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82화 〉282회. (282/297)



〈 282화 〉282회.

수요일 날이 되어 전국 리그가 개막되었다. 발키리의 개막전 상대는 같이 승격을 한 춘천 레이크사이드 이다.

레이크사이드는 A급 우완 에이스와 B급 좌완 투수가 있다. 그리고 타자들은 B+급 2명, B급 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기는 발키리의 홈 구장에서 열리게 됐는데, 개막전 답게 3만명 규모의 관중석이 모두 매진이 되었다.

"이야~ 아주 관중석이 꽉꽉 들어찼다, 야. 입장 수입만 해도 어마 어마 하겠네."

증축으로 인해 더욱 커진 경기장에 관중들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은 절로 감탄사를 불러 일으켰다.

세계 최고의 리그  하나인 전국 리그 첫 경기를 치르게 돼서 그런지 다들 긴장한 표정이었다.

"다들, 왜 이렇게 긴장하고 있어. 앤서니를 봐봐! 하나도 긴장 안 하고 있잖아!"

동국의 말대로 앤서니의 표정은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앤서니에게 있어서 오늘 경기는 그저 하나의경기일 뿐이었다.

"후우... 그래, 전국 리그가 처음이긴 하지만, 그건 저쪽 팀도 마찬가지야."

"맞아, 가뿐하게 2연승으로 리그를 시작하자고."

전국 리그는 당연하게도  팀의 순위마다 상금이 다르지만 모든 팀에게 상금을 수여한다. 1등은 100억, 2~3등은 80억, 4~6등은 50억, 7~8등은 30억원 이다.

동국이 생각하기에 발키리의 전력은 리그 중위권 정도이다. 선수들의 등급을 대략 평균 내면  등급은 약 A급 정도 되었다. 이 정도면 작년 리그 4위를 한 광주 가야 레오파드와 비슷한 정도였다.

그러니 발키리의 목표는 최소 중위권의 끄트머리인 6등 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분발한다면 3등 정도?

하여튼 발키리의 수준이 중위권 정도이기에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 받고 있는 레이크사이드를 무조건 이겨야 했다. 그래야 강등권이 아닌 중위권에 들 수 있었다.

1회 초, 앤서니가 깔끔하게 삼자 범퇴로 이닝을 막아내며 산뜻하게 경기를 시작했다.

레이크사이드 타자들의 공격력은 B, A, A, C+, C+ 이다. A+급인앤서니보다 실력이 떨어졌다. 그렇기에 앤서니는 마치 연습 경기처럼 별로 사용하지 않던 구종들을 사용하며 아웃 카운트를 잡았다.

1회 말, 발키리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레이크사이드의 선발 투수인 김유정은 우완 A급 투수 이다. 그녀의 특성은 특이하게도  경기일 때 모든 능력치가 약간 상승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긴 발키리의 홈이지."

동국의 중얼거림을 증명하듯 아연이 깨끗한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선두 타자부터 안타를 치자 발키리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 아연아, 포수어깨 능력치가 B급인건 알고 있지? 틈이 보인다 싶으면 도루 해도 상관 없어.

- 네, 코치님.

에일리의 텔레파시에 아연이 텔레파시로 대답했다. 텔레파시로 대화했기에, 레이크사이드 선수들은 아연이 도루 할 틈을 엿보고 있다는 걸 전혀 생각지 못했다.

도루의 성공은 주로 주자의 주력 능력치와 포수의 어깨 능력치로 결정된다. 주자의 주력이 빠를수록도루에 성공할 확률이 높고, 포수의어깨가 좋을수록 도루를 저지할 확률이 높았다.

아연의 주력은 A급. 하지만 특성으로 인해 능력치가 상승하여 S급 이었다. 반면 레이크사이드의 포수, 정선희의 어깨 능력치는 B급. 충분히 도루를 성공할 수 있었다.

그렇긴 하지만 자칫 잘못 도루를 하다가 부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그녀의 특성이 초기화 되고, 1등급이나 되는 추가 능력치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었다.

결국 아연은 도루를 시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빠른 발 덕분에 더블 플레이를 모면했다.

-  갖다 밀어친 타구! 1루수가 몸으로 막아냈습니다. 직접 베이스 밟으며 1아웃! 그 사이 1루 주자는 2루에 도착했습니다. 1사 2루.

1사 2루, 득점권 상황에서 지은이 타석에 들어섰다.

'후우... 침착하게, 타점을 올린다는 생각으로...'

전국 리그 첫 타석이 득점권 상황이라 많이 떨리긴 했지만, 그녀의 짬밥이 어디로 가는건 아니었다. 컨택 하기에 급급해 하지 않고, 침착하게 볼을 골라내며 기회를 엿봤다.

2볼 1스트라이크 상황. 지은은 바깥쪽 포심을 침착하게 밀어쳤다.

탁!

밀어친 타구. 홈엔 늦었고, 1루수가 베이스 밟아 타자를 아웃 시킵니다. 2아웃! 하지만 벨벳 발키리, 전국 리그 첫 득점과 타점을 신고합니다. 점수 0-1.

2회 초, 앤서니가 KKK를 달성하며 이닝을 순삭시켰다. 하위 타선의 C+급, B급 공격력으론 앤서니의 공을 건드리는 것조차 힘들었다.

따악~!

외야를 가로지르는 날카로운 타구! 리사, 1루 지나 2루까지! 들어갑니다! 1아웃 이후에 2루타! 발키리가 다시 한번 득점할  있는 찬스를 마련합니다!

1사 2루. 1회 말과 같은 상황이 다시 펼쳐졌다.

딱!

- 잡아 당긴 타구! 2루수가 몸 날려 막아냅니다! 그렇지만  사이 2루 주자는 여유 있게 홈을 밟았습니다. 스코어 0대 2. 벨벳 발키리가 1점 더 달아납니다!

지은이 잡아 당긴 빠른 땅볼 타구를 2루수 이하늘이 몸 날려 잡아 냈다. 빠졌으면 제대로 흐름을  수 있었던 타구였다. 하지만 이하늘의 호수비 때문에 발키리는 1점으로 만족해야 했다.

3회 초. 레이크사이드의 선두 타자로 2번 타자 강소라가 나왔다. 그녀는 앤서니의 공을 잘 골라내고, 잘 커트 해내며 끈질기게 타석에서 버텼다.

공을 무려 8개나 던지게 되자, 앤서니의 얼굴에 짜증이가득 묻어났다.

- 앤서니, 바깥쪽 스크류볼.

싫어.

- ??

앤서니가자신의 사인을 거절하자 지은은 순간 당황했다. 한번도 앤서니가 자신의 사인을 거절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나 몸쪽 깊숙한 커터 던질래.

자칫하면 몸에 맞힐 수도있는 코스를 요구하자 지은은 다시 한번 당황했지만, 이내 앤서니의 표정을 보고서 납득을 했다.

'앤서니, 짜증났구나...'

앤서니의 선택은 타자가 맞아도 그만, 안 맞아도 그만이란 의미였다. 아니, 앤서니의 표정을 보면 타자가 맞길 바라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 그래, 알았어. 대신 제구 잘 해야 돼.

일반적인 포수라면 앤서니의 요구를 거절했겠지만, 지은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지은 역시 살짝 짜증  상태였다.

크게 와인드업을  앤서니가 힘차게 커터를 던졌다. 비엔나에게 배운 신구종, 커터가 날카롭게 타자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읏..!'

그에 반사적으로 몸을 틀은 강소라. 그 덕분인지 앤서니의 커터가 그녀의 유니폼을 스치고 지나갔다.

- 강소라 선수가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몸에 맞는 볼로 출루에 성공합니다. 이로서 레이크사이드의 첫 출루가 이루어 졌습니다.

- 흠... 앤서니 선수가 일부러 맞힌걸까요?

- 글세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선 지금 스코어가 0대 2로 꽤나 타이트  상황입니다. 그리고 앤서니 선수는 지금 퍼펙트 중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짜증 난다고 몸에 맞힐까요?

음, 하긴 그렇군요. 선수들이 어린 애도 아니고 말이죠.

사실 앤서니의 정신 연령은 어린 애였다. 그녀는 그냥 짜증이 나서 맞혀버린 것이었다.

- 자, 선두 타자가 출루에 성공하며 무사 1루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 타석엔 레이크사이드의 3번 타자 이유리 선숩니다.

이유리는 강소라와 마찬가지로 A급 공격력을 지닌 타자이다. 강소라가 B+급 정확, A급 파워와 선구를 지녔다면, 이유리는 A급 정확과 파워, 그리고 B+급 선구 능력치를 가졌다.

- 앤서니, 병살을 유도해야 되는 거 알지?

- 당연히 알지~! 날 바보로 아는 거야?

- ...

당연히 바보로 알고 있었다.

- 내야수들은 병살을 생각하고 수비 해야 돼, 알겠지?

- 응, 언니.

- 맡겨만 둬~

텔레파시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린 지은이 앤서니에게 초구 스플리터를 요구했다. 패스트볼 계열을 노리고 있는 타자에게 스플리터는 땅볼을 유도하기에 좋았다. 물론 스플리터도 명칭은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 이긴 하지만 말이다.

"볼."

하지만 땅볼을 유도하기엔 스플리터가 너무 일찍 떨어졌다. 타자의 방망이가 살짝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걸 본 지은이 속으로 혀를 찼다.

'칫... 아쉽군.'

이번엔 치기 힘든 너클볼을 주문했지만, 너클볼은 앤서니와 지은의 마음과는 다르게 스리슬쩍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빠져나갔다.

너클볼이 빠지면서 이제 2볼이 되었습니다.

- 이쯤 되면 이유리 선수, 한번 노려볼 만 하죠? 반대로 앤서니 선수는 타자가 노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합니다.

확실히 이유리는 타격을 할 생각이 만땅이었다.

'빠른  1개만 던져봐라..! 내가 개막식 기념 홈런을 날려주마..!'

지은이 앤서니에게 텔레파시를 날렸다.

앤서니, 커터 던질 수 있겠어?

- 물론이지~ 몸쪽으로 던질까?

- 오, 잘 아네? 몸쪽 스트라이크로 커터를 던져줘. 한번 타자 배트를 부러뜨려 보자고.

- 부러뜨려..? 히힛, 배트가 아깝겠다.

지은과 앤서니는 빠른 공을 노리고 있는 타자와 정면 승부를 하기로 했다. 물론 약간 휘는 변형 패스트볼 이긴 하지만 말이다.

앤서니가 던진 138km의 커터가 이유리의 배트안쪽 부분을 강타했다.

빠직!

손 끝에서 울리는 충격에 이유리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그리고 2루수 정면으로 향하는 타구에 찡그린 인상이 펴지질 못했다.

- 2루수 정면 타구! 2루수 베이스 밟고, 1루로~!! 아웃 입니다! 더블 플레이!! 2아웃!

- 이유리 선수의 배트가 조각 났네요. 아마 커터 같은데, 위력이 상당하네요. 충격이 컸는지 이유리 선수, 손을 열심히 털고 있네요.

- 울림이 엄청난가 보네요.

4회 말. 아연과 리사의연속 볼넷으로 1사 만루가 되었다. 투구수가 많아지다 보니 김유정의 제구가 흔들린 것이다. 물론 타자들이 만만하지 않다 보니 어렵게 승부 해서 그런 것도 있었다.

- 이거, 신지은 선수 앞에 찬스가 여러번 만들어 지네요.

- 1회, 그리고 2회에도 득점권에 주자가 나가 있었죠. 3회 때는 1루에 주자가 있었고요.

3회에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신지은 선수, 안타가 없습니다. 과연1사 만루상황에서 적시타를 뽑아낼  있을지?

아연과 리사가 각자 투수에게 10개, 9개의 공을 던지게 하면서 지은이 동국에게 버프를 받을 시간은 충분하진 않지만,그래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었다.

'큰 거 한 방 노리자.잘 되면 홈런이나 장타고, 되도 희생 플라이다.'

물론 A급 공격력을 지닌 지은이 A급 우완 투수에게 마음 먹은대로 장타를 칠 순 없었다. 하지만 김유정이 던진 공의 개수는 84개.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고, 제구도 흔들리고 있었다.

"볼."

김유정의 슬라이더가 바깥쪽으로 많이 빠지게 들어왔다. 당연히 지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2구. 제구 하기 편한 포심이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들어왔다. 그리고 그 공을 지은이 그대로 퍼 올렸다.

따악~!

- 높게 뜬 타구. 우익수가... 잡았습니다! 2루 주자 태그 업! 홈에 들어옵니다. 점수 0대 3. 석점 차로 벌어지는 스코어.

이후 앤서니가 5회 초를 무실점으로 막아 내면서 발키리가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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