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9 [잡단편]미노스의 소녀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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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몇 일의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갔다. 아니 실속은 있었다. 여기가 어딘지 그리고 내가 누군지 알게 됐고, 부족의 현실이라거나, 아빠와 나의 관계청산(?) 등등. 나름 알찬 시간이었다. 몸 또한 가벼운 바깥 나들이정도는 할만 큼 많이 나아졌다.
“아빠~ 일어나셔야죠~!!”
물론 이렇게 아빠와 좀더 가까워질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한동안... 아니면 쭈욱~ 같이 살지도 모르는데. 어색하게 지낼수야 없지 않는가!!
“으음~ 키리엔.. 아빠는 좀더... 단꿈에 젖어.. 아아~ 우리 키리엔이 뽀뽀를 해준다면... 일어나련만...”
그래. 이러지만 않았으면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째 투정이 심해졌다. 게다가 은근 입술을 내미는 모습 하며.. 이건 분명 일어나 있는거다. 게다가 언뜻 보이는 모습을 보니... 어느정도 준비 또한 끝마친 모습. 하긴 마을의 제일 전사인데... 부지런하지 않을리 없지 않는가?! 그저 내가 뽀뽀해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 뿐이다.
“으으~ 아빠!! 일어난거 다 알아요. 게다가 준비도 다 마치셨으면서.”
“그..그치마안~~ 키리엔의 뽀뽀가 없으면..흑흑.. 이 아빠는~~ 아빠느은~ 기운이 나지 않는걸~!!”
그렇다고 치자. 근데 그게 무슨 상관? 물론 가족간에 애정은 어느정도 유지하는게 좋겠지만... 그게 뽀뽀따위를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색을 보니 뽀뽀해주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에휴~ 대신 이번만 이예요!! 쪽~”
“우오오~!! 키리엔의 사랑~!! 잘 받았다!! 이제 힘이 나는걸~ 읏차~”
“꺄앗~ 무..무슨 짓이예요!!”
아빠가 번쩍 눈을뜨고 일어나며 날 껴안아 올렸다. 그리고 부비부비... 따가웠다. 뺨이... 여린 어린 여자아이의 피부로 감당키 힘든 따가움 이었다. 역시 해주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럼 우리 딸~ 집 잘 보고 있거라. 누가 사탕준다고 따라가지 말구~”
“아야야. 따갑잖아요. 게다가 제가 무슨 앤가요!! 사탕준다고 따라가게~!!”
물론 순간은 혹 하기도 하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는가!! 이런 오지에 사탕같은 귀한 물건이라니!! 그 달콤함!! 샤르르 녹는 그 느낌. 어쩐지 처량해진다. 겨우 사탕 하나에 이런 반응을 보이려 하는 나 자신에게...
“그치만... 하아.. 알았으니까 어서 다녀오세요. 늦겠어요 정말~!”
“으응.. 그만 떠밀려무나. 윽.. 이 아빤 너무 슬프구나..흑흑.. 키리엔을~!! 키리엔을 놓고 가야하다니!! 또 병이라도 나면...”
하아.. 이런 팔불출 아빠라니.. 어쩐지 정말 기운이 한없이 제로로 향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애정... 나름 기분좋게 느껴진다. 정말 처음 느껴보는 애정이 아닐수 없었다.
“읏차~ 그럼 시작해볼까?”
뭘 시작하냐고? 당연히 집안청소지. 한동안 누워있느라 집안이 많이 어질러진 듯 했다. 게다가 아빠에게 청소를 바랄수도 없고... 남자가 다들 그렇지 않는가? 청소따위 담쌓는 인생.. 결국 몸이 나은 직후 하는건 청소였다.
“으쌰~ 읏차.. 에휴~ 다했다. 이제 빨래랑... 목욕도 하고싶은데.. 욕탕은... 없겠지? 에휴~”
정말.. 이래서 불편하다. 숲속이란건... 근처 냇가에가서 몸을 씻어내려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빨랫감을 들고 집을 나섰다. 살짝 두려움이 치솟긴 했지만... 안전한 마을이다. 게다가 부족의 전사들이 지키고 있다.
“와..~ 다시 봐도... 정말 울창한걸..?”
정말 그랬다. 깊숙한 숲속.. 이런 마을이라니.. 나무도 크고 숲도 우거져있다. 그렇게 감탄사를 내뱉으며 냇가를 향해 가려고 했다.. 마음만...
“으으.. 어디가 냇가인지 모르겟어...”
이래서 문제였다. 기억이 없다는건.. 아니 당연한 소리겠지만... 결국 부족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냇가로 향했다. 조금 어색함이 있었지만.. 부족사람들 모두가 친절했다.
“아아. 찾았다. 근데 누가 있나?..”
찾긴 했지만.. 선객이 있는 것 같았다. 우렁찬 기합소리. 잠시 귀를 기울여 봤다. 어린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풀을 제치고 다가서자 엣된 남자아이가 무슨 훈련을 하는게 보였다.
“누구냣!”
“우왓?! 에...?! 나..나는.. 우으..”
너무 놀라서 발음이 꼬이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들고왔던 빨랫감도 떨어뜨려버리고, 다행이도 그 남자아이가 날 본 듯 적의를 거둬들였다. 그리고 다가와서 반갑게 맞아줬다.
“난또~ 키리엔이였잖아. 이제 몸은 괜찮은거야?”
“으응?! 응. 괘..괜찮아.. 근데 누..누구?”
“에휴~ 역시 그 고질병 못거친거야? 토토 잖아. 토토.”
어쩐지 익숙한 모습이었다. 어째서? 라는 내 얼굴표정을 본 듯 토토가 이어서 말했다.
“너 사람이름 기억하는거 잘 못했잖아. 내 쉬운 이름도 기억못하기 일쑤고.. 도대체 무슨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니깐~”
“윽.. 그..그랬나? 헤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어쩐지 나는 그런 아이였나보다. 기억력 제로의 사차원소녀?! 뭔가 납득이 가면서도 가지 않았다. 어쨌든 따로 기억의 부재를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근데 뭐하러.. 아. 빨래구나. 너두 힘들겠다. 아빠랑 둘이 살아서.. 그래도 뭐.. 쿠르젠씨는 마을 제일 전사이니까...”
부러워 하는구나. 응. 이 아이.. 토토는 아빠인 쿠르젠을 동경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마을 제일의 전사... 맞을까? 그 팔불출이... 어쩐지 의심이 가긴 했지만... 이런 어린 아이까지 알 정도면.. 분명하겠지... 어쨌든 동경하는 어른의 딸이니 그만큼 친해지고 싶고 친하기도 한 듯 했다.
“헤에.. 아빠가?.”
“으응.. 정말 대단 하시잖아. 전에 마수가 침입했을 때 정말... 그 이상한 힘.. 대단했었어.”
“에? 이상한힘이라니?”
이상한 힘이라.. 무슨 힘을 말하는걸까?
“응. 알아봤더니. 오오라 라던가? 넨이 어쩌고 그러던걸? 나도 성인식을 치루면 배울수 있을거라던데? 키리엔 넌 모르는거야? 아빠가 제일의 전사인데...?”
“우웅... 모르겠어. 알려주지 않은...걸까?”
어째서 의문문? 이란 물음을 준다면... 기억에 없으니까. 라고 해주겠다. 어쨌든 알아볼게 하나 더 생긴 것 같았다. 내가 누구인가. 와 그 이상한 힘에 대해서. 저녁에 아빠가 돌아오시면 졸라대야 할지도... 조르면 알려줄까? 역시 같이 목욕이라도 해줘야하는거?
“으으~ 조금 싫겠다. 그치만... 알고싶어.. 힘... 그래 마수를 죽일수 있는 힘..”
어쩐지 시야가 몽롱하게 변하며 마수를 쳐죽이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버렸다. 그리고 곧이어 마수의 아가리속에 먹혀들어가는 세 살정도의 아이의 환영..
“읏~! 하아... 하아.. 어째서...?”
“키리엔? 괜찮은거야? 아직도 아픈건 아니지? 이 땀좀봐.”
“으응.. 괜찮아.. 조금.. 어지러웠을뿐이야. 나 빨래도 해야하고.. 좀 씻어야하는데... 혹시 훔쳐보거나 그러는건 아니지?”
괜찮다고 말해준후 화재를 돌렸다. 그러자 화들짝 놀라며 얼굴이 붉어져 오는 토토. 그리고 힐끗거리며 내 가슴을 바라보고 있다. 팰까?!
“너.. 됐다. 어서 가버려.”
“으응.. 그..근데.. 괜찮겠어? 아프다거나... 역시 내가 마..망을 봐주는게 좋지 않을까?”
“그러면서 훔쳐볼려구?”
“아..아냐! 난 그저... 지..지켜주고 싶으니까... 키리엔을...”
이녀석... 이거 고백? 그치만 확.. 와닿지는 않는다. 이제 갖 6~7세쯤 되보이는 꼬꼬마 어린 아이의 고백이라니... 내가 쇼타콤도 아니고.. 풋~ 그래도 귀엽긴 하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게 쿡 하고 찌르면 푸쉬쉬~ 하고 바람이 빠져나올것만 같았다.
“풋~ 아직 전사도 되지 않은 네가?”
“으읏~ 그..그래도... 칫... 이만 갈게...”
시무룩 해져서 돌아서는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뭐... 조금 불쌍하긴 해도.. 누가 누굴 지킨다는 말인가? 약한 마수조차에게도 노려질법한 어린 아이가... 게다가 지켜지고픈 마음따위 없다. 마수에게 먹히는 환영이 아직도 보이는듯한 기분... 그래. 지켜지는것보다 그런 마수를 죽여버릴수 있게.. 나 자신을 단련시키고 싶을뿐이다.
“아빠에게... 부탁해볼까?”
부족 제일의 전사라고 했다. 분명 날 강하게 만들어줄 힘을 가지고 있을거다. 부탁해보는게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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