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연못가를 배회하던 비담의 손가락에 작은 돌기가 들어왔다. 비담이 세심한 손길로 작은 돌기를 문지르자 수월은 의미를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비담의 목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아악~정말 미칠 것 같아요. 어서! 어서 저를 안아주세요. 제발요!!!”
수월의 몸부림과 신음에도 불구하고 비담의 손가락은 아직 탐험을 마칠 생각이 없었는지 그냥 계속 연못 주위를 돌았다. 몇 번을 부드러운 손길로 알을 문지르던 손가락이 작별을 고하고 본격적으로 연못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은 얇고 긴 붉은 꽃잎이 벌어지며 비담의 손길을 환영하였다. 강한 압박이 느껴지는 동굴 안에서 손가락은 자신의 놀이터라도 되는 양 마음껏 휘저으며 돌아다녔다.
그러다 여성의 신경이 가장 밀집되어 있다는 세 군데의 장소를 발견하였다. 일명 밀경(密經:G-spot)으로 불리 우는 보물창고였다. 만약 수월의 상태에 조금 여유가 있었다면 세 군데의 장소를 역어(逆魚: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의 기술을 운용하여 까무러치게 만들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색기가 뿜어져 나오는 순간을 놓칠 가능성이 높았기에 다음으로 미루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동굴의 탐험까지 마친 비담이 바로 수월의 몸을 돌려 자신의 양물을 몸속에 밀어 넣었다. 잔뜩 성이 난 비담의 무골장군(無骨將軍:뼈가 없는 장군, 거시기)이 축축하게 젖은 수월의 성에 너무나도 쉽게 무혈입성을 하였다. 수월의 몸은 이미 비담의 애무와 현란한 몇 가지 기술에 무너졌던 것이다.
그런데 비담의 물건이 수월의 성에 들어가 몇 번 왕복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동굴이 경련을 일으키며 수축하더니 강하게 비담의 물건을 조여 왔다. 비담은 색기가 분출되는 시점임을 직감하고 급히 취정(取精:정기를 취하다)의 단계에 있는 흡기(吸氣:색기를 흡수하다)를 펼쳤다.
바로 그 순간.
“아.아.아~아악!!!”
희열에 달뜬 높은 신음소리와 함께 수월의 허리가 급격하게 휘어지며 그대로 몸이 굳고 말았다. 비담은 동굴 안에서 다채롭게 팔딱이는 조임을 느끼며 색기를 모으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이게 바로 색기구나. 히야! 정말로 존재하는 기였어.’
비담은 처음 접하는 색기의 존재를 몸소 체험하는 순간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격하였다. 색공을 익히면서도 반신반의했었는데 이제는 확실하게 색기의 실체를 접하자 그동안의 고생이 눈이 녹아내리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비담은 자신의 양물을 통해 흡수되는 색기의 양을 파악하며 가늘게 몸을 떨었다. 내공으로 바꾼다고 해도 양이 얼마 되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처음으로 자신에게도 귀기가 아닌 내공이라는 게 생긴다는 사실과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부지런히 모으다 보면 그동안 사부와 사문을 핍박했던 무림의 고수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처음 귀기를 접하고 사용했을 때보다 더욱 짜릿한 쾌감이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사실 비담은 사부의 원한과 억울함, 사문에 씌워진 굴레를 벗기 위해 귀기를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사람들의 삐딱한 시선과 편견이 두려워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꺼림칙하고 망설여졌었다. 물론 길천이란 원영신이 지닌 귀기도 무시 못 할 수준이었지만 선뜻 내키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그런 비담에게 내공으로 바꿀 수 있는 색기의 존재는 정말 하늘이 내려준 선물과도 같았다.
절정의 폭풍이 한바탕 휘몰아 친 방안에는 이제 수월의 새근새근 잠자는 소리만 울렸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으나 잠이 든 수월의 눈가로 눈물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고, 좋은 꿈이라도 꾸는 지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비담은 따스한 눈으로 잠든 수월의 눈가에 남아 있는 눈물자국을 닦아 주었다. 자신에게 처음으로 색기를 선사한 여인이었다. 비담은 잠이 든 수월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해주고 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흡수했던 색기를 내공으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흡정색공의 마지막 단계인 결실(結實:열매를 맺다)의 장을 펼쳐 자신의 정소 주변에 모인 기를 순수한 내공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반 시진 후(1시간).
길게 호흡을 뱉은 비담이 가부좌를 풀고 자신의 단전을 살폈다.
“흐음, 100분지 1이라...색기의 강도나 양이 여인마다 다른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짓을 100번을 해야 내공이 가득 찬다는 뜻인데. 처음으로 여인과 동침을 하여 색기를 모았더니 궁금한 것 투성이구나. 아무래도 날이 밝는 대로 형님을 뵙고 궁금증들을 해결해야겠어. 그나저나 시간가는 줄 모르고 기술을 시전하고 색기를 모았더니 많이 피곤한 걸. 나도 잠이나 한숨 자야겠다.”
하아~암!!!
크게 입을 벌리고 하품을 한 비담이 잠들어 있는 수월을 껴안고 잠을 청했다. 잠이 들면서도 본능적으로 수월의 가슴을 주무르는 비담이었다.
새벽에 잠에서 깬 수월이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는 비담을 복잡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정말 그런 기분은 이 일을 시작하고, 아니 태어나서 처음이었어. 마치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한 마리 새가 된 기분이랄까. 그동안 수많은 남자와 잠자리를 해왔어도 진정한 기쁨은 느껴보지 못했는데...고마워요, 공자님.
그런데 이 일을 어쩌죠? 공자님을 보내기가 싫어요. 평생 공자님 곁에 머물면서 모시고 싶어요. 제 전부를 드리고 싶은 건 공자님이 처음이었어요. 하지만 닳고 닳은 기녀의 몸으로 공자님을 모신다는 것은 욕심이겠죠?’
수월은 슬픈 눈으로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오늘따라 방을 나가는 걸음이 유독 무겁게 느껴졌다. 허나 기녀의 일을 하면서 사랑을 느낀 손님에게 마음을 준다는 것은 금물이었기에 애틋한 자신의 마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수월은 방문을 나서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물을 또르륵 흘리고야 말았다.
환락이라는 괴물이 머물다 떠나간 색주가의 아침.
거리는 밤의 난잡함과 소란스러움, 활기는 어디로 팽개쳤는지 차분한 모습이었다. 나른한 기분을 만끽하며 유람하듯 천천히 거리를 빠져나온 비담이 인적이 드문 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강신귀공을 펼치려면 최대한 마을에서 멀리 떨어지는 방법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한참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던 비담의 눈에 동굴이 하나 들어왔다. 자연적으로 생긴 조그마한 동굴이었다. 좁은 입구를 통과하여 동굴의 내부를 이리저리 살피던 비담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좋아. 입구가 좁아 걱정했는데 내부는 생각보다 넓구나. 입구만 막아버리면 일정시간 동안은 동물이나 사람의 눈을 피하기엔 안성맞춤이겠어. 그럼 작업을 시작해볼까?”
밖으로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비담의 눈에 곧 적당한 크기의 돌이 들어왔다. 비담은 내공을 운용하여 돌을 번쩍 들어 올렸다. 꽤 묵직한 무게의 돌임에도 불구하고 공깃돌을 다루듯 가볍게 드는 비담이었다.
“하하하, 바로 이 맛이야. 모름지기 강호는 약육강식의 세계, 힘이 곧 진리지. 아무튼 이거 짜릿한 걸.”
비담은 하룻밤 사이에 귀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괴력을 뿜어내는 내공의 매력에 흠뻑 빠져 정신을 못 차렸다.
“그나저나 형님이 애타게 기다리고 계실 테니 그만 들어가 봐야겠군.”
이내 정신을 수습한 비담이 동굴로 들어가며 입구에 돌을 내려놓았다. 내부의 공터에 앉은 비담은 곧바로 강신귀공을 운용하여 상단전을 개방하고 궁전으로 들어갔다. 당당히 궁전에 들어서는 비담의 영체를 길천이 반갑게 맞이하였다.
“하하하, 아우님. 밤사이 몰라보게 달라졌구먼. 뭐 좋은 일이라도 있었는가?”
상단전에 앉아 지난밤의 모든 행동을 지켜보았던 길천이 장난스런 표정으로 비담을 놀렸다. 비담도 하루 만에 다시 만난 형님이 반가워 짐짓 허풍을 치며 길천의 장난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하하하, 여부가 있겠습니까? 어젯밤 소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를 품었습니다. 물론 무수히 많은 여자를 품었던 형님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만 그래도 나름 짜릿하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나저나 형님은 구경만 하시느라 밤사이 몰라보게 눈이 충혈 되시고 피곤해 보이네요. 늙으면 잠이 없어진다더니 사실인가 봅니다.”
“그러니까 말이야. 이곳에 앉아 어설픈 자네의 기술을 보느라 아주 애간장이 타서 잠을 못 잤네. 그나저나 무사히 첫 경험을 치룬 것을 축하하네. 25세면 많이 늦기는 하였네만 지금부터 열심히 따라오면 왕년에 내가 이루었던 경지에 반 정도는 쫓아올 수 있을 거야. 하하하.”
“하여튼 형님 입심을 감당하느니 차라리 못생긴 여자랑 밤새 그 짓을 하는 게 훨씬 마음 편하지요. 그나저나 형님한테 물어볼 게 참 많습니다.”
“하하하, 내 그럴 줄 알았지.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새는 줄 모른다고 적지 않은 나이에 처음 여자 맛을 보았으니 궁금한 게 참 많을 거야. 자고로 여자의 성감대는 핥아줘야 제 맛이고, 간지러운 곳은 긁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법이니까 주저하지 말고 마음껏 질문하게.”
“역시 형님의 그런 화통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 좋습니다. 그럼 형님만 믿고 첫 번째 질문 나갑니다. 막힘없이 대답해 주시리라 믿겠습니다.”
“두말하면 잔소리. 악성 비난에도 꿋꿋이 쌓아올린 내 연륜과 경험, 난잡하지만 엄청난 양의 지식을 믿으시게. 자, 나는 준비가 되었으니 망설이지 말고 덤비시게.”
손을 까딱까딱 흔들며 사뭇 비장하게 외치는 길천의 모습이 마치 전장을 호령하는 장수처럼 당당해 보였다. 정말 엄청난 대군이 밀려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위엄이 철철 넘쳐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