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제목 : ♣하오의 정사♣ 욕망의 늪 -2
불과 2페이지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소설은 충격적일 정도
로 남녀의 성행위에 대해서 상세하게, 그리고 전위적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소설 문장이 하나도 추악하
게 여겨지지 않았고 검찰이 그를 구속하자 쓸쓸했다. 나는
우리 나라의 문학작품이, 순수문학이든 대중문학이든 법의
잣대로 평가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법의 잣대로 예술을 평가하는 것은 문화 후진국에서나 있
는 일이다.
같은 날 만화가 이현세는 약식기소로 벌금 3백만원을 선고
받았다. 장정일은 순수 예술가, 이현세는 대중 예술가로 우
리 나라에서 손꼽히는 작가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집행
유예를 선고 받거나 벌금을 선고 받았다는 것은 분명히 불
행한 일인 것이다.
나는 자유로운 사랑을 한다는 성의 자유론자이다. 그렇다
면 나 역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여교사가 섹스를 하는 것을 훔쳐보던 어느 날 내가 살던
방에 강도가 침입했다. 나는 새벽 무렵에야 잠이 들었는데
잠결인데도 누군가 나를 애무하는 듯한 기분좋은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때 꿈을 꾸고 있었다. 누군가의 애무로 인해 그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꿈을 꾸다가 애무를 당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꿈은 이런 것이었다.
나는 밀림속을 걸어가고 있었다. 모르기는 해도 아프리카
나 아마존의 밀림일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하여 밀림속을
걸어가게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야자수 같은 이름
모를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란 밀림 속에서 나는 겨우 가슴
과 둔부만 낡은 천조각으로 가린 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때 밀림 어딘가에서 북소리가 들리더니 한 떼의 토인들
이 나타났다. 그들은 긴 창을 들고 있었고 얼굴에는 울긋
불긋한 색칠을 하고 있었다.
나는 공포에 질렸다.
그들은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다가 내 팔다
리를 묶어서 긴 장대에 매단 뒤에 장대를 어깨에 둘러매고
걷기 시작했다. 나는 장대에 팔다리가 매달려 대롱거렸다.
'이것들은 식인종이 분명해...'
나는 겁이 덜컥 났다.
그들은 한 시간쯤 걸은 뒤에야 분지에 이르렀다. 분지에는
수많은 남자들이 있었는데 기이하게 여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부드러운 잔디 위에 팽개쳤다. 그리고는 불을
피운 뒤에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노래를 불르고 춤을 추었
다. 이내 밤이 왔다. 울창한 밀림 위로 보름달이 떠오르고
어느 계곡에선가 늑대가 짖어댔다.
나는 소름이 오싹 끼쳤다.
그때 남자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남자들 중 하나가, 추장으
로 생각되는 사내 하나가 내 다리를 벌리고 나에게 엎드렸
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랫도리가 뻐근했다.
추장이 일을 마치자 다른 토인들이 차례로 나에게 덤벼들
었다.
'아...'
나는 그때서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
다. 나는 아마조네스 꿈을 꾸고 있었다. 물론 아마조네스는
여인들만 산다는 전설의 나라다. 그러나 내가 꾸고 있는
아마조네스는 남자들의 나라였다. 여인들만 사는 아마조네
스에 남자 하나가 들어가면 천국이 되지만 남자들만 사는
아마조네스에 여자가 들어가도 천국이 된다.
나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꿈을 꾸고 있었다.
내가 꿈을 꾼 것은 그때였다. 나는 누군가 내 위에 엎드려
있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누, 누구야?"
나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흐흐..."
검은 그림자는 징그럽게 웃기만 했다. 나는 검은 그림자를
떠밀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의외로 완강했다. 그는 내
위에 엎드린 채 내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속옷을 끌어내리
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속옷을 움켜 쥐었다.
"잠자코 있어!"
검은 그림자가 나를 윽박질렀다. 목소리는 의외로 앳되었
다.
"왜 이래?"
"몰라서 물어? 재미 좀 보자고...이거 보이지? 반항하면 얼
굴이 성하지 않을 줄 알아!"
놈은 나에게 날이 시퍼런 부엌칼을 들어보였다.
'쳇!'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검은 그림자가 마음대
로 할 수 있도록 저항을 하지 않았다. 저항을 했다가는 무
슨 짓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