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89화 〉289회. (289/297)



〈 289화 〉289회.

레오파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가져간 발키리의 다음 상대는 강팀인 서울 다윈 슈퍼우먼즈 이다.

슈퍼우먼즈와는 작년 한국 컵 대회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비록 당시에 슈퍼우먼즈의 2선발과 대결을 했었지만, 0-4로 승리를 했던 기억이 있다.

"저번에 이긴 팀이니 이번에도 충분히 이길  있다. 오늘도 이겨서 5연승 가즈아~!!"


"가자아아~!!"

경기에 앞서 동국이 힘차게 구호를 외치자, 선수들도 따라 외쳤다. 몇몇 선수들은 조금 부끄러워 하는 것 같긴 했지만...


발키리와 슈퍼우먼즈는 경기 초반 득점 기회를 얻었지만, 둘 다 득점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슈퍼우먼즈는 1회 초 2사 만루 상황을 만들었지만....

- 헛스윙~!! 삼진 아웃!!! 박세현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이닝 종료!!


- 바깥쪽 슬라이더에 완전히 당하고 말았어요.


5번 타자 박세현이 삼진으로 아웃 되며 득점 기회를 날려 먹었고, 2회에는 무사 1루 상황이 만들어 졌지만.

- 1루수 잡아서 2루에!! 그리고 다시 1루에~!! 아웃 입니다!! 더블 플레이!!

- 여기서 병살타가 나오네요.


페르소나가 병살타를 치면서 주자가 사라졌다.

발키리도 2회 말 1사 2루 상황을 만들긴 했지만.


- 잡아 당긴 타구!! 2루수 잡아서 홈에~!! 아웃!! 아웃 입니다!!! 홈에서 아웃!!


- 발키리 입장에선 정말 아쉽겠는데요? 반대로 허민경 선수가 아주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대시하며 포구, 그리고 정확한 송구까지! 완벽했어요!


"아악!! 아연아! 거기서 잡아 당기면 어떡해! 밀어쳤어야지!!"


"죄송해요, 코치님..."

야수 선택으로 1루에서 살아남은 아연에게 수정이 허탈해 하며 말했다.


호수비를 보여준 슈퍼우먼즈의 2루수 허민경은 수비 능력치 S, 어깨 능력치 S라는 엄청난 수비력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1루수 페르소나는 공격력은 S급으로 좋지만 수비력은 B급으로 좋지 못했다.


그러니 발키리는 페르소나의 수비력이 안 좋다는 점을 노려 아연에게 타구를 밀어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아연이 그만 밀어치기 대신 당겨치기를 해버리고  것이다. 밀어치기와 당겨치기를 자유자재로 하는 타자가 몇이나 되겠냐 만은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였다.

"너 경기 끝나고 밀어치기 100번 해. 알았지!"


"아잉~ 백 번은 너무 많은데~"


"안돼. 백 번 해. 이게 어디서 앙탈질이야. 앙탈은 구단주 님한테나 해."

"히잉..."

수정의 말에 아연이 평소에는 잘 보여주지 않는 필살 애교를 선보였지만, 수정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1루 쪽 관중석에 있던 팬들이 필살 애교에 당해 심쿵사 하고 말았다.


"어억..! 시, 심장이..!"


"하악 하악..!"


0대 0의 아슬아슬한 균형은 4회에도 이어졌다.


4회 초.

따악~

- 잡아 당긴 타구우~!! 좌익수 키를 훌쩍 넘기는 장타 코습니다!! 김향기, 1루 지나서 2루까지 여유 있게 들어갑니다!! 김향기의 2루타!!


- 자, 1사 2루 상황이 만들어 졌습니다. 슈퍼우먼즈 입장에선 경기 후반에 나온 절호의 득점 기회에요! 슈퍼우먼즈는 이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 되고, 반대로 발키리는 이 위기를 반드시 막아야 해요!


- 타석에는 2회에 아주 좋은 수비를 보여줬던 허민경 선숩니다. 오늘 2타수 1안타를 기록했습니다.


실점 위기가 되자 에일리는 선수들에게 전진 배치를 지시했다. 경기 후반인 상황에서 점수를 내주게 된다면 만회할 기회가 없을 수도 있었다.

- 슈퍼우먼즈가 우리의 득점을 막았으니, 우리도 한번 막아보자! 지은 언니는 타자가 당겨치기를 하도록 유도해 주세요.

- 알았어, 코치님.


참고로 에일리 코치보다 신지은이 나이가 1살  많았다. 그래서 에일리는 지은에게 언니라 부르며 존댓말을 썼다. 지은도 에일리를 코치로 존중해 주고.

지은은 에일리의 지시대로 허민경과 몸쪽  위주로 승부를 봤다. 싱커와 투심, 스크류볼 등 벨리나에겐 우타자 몸쪽으로 휘는 구종이 많아 한결 수월했다.


딱!

허민경은 치자마자 잘 맞았다는  느꼈다.


'좋았어..! 이걸로 선취 득점이닷!'

그녀가 친 타구가 빠른 속도로 내야를 빠져나가는 듯 했으나...

터업!

- 잡아 당ㄱ, 자, 잡았습니다!! 그대로 장아연의 글러브 속을 빨려 들어가고 만 타구! 그대로 2루 베이스를 밟으며 이닝이 종료됩니다!

- 와아... 저걸 잡아내네요... 정말 장아연 선수, 엄청난 호수빕니다.

- 2회에는 허민경 선수가 좋은 수비를 보여줬는데, 이번엔 장아연 선수가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네요.


허민경 선수가 자신의 타점을 뺐어 간 걸 복수하는 것 같네요. 허허.

위기 뒤에 기회라고 했던가. 4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선 지은이 안타를 치고 나갔다.

"지아에게 번트를 지시해 볼까? 그러면 1사 2루가  거 아냐."


동국이 델루나에게 묻자 델루나가 고개를 저었다.


"1사 2루에서 타석에 수정 코치야. 지은이가 주력이 낮아서 점수를 내려면 큼지막한 외야 플라이나 번트를 대야 하는데, 외야 플라이는 수정 코치 공격력을 생각하면 힘들어. 그럼 번트밖에 안 남는데, 당연히 슈퍼우먼즈도 번트 대비를 하겠지."


"으음... 그래도 무사 1루보단 1사 2루가  나은 거 같은데..."

"지은이가 주력이 낮아서 별로라니ㄲ..."


틱~!


동국의 중얼거림에 델루나가 반박을 하려는 순간, 필드에서 타격음이 들렸다. 동국가 델루나가 작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 지아가 먼저 타격을 해버린 것이다.

"아, 안돼!"

- 2루수 잡아서 베이스 밟고 1루에~!! 아웃 입니다!! 더블 플레이! 허민경의 멋진 플레이!

- 허민경 선수. 바로 복수를 하네요.

그리고 지아가 친 타구가 병살타로 연결되면서 주자가 없어지고 말았다.


"..."

"..."

동국과 델루나는 멍하니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지은과 지아를 바라보았다.

"헤헤..."

동국과 델루나의 표정을 본 지아가 어색하게 웃었다.


"크흠... 괜찮아, 지아야. 괜찮아."

'크으윽...'

동국은 말은 그렇게 해도 속으론 답답함에 신음을 냈다. 경기가 투수 전이라서 점수가 안 나는 것도 아니고, 안타나 출루는 매 이닝 나오는데, 정작 점수가 나지 않고 있었다.

5회 초.


- 높이  타구~! 우익수 잡았습니다. 2루 주자 태그업. 세잎 입니다! 스코어 1대 0. 오늘 경기의 선취점이 5회 초에서야 나옵니다.

- 최지아 선수의 어깨가 강한 편이긴 하지만, 타구가 워낙 멀리 나가서 주자가 여유 있게 홈에 들어올 수 있었네요.


안타와 볼넷으로 무사 만루 상황에서 페르소나가 큼지막한 외야 플라이를 날렸다. 지아가 홈에 송구하긴 했지만, 어림도 없었고, 리사가 중간에 송구를 커트를 해 1루 주자가 2루로 가는  막았다.


'아악..! 미치겠다... 여기서 실점이라니..!'


동국은 그동안 번번이 놓쳤던 좋은 찬스들이 떠올라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초반에 1-0이 되었으면 그래도 슈퍼우먼즈의 타선을 상대로 선전했다고 생각했을텐데, 경기 막판에 이렇게 되니 아깝고 답답하다는 느낌밖에 안 들었다.

- 바라보며 루킹 삼진!! 앤서니가 2사 만루 상황에서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 박세현 선수가 1회 초와 같이 2사 만루에서 삼진을 당하고 말았네요. 여기서 적시타가 나왔으면 슈퍼우먼즈가 편안하게 5회 말을 맞이할  있었는데, 1점차면 경기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요?

동국은 공수 교대 시간 때, 선두 타자로 나설 아연을 붙잡고선 신신당부를 했다.


"아연아, 너가 출루에 성공해야 하는  알지? 꼭  출루하자."

"아이, 부담스러우니깐 그러지 좀 마."


아연이 부담스러워 하자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벨리나가 동국의 팔을 잡았다.


"오빠, 언니들이 부담스러워 하잖아요. 우리 특훈실로 가서 마음을 다스려요."


벨리나가 동국의 팔에 팔짱을 끼며 은근슬젖 가슴을 꾸욱 뭉겠다. 그녀의 몰캉한 감촉에 동국의 마음이 차분해 졌다.


"그래, 내가 너무 마음이 급해졌나보다. 아연이가 출루를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닐텐데..."

"그래요. 선수들에게 부담 주지 않도록 우리는 특훈실로 가요."

벨리나가 동국을 데리고 특훈실로 가자 델루나가 동국이 나간 문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후~ 평소에는 승패에 별로 연연해 하지 않더만, 오늘은  저런데?"

동국이 사라져서 부담감이 없어진건지, 아니면 투피치인 슈퍼우먼즈의 선발 투수 이영자의 공이 눈에 익은건지, 아연은  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했다.


다시 4회 말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 된 것이다.


'끄응... 일단 도루는 박세현의 어깨가 좋아서 어렵고... 이번엔 번트를 댈까..? 리사의 차례니 슈퍼우먼즈에서도 번트는 생각하지 않겠지. 그러면 지은이가 타점을 올려야 하는데... 지은이가 할 수 있을까..?'

슈퍼우먼즈 야수들의 수비나 어깨 능력치는 1루수 페르소나와 좌익수 김향기를 제외하면 모두 A+이나 S급 이었다. 김향기도 수비 능력치는 A급 이지만, 어깨 능력치는 S급 이었다. 그만큼 플라이나 땅볼 타구로 타점을 올리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연의 주력도 S급이니 충분히 해볼 만은 했다.

그러나.

'과연 리사에게 강공 대신 번트를 대게 하는게 옳은 선택일까..?'


델루나는 고민을 하다가 리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왠지 믿음이 샘솟았다.

'그래, 우리 팀의 2번 타자에게 번트를 지시하는 건 좀 아니지.'


- 리사야, 강공으로 간다. 너만 믿는다.

네, 감독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델루나는 어떤 작전 없이 강공으로 간다는  텔레파시로 알렸다. 그에 리사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타격 자세를 잡았다.

""리이이이이~~~ 사아아아아아~!!!""

잔뜩 기대감을 가진 팬들의 함성이 발할라 경기장에 가득 울려퍼졌다.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리사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영자의 투구 수도 이제 70개가 넘었어. 공에 힘이 빠질 때지. 거기다가 투피치이니 어느 정도 눈에 익었고. 충분히 안타를 칠 수 있어.'

리사가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아연이 그녀에게 텔레파시를 날렸다.

- 리사야, 내가 움직이면서 투수 신경을 거슬리게 해볼게. 그러니 꼭 안타 쳐.


- 음, 알았어.

텔레파시 대로 아연은 리드 폭을 늘리며 마치 도루를 시도할 것처럼 굴었다. 이영자가 견제구를 한번 던져봤지만, 세잎 이었다.


'주자가 저렇게 나갔으니 직구를 던지겠지..?'


리사의 생각대로 이영자는 초구로 직구를 던지긴 했다. 다만 피치아웃 이었다.


피치아웃을 해보았지만, 주자 뛰지 않았습니다.

- 슈퍼우먼즈는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합니다.

이영자의 2구는 높게 빠진 공이었다. 포수의 행동을 보아하니 일부러 피치아웃을 한 건 아니고, 제구가 안된  같았다.

'투수가 흔들리는 구만..! 이제 실투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


볼 카운트가 2볼이니 투수는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집어 넣어야 했다. 리사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3구를 기다렸다.


- 제 3구! 던집니다!

투수가 던진 공이 포수 미트를 향해 날아왔다. 리사의 예측대로 스트라이크, 그것도 한가운데 였다.


'굿바이..!'

따악~!!!

멀리 높게 솟아오르는 타구.


공을 던진 투수도, 공을 받으려고 했던 포수도, 목청껏 소리를 지르던 관중들도 조용히 타구를 바라보았다.

터엉~!


“”…“”

리사가  타구가 외야 전광판을 맞추고서 떨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경기장이 떠나갈 정도의 커다란 함성이 터져나왔다.

""우와아아아아아아~!!!!!""


- 굿바이!! 굿바이!!! 굿바이이이!!!! 리사의 끝내기 홈런으로 이 경기가 끝이 납니다!!!


리사가 환한 표정으로 홈 플레이트를 밟자 잔뜩 모여있던 선수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그녀에게 생수를 흩뿌렸다.

경기가 그렇게 리사의 홈런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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