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화 (30/35)

00030  [잡단편]미노스의 소녀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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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바깥이 어쩐지 소란스러웠다. 무언가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귀 기울여보니 아빠와 조금 늙은듯한 사람. 아마도 부족의 족장쯤 되는 사람 같았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내 아무리 부족이 소중하다 해도...”

“어허~! 그러지 말고 좀 들어보래도.. 자네도 알지 않는가. 이대로는 힘들다는걸... 저번 마수침공 이후 숲의 공기가 심상치 않네. 부족의 전사들도 많이 다쳤고... 다음대를 생각한다면... 자네의 아이를...”

내 이야기 였다. 아빠는 족장의 말을 한사코 거절하고 있고, 족장은 마을 제일의 전사인 아빠에게 부탁하는 모습. 이해가 되지않았다. 아무리 마을 최고의 전사라지만... 족장이 나설만큼 큰 일이라는게... 아무래도 나중에 물어봐야 할지도...

“그렇더라도 키리엔을... 그 작은 아이를 어떻게... 듣지 못한거로 하겠습니다. 그러니 돌아가 주십시오.”

“허어... 부족의 위기이건만... 좀 더 생각해 보도록 하게...”

문앞까지 이어진 대화가 금세 사그라 들었다. 결국 흐지부지하게 대화가 끝났듯 싶었다. 그리고 열리는 문. 약간 어색하게 굳은 얼굴의 아빠를 볼수 있었다.

“키리엔~ 아아... 어쩜 이리 이쁠까~ 읏차~ 자 아빠에게 뽀뽀를 해다오~”

“으엣?! 아...아빠~ 좀 으휴~ 쪽~ 이제 됬죠? 내려주세요.”

족장과의 대화 주제를 물어보려 했지만 아빠가 먼저 선수쳐버렸다. 결국 그런 아빠를 향해 궁금증을 풀지 못하고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그것보다 중요한건 토토가 언급했던 힘을 키우는 방법이니 말이다. 그때... 꿈이라 생각되는 그때의 공포를 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참~ 아빠. 토토가 그러던데... 부족 전사들은 그... 이상한 힘을 다룬다는데.. 오오라라던가? 넨이라던가... 혹시... 저 두 배울 수 있나요?”

흠칫..

아빠의 기색이 심상치 않았다. 어쩐지 못들을 걸 들었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그건... 토토 이녀석을 그냥!! 하아.. 벌써 알아버렸다면... 어쩔수 없겠구나. 그렇단다. 넨.. 그래.. 그런게 있지.. 하지만 어째서...? 키리엔 넌 아직 어리단다. 벌써부터 단련에 힘쓸 필요는...”

“그래두요. 갑자기 마수라도 쳐들어오면... 전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잖아요. 아빠아~”

어쩐지 피우지 않던 애교까지... 아직 어색한 관계지만... 힘을 위해서라면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결국 마지못해 이야기 해준다는 듯 아빠가 말을 이었다.

“귀..귀엽.. 츄릅.. 하아.. 흠흠.. 그래? 우리 키리엔이 그런 깊은 생각을... 그래도 아직은... 게다가 지금은 좋은 때가 아닌데... 정말 그렇게 힘을 가지고 싶은게냐? 간단한 기본 호신술정도라면...”

“그런거 말구요. 전사들같은 힘을 원해요. 그.. 넨이요..”

그렇게 한동안 밀고 당기기를 여러차례 결국 아빠가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고집 하고는... 그래 좋다. 우리 키리엔이 그렇게 까지 말하니까.. 대신.. 다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면 안된다. 알았지? 키리엔?”

“에? 진짜?! 정말 넨이라는거 가르쳐 주는거죠?! 네. 아빠~ 알리지 않을게요. 사랑해요~ 쪼옥~”

지루했던 공방 이후 간신히 받은 허락이여서 그랬을까? 황급히 대답하고 아빠에게 달려들어 볼에 뽀뽀를 해버렸다. 아빠는 그런 내 행동이 좋았던지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날 안아들었다.

“그럼 오늘은 늦었고 하니까.. 내일부터 가르쳐주마. 키리엔.”

“네~ 잘 부탁드려요~ 에헤헤.”

그동안의 피로가 한번에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이제 나도 넨이란걸 배워서 마수를 찢어발길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어쩐지 무서운 생각 같지만... 날 으적으적 씹어삼키던 마수를 생각하면... 공포와 함께 분노 또한 치솟기 때문이다.

그날은 흥분된 마음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 결국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말았다. 넨을 배운다는 기대감에... 그리고 족장님과 아빠가 어떤이야기를 했나 하는 궁금증에...

부스럭거리는 소리. 하지만 피곤함에 눈이 감겨왔다. 아마도 아빠가 사냥을 나가며 나는 소리같았다. 하지만 일어나기엔 밤을 새버린 여파가 거셋다.

“쪽~ 키리엔 다녀오마. 집 잘 보고 있거라.”

“우응.. 네에.. 일어나야하는데.. 하암.. 우웅..”

잠꼬대하듯 웅얼거리며 아빠를 배웅했다. 그리고 다시 잠들어버린 듯 했다. 어린 나이에 밤을 샌 결과는 이렇다는 거다. 어린아이는 일찍 자야 한다는 것.

“후아암~ 에..? 에에엣?! 늦잠 자버렸다아아~!! 후에에. 어쩌지? 으으.. 아빠.. 가버렸네.. 에휴~ 아침 정도는 해주고 싶었는데...”

물론 할줄 아는게 별로 없긴 하지만... 어쩐지 푹~ 자버린 것 같았다. 배에서 나는 꼬르륵 거리는 소리를 생각하면... 바깥은 한낮... 그것도 해가 반짝이는 한낮이라고 생각된다. 창문 사이로 드는 햇살도 그렇고...

“일단 식사부터... 근데 뭘 먹지? 우으... 해본게 있어야지.”

결국 간단한 빵과 고기 약간으로 때우고 말았다. 아침겸 점심을 때운 이후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어린 만큼 딱히 할 일도 없고, 아직 바깥은 어색한 것 천지.. 결국 혼자 궁상을 떨 수밖에 없었다.

“이보게 쿠르젠 자네 아직 있나?”

“에...? 족장님...인가? 무슨 일이시지? 저..아빠 사냥 나가셨는데요오~”

“흐음.. 그렇군.. 안에 키르엔이구나. 요 전에 아팠다던데.. 이제 괜찮은게냐?”

어제 아빠와 싸운것과는 달리 어쩐지 따스한 목소리로 날 걱정해줬다. 문을 열고 나서자 연로하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족장님이었다. 여느모로 보나 그저 인자하신 옆집 할아버지의 모습일 뿐이었지만... 틀림없는 어제의 그 목소리였다.

“에.. 또... 아픈건 다 나았어요. 근데 무슨일이세요?”

“그게... 이건 쿠르젠에게 말해야하는건데... 하긴 키르엔 너도 당사자이니.. 알긴 해야할 것 같구나.”

잠시 머뭇거리며 뜸을 들이더니 진지한 어투로 말을 건넸다.

“그래.. 키르엔 너도 이제 다 컸으니... 부족의 상황은 알겠지? 지금 현제 부족이... 좀 힘들단다. 그래서 마을 제일 전사인 쿠르젠에게 부탁해... 너를.. 흠흠.. 네게 무녀의 자리를 주겠노라 했는데... 거절하지 뭐냐. 그래.. 넌 어떻더냐? 마을의 무녀가 되는건...”

“무녀...요? 무슨 말이신지... 게다가 아빠도 거절하셨잖아요. 전 잘 모르겠어요.”

영문을 모르겠다. 무녀와 마을의 상황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걸까? 왠지 언급을 회피하는 모습. 결국 아빠와 상의하겠노라 대답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는 족장님. 

“에.. 저기 무녀가 되면... 그 이상한 힘이라던가.. 넨이라던가? 접해볼수 있는건가요?”

“넨...? 말이더냐? 아아. 그렇지. 그렇고 말고. 무녀가 되면 처음 접해야하는게 넨이란다. 넨이 없다면 무녀랄 것도 없지. 그래? 마을의 힘이 되고 싶은게냐? 넨을 알고 있다면... 분명 쿠르젠에게 설명을 들었을텐데... 그 힘은.. 그리 쉽게 볼만한게 아닌데 말이다.”

족장님이 솔깃 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넨에 대해 무녀에대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 미비한 설명... 게다가 언뜻 드는생각.. 아빠의 충고가 떠올랐다. 넨에 대해 알리지 말라는 충고... 하지만 벌써 알려버린 상황... 게다가 무녀가 되면 넨을 접할수 있다는 말에 조금 솔깃하기도 했다.

“그.. 아빠랑 상의해봐야 하긴 하지만... 그 무녀란거.. 해보고 싶어요. 넨.. 배울수 있다는거죠?”

“그럼 그럼.. 무녀만 되면 넨이 문제겠느냐. 마을 전사들의 존경을 받을수 있고 말고...”

마을 전사들의 존경. 좀더 솔깃 했다. 한마디로 족장과 비등한 위치가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바쁜 아빠와는 달리 넨을 제대로 가르쳐 줄 것 같기도... 아빠도 허락은 했지만... 본격적인건 알려주지 않을 듯 싶은 기색이고 말이다. 어쩌면 이게 기회일거라 생각됬다. 

“그럼 아빠에게 부탁해볼게요. 무녀가 될수있도록...”

“그래? 정말 잘됬구나. 드디어 무녀가... 이로인해 마을이 부흥하면 좋으련만...”

화색이 도는 얼굴로 족장님이 여운을 남기며 돌아갔다. 잘한 선택일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기회가 자주 오는것도 아닌만큼... 이번 기회를 잘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넨을 배울수 있다. 힘을 키울수 있다. 그렇게 마수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라는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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