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9화 〉279회. 연습 경기
콜로사가 부상을 입기 전 발키리 선수들은 광주 가야 레오파드와 연습 경기를 가졌다. 처음으로 전국 리그 팀과의 연습 경기인데, 이번 경기에서는 앤서니의 스크류볼을 테스트가 주 목적이다.
"앤서니에게 최대한 스크류볼을 많이 던지게 해. 알았지, 지은아?"
"알았어, 언니."
델루나의 지시에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수인 지은이 구종을 선택하기에 앤서니가 아닌 지은에게 지시를 하는 것이다.
1회 초, 레오파드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레오파드는 평균 수준의 공격력을 지닌 팀이기에 앤서니의 신구종을 테스트 하기에 제격이었다.
타자가 들어서자, 지은은 앤서니에게 초구로 신구종인 스크류볼을 요구하였다. 우타자였기에 우타자 바깥으로 흐르는 스크류볼은 좋은 선택이었다.
부웅~
"스트라잌~!"
초구부터 힘 있게 배트를 돌린 타자. 그러나 결과는 헛스윙 이었다.
'음..? 뭐지..?'
전력 분석에선 나타나지 않았던 공을 던지자 타자, 이서빈은 순간 당혹감을 느꼈다. 레오파드가 분석하기론 앤서니에게 우타자 바깥으로 흐르는 구종은 서클 체인지업 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구종은 서클 체인지업보다 명백히 더 떨어지고 휘어졌다.
혼란스러워 하는 그녀에게 하이 패스트볼이 날아왔다. 반사적으로 배트를 내밀길 바라는 공이었으나, 머릿속이 복잡했던 이서빈이 오히려 빠른 공에 반응하지 못하면서 볼이 되었다.
다시 한번 같은 구종을 던진 앤서니. 하지만 타자가 골라내면서 2볼 1스트라이크가 되었다.
'자, 여기서 커브!'
지은의 사인에 앤서니가 오랜만에 커브를 던졌다. B급 커브가 하이 패스트볼과 비슷한 높이로 날아오다가 뚝 떨어져 스트라이크 존 하단을 통과하였다.
"스트라이크~!"
'칫..! 여기서 커브라니..!'
구종 가치가 그리 높지 않은 커브였기에 충분히 안타로 만들 수 있었지만, 하이 패스트볼과의 조합이 절묘했다.
2볼 2스트라이크 상황. 지은이 다시 한번 스크류볼 사인을 냈다.
높은 코스로 오다 떨어지는 공. 이서빈은 다시 한번 커브를 던졌다고 생각해 커브 궤적에 맞게 스윙을 하였다. 하지만, 공은 그녀의예상과는 다르게 바깥쪽으로 흘러나갔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심판이 우렁차게 삼진 콜을 했다. 이서빈은 지은을 바라보며 구종에 대해 물어보았다.
"하아아... 저기요, 지금 공 구종이 뭐에요? 스크류볼?"
"이름은 들어봤는지 모르겠는데,자이로볼이라고."
"아이씨, 됐어요!"
지은의 농담에 이서빈은 짜증을 내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여기 투수들은 왜 이렇게 던지는 구종이 많은거야..?사람 짜증나게...'
대부분의 투수들이 3개에서 4개 정도의 구종을 던지는 걸 생각해 본다면 발키리의 투수들은 확실히 다양한 구종들을 던지는 편이었다. 그러니 상대 팀 타자들 입장에선 골치가 아플 수 밖에 없었다.
레오파드의 2번 타자는 좌타인 앙카라 선수 이다. 정확, 파워, 선구 모두 A+급인, 공격에서 약점이 별로 없는 타자 이다.
앤서니가 초구로 또 다른 신구종인 투심을 던졌다. 스크류볼과 마찬가지로 벨리나에게 투심을 배웠는데, 배우자마자 B+ 이라는 높은 구종 가치를 기록했다.
"읏!"
"스트라잌~!"
몸쪽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에 앙카라가 순간 깜짝 놀라몸을 뒤로 뺐다. 그렇지만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뭐야..? 방금 전엔 스크류볼을 던지더만 이번엔 투심이라고..?'
투심에 이어 몸쪽 서클 체인지업을 던진 앤서니. 몸쪽으로 떨어지는 궤적을그렸지만, 앙카라가 스윙 하지 않으면서 볼이 되었다.
'계속 몸쪽 승부를 한다, 이거지..? 내가 제대로 잡아 당겨 주겠어..!'
타자가 몸쪽 코스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앤서니가 던진 3구가 두둥실 떠올랐다.
'아이씨, 너클볼....'
앤서니의 구종이 7개가 넘어간다고 해도 전체 구사율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구종이 바로 너클볼 이었고, 구종 가치도 가장 높았다.
이리저리 휘날리던 공이 이내 존 바깥으로 벗어났다. 치기 까다로운 너클볼이 볼이 되자 앙카라는 안도의 한숨을, 포구를 한 지은은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었다.
2볼 1스트라이크 상황. 앤서니가 이번엔 바깥쪽 포심을던졌다. 142km의 속구가 바깥쪽 꽉 차게 날아오자 앙카라의 배트가 휘둘러 졌다.
틱~!
"파울~!"
타자가 친 공이 왼쪽으로 휘어지며 2루쪽 파울 라인 바깥으로 떨어졌다.
'쓰읍... 조금만 더 가운데로 몰렸으면 장탄데...'
아쉬움을 삼키며 다시 타격 자세를 잡은 앙카라. 그런 그녀에게 바깥쪽 공이다시 날아왔다.
'이거슨~?!'
힘차게 스윙을 하였으나, 배트가 움직이는 만큼 공도 바깥쪽으로 흘러나갔다. 앤서니의 좌타자 상대 결정구인 슬러브 였다.
결국 앙카라도 헛스윙 삼진으로 아웃 되고 말았다.
1회 초, 마지막 타자는 좌타인 최현미 이다. 정확 S, 파워 A+, 선구 A+인, S급에 가까운 A+급 공격력을 가진 강타자이다.
앤서니는 초구로 잘 던지지 않던 스플리터를 던졌다. 이는 지은이 타자가 빠른 공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다.
틱~
"파울~"
빗 맞은 타구가 파울이 되었다. 정확 S급 답게 헛스윙 할 공을 파울로 만든 것이다.
최현미가 다시 빠른 공을 노리고 있자, 이번엔 하이 패스트볼을 던졌다. 눈에서 가까운 만큼 타자가 반응하기 쉬웠다.
"볼."
그러나 타자는 속지 않았고, 1볼 1스트라이크가 되었다.
앤서니에게 커브를 요구하려 했던 지은은 타자를 ‘관찰’ 하고서 깜짝 놀랐다.
‘어우씨, 커브 노리고 있었네..!’
아무생각 없이 커브를 던졌다가 큰일 날 뻔 했다. S급도 아니고 B급 구종이었기에타자가 노리고 친다면 분명 장타로 연결됐을 것이다. 지은은 앤서니에게 다시 포심을 요구하였다.
슈욱~
141km의 빠른 공이 스트라이크 존 상단을 통과하였다. 느린 커브를 생각하고 있던 최현미는 허를 찔려 반응할 수 없었다.
'자... 이제 어떤 유인구를 던지게 할까..? 좌타자니깐 슬러브..?'
정석대로 앤서니에게 슬러브를 던지게 한 지은. 하지만 너무 뻔했는지 타자는 속지 않았다.
'그럼 이번엔 반대로 스크류볼 이다..!'
바깥쪽 흘러나가는 공 다음에 몸쪽으로 휘는 변화구. 극과 극인 궤적이었기에 타자는 어정쩡하게 스윙을 하며 삼진을 당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KKK로 산뜻하게 출발한 앤서니는 이후 삼진 2개를 더 추가하며 5이닝 동안 1실점으로 레오파드 타선을 틀어막았다. 피안타가 3개에 볼넷이 2개로, 내용 역시 나쁘지 않았다. 특히 신구종인 스크류볼과 투심을 쏠쏠하게 써먹었다는 점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앤서니가 1실점 하는 동안 발키리 타선은 6득점 하며 연습 경기 첫 승을 이끌었다. 아연이 2루타 2방, 리사가 투런 홈런, 지은이 2타점 2루타 등을 치며 맹활약 하였다. 반대로 현아는 4타수 무안타 1도루만을 기록하며 아직까지 연습 경기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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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사가 부상을 입었을 때, 미국은 새벽이다. 따라서 동국이 콜로사의 부상 소식을 들은 건 아침이 되었을 때였다.
"뭐? 콜로사가 부상을 입었다고?"
- 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그리 심하진 않고 살짝 접질렀대.
"후우... 그래? 다행이네."
에인헤랴르 선수들 중에서 콜로사가 가장 실력이 좋았고, 잠재력도 가장 좋았다. 만약 부상이 심했으면, 그녀를 빠르게 치료해주기 위해서 일찍 한국으로 귀국을 해야 했었다.
- 그래도 일단 모든 훈련 일정에서 제외했어. 가벼운 부상이라곤 해도 다 나을 때까지 조심해야지.
"그래, 그래야지."
단장인 재은에게 상황을 들은 동국은 이어서 콜로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콜로사! 너, 다쳤다며?"
- 응, 오빠... 홈런 타구 잡고서 착지를 잘못해서 그만...
"어후... 큰일날뻔 했네."
- 크게 안 다쳐서 다행이긴 한데, 훈련을 못 한다니깐 아쉬워. 뭔가 오구에 대해서 깨달아 가고 있었는데 말이야.
뭔가 잘 풀려가고 있었는데, 부상을입어 그 흐름이 깨진 것이 콜로사는 아쉬웠다. 그 흐름을 그대로 타면 실력이 더 상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훈련 하면 안되는거 알지? 오빠가 돌아갈 때까지 가만히 침대에서 뒹굴고만 있어."
- 후훗, 그러면 오빠가 오면 오빠랑 같이 침대에서 뒹구는 거야?
콜로사의 말에 동국은 그녀와의 뜨거운 밤이 떠올랐다. 그와 함께 그녀의 엄청난 속살도...
"크흠... 딱 기다리고 있어."
- 히힛,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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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스프링 캠프가 끝이 나고 동국 일행들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제주도에 있던 에인헤랴르 일행도 당일에 구리로 돌아왔다.
동국이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당연 콜로사의 부상 이었다. 그녀는 발목에 붕대를 감고 있었는데, 가벼운 부상이라 그런지 목발은 하지 않았다.
"일단 제주도 병원에서는 1~2주면 낫는다고는 했는데, 구리 병원에서 다시 한번 검사를 받아보는게좋을 것 같아요."
수정의 말에 동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구리 병원은 구단과 스폰서를 맺고 있었기에, 검사 비용도 안 들었다. 만약을 위해 한번 더 검사를 받아도 나쁘지 않았다.
콜로사의 부상을 눈으로 확인한 동국은 이어서 경기장을 살펴보았다. 이제 전국 리그로 승격된 만큼 경기장 역시 증축해야 했는데, 이번 스프링 캠프 기간 동안 공사를 빙자한 업그레이드를 한 것이다.
"우와... 엄청 넓어졌네? 진짜 공사한다고 가림막을 쳐놔서 몰랐는데, 엄청 커졌네~"
동국이 캠프에 가 있는 동안 집에 머물렀던 재은이 넓어진 경기장을 보고서 감탄사를 내뱉었다.
단 며칠만에 공사가 완료된다는건상식적으로 말이 안 됬지만, 여자들은 그걸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관중 입장 수가 3만명으로 대폭 늘었으니 엄청 커진거지. 거기다가 특별한 기능이 있는데, 우리 팀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서로 텔레파시를 주고받을 수 있대."
"텔레파시?!"
"그래, 작전 지시나 던질 구종을 정할 때 이제 더 이상 수신호를 보낼 필요가 없는거지."
"이야... 신기하네..?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오오~! 그럼 이제 앤서니에게 직접 뭐 던지라고 말 하면 되겠네~!! 맨날 앤서니, 사인 까먹어가지고 고생했는데."
새로 증축을 하면서 텔레파시 기능이 추가되었고, 선수들의 부상 방지 기능도 추가가 되었다. 큰 부상은 가벼운 부상으로 낮춰주고, 콜로사와 같이 가벼운 부상은 입지 않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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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동국은 콜로사의 부상을 검사하기 위해 구리 병원을 찾았다. 사실 구단 직원이 동행하기에 동국이 굳이 같이 안 가도 됐었지만, 병원에서 일하는 플로렌스도 볼 겸 해서 따라갔다.
"동국아! 미국에 잘 갔다 왔어?"
오랜만에 만난 플로렌스는 오늘도 섹시한 간호사 복을 입고있었다. 분홍색 색깔에 착 달라붙는 맵시. 그 덕에 그녀의 굴곡진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 보였고, 거기에 치마가 짧아 그녀의 꿀벅지가 노출되어 있었다.
거기에 무슨 의도인지 상의 단추도 몇 개 풀러 탐스런 가슴골이 그대로 보였다.
"어, 뭐, 잘 갔다 왔지.누나도 별 일 없었고?"
동국이 그녀의 몸매를 훔쳐보며 말하자, 플로렌스는 동국에게 팔짱을 끼며 바짝 밀착했다. 그 덕에 팔에서 뭉클한 감촉이 느껴졌다. 거기에 가슴골이 더 잘 보이는 건 덤이었다.
"그래. 리아 병이 나아가니 나야 고민도 없고 행복하지. 그나저나 2군 선수가 다쳤다며?"
"어, 수비하다가 발목이 삐끗했다네?"
"그래? 발목 부상 쉽게 보면 안돼. 나중에 심해질 수도 있어. 뭐... 니 특훈이면 금방 낫겠지만..."
플로렌스는 그렇게 말하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휴게실 가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