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4화 〉294회. 투타 겸업 (294/297)



〈 294화 〉294회. 투타 겸업

나연이 보던 영상은 야한 동영상이 아닌 미국 메이저 리그 경기 영상이었다.

"아, 아니 경기 영상이잖아요~!"

"후후, 그래~ 야구 동영상~ 줄여서 야동~"

"이이..!"

동국이 능글거리며 말하자, 나연이 눈물을 글썽이며 동국을 퍽퍽 때렸다.

"그나저나 어디 경기야..? 으흠... 오나니네..?"

투타 겸업이라는 게임 캐릭터 같은 활약을 하고 있는 오나니 쇼하니. 물론 실제로도 게임 캐릭터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야, 공이 아주 어마 무시 하구만~? 150을 쉽게 던지네."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는 오나니의 모습에 동국은 절로 감탄을 했다.

"오늘 경기에서 홈런도 1개 때려냈어요. 정말 오구 천재 같아요."

"투타 겸업을 하고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하니깐..."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보는 투타 겸업.

투타 겸업을 했을 때, 선수 1명이 투수와 야수를 둘 다 봄으로 엔트리에 1명의 여유가 생긴다. 투타 겸업 선수가 야수로 등록이 되면, 그 선수를 포함해 투수를 3명을 쓸 수 있다. 기존의 투수 2명에 투타 겸업 선수 1명이 투수로 뛸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투타 겸업 선수가 투수로 등록이 되면 야수 1명을 추가로 쓸 수 있다. 예비 야수가 2명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몰라도 오구에서는 엔트리의 여유가 그리 큰 메리트가 있지 않았다. 투수야 보통 1명의 선발 투수가  경기를 책임지니 투수가 2명이 되나, 3명이 되나 별 차이가 없었다. 구원 투수가 등판할 정도라면 이미 승패가 많이 기울어진 상태일 것이다.

예비 야수가 2명이 된다고 치면 그래도 어느 정도 이득이 있긴 하지만 단점을 생각해 본다면 장점이 그리 크진 않았다.

투타 겸업의 단점은 하나만 해도 힘든데,두 개를 동시에 하니 체력적인 부담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투타 겸업을 하니 경기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2배로뛰고, 훈련도 2배로 해야 했다. 남들보다 훈련량이나 훈련 시간이 많아야 하니, 자연스럽게 휴식 시간이 부족하게 되고, 이는 회복 시간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

그럼 당연히 부상의 위험이 커진다. 실제로 오나니는 풀타임을 뛴 적이 별로 없을 정도로 부상을 자주 입었었다.

"흠... 근데 이거 왜 보고 있는 거야? 오나니 영입해 보려고?"

"아뇨, 그게 아니라... 콜로사를 오나니처럼 투타 겸업을 시켜보면 어떨까 싶어서요."

"으흥? 콜로사를..?"

"콜로사의 어깨 능력치가 상당히 좋잖아요. 특성 때문에 그런 거 같은데, 투수로 생각해 본다면 엄청난 파이어볼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요?"

"확실히...."

콜로사. 특성으로 괴력을 낼 수 있는 선수. 이 괴력 때문에 강한 송구를 날릴 수 있다. 나연의 말은 송구를 강하게 던질 수 있으니, 투구도 빠르게 던질 수 있지 않냐는 거였다.

"지금 벨리나가 선발 차례일 때, 벨리나가 무너질 것을 대비해서 에인헤랴르 선수를  명 콜업 시키고 있잖아요. 만약 콜로사가 투타 겸업을  수 있게 된다면, 콜업할 선수를 콜로사로 할 수 있죠. 그러면 벨리나가 무너지면 콜로사가 구원 투수로 등판하면 되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콜로사를 대타로도 쓸 수 있죠."

"그렇군. 좋은 아이디어야. 한번 회의를 해봐야 겠어."

현재 벨리나가 선발 투수일 때 2번째 투수로 에인헤랴르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인 정대연을 1군으로 콜업 하고 있었다.아직까진 벨리나가 무너진 적이 없기에 1군 경기에서 등판한 적은 없었지만, 만약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장거리 원정 경기를 제외하면 항상 콜업 하고 있었다.

나연은 이 자리를 정대연 대신콜로사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콜로사로 바꾸면 구원 투수로도 등판 가능하고, 한 방을 노릴 수 있는 대타로도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나연과 동국은 콜로사를 찾았다. 막상 콜로사가 투수로서의 가치가 없으면 이루어 질 수 없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3월 5주는 에인헤랴르의 휴식주 이다. 그렇기에 에인헤랴르 선수들은 평소엔 하지 못했던 개인적인 일을 하거나 휴식 또는 훈련을 했다.

가족들이 다 멕시코에 있는 콜로사는 당연히 훈련을 하고 있었다. 선구안을 키우기 위해 피칭 머신을 이용해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분하는 훈련을 하였다.

"콜로사!"

"어, 오빠?"

동국의 부름에 콜로사는 피칭 머신을 끄고서 동국을 바라보았다. 평소와는 다르게 옆에 나연 언니도 같이 있으니 무언가 중요한 말을 할 것 같았다.

"너 혹시 투수로 연습해 본 적 없어?"

"투수로..? 아니, 없는데..?"

덩치가 덩치이다 보니 콜로사는 한번도 투수를 생각해  적이 없었다. 거기에 그녀가 공을 던지는 것보다 치는  더 좋아하기도 했다.

"그럼 한번 해보자. 따라와 봐."

동국이 그녀의 손을 잡고서 이끌자 콜로사는 의아해 하면서 따라갔다.

'나, 나도 손 잡고 싶은데...'

그 모습에 나연은 우물쭈물 하다가 슬그머니 동국의 나머지 손을 잡았다. 혹시나 동국이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동국은 오히려 자신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히히...'

동국이 콜로사와 나연의 손을 잡고서 사이 좋게 간 곳은 바로 투구 연습장 이었다. 투수 코치인 비엔나를 비롯해 여러 투수들이 공을 던지며 훈련을 하고 있었다.

투수는 여러 명인데 포수는 1,2군 합쳐 2명이니 명수가 안 맞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AI 포수들이 있기에 투수들이 차례를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어, 구단주 님?"

평소 별다른 일이 없으면 연습장에 오지 않던 동국이 더  일이 없는 콜로사를 데리고 오자 비엔나가 의아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여기 남는 자리 있어요?"

"자리요..?  자리가 남긴 했는데... 어쩐 일로 그러세요?"

"아, 여기 콜로사를 투타 겸업을 시켜보면어떨까 싶어서요."

"투타 겸업이요..?!"

동국의 말에 비엔나가 콜로사를 타자로서가 아닌 투수로서 살펴보았다. 확실히 피지컬적인 측면에서는 좋은 조건이었다.

"확실히 어깨가 강하니 될 것도 같긴 한데... 체력이 문제이지 않을까요?"

"1군에서 대연이 포지션이면 어떨까 싶어요. 대기 투수 겸 대기 타자인 거죠."

"오호... 그렇다면... 괜찮겠네요."

동국과 비엔나가 대화를 나눌 때, 자신이  이곳에 왔는지를 알게 된 콜로사는 새삼스럽게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투타 겸업..? 메이저의 오나니처럼..?'

멕시코 출신이다 보니 콜로사는 한국의 전국 리그보단 미국의 메이저 리그를 주로 시청하였다. 당연히 메이저 리그의 스타 중  명인 오나니를 잘 알고 있었다.

그 오나니처럼 투타 겸업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콜로사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만약 이게 성공한다면 꿈에 그리던 1군 콜업도 보장된다는 것 같았다.

'최선을 다하자..!'

"자, 그러면 콜로사. 기본적인 포심 그립은 알고 있지? 한번 잡아보자."

비엔나의 지도 하에 포심 그립을 잡은 콜로사.

"저기 포수를 향해 공을 던져보렴. 일단은 전력을 다해서 던지지 말고 가볍게 던진다는 느낌으로 말이야."

비엔나의 말에 콜로사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공을 던졌다.

슈우욱~

꽤나 빠른 공이 포수를 향해 날아갔다. 스트라이크 존 위로 꽂히는 공이었지만, 구속이 상당해 보였다.

어느새 훈련을 멈추고 콜로사를 바라보던 선수들과 동국 일행의 시선이 구속이 찍힌 전광판을 향했다.

"오! 123km!"

가볍게 던진 공이 120km가 넘었다. 이 정도 구속이면 구위 능력치가 최소 C급은 될 것 같았다.

"자, 이번엔 전력을 다해서 한번 던져보자!"

"네! 코치님!"

꽤나 좋은 구속에 비엔나도 흥분했고, 콜로사도 흥분했다. 침착하게 투구 자세를 잡은 콜로사가 힘차게 공을 뿌렸다.

펑~

"128!!"

"이야~! 에인헤랴르에서 공이 제일 빠른데?!"

"역시 강견(强肩)이라 그런지 구속도 어느 정도 나오네!"

역시나 콜로사의 어깨가 강해서 그런지 구속이 상당했다. 아직 투수로서 인정을 못 받아서 그런지,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콜로사의 투수로서의 상태창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동국이 대략적으로 예측을 해보았을 때, 그녀의 구위 능력치는 대략 C+은 될 것 같았다.

'콜로사의 어깨 능력치가 B급이니 반 단계 정도 하향된건가..?'

아직 투수로서의 투구가 익숙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나중에 어느 정도 익숙해 지면 어깨 능력치와 비슷하게 구위 능력치가 형성될 것 같았다.

'그렇게 따지면 아연이의 어깨 능력치가 S급이니, 투수로서 공을 던지면 대략 140 후반에서 150km가 나오려나..? 설마..'

아연이의 수비 포지션, 그리고 그녀 특유의 유리 몸 기질을 생각해 본다면 투타 겸업은 꿈도 꿔서는 안 될 말이지만, 괜히그녀가 공을 던지면 어느 정도 구속이 나올지 궁금하긴 했다.

"아연아, 어딨니? 잠깐 투구 연습장에 와 볼래?"

- 투구 연습장..? 일단 알았어.

동국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아연일 투구 연습장으로 불렀다. 그녀가 오는 동안 콜로사는 계속해서 공을 던져보았다.

"일단 구위는 좋은데, 제구는 확실히 평범하네요. 다른 에인헤랴르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같아요."

"그럼 제구는 F급 이겠네요."

"뭐, 그렇겠죠. 그래도 구위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2부 리그 정도는 압도할 수 있겠네요."

구위 능력치를 C+급으로, 제구 능력치를 F급으로 가정한다면, 종합 능력치는 평균으로 구하면 대략 D급 정도  것이다. D급이면 에인헤랴르에서 가장 능력치가 좋은 정대연의 E+보다 약간 더 좋았다.

"관건은 체력적인 문제인데..."

비엔나가 말을 꺼냈을 때, 아연이 연습장에 들어왔다.

"뭐야,  하고 있었어?"

"어, 아연아, 일로 와 봐."

동국의 손짓에 아연이 쪼르르 달려왔다.

"음? 콜로사가 왜 저기 있어? 나연아, 이게 무슨 일이야?"

"지금 콜로사의 투타 겸업을 한번 테스트중이야."

"엥..? 투타 겸업..?"

아연이 나연의 말을 듣고선 황당해 할 때, 동국이 그녀에게 글러브와 공을 건네며 말했다.

"자, 아연아. 너도 한번 저쪽에서 던져봐라. 니 구속은 얼마나 나오나 한번 구경해 보자."

"뭐, 뭐야, 나도 투타 겸업을 하라고?!"

아연이 기겁을 하며 글러브를 안 받으려 하자, 동국이 그녀의 품 속에 글러브를 넣으며 말했다.

"그냥 궁금해서 하는 거야~ 너는 절대로 겸업  시킬꺼니깐 걱정하지를 마."

"아, 알았어! 어휴, 깜짝 놀랐네."

자신도 투타 겸업을 시키는  알고 깜짝 놀랐던 아연은 동국의 말에 그제야안도를 하였다. 대충 포심 그립을 잡은 아연이 와인드 업을 하고선 공을 뿌렸다.

슈우욱~ 펑~!

"오오오!! 146km!!"

"뭐, 뭐야?! 앤서니보다 빠른 거 아냐?!"

아연이던진 공의 구속을 확인하고서 다들 깜짝 놀랐다. 어깨가 S급이니 대략 A+급 구속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은 했지만, 막상 140 중반이 나오니 상당한 충격이었다.

이러한 예상을 몰랐을 아연인 당연히 자신의구속을 확인하고서 어안이 벙벙해졌다.

'내 공이 이렇게 빨랐었나..?'

모두의 시선이 아연이에게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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