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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6/154)

6화

물론 길천의 생각이 비담에게 전달되지는 않았다. 정보가 들어가기만 하였지 상단전을 폐쇄하여 막아놓았기 때문에 원활하게 소통은 안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한바탕 속으로 욕을 퍼부었던 게 효과가 있었는지 비담은 어느 정도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고 의연하게 대처하였다.

“좀 더 둘러보고 결정합시다. 밤이 긴 데 뭐가 그리 조급하오. 하하.”

순진한 얼굴로 쩔쩔매던 남자가 갑자기 돌변하자 기녀는 속으로 욕을 한바가지 퍼부었다. 조금만 하면 넘어올 수 있었는데 표정을 보아하니 이미 물 건너 가버렸다. 그래도 나중을 기약하는 마음으로 접대용 미사여구는 남겨주었다.

“호호, 그러세요. 천천히 둘러보시고 마음에 드는 곳이 없으면 꼭 저희 풍향루로 찾아오셔야 해요. 입구에서 앵화를 찾으면 친절하게 안내해 줄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이건 작은 선물이에요.”

기녀는 한쪽 눈을 찡긋하더니 비담의 볼에 살짝 입맞춤을 하고 부끄러운 듯 쪼르르 달려갔다. 눈에 빤히 보이는 개수작이었다. 다시 원래의 정신을 되찾은 비담의 눈에 일목요연하게 상황들이 보였다.

‘이제야 제 정신이 돌아왔구나. 저런 뻔한 개수작도 눈에 들어오고 말이야.’

가볍게 툴툴 웃은 비담이 한결 안정된 자세와 걸음으로 다시 난주 색주가 탐방을 이어나갔다.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호객꾼과 미친 듯 홍등으로 뛰어드는 불나방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난주는 정말 별세상이었다.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비담도 여유를 가지고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저희 금빈각은 최고의 기녀들이 손님을 왕으로 모십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테니 한 번 저를 믿고 들어가 보시지요.”

“어쩜!! 공자님 너무 훤칠하게 잘 생기셨다. 아잉, 그러지 말고 오늘밤 저랑 만리장성을 쌓아 보아요. 정말 끝내주게 모실게요.”

건물 하나 건너 하나마다 기루와 주점, 여각이 들어서 있었다. 아리따운 기녀와 열혈 점소이들이 호객행위를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채근하였다. 조금 전의 비담이라면 분명 지금의 풍경에도 당황하며 제대로 구경조차 못 했을 것이다.

여기저기 달라붙는 기녀들을 떼어내면서 비담은 무림에 출도한 이후 첫 정사를 허접한 곳에서 시작하기 싫다는 일념 하나로 천천히 거리를 지나가며 최고의 기루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물론 길을 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었지만 왠지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제 정신을 차린 이후 생애 처음으로 느껴보는 지금의 분위기를 가급적 오래 만끽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기에 최대한 느긋하게 유혹들을 뿌리치며 즐기듯 거리를 활보하였다.

반 시진 후.

밤의 환락가를 유유자적 걷던 비담의 눈이 반짝 빛났다. 호객행위가 전혀 없는 주루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좋은 자리를 선점한 기루가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인데. 좋아. 저기로 정했다.”

비담은 성큼성큼 걸어 건물의 앞에 당도하였다. 고개를 들어 보니 보림루(寶林樓)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는 건장한 남자가 들어가는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마음의 안정을 찾아 거칠 것이 없어진 비담도 남자에게 다가가 기루에 대해 물었다. 기녀의 정보와 가격에 대해 흥정을 하기 위함이었다.

“흠흠, 여기가 소문이 자자한 보림루군요. 하룻밤 기녀와 지내는 데 가격이 얼마인지 가르쳐 주시오.”

문 앞에서 안내를 하던 남자는 비담의 질문에 어색하게 웃으며 답을 하였다.

“하하하, 보림루의 명성을 듣고 찾아오셨군요? 하지만 초행이신가 봅니다. 저희 루는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들어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보는 것은 약간의 금액만 지불하시면 거의 공짜나 다름없습니다. 즐겁게 보신 연후에 기녀를 사는 것은 전적으로 손님에게 달려 있고 가격도 그때 가서 기녀와 결정하시면 됩니다. 물론 기녀가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무료로 하셔도 무방하다는 것이 저희 루만이 가지고 있는 영업 전략이자 장점입니다. 들어가 보시겠습니까?”

“하하하, 물론입니다. 여기까지 와서 무엇을 더 망설이겠소? 그럼 안내해 주시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사내는 루의 안쪽을 향해 점소이 하나를 불렀다. 사내의 부름에 잽싸게 달려온 점소이가 손을 싹싹 비비며 비담의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여기 계신 공자님을 방으로 안내해드려라.”

“예. 저를 따라 오십시오.”

비담은 점소이의 뒤를 따라 보림루로 들어갔다. 보림루의 내부는 색주가에 어울리지 않게 비교적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으레 휘황찬란한 붉은 빛의 등이 걸려 있을 거라는 비담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 복잡한 통로를 따라 비담을 안내하던 점소이가 어느 방문 앞에서 걸음을 뚝 멈췄다. 문 위에는 ‘七’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칠번방입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다시 깍듯하게 허리를 접은 점소이가 인사를 마치고는 바로 총총 사라졌다. 비담은 방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갔다. 아늑하게 꾸며진 방안에는 침상 하나와 한쪽 벽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비단 천이 하나 드리워져 있었다. 비담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

지잉

경쾌한 징소리와 함께 비단으로 드리워진 벽 너머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자와 검은 피부의 남성이 등장하였다.

“호오! 재미있겠는데.”

비담은 흥미진진한 눈으로 비단 너머의 중앙무대에 등장한 여인과 남자를 지켜보았다. 아마도 입구에서 안내를 하던 남성이 말한 보는 공연이 시작되려는 모양이었다.

사실 비담은 잘 모르고 있었지만 보림루의 구조는 간단했다. 지상 3층의 건물에 각층 마다 두 개의 상영관이 있었다. 각 상영관은 12개의 방이 원형의 형태로 가운데의 무대를 빙 둘러 감싸고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각 방마다 무대를 향한 창문이 뚫려 있고 비단이 드리워져 남녀 간의 적나라한 교합을 관람할 수가 있었다. 거의 무료에 가까운 입장료만 지불하면 누구든 방에 입장하여 생생하게 펼쳐지는 기교와 현란한 몸놀림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대의 남녀가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창문이 닫힘과 동시에 각 방을 담당하는 기녀가 들어와 흥정을 하고 떡을 치는 수순으로 이어진다. 감상을 하며 말초신경 하나하나까지 몸이 달아오른 대부분의 남성들은 쉽게 이성의 끈을 놓고 기녀들을 덮치기 일쑤였고 노련한 기녀들이 부르는 데로 값을 치름과 동시에 올라타느라 바빴다. 관람료가 싸게 책정되어 있는 까닭은 일종의 미끼였던 셈이다.

무대의 중앙에 등장한 여인이 활처럼 허리를 꺾어 뒤로 손을 짚고 버텼다. 무성한 수풀이 드러나고 여인의 음부가 활짝 열리자 흑인이 기다렸다는 듯 혀로 그곳을 핥기 시작했다. 12개의 방에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보고 있는 관객들을 위해 서서히 중앙무대가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지잉 지잉

꿀꺽

저마다 방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침 넘어 가는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비담 역시 이론이 아닌 실제의 광경을 처음 목도하면서 자신의 물건이 급격하게 커지는 짜릿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이 풀려 구경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비담은 이론은 완벽하게 무장이 되어 있었기에 자세와 상황을 분석하며 관찰하는 입장이었다.

“하아~!”

절제된 여인의 신음소리가 붉게 물든 입술을 비집고 나와 조용히 무대를 울렸다. 비담이 보기에 흑인 남자는 제법 노련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인의 음부가 흘러나온 애액으로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며 촉촉하게 빛나자 흑인 남성은 여인의 가슴으로 이동하여 애무하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는 터질 듯 팽팽하게 솟아오른 가슴을 주무름과 동시에 혀로는 남은 가슴의 끝에 매달린 분홍빛 유두를 유린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가슴에 머무르던 혀는 천천히 여인의 목을 지나 입술을 핥기 시작했다.

감질이 날 정도로 천천히 진행되던 애무가 끝났는지 흑인 남성은 등을 바닥에 댄 채 천장을 향해 누웠다.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 모든 방에서 신기한 물건을 처음 접해본 사람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

“오우!!”

부러움과 놀라움을 가득 담은 탄성에는 남성들의 질투심도 강하게 섞여 있었다. 천장을 향한 흑인 남성의 대물이 우람한 자태를 자랑하며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여인은 자세를 고쳐 흑인 남성 위로 거꾸로 올라타 입안에 다 들어가지도 않는 대물을 억지로 우겨 넣듯 집어넣고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손안에 들어오지도 않는 흑인의 대물을 혀로 핥고 입술로 감싸 희롱하는 모습이 흡사 전투를 치르는 것처럼 격렬해 보였다. 아래에 깔린 흑인 남성도 여인의 항문과 음부를 강하게 혀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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