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2 [잡단편]신성한 의무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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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세실~ 세실 어딨는거야?!”
에이린은 마을을 마구 헤집어 다니며 세실을 부르짓는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에이린을 바라보며 그러려니 하며 세실의 무사 안위를 빌 뿐이다. 아마도 예전부터 많이 보아온 일상이라 그런듯 싶다.
“아앗! 세실! 여기서 뭐하는거야? 나 곧 떠나는데 혼자 이런데나 쳐박혀 있고!!”
“으응? 뭐 당장 떠나는건 아니잖아. 그리고 찾아올 줄 알았거든~ 설마 인사도 없이 떠나려고 했던거야?”
“아니.. 그건 아니구.. 근데 왜 네가 추궁하는건데~!!”
세실의 말에 말려든듯 주늑듯 모습을 보여주다가 무언가 떠오른듯 다시 버럭 소리를 질러 버린다. 세실은 뜨끔 한듯한 모습으로 무언갈 주섬주섬 챙기며 모른척 할뿐이다.
“근데 뭐하는거야?”
“뭐... 너 혼자는 안심이 안되서.. 나도 따라 갈까 하고..”
“에엑?! 부모님 허락은 받은거야?”
에이린은 황당하다는듯 세실을 바라보더니 묻는다. 세실은 슬쩍 에이린의 시선을 피하며 우물쭈물 거릴뿐이다. 허락받지 못한듯 싶다.
“에휴~ 그러면 그렇지. 세실은 애도 아니면서.. 가출이야? 그리고 신관장할아버지가 용병을 구해주셔서 괸찮을 텐데..”
“아..아니 그래도 안심이 안된달까?. 설마 남자 용병이라거나.. 에이린은 여자아이인데.. 거기다 예쁘고... 용병이 딴맘 먹으면..”
얼굴을 잔뜩 붉혀대며 세실은 허둥지둥 거린다. 아마 에이린의 마음을 확인한 이후 더욱더 안심이 되지 않는가 보다. 에이린은 그게 무슨 소리냐며 어이없어 하며 그럴리 없다고 한다.
“어쨋든 안되는건 안되는거야. 나 무사히 다녀올테니깐. 그냥 기다리고 있는게 어때? 뭐... 나도 같이가주면 좋겠지만.. 바깥엔 마물도 있고 위험하다던데?..”
“이잇! 나도 검 정도는 쓸줄 안다구!! 마물따위 몇 마리가 오든 다 헤치울수 있어!”
“에에~ 믿음이 안가는데...”
에이린은 세실의 그런 허풍에 믿음이 안간다며 증거를 보여달라는 눈빛을 보낸다. 그에 세실은 주머니에서 보석을 꺼내더니 에이린에게 보여주며 설명한다.
“이거! 이거만 있으면 상당한 힘을 낼수 있어. 업스톤 이라고 하는건데. 경험을 축적해 힘을 낸다고 하던데? 아빠가 숨겨둔거 예전에 발견했거든!! 어때?”
“와아~ 그런것도 있는거야?”
요사스럽게 빛나는 푸른빛의 보석을 바라보며 에이린이 그렇게 묻자 세실은 자신도 실은 써보지 않았다며 궁색한 변명을 해보인다. 하지만 상당한 힘이 느껴지는 보석을 바라보자면 세실의 장담도 틀리지 않아보인다.
“근데... 위험하지 않아?”
“무..물론이지!”
에이린은 세실의 그런 불확실성 가득한 말에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을 보낸다. 위험한지도 알지 못하면서 그런 물건을 써서 따라 오려 하다니... 얼른 세실의 부모님께 알려야 하는건 아닐까 고민한다.
“확실히 마물을 상대할수 없으면 따라오지마! 네가 다쳐가면서 까지 날 보호해줄 필욘 없다구!”
“그래도...”
“그럼 세실도 봤으니 이만 가볼게. 신관장 할아버지가 기다리시겠네. 너도 나 없는 동안 뭐라도 해야 하지 않아? 언제까지 부모님 곁에 빈둥거릴수 있는건 아니라구.”
에이린의 이어진 타박에 고개를 푹 숙이며 납득하지 못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세실. 아마 기필코 따라 가리라 다짐하는것 일지도 모르겠다. 에이린은 그런 세실을 놔두고 다시 신전을 향해 걷는다. 주위를 둘러보자 아기자기한 마을의 모습이 보인다. 이제 곧 떠나면 언제 돌아올수 있을지 기약이나 할 수 있을까? 에이린은 불안감에 양손을 꼭 부여잡는다.
“그래.. 그렇게 해주게.. 그럼 그때까지 안전하게.. 그래 알겠네..”
에이린이 도착하기전 신관장은 용병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무언갈 부탁 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마 에이린에 대한 경호의뢰를 타진하는것 같다. 잠시후 에이린이 도착하자 급히 말을 마친 신관장은 자애스러운 모습으로 에이린을 반긴다.
“허허허. 에이린 어서 오려므나. 여기 이 친구가 네 순례길 경호를 맡을 자인데 슈타르 라고 한단다. 특급 마수헌터 라지? 아마...”
“아.. 그 용병이신 분 말이군요!. 안녕하세요. 에이린 이라고 해요. 올해 16살이 되어 신성한 의무를 맏게 되었답니다. 여행길 동안 잘 부탁 드려요.”
에이린의 인사에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니 그다지 쉽게 친해질수 있는 부류는 아닌것 같다. 그런 모습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다 다시 얼굴을 펴 신관장을 바라본다.
“뭐.. 차차 친해지면 되겠지. 그럼 짐을 꾸린후 잘 다녀 오도록 하거라.”
“네에~! 신관장 할아버지도 건강하게 잘 계셔야 해요~”
그렇게 대답한 에이린은 용병인 슈타르의 인도하에 신전을 나선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줄도 모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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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슈타르와 함께 마을을 나서던 에이린은 걷던 걸음을 멈춰서 잠시 뒤돌아보며 생각에 잠긴다. 남겨진 세실을 생각하는듯 멍한 눈빛으로 멀어져 가는 마을을..
“아직 무슨 용건이 남아 있는 건가?”
“아?..아뇨!! 그다지.. 막상 떠나려니까.. 조금 뭐랄까? 감상에 젖어버린걸까요?. 그냥 마음이 싱숭생숭하네요.”
“그렇다면 서두르지.. 웬지 모르게 느낌이 안좋군.”
“느낌...이요?”
용병인 슈타르는 에이린에게 말하며 멀리 떨어진 마을을 바라본다. 에이린은 그런 슈타르의 시선을 따라가 보지만.. 그다지 별다를 것 없는 평소 마을의 모습일 뿐이다. 그렇게 슈타르와 에이린이 길을 따라 멀어져 감에 따라 마을은 고요에 휩싸인듯한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으으.. 그냥 가버린거야?.. 마지막 가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고? 좋아! 네가 그냥 가버렸다지만.. 나도 가만히 있을수는 없지.”
슈타르와 에이린이 사라진 길에 세실이 서서 중얼거린다. 아마 가출을 해버렸나 보다. 그렇게 에이린을 따라가려는듯한 세실은 그 자리에서 의지를 다진후 다시 에이린을 향한 발걸음을 옮긴다.
콰쾅~! 화르르~!!
“!? 무슨?! 마을이?! 아..아빠 엄마! 왜?!”
갑작스런 굉음과 함께 불타오르는 마을.. 그리고 울려퍼지는 비명소리. 마을이 불타오른다. 사람들이 죽어간다. 그리고 자신의 부모님마저... 어떻게 됬을지 상상할수 없다! 마을을 향해 달려가는 세실... 하지만 세실을 반기는건 반쯤 불타 무너져 내린 건물과 처참하게 죽어버린 사람들..
“누가... 왜?! 어째서 이렇게 되는건데~!!으아아악~!!”
쓰러지듯 무너져 내리며 흐느껴 악을쓰며 우는 세실의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 없다. 흐느껴 울다 지친듯 몸을 추스르며 마을을 돌아본다. 누군가 살아 있기를.. 부모님이 살아 계시기를... 하지만 그런 희망은 사치에 불과했던걸까? 아무도...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듯 싶다.
“아냐! 그럴리 없어. 그래 신전이라면!! 누군가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희망의 불길이 사그라들기전 마지막 불꽃을 피우듯 외치며 신전을 향해 달린다. 달리고 또 달려 신전에 도착한 세실은 사람들이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주위를 살핀다.
“으으.. 세..세실이냐?...세실이구나.. 쿨럭.”
“아...아아..아아아!! 시..신관장 할아버지!! 어째서? 무슨일이...”
“쿨럭.. 에이린.. 에이린을 따라가거라. 울컥.. 그리고.. 쿨럭.. 지..지켜......”
그렇게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신관장은 숨을 거두게 된다. 세실은 그런 신관장의 몸을 흔들어대며 일어나라고 소리쳐본다. 하지만 이내 그런 행위를 멈춘다. 잠시 불타오르는 주위를 바라본 세실은 주변에 죽어서 싸늘히 누워있는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고 양지바른곳의 땅을 힘겹게 파내기 시작했다. 모두를 따로따로 묻어줄수는 없겠지만.. 이대로 찬 바람을 맞게 놔둘수는 없다고 생각한듯 싶다. 언뜻 세실의 주머니속에 고이 간직한 업스톤이 요사스런 빛깔을 뿜어내듯 잠시 밝은 빛을 내보낸다.
세실이 마을사람들을 매장하고 있는 그시간...
“마...마을이!!”
“으음.. 그렇군.. 불타오르고 있다. 아마도 ... 때문이겠지.”
느낌이 이상했던 에이린이 뒤돌아보자 마을방향에서 불길과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던듯 싶다. 슈타르는 예상했다는듯 감정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린다. 에이린은 뒤돌아서 마을로 향하려 하지만.. 슈타르가 막아선다.
“가서.. 무었을 하려는가?. 어차피 이정도 왔으면 늦었다. 불길을 보니.. 대피하지 못했다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을거다. 너에겐 의무가 있지 않은가? 행하라. 그 의무를.. 그건 저 마을 따위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그런... 하지만!!”
슈타르의 매마른 음성에 진절머리 치듯 몸을 부르르 떨던 에이린은 반박의 망을 내뱉으려 한다. 하지만 이어진 슈타르의 음성에 다시 말문을 닫는다.
“그럼 행하지 않을텐가? 이세상이 사라져 버릴텐데? 그리고 내 의뢰는 널 호위해 7대 신전을 모두 돌아보는것. 의뢰를 파기 할텐가!”
에이린에겐 잔혹한 이야기 이지만.. 어쩔수 없는 이야기다. 슈타르는 의뢰를 행할뿐 별다른 터치를 하지 않을 기세다. 하지만 에이린은 다시 돌아간다고 쳐도.. 할수 있는 일은 그다지 없다. 그리고 마물이 날뛰는 이번 순례를 다시 행할수도 없다. 누군가의 보호가 없다면... 그렇게 잠시동안 생각을 마친 에이린은 슈타르를 향해 돌아서 굳은 얼굴로 말한다.
“알아요.. 알겠어요.. 하지만.. 흐윽.”
“결정했나보군. 그럼 다시 걷지. 계속 본다고 무슨일을 할수 있는것도 없으니..”
그렇게 슈타르와 에이린은 불타오르는 마을을 뒤로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마을은 그들을 향해 증오를 뱉어내듯 더욱더 타오를 뿐이다.
마을에 남겨진 세실은 자신이 마련한 무덤가에서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흘린다. 모두가 영문을 알수 없게 죽어버렸다. 다만 한가지 알수있는건 신관장의 말.. 에이린으로 인해 일어났을거라는 추측뿐.. 이것도 정확하지 않다. 그저 에이린을 지켜달라고 했던걸지도 모른다.
“그래.. 우선 만나는거야. 에이린을.. 그리고 지켜줘야 해. 그리고 마을을 이렇게 만든 자들... 용서하지 않아. 꼭 복수하고 말거야...”
침울한 음성 하지만 증오가 느껴지는 음성으로 세실은 의지를 다진다. 그렇게 다짐한 세실은 짐을 챙긴 후 불타버린 마을을 뒤로하고 에이린의 뒤를 따른다. 한나절 정도 뒤처진 행보. 발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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