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화 (31/35)

00031  [잡단편]신성한 의무 1  =========================================================================

                                          

1편

순례자의 길.. 세상은 7대 신전으로 인해 안정을 찾는다. 마기의 침범을 막고 인류를 부흥시키는 신전.. 각각 탐식 탐욕 나태 시기 분노 교만 정욕의 마왕들을 봉인한 봉마신전. 순례자는 각 신전들을 돌며 넘쳐 흐르는 마의 기운을 몸에 받아들여 종국엔 죽음으로써 신께 봉헌 하는 자를 말한다. 여기 수십년만에 다시 7대 신전을 돌며 마를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을 물려받을 아이가 태어났다. 

수군수군. 쑥덕쑥덕. 시끌시끌.

하지만 웬일인지 축복이 아닌 소란스러움만이 넘실댄다. 아무래도 무언가 잘못된듯한 분위기.. 과연 어찌된 일일까?!

“오오.. 신이시여.. 어찌하여..”

“휘유~.. 그러게 말입니다. 신관장님... 여자아이라니... 대대로 이 신성스런 임무는 태어나는 남자아이에게 맞겨졌건만... 어째서 우리 대에 남자아이가 아닌 여자아이가 태어나버린걸까요...”

그렇다. 태어난 아이가 남자아이가 아닌 여자아이라서 신성한 의무를 지워줘야 하는가 아닌가를 갑론을박 해 나가는듯 싶다. 그렇게 한동안 소란스러움 끝에 결국 의견은 모아지게 되는데...

십육년이 흐른 후...

여자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세 신성한 의무를 받들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아아~ 정말 싫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세실?”

“에휴~ 에이린 또 무슨 일인데?”

에이린 이라 불린 여자아이가 세실이라 불린 남자아이에게 투정을 부리며 한숨을 내쉰다. 그에 남자아이는 또냐? 라는 얼굴표정을 지으며 예의상 한번 묻는다.

“그렇잖아? 이렇게 하늘은 맑은데... 난 구질구질한 신전에 처밖혀 기도문이나 왜우고 있어야 하구. 조금있으면 신성한 의무? 그딴거 해야 하잖아? 응? 안그래?”

“정말... 네가 성녀라는게 믿겨지지가 않네.. 너 그거 신성모독이다?”

세실은 에이린의 말에 어처구니 없는듯 손을 휘휘 저어 댄다. 그 모습에 에이린은 누워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세실을 때릴듯이 주먹을 그러쥔다.

“우으!! 내가 그렇다면 그런건데 무슨 잔말이 많아!!”

“그래그래. 근데 그 주먹은 좀 풀지 않으련? 신관장님께 일러버린다?”

“으윽! 그..그러면 안되!! 너가 전에 일도 일러서 신관장님께 얼마나 잔소릴 들은지 알아? 으으.. 장장 3시간이 넘게 들었다구! 다리가 얼마나 저렸는데~!!”

“그건 네가 잘못해서 잖아? 그러게 누가 가출 하래? 그나마 나한테 들켜서 다행이지... 안그랬으면 너 벌까지 섰을껄?”

세실의 말에 에이린은 그건에 대한건 수긍하는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여 버린다. 하지만 이내 다른 일이 생각난듯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에이린.. 아마 신성스런 의무에 관해 생각해 보는걸지도 모르겠다.

“세실..이번에 신성스런 의무를 행하게 되면... 한동안 떨어져있을 수밖에 없겠네?.. 조금 아쉽다..”

“뭐... 그건 어쩔수 없지. 행해야 하는 의무니까. 그래도 세상을 위한 거잖아? 7대 신전의 순례 였지? 백년마다 한번씩 행해야 하는 의무라... 정말 얄굳은 의무라니까.”

세실도 조금 서운함을 나타내며 무언가 고민을 한다. 에이린은 그런 세실을 빤히 쳐다보다가 안아있는 세실을 향해 덮치듯 다가선다.

풀썩~

“읏? 에..에이린 무슨 짓이야?”

“그냥... 이러고 싶어서.. 세실과 헤어져야 한다니.. 바깥에 마물들도 많다던데.. 잘못되면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거잖아?”

점점 세실의 얼굴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디미는 에이린. 어느덧 가까워진 숨결은 서로를 뜨겁게 만들어간다. 부담스러웠던걸까? 세실은 그런 에이린을 밀쳐내며 이야기 한다.

“이러면 안되잖아? 에이린은 성녀고... 성녀는...”

“그게 무슨 소용이야?!! 내가 원하는건데!! 난 내맘대로 하지도 못해? 정말...정말 세실은 바보야!! 분위기 좀 잡으면 적당히 넘어갈줄도 알아야지!! 칫! 됐어!”

에이린은 삐친듯 고개를 팩~ 하고 돌려 마을을 바라본다. 몇일 지나면 조용하지만 정감있는 이 마을을 떠나가 된다니.. 거기다 세실과도 헤어져야 하고...

“나도.... 나도 에이린 너와 헤어지는건 싫어... 하지만 어쩔수 없잖아?. 의무니까... 의무니까.. 어쩔수 없으니까!!”

세실의 그런 의외의 외침에 에이린은 놀란듯한 표정으로 세실을 다시 바라본다. 활달했지만.. 그래도 조용한 성격의 세실이 저런 말을 하다니.. 세실도 내심 헤어지는게 신경쓰였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 그만 일어나자. 또 신관장님이 찾으시겠다.. 에휴~”

머뭇거리며 세실의 그런 외침을 애써 무시하며 에이린이 말한다. 세실도 못내 무안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그러자 라고 대답한후 자리에서 일어나 마을을 향한다. 마을을 향하는 동안 세실과 에이린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애써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무리 뭐라 해도 둘은 십대의 소년 소녀들이니 말이다.

그리고 다시 수일이 흘러...

웅장한 모습의 신전 안. 신관장과 노신관들이 에이린 주위를 감싸듯 둘러싸고 있다. 엄숙한 분위기 속 에이린은 양손을 곱게 맞잡으며 고개를 살짝 숙여 신상을 향해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스터 에이린 신성한 의무를 부여 받아 순례의 길에 오릅니다.”

조근조근한 음성으로 신성한 의무를 다하겠다 다짐하는 모습이 자못 엄숙하다. 잠시뒤 기도를 마친듯 눈을 뜨고 신관장을 바라보자 신관장이 굳게 다문 입을 연다.

“유구한 세월동안 고고히 이어내려온 신성한 의무. 그 행함에 있어 신성스런 요정왕의 계보를 이어 내려온 에이린 성녀는 의무를 받들어 순례자의 행보를 완성하라!”

그렇게 의식이 끝나고 주위 신관들이 에이린곁에 다가와 걱정을 담아 한마디씩 건넨다. 에이린도 그 마음을 아는듯 밝게 웃어보이며 걱정끼치지 않고 순례를 마치겠다고 말한다. 잠시후 모두가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간후 신관장과 에이린만 남은 신전 안 신관장은 에이린에게 당부의 말을 전한다.

“후우~ 에이린 네가 어느덧 이리 장성해. 순례의 길에 오르게 되었구나. 바깥세상은 전쟁과 7대 죄악이 넘쳐흘러 마물이 기승을 부린다던데.. 네가 잘 헤쳐나갈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우우~ 할아버지두 참~ 내가 앤가요? 걱정 마시라니깐요. 금세 다녀와서 건강한 모습 보여드릴께요~ 헤헤.”

움찔.

“그렇구나. 내 걱정하지 않으마. 참. 네 순례를 도울 용병을 고용했단다. 아무리 신성한 의무지만.. 혼자서는 헤쳐 나갈 수 없으니 말이다. 제법 유명한 용병인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나 보구나.”

“용병이요? 그 마물헌터들 말인가요?”

“허허 마물헌터뿐만이 아니지. 각종 전쟁에도 참전하고 이런저런 잡다한 의뢰도 받고 한단다. 물론 대부분 마물을 상대하긴 하지.”

신관장이 용병을 언급하자 어느세 걱정도 떨쳐버린듯 에이린은 용병에 대한 호기심을 내비친다. 

“그럼 용병이 도착하는동안 쉬고 있거라. 마을사람들과 인사라도 나누고 있는게 좋겠지. 세실도 서운해 할게 아니냐?”

“우읏?! 세..세실은 그저 친구일뿐이예요!!”

“후훗. 누가 뭐래드냐?”

그렇게 신관장의 농에 얼굴을 붉힌 에이린은 나 삐쳤어요. 라는 모습을 보여주며 몸을 돌려 마을을 향해 내려간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