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3 [잡단편]여인혈 =========================================================================
여인혈
어느 한 마을 작고 여린 소녀가 재물로 낙점된체 살아가고 있었다. 그 소녀는 그다지 불만은 없었다. 자신이 요괴에게 재물로 받쳐진다는 것을...
“아아.. 귀찮아. 그냥 빨리 재물이 되버렸으면... 좋으련만..”
소녀는 귀찮았을뿐이였다. 어차피 이대로 살아간다 해도 귀족의 첩이 되지 않는한 희망따위는 존재치 않는 삶일뿐이니 말이다. 너무 일찍 그런걸 깨닭아버린 듯 싶지만... 어쩔수 없으리라. 전쟁으로 피폐해진 세상에 어린여자아이가 할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을테니 말이다.
소녀의 이름은 시호. 조금은 독특한 이름이였다. 아무래도 소녀를 낳아준 어미가 태몽으로 여우를 본 듯 싶었다. 물론 그 어미는 벌써 병들어 죽어 시호만 남겨둔체 세상을 떠나버렸지만 말이다.
“하아.. 낳아주면 뭘해.. 이렇게 힘든 세상인걸..”
정말.. 너무도 힘겨운 듯 싶었다. 말라버린 몸.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현실. 어차피 곧 재물이 될터이니 어느 누구도 그 소녀. 시호를 돌아보지 않는 듯 싶었다. 곧 죽을 여자아이에겐 동정조차 필요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힘겨운 세상을 겨우 겨우 이겨내어 열두살이 되고야 말았다. 즉 곧 재물로 받쳐질때가 다가온 것이다. 5년에 한번 마을사람들중 어린 여자아이를 뽑아 재물로 받치길 수십년. 마을은 그렇게 평화를 유지해 왔던 것이다. 누구에게 어떤 존재에게 받쳐지는지도 모른다. 아니 알려하지도 않았다. 그저 요괴라 불렀을뿐... 그렇게 시호또한 요괴에게 재물로 받쳐지는가 싶었다.
“때가 도래했다!. 이제 마을을 지키기위해 재물 선점의식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모든 어린 여아를 앞으로!.”
촌장이 그렇게 명하자 어른들이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어린여아들을 앞장세워 촌장에게 내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낙점된 여아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흐음.. 너. 그리고 너. 너희 둘로 정했다. 두 여아를 남겨두고 모두 해산하도록!”
절대적인 촌장의 명령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신들의 아이를 찾아 금새 자취를 감춰버린다. 남아있는 아이는 시호와 다른 예쁘장한 한 여아. 그 둘 뿐이였다.
“너희들도 잘 알다 싶이. 이 마을의 평화를 위해 재물로 낙점되었다.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거라.”
촌장의 강압적인 말에 둘은 말없이 그저 부들부들 떨뿐이였다. 아니 시호를 제외한 한 아이만 떨고 있을뿐이였다. 시호 자신은 그다지 불만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 누구도 시호를 위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마을에 있는 정이라곤 없었다. 그런 시호였기에 곧 죽을지도 모르는 재물이 된다해도 상관없었던 것이다.
“그만 울도록해. 어차피 재물이 될거니까.”
“으흑.. 하..하지만 무서운걸.. 넌 무섭지 않는거니?”
“어차피 여기서 굶어죽나 요괴에게 잡아먹히나 매 한가지니까..”
그러고보니 시호의 두 눈이 왠지 죽어있는 것 같았다. 희망따위는 단 한점도 바라지 않는 모습. 마음의 문을 걸어잠근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재물이 될 시간이 다가오게된다. 시호와 여자아이는 정갈히 목욕재개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혀진다. 그리고 어두운 숲을 지나 어느 한 동굴에 재물로 버려지듯 보내진체 사람들이 되돌아가버리고 만다.
“흐윽.. 무서워.. 우리.. 어떻게 되는걸까?”
“그야.. 요괴가 와서 잡아먹지 않을까?”
여자아이는 연신 두려움에 떨며 시호에게 말을 걸어본다. 하지만 시호는 무뚝뚝한 음성으로 여자아이가 겁을 집어먹을 말만 해댈뿐이였다. 곧이어 동굴이 조용해지고 무언가가 시호들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흐흐 이번 재물은 신선한걸? 저번엔 너무 늦게와서 썩어버렸었지?”
“아아. 그랬었지.. 간만에 별식을 먹을수 있을지도..”
“하아.. 너네들.. 작작좀 하지 그래? 어차피 대장에게 받쳐야하는건데..”
몇몇 목소리가 들리고 이내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무래도 이들에게 재물로 바쳐진 듯 싶었다.
“으으.. 누..누구? 흑.. 무서워... 흐윽..”
“하아.. 어차피 잡아먹힐텐데.. 좀 조용할수 없는거니?”
그다지 두려움에 떨지 않는 시호였다. 그 모습에 요괴들또한 살짝 흥미가 동하는 듯 시호의 주변을 맴돈다. 그리고 이내 한 요괴가 다가와서 시호와 여자아이를 놀래키려한다.
“어흥~ 캬하하하~ 어때? 무섭지 않아. 흐흐.”
“흐익?! 꺄아악~”
“별로...”
“에에~ 재미없게.. 이녀석 상태가 이상한걸? 우리를 보고도 놀라지 않는데? 하나는 정상 같지만.. 이쪽녀석은 상한걸까?”
음식취급이였다. 물론 요괴는 인간을 먹으니.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그렇게 시호들을 가지고 놀던 요괴들은 갑자기 움직임을 중단한다.
“윽.. 대..대장..”
“흐음.. 이번 재물인가?.. 데려가지..”
조금 여린듯한 음성. 하지만 절대적인 기운을 내포한 듯 요괴무리들이 두려움에 떨어댄다. 아마도 그들의 대장인 듯 싶었다. 그렇게 대장이 돌아서며 말하자 무리의 2인자로 보이는자가 시호와 여자아이를 어깨에 들쳐 맨 후 자신들의 아지트로 향해 나아간다.
“킁킁. 그러고보니 이것들 암컷인가?”
시호와 여자아이를 들쳐맨 요괴가 둘의 냄새를 킁킁대며 맞는다. 아마 냄새로 암수를 구별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암컷임을 상기해낸후 침을 줄줄 흘려대기 시작했다.
“아서라. 니녀석 물건에 꿰뚤리면 저것들 분명 죽을거다. 아직 덜 자란 것 같으니 말야.”
“흐으~ 그럴까? 하긴.. 좀 작긴 하네. 으으 좀이 쑤시는걸.. 자라면 내걸 받아들일수 있겠지?”
“그치만 대장 마음이잖아. 대장이 먹겠다고 하면.. 하지도 못할걸? 흐흐.”
아마 대장이란 자는 두려움의 대상인 듯 싶었다. 거의 모든게 대장 마음대로인 듯 그렇게 속닥인다.
“조금.. 천천히 가줬으면 좋겠는데...”
“엥? 이거 아직 기절하지 않았네? 담이 쌘건가? 아님 겁이 없는건가?”
빠른 속도에 시호가 속이 뒤틀리는 듯 좋지 않은 표정으로 부탁하지만.. 그다지 들어줄 것 같지 않은 모습이였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먹이와 다름없는 취급인 듯 싶었다. 먹을걸 어떻게 들고가든 별 상관없을테니 말이다.
“욱~ 토할 것 같아..”
시호가 속을 게울듯한 표정을 짓는다. 아무래도 속이 확실히 뒤집혀버린 듯 싶었다. 그리고 연이어 속을 게워내버리는 시호. 시호를 들쳐맨 요괴의 수난이 아닐수 없었다.
“크엑?! 이..이게 뭔 냄새라냐?! 윽. 이.이게 진짜~! 크으.. 대장만아니면 벌써 한입거린데.. 으으~”
아지트에 도착하자마자 시호와 여자아이를 내팽겨친후 서둘러 근처 호숫가로 달려가 입수해버리고야 만다. 여간 냄새에 고역이였던 듯 싶다. 아마도 개과 요괴였을지도...
“대장~! 저거 먹어도 되는거지? 그렇지?”
“흐음... 키운다..”
“엥?! 무슨소리야? 저것들 키우게? 애완용인가? 으으~ 오랜만의 별식인데..”
“그래서 불만인가?”
“아하하.. 그..그럴 리가. 대장이 키운데는데.. 그럼 우리를 만들어야할려나?”
대장에게 살짝 불평을 내밷던 요괴는 슬며시 꼬리를 말며 시호들의 집을 만들까 라고 묻는다. 그러자 대장이라 불린 요괴가 고개를 슬쩍 끄덕인후 시호와 여자아이를 눈여겨 보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둘이 흥미로운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시호와 여자아이는 요괴들 틈바구니 속에서 무사히 하루를 지낼수 있게 된다. 운이 좋은걸지도 모르겠지만.. 시호로써는 그다지 별 상관없는 것 같았다.
“우으.. 여..여기가 어디야?”
“그다지.. 요괴들의 소굴일까?”
“히익?! 어..어째서?! 우으.. 그랫었지.. 히잉.. 우리 이제 잡아먹히는거야?”
“아니. 키우려나본데.. 저기 만들어지는 우리 보이지?. 우리들이 살곳이라고 생각되.”
평이한 시호의 목소리가 여자아이를 기겁하게 만들어버린다. 아무리봐도 엉성하기 짝이없는 우리 그 이상은 아니였다. 게다가 동굴 한켠에 마련되서 추위에 오들오들떨게 생기기까지.. 잘못하면 얼어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자아이가 울쌍을 지어버린다.
“흐흐~ 맛난것들.. 아아.. 먹고싶은데.. 대장이 키우겠다니.. 으으~ 어쩔수 없지..”
“우리.. 어째서 잡아먹지 않는거야? 대장이란 요괴의말.. 들어야하는걸까?”
“아.. 응. 뭐 그렇지. 대장이니까. 우리 무리중에 가장 쌔거든. 잘못보이면 끽~ 이라니까 흐흐.”
시호의 물음에 재깍 대답해주는 요괴였다. 아무래도 여자아이들에 대한 호기심이 좀 있었나보다. 먹지도 못할거 가지고는 놀겠다는 심보일지도...
“근데 너네들.. 암컷이지? 암컷먹이는 처음보는데.. 그. 뭐랬더라? 그거.. 할 수 있어?”
“그거라니?”
“그거.. 아! 번식행위말야! 흐흐. 나 그거 한번두 못해봤거든. 여자가 있어야 말이지. 흐흐. 너네들은 암컷이니까 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킥킥.”
아무래도 여자와 해보고싶은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덜자란 둘로써는 상대해줄수 없을 듯 싶다. 게다가 추운 날이라 언제 얼어죽을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