는 마법 덕분에 서희의 아찔한 나신은 더욱 요염하게 빛나고 있었다. 비담은 잠이 든 서희의 입술에 짧은 입맞춤을 남긴 후 시를 읽듯 조용히 읊조리기 시작했다.
흡정색공(吸精色功)
선향(選香)의 장(場) 궁극기
용염제(鎔焰啼:녹아내리는 뜨거움에 울부짖다)
“발현.”
비담은 처음 선향의 장부터 궁극기를 사용했다. 단순 체벌용인지 아니면 또 다른 흑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밤을 제대로 보내겠다는 비담의 의지가 강하게 엿보였다.
용염제의 시전으로 화기침습의 세 배에 달하는 기운이 서희의 음부와 몸 주변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체온과 피를 달구기 시작했다. 비담은 감당하기 힘든 열기로 곧 서희가 몸부림치며 깨어날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바로 적시를 시전 하여 성감대를 포착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서희의 성감대는 붉게 물든 비담의 눈보다 더욱 짙은 붉은색으로 온 몸에 고르게 퍼져있었다. 한마디로 온몸 어디나 공명하는 최고의 악기였던 셈이다.
“이, 이럴 수가. 서희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단순히 외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구나. 온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성감대일 줄이야. 짙게 풍겨오던 농염한 향기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었어. 태생 자체가 사내를 끌어들이고 홀리는 여왕거미와 같은 기질을 천부적으로 타고난 여인이었어.”
비담의 표현은 정확했다. 정사를 끝내고 수컷을 잡아먹는 여왕개미의 잔인함과 그 피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까지 서희는 모두 닮아있었다.
비담은 서둘러 서희에 대한 상념을 지우고, 적시 역시 거두었다. 더 이상 성감대를 찾는 것은 무의미했기 때문에 서희가 열락에 취해 스스로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잠들어 있던 서희가 뜨거운 열기와 정욕을 참지 못하고 깨어나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으으음!”
“휴우, 과연 이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구나.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뒷감당을 어찌할 지 살짝 겁이 나는데. 그래도 사나이 대장부가 칼을 뽑은 이상 칼집에 넣어는 봐야겠지.”
비담은 엄습하는 훗날의 공포와 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다시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서희는 잠에서 깨자마자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렸고, 그로 인해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수천마리의 개미가 온몸을 기어가는 듯 간지러워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찌르르 아랫배에서 시작된 뜨거운 욕정은 이제 목마름으로 바뀌어 전신으로 퍼졌고, 이런 자신의 갈증을 해소시켜줄 무언가를 갈망하기 시작했다.
“하아, 간지럽고 뜨거워요. 제발, 제발 저의 목마름을 채워주세요.”
비담은 끝없이 몸부림치는 서희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천수(千手)를 시전 하여 보드라운 가슴과 꽃잎을 애무하고, 나아가 온몸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도 서희는 벌써 절정에 오르려 했다.
비담은 우선 1단 절정을 목표로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다. 입과 혀로는 끊임없이 가슴과 선홍빛 젖꼭지를 자극하고, 왼손으로는 온몸을 문지름과 동시에 오른손으론 크고 작은 네 개의 꽃잎을 비볐다. 그 결과 서희의 달뜬 신음은 점점 그 높이를 더해갔고, 급기야 첫 번째 절정을 맞이하였다.
“아아아악!”
동굴에서 시작한 강한 울림은 연못에 동그란 파문을 일으켰고, 이내 서희의 전신으로 짜릿한 감각을 전해주었다. 피를 머금은 듯 붉게 달아오른 입술이 벌어지고,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이 서희가 느끼는 절정의 환희를 대변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