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154)

5화

제 2 장 난주 보림루(寶林樓)

안가를 벗어나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감숙성에 위치한 난주.

예로부터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 서역으로 낙타를 타고 장사를 떠나는 대상들이 마지막 삶의 환희를 불태우던 색향의 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멀리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난주의 거리가 눈에 들어오는 언덕 위.

비담과 길천은 이야기를 나누며 도시다운 도시를 처음 보게 된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형님, 밤을 밝힌 화려한 저 불꽃들이 보이십니까?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크하하하! 얼마 만에 보는 색주가의 풍경인가. 감회가 새롭구나. 내가 지내던 곳보다 질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산속의 생활에 비하면 여기는 천국일세. 천국이야.”

비담의 상단전에서 난주의 밤풍경을 바라보는 길천은 300년 만에 돌아온 인간세상의 껄떡지근한 모습에 전율이 일정도로 흥분하였다.

“그나저나 어째서 난주로 오자고 하신 겁니까? 우둔한 아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형님의 깊은 뜻을 모르겠습니다.”

“자네가 아직 뭘 몰라서 그러는 거야. 난주는 예로부터 난잡하기로는 천하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유명한 곳이지. 그래서 이름도 난주가 아닌가. 타클라마칸 사막의 뜻을 아는가?”

“타클 뭐요? 그런 사막도 있습니까?”

“쯧쯧쯧. 이리도 세상물정에 어두워서 앞으로 여자 등은 어찌 쳐 먹으려고 그러나? 그쪽에 사는 토박이들의 말로 ‘타클라마칸’이란 뜻은 ‘한 번 들어가면 돌아오지 못하는’ 이란 뜻이네. 그만큼 사막이 험난하고 위험하다는 뜻이야. 한마디로 죽음의 사막이지. 그런데 자네도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해보게. 멀리 서역으로 장사를 떠나는 상인들이 지나갈 길은 그 사막밖에 없거든?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다시 돌아올지 기약도 할 수 없는 곳으로 떠나는 데 자네 같으면 뭐가 제일 땡기겠는가? 돈? 어차피 뒈지면 돈이 다 무슨 소용인가? 밥? 당연히 밥도 든든히 먹겠지. 그럼 남는 게 뭔가?”

“흐흐흐, 여자가 남는 군요.”

“당연한 말씀. 이제 보니 영 맹탕은 아니로군. 그래서 난주에 도착한 상인들은 생애 마지막 날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 술을 쳐 먹고 떡을 치는 거지. 이렇게 눈먼 돈이 돌아다는 데 세상천지 어떤 바보가 가만히 놔두겠는가? 당연히 너도 나도 기루를 세우고 여자들을 데려다가 물장사, 떡장사를 하는 거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네. 무지 험난한 사막을 무사히 살아서 건너온 사람들도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뭐겠는가? 당연히 대가리 속에는 질펀하게 술 쳐 먹고 여인을 품고 싶다는 생각뿐이지. 이제 이해가 되나?”

“역시 형님의 연륜과 경험에서 묻어 나오는 지식은 고금을 통틀어 최고입니다. 이런 형님이 곁에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고 든든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저기 가서 질펀하게 놀면서 색기를 내공으로 바꾸면 되는 겁니까?”

“물론이지. 우리가 너무 흥분해서 중요한 걸 깜박 잊고 산을 내려왔지. 부채를 찾기도 전에 비명횡사를 안 당한 것도 천만다행이야. 니미 천하제일의 색공을 익히면 뭐하나? 빈 그릇인데. 우선은 내공부터 쌓고 모름지기 여자를 후리려면 겉모습이 번드르르 훌륭해야 해. 자고로 예쁘고 화려한 꽃에 벌과 나비가 모여드는 거야. 거기에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의 맛난 꿀까지 제공하면 경기는 그냥 끝나는 거야.

난주 최고의 기루를 관리하는 여자를 후려쳐서 내공도 모으고, 돈도 마련하고 얼마나 좋은 계획이냐고.”

“하하하, 역시 못 당하겠군요. 힘껏 돌을 던졌으면 새 두 마리 정도는 가볍게 떨어뜨려야 던진 보람이 있죠. 그나저나 이제 도시로 들어가면 상단전을 폐쇄해야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아무래도 강신귀공을 펼치면서 돌아다니면 귀기로 인해 사람들이 꺼려하고 무서워하니 저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괜찮네. 자네랑 이렇게 대화만 자유롭게 못할 뿐 보는 것에는 하나도 지장이 없지 않은가. 직접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나 이미 300년 전에 죽었으니 이리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황홀하지. 나중에 궁전에 찾아와 경험담이나 생생하게 들려주면 그걸로 만족하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제가 힘닿는 대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묘사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자, 잠깐만!!!”

보무도 당당히 난주의 도시를 향해 입성하려던 비담이 다급하게 들려오는 길천의 음성에 화들짝 놀라 멈추었다.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게 아니라 주의사항을 다시 점검하고 출발해야 되지 않겠는가? 산에서 내려올 때도 실수를 해서 하마터면 골로 갈 뻔 했는데 또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면 그건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이지. 자고로 인간은 학습의 동물이고 만물의 영장일세. 반복되는 실수는 바보들이나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흡정색공을 운용할 때의 주의사항이나 읊어보게.”

“깜짝 놀랐잖아요. 마차도 갑자기 끼어들 때는 수신호 정도는 해준다고요. 그렇게 막무가내로 들이대시면 곤란합니다. 아무튼 형님의 걱정이 뭔지는 알겠지만 제가 세 살 먹은 아이도 아니고 알아서 하겠습니다. 물가에 내놓은 애 취급은 말아주세요.”

“물론 자네가 알아서 하겠지만 원래 나이를 많이 잡수신 사람들만의 장기가 없던 걱정도 만들어서 하기 아닌가. 긴 말하지 말고 그냥 말해보게. 조심해야 하는 게 뭔가?”

“휴우, 알겠습니다. 여자랑 교합을 할 때 사정(射精)금지입니다. 됐습니까?”

“또?”

“흐음, 의외로 집요한 구석이 있다니까. 사람 아니 귀신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 하시네요.”

“잡말 말고 말하게. 또?”

“한 번에 한 여자만 합니다. 한 우물만 파라고 하셨죠. 근데 왜 그 좋은 걸 여럿이 같이 하면 안 됩니까?”

“그 짓을 할 때도 상도덕이라는 게 있는 거야. 여럿이랑 하면 물론 다양한 기교도 부리고 좋지. 낸들 몰라서 그러겠는가? 하지만 분명히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떡을 치며 색공을 운용할 때 불순한 의도로 누군가 딴 짓을 하면 허망하게 가는 거야.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해서 하는 게 이 바닥의 불문율이니까 명심하게. 그리고 정액을 발사하는 순간 색기는 유야무야 사라지니 가급적 자제하고 여자의 상태만 집중해서 관찰하게. 여자가 절정에 올랐을 때 갈무리되어 있는 색기가 화산이 터지듯 분출되니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흡수하도록 하고. 아무튼 잘 숙지하고 있어 다행이군. 그럼 출발!!!”

집요한 길천의 질문에 꽁해 있던 비담이 출발이란 우렁찬 외침과 함께 방금까지의 투덜거림은 집어 던지고 다시 힘차게 색주가를 향해 출발하였다.

“추울~발!!!”

경공을 운용하여 한 마리 성난 멧돼지처럼 난주를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비담이었다.

난주의 밤거리는 그야말로 불야성이었다. 산속에서 본의 아니게 숨어 지냈던 비담에게는 정말 머리털 난 이후로 이렇게 많은 홍등은 처음 접해 보았다. 간간이 길천의 입을 통해 밤의 문화를 접하기는 하였지만 듣는 것과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과는 천양지차였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비담은 짐짓 헛기침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흠흠, 천하의 도색성에게 색공을 익힌 나다. 촌에서 막 상경한 촌놈처럼 굴어선 안 되지. 여자를 후리기도 전에 기세에서 밀리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형님이 그러셨다. 정신을 차리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비담이 다시 난주의 밤거리를 활보하려는 순간.

근처에 있던 기녀가 쪼르르 달려와 비담의 팔에 팔짱을 끼며 안겨 왔다.

“호호호, 공자님 어딜 그리 바삐 가시나요? 최고의 미녀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저희 풍향루로 오세요. 저렴하게 잘 해드릴게요.”

“자, 잠깐만! 이거 놓고 말합시다.”

당황한 비담의 음성이 자신도 모르게 떨려 나왔다. 온 몸의 피가 한순간 아랫도리로 쏠리는 느낌이었다.

“아이, 순진하셔라. 뭘 이정도 가지고 그러세요. 저보다 훨씬 아리따운 미녀들이 줄을 서서 공자님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만 빼시고 저와 함께 가요. 네에~?”

눈웃음을 살살 치며 과도한 비음을 적절히 섞어 속삭이는 기녀의 음성이 달짝지근하고 끈적끈적하게 변했다. 그러면서 아직 정신을 못 차리는 비담에게 더욱 자신의 몸을 밀착시켰다.

물컹

팔에 전해지는 부드럽고 탄력 있는 가슴의 감촉에 비담은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 어라! 내가 왜 이러지? 천하의 색공을 익힌 내가 어찌하여 이리도 마음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단 말이냐. 고작 변방의 기녀가 가슴을 들이대었다고 흔들려서야 앞으로 쪽팔려 어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 하아,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어. 이게 말로만 듣던 교과서 위주 공부의 폐단인가? 역시 책으로 백날 들여다봐야 때로는 한 번 겪는 것보다 못할 때도 있는데. 니미, 남녀 간의 교접을 매일 말로만 듣고 상상하며 연습을 하였으니 이런 사단이 일어날 만도 하지. 그러게 직접 하나 잡아다가 실습을 시켜 달라고 주구장창 형님에게 떠들었건만 괜찮다고 하더니 꼴좋다. 에효! 아무튼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되겠지. 형님? 나중에 봅시다.’

비담의 상단전에서 이와 같은 정황을 지켜보고 있던 길천이 혀를 끌끌 차며 안타까워하였다.

‘쯧쯧. 그러게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말할 때 귓등으로도 쳐 안 듣더니 꼴좋다. 그냥 눈앞에 신천지가 펼쳐지니까 머릿속이 텅 비며 그냥 뛰어나가기 바빴지. 누구나 첫 경험이 힘든 거다. 그래서 실전경험이 많은 강호의 늙은 생강들을 조심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란다. 차차 나아질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