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8 [잡단편]미노스의 소녀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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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이후 처음 본 것은 어느 이름모를 마수의 아가리 앞 이었다. 순간 꿈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꿈이 아니었다. 그리고 드는 공포감. 그렇다. 난 현재 어느 이름모른 마수에게 먹힐 위험에 처한 것이다. 그리고 곧 먹힐 예정이었다.
“크르릉~크아앙~!”
포효하는 마수.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 놓인 가녀린 먹이. 아무리봐도 있을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제 갓 세 살이나 먹었을법한 귀여운 외모의 아이였다. 하지만 그 모습도 잠시일뿐... 곧 마수에게 먹힌다. 그런 운명의 아이였다. 마수는 그런 아이의 모습에 침을 질질 흘리며 입맛을 다시고는 입을 쩌억 하고 벌렸다.
이제 죽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에 마수의 아가리를 바라보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운명이 찾아왔다. 즉... 마수에게 씹혀버렸다는 것이다. 소리조차 지를수 없었다. 육체가 부셔지는 아픔. 고통. 머릿속이 새 하얕게 타오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눈앞이 흐려졌다.
“꺄아악~!! 헉..허억..”
벌떡 일어나며 고통에 몸부림 쳤다. 그리고 양손과 다리 몸을 더듬었다.
“주..죽지 않았어?! 어..어째서... 그리고 몸... 자라있어...”
약 6~7세 정도의 몸으로 보였다. 게다가 죽지 않았다. 그에 안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통과 두려움은 사실적으로 다가왔지만... 그래도 죽지 않았다는게 다행이었다. 한데... 어째서 갑자기 자신은 여기에 있는걸까?
“여..여긴?”
주변을 살폈다. 난잡한 오두막같은 천장. 통나무로 이루어진 조그마한 전통가옥으로 보였다. 한쪽에 쪽문이 나있고 작은 창문도 있었다. 그곳에서 빛이 살짝 비추는걸 보면 시간은 낮정도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몸을 되돌아 봤다.
“아... 아아?!”
목소리... 앙증맞다. 아니 귀여운 여자아이의 앙증맞은 목소리였다. 그리고 팔다리도 가늘다. 생김세는... 아직은 모르겠지만.. 목소리로 유추해보자면... 상당히 귀여울거라 생각됬다. 그리고 성별은... 여자?!!
“에에엑?!! 이..이게 뭐야?! 여..여자아이...?”
떨리는 팔로 느껴지지 않는 물건이 존재했으리라 유추되는 그곳을 더듬었다. 평평했다. 아니 둔덕이 약간 느껴졌다. 맨질맨질... 게다가 그 사이로 갈라진 틈이 존재했다. 틀림없는 여자아이다. 어째서 이렇게 된걸까? 아니.. 자신은 누구일까? 아니면 누구의 몸에 빙의라도 한걸까?! 혼란스러웠다.
“으으... 모르겠어. 근데 나.. 왜 놀라고 있는거지? 분명 틀림없는... 에..? 남자아이였던가? 아니.. 생각나지 않아.. 으으으..”
그렇다. 놀랄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아니 생각나지 않았다가 정답이다. 그런데 놀라는걸 보면... 잊혀진 기억속에 나는 남자아이였나보다.
“그..그런걸까?”
살짝 땀이 삐질 흘러내렸다. 일단 살아있는것에 감사하기로 하자. 그리고 자신의 현 상황을 인지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니 익숙해지기로...
“그치만 어째서 알몸인걸까?... 우웅..”
알몸이라 그런지 조금 추위가 느껴졌다. 이불을 끌어올려 드러난 상체를 가렸다. 역시 조금 부끄러운걸지도...
“응?! 누..누구?!!”
통나무 집의 문이 살짝 삐걱거리며 열렸다. 그리고 들어오는 존재. 어쩐지 다부진 인상의 남성이었다. 살짝 놀라며 쳐다보자 기꺼운 기색으로 그 남자가 날 향해 다가왔다.
“키리엔~!! 일어났구나.. 흑흑.. 난 또 네게 큰일이 생긴줄 알고...”
어쩐지 날 향해 따스한 표정을 지어준 남성이었다. 조금 안심이 됬다. 아마도 이 몸의 가족인걸지도 모른다고 생각됬다.
“누..누구세요..?”
“키..키리엔?... 서..설마 기억이...! 역시 아직 몸이... 으흐흑.. 내가 좀더 잘 돌봤어야 했는데... 사냥간 틈에 이렇게 아파했을줄이야...”
누구냐는 물음에 대답해주지 않고 더욱더 슬피우는 남자였다. 어쩐지 꼴사나운 모습이었지만... 걱정하는게 느껴져 말하진 않기로 했다. 그것보다 도대체 무슨 상황이고 무슨일인지 모르겠다.
“그래.. 그래도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네가 고열로 앓아누웠다는 소리에... 황급히 달려왔건만...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서 다행이구나.”
“그...그러니까.. 제 이름이 키리엔...? 그..그럼 당신은...?”
당신이라고 칭해서인지 살짝 침울해진 기색이 느껴졌다. 더럭 겁이 났다. 하지만 그런 내 기색을 간파한 듯 남자가 자신이 누군지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하아.. 그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거구나. 네 이름은 키리엔 이고 내가 너의 아빠란다. 크루젠 이라고 하니 기억해두렴. 이젠 더 이상 널 혼자 내버려 두지 않을테니... 더는 아프지 말거라...흑흑.”
어쩐지 추해보이면서도 다정해 보였다.
“그..근데 그만... 껴안아 주시면... 안될까요..?”
살짝 몸이 저렸다. 그리고 슬며시 부탁하자 황급히 떨어져 나오는 모습. 겨우 몸을 움직일수 있었다.
“미..미안하구나. 하하.. 그래도 다행이구나. 기억이 없는데도.. 역시 내딸인 키리엔이구나.”
“에..또.. 가..감사합니다..?”
어쩐지 감사인사를 해버렸다. 조금 창피해져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듯 했다. 다행이 그런걸 눈치 채진 못한 듯 하지만... 그래도 창피했다.
“우읏.. 그..근데 제 옷은...”
“아.. 땀이 나서 벗기는 바람에... 자 여기 있단다.”
다행이 쿠르젠. 아니 아빠가 옷장에서 옷을 꺼내 줬다. 그리고 어서 입으라는 듯 재촉했다. 빤히 바라보면서...
“뒤..뒤돌아주세요.”
“아.. 미안.. 그치만 같이 목욕도 하고 그랬는데.. 우우.. 너무하구나 키리엔..”
아니.. 그거야 아빠와 딸 사이여서 그랬겠지만... 이제 갓 정신차리고 기억도 없다며..?! 이거 혹시 팔불출 아빠 라는거? 게다가 딸의 몸을 구석구석 보고싶은거냐!! 어쩐지 기운이 더 빠져버렸다.
“이..이제 돌아서도 되요. 쿠르젠씨...?”
“으흑흑.. 키리엔이 날더러 아..아빠라고 불러주지 않는거니?”
어쩐지 궁상맞아보였다. 하지만 어쩔수 없지 않는가? 기억나지 않는 아빠라는 존재.. 게다가 눈앞에 거대한 산처럼 버티고 서있는 쿠르젠... 아빠라고 불러주기엔 너무도... 다부진 인상이니 말이다.
“윽.. 우..울지마세요!! 다큰 어른이..”
“하..하지마안~ 흑흑..”
“네네! 불러드릴게요. 아..아빠... 우읏~!”
부끄럽지만 아빠라고 불러주기로 했다. 더 이상 질질 짜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살짝 기운이 빠진 몸을 움직여보았다. 다행이 어느정도 움직일수는 있었다.
“저.. 바깥에... 나가 봐도 되나요..?”
“아픈몸인데... 하긴.. 그동안 햇빛도 못봤을테니... 이 아빠에게 맞기렴..”
“후에엣?!”
쿠르젠.. 아니 아빠가 날 안아들고 벌떡 일어났다. 설마 이런 공주님 포즈가 될줄은... 살짝 당황하며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다. 게다가 입게된 옷이 원피스 형태라 그런지 살짝 말려올라갈 것 같아서 좀더 당황했다.
“내..내려주세요!! 부..부끄럽게.. 히잉..”
“하하. 가족사이에 부끄럽기는... 자 바깥으로 나가자꾸나.”
그렇게 오두막 바깥으로 나오게 됬다. 햇빛이 따갑게 내리 쬐었다. 그리고 펼쳐진 모습.. 장관이 아닐수 없었다. 대충 숲속이라는건 눈치챌수 있었지만... 사방팔방으로 전체가 숲이고.. 게다가 비슷한 형태의 오두막이 상당히 보였다. 아마도 어느 부족형태의 마을인 것 같았다.
“에...? 여..여긴..?”
“아아.. 이것까지 잊어버린거니..? 우리 부족의 마을이란다.”
“부족..의?”
그리 크지않은 마을이었다. 아마 어느 소수부족중 하나 인 것 같았다. 하지만 어째선지 마을의 분위기가 무거워보였다. 아빠..인 쿠르젠에게 안겨있어서 다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몇몇 오두막에 약간의 파손이 보였다.
“쿠르..아니 아빠.. 저긴 왜..?”
“아아.. 저번에 마수가 침입하는 바람에... 조금 그랬단다. 그래도 금세 물리쳤으니 그리 걱정할거 없단다. 키리엔.”
그러고보니 자꾸 마수 마수 하는 소리가 거슬렸다. 기억에 날 잡아먹던 그게 마수라는걸까? 어느정도 납득이 갔다. 그 큰 덩치. 사나운 형태의 모습.. 그리고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마수라 칭할만 했다.
“이만.. 이만 들어가요.. 하아...”
머리가 띵~ 하니 아파왔다. 아마도 아직은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듯 싶었다.
“아.. 그래.. 피곤할 만도 하지.. 들어가자꾸나. 키리엔..”
그렇게 그날은 한숨과 함께 짧은 바깥 나들이를 끝마쳤다. 혼란스러운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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