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7화 〉277회.
우익수로 포지션이 변경된 콜로사는 수비 코치인 에일리의 집중 관리 속에 점차 포지션에 적응을 해 갔다.
타구 판단 같은 경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빠른 주력과 큰 키, 거기에 강한 어깨로 단점을 커버하였다.
"콜로사, 너가 잘만 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1군으로 콜업 될 수도 있겠어."
에일리의 말에 콜로사의 눈이 커졌다. 이제 입단 한지 몇 달이 채 안됐는데, 콜업이라니? 그것도 전국 리그가 무대인 1군에 말이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1군 주전 좌익수인 현아의 실력이 전국 리그 수준에 못 미쳐서 수정 코치님이 주전으로 나서게 되는데, 수정 코치님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길어야 내년까지야. 수정 코치님이 선수 생활을 은퇴하게 된다면 너가 1순위로 콜업되겠지."
"그, 그렇군요!"
올해로 수정의 나이가 31살 이다. 동국의 특훈 등을 생각해 보면 선수 생활을 더 할 수도 있겠으나, 다른 선수들을 생각해 봤을 때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신체적인 기량 문제도 있겠으나, 더 큰 문제는 바로 임신이다.
30대 후반에 은퇴를 하고 임신을 한다면, 노산으로 인해 건강에 좋지 못하다. 그러니 아예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30대 초반에 은퇴를 하고 임신을 하게 된다.
수정은 현재 동거 중인 남자가 있으므로 임신 계획을 생각해 봐야 했다. 임신을 할 예정이 없다면 모를까, 임신 생각이 있다면 조만간 은퇴를 해야 하고, 결국 타자 자리에서 1자리가 남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수정 코치님이 은퇴하기를 마냥 기다리면 안돼. 너가 빨리 실력을 키워서 니 실력으로 주전 자리를 차지해야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콜로사는 전국 무대를 꿈꾸며 열심히, 그리고 의욕적으로 훈련에 매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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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헤랴르는 제주도에서 캠프 활동을 하며 여러 1부 리그 팀들과 연습 경기를 치렀다. 이번에 상대하게 될 팀은 부산 1부 리그 팀인 화명 골든플라워 이다.
모든 포지션을 AI 선수가 아닌 일반 선수로 채울 만큼 리그에서 강팀인 팀이지만 코치들은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1회 초, 1아웃 상황에서 에인헤랴르 2번 타자인 콜로사가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팀 선발은 골든플라워의 에이스로, 리그에서 평균 이상은 하는 투수 이다.
'좋은 모습 보여서 1군으로 간다...!'
에일리에게 1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콜로사는 그 이후로 계속해서 1군에 대한 생각만을 하였다. 에일리는 내년을 생각하며 한 말이었으나, 그 말을 들은 콜로사는 지금 당장 1군에 올라가는 것을 생각한 것이다.
'동국 오빠가 분명 내 잠재력이 S+ 라고 했어. 노력만 열심히 하면 충분히 1군에 들어갈 수 있어.'
투수의 초구가 날아왔다. 107km의 포심 이었다. 코스는 바깥쪽. 콜로사의 F급 선구안으로는 이 공이 볼 인지 스트라이크 인지 판단할 수 없기에 최대한 컨택한다는 생각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부웅~
"스트~라잌~!"
매섭게 배트가 휘둘러 졌지만, 공을 맞추진 못했다. 어떻게든 맞추기만 하면 장타였으나, 맞추기가 힘들었다.
부웅~
"스트라잌 투~!"
낮게 원바운드 되는 공이었지만, 콜로사의 방망이가 다시 휘둘러 졌다.
‘아이, 맞출 수 있었는데..!’
키가 큰 만큼 스트라이크 존도 넓었는데, 이렇게 아무 공에나 방망이를 휘두르면 투수 입장에선 땡큐였다.
'흐흐, 아주 홈런을 치려고 풀스윙을 하는구나.'
골든플라워의 투수는 콜로사의 스윙을 보고서는 속으로 비웃었다. 그녀가 봤을 때 콜로사는 공도 제대로 안 보고 무작정 풀스윙을 하는 영웅병 걸린 선수였다.
그러나 콜로사는 사실 최대한 힘을 빼고서 컨택 위주의 스윙을 하고 있었다. 일단 맞으면 넘어간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풀스윙을 할 필요가 없었다.
투 스트라이크 상황. 투수는 바깥쪽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던졌다. 존을 향해 날아가던 공이 슬쩍 휘었다.
콜로사는 배트 스피드가 빨랐기에 공을 최대한 오래 보려고 노력하는데, 90km 대의 밋밋한 슬라이더는 충분히 볼 수 있었다.
'보인다..!'
존 밖으로 살짝 빠지는 공이었지만, 콜로사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알았다 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 맞추기만 하면 됐다.
따악~!
마치 로켓포처럼 콜로사의 타구는 쭉쭉 뻗어가 경기장 밖으로 떨어졌다.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모두가 놀랄만한 타구였다.
"하아아... 식겁했네... 뭐 저렇게 멀리 나가?"
하지만 아쉽게도 콜로사가 친 타구는 파울 폴대를 벗어난 파울 홈런 이었다. 타구를 바라본 투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곤 안전하게 완전히 빠지는 포심을 던졌고, 콜로사는 거기에 낚이면서 삼진을 당했다.
콜로사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에 돌아오고 나서 바로 뒤, 3번 타자인 노시연이 계속 된 파울 타구 이후에 안타를 치고 나갔다.
'아... 나도 저렇게 컨택을 잘 하고 싶다...'
멍하니 노시연을 바라보는 콜로사. 타격 코치인 수정이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선 콜로사의 등을 툭 쳤다.
"콜로사, 뭘 그렇게 멍을 때리고 있어?"
"네? 아... 컨택 때문에요. 컨택이 되기만 하면 장타일텐데, 컨택이 잘 안되네요..."
"흠... 내가 봤을 땐, 넌 너무 조급해 하고 있어. 뭐 때문에 그러는진 모르겠지만, 여유를 가져. 너는 지금 공은 보지도 않을 채 그냥, 무작정 배트를 휘두르고 있잖아. 너, 다음 타석 땐 2 스트라이크가 될 때까지 스윙 하지 말고 공을 끝까지 지켜봐. 알았지?"
"네... 코치님."
수정의 지시에 콜로사가 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2 스트라이크 이후에나 스윙을 하게 되면 아무것도 못 하고 삼진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으나, 코치의 지시니 따라야 했다.
'혹시... 내가 1군 주전이 되는 걸 방해하려고..? 에이, 설마...'
콜로사는 수정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선수 겸 코치라고는 하지만, 설마 그럴까. 콜로사는 이런 의심을 한 자신을 자책하였다.
2회 초, 1사 1루 상황. 다시 콜로사의 차례가 되었다.
초구. 날아오는 공에 반사적으로 배트가 나가려 했으나, 수정의 지시를 떠올리고는 겨우 참았다.
"볼."
투수가 던진 초구는 원바운드 되는 볼이었다. 그 공을 지켜본 콜로사는 자신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공에 스윙을 하려 했는지 깨달았다.
'확실히... 내가 너무 조급하긴 했나보다... 1군에 일찍 콜업 될 수 있다는 말에 너무 들떴어.'
2구로 바깥쪽 코스의 포심이 들어왔으나, 역시 볼이었다. 콜로사가 연속으로 볼을 골라내자 투수는 의아해 했다.
'아니, 첫 타석에는 그냥 스윙을 하더만, 이번엔 왜 저런데..? 일단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나..?'
2볼이니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지만, 콜로사의 풀스윙을 생각한다면 함부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순 없었다.
결국 타협한 것이 보더라인 쪽 코스. 그러나 투수 마음대로 보더라인으로 공을 제구 할 수 있으면 1부 리그에서 활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볼."
다시 바깥쪽으로 볼이 빠졌다. 이제 3볼이 된 것이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3볼 이라니... 평상시처럼 했으면 이렇게 유리한 카운트가 되진 못했겠지.'
콜로사는 새삼 수정 코치를 다시 보게 되었다. 자신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고서 이렇게 알맞은 처방을 내려주다니.
콜로사는 결국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하며 수정 코치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앞으론 차분하고 침착하게 공을 보겠다고 다짐했다.
1사 만루 상황에서 노시연의 땅볼 타점으로 선취점을 얻은 에인헤랴르. 그러나 골든플라워는 2회 말, 바로 반격에 성공했다. 안타와 2루타, 그리고 땅볼 타점으로 1대 2,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안타 2방을 허용하긴 했지만, 이후 대처가 침착하네요."
"그렇지? 확실히 재능이 있는 아이야. 거기에 희귀한 언더핸드 투수이니 더 가치가 있지."
2아웃 상황에서 에인헤랴르의 투수, 정대연이 우익수 뜬공을 유도하는 걸 보며 코치들끼리 대화를 나누었다.
"콜로사의 수비는 어때? 난 괜찮아 보이는데."
투수 코치인 비엔나의 물음에 수비 코치인 에일리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타구 판단이 조금 미숙하긴 하지만, 지금 수준에선 괜찮습니다. 1군에 올라가려면 아직 한참 남았지만요."
콜로사는 타구 판단이 늦어 첫 발 스타트가 늦긴 하지만, 빠른 주력으로 그걸 커버하고 있었다.
"1군? 너무 멀리 보는 거 아냐?"
이제 오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선수에게 1군, 전국 리그를 운운하자 비엔나는 황당해 하였다.
"발키리의 취약 포지션이 바로 좌익수 아닙니까. 어서 빨리 대비를 해야죠."
에일리의 대답에 조용히 듣고만 있던 수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코치님. 요즘에 콜로사가 조급해 하던데, 설마 콜로사에게 1군 콜업에 대해 이야기 한겁니까?"
"네, 열심히 하라고 격려차 이야기 했습니다."
"후우... 코치님. 아직 기초도 안된 애에게 바람을 집어 넣으면 어떡합니까. 조급해 하다가 오히려 성장이 늦어질 수도 있어요."
수정의 말에 에일리의 표정이 어두워 졌다. 격려차 이야기를 했으나, 그 의도와는 다르게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렇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자, 자. 앞으로 잘 하면 되지. 우리 모두 성급해 지지 말자고."
비엔나가 코치들을 다독이는 가운데, 에일리는 자신의 언행을 속으로 자책했다.
3회 초, 2아웃 상황에서 콜로사의 세 번째 타석이 만들어 졌다.
여전히 수정의 지시는 유효했고, 콜로사는 2 스트라이크가 될 때까지 스윙을 하지 않고, 공을 지켜만 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 풀카운트가 되었다.
'이제 풀카운트... 침착하게, 공을 최대한 지켜보자. 내 배트 스피드는 빨라!'
약간 짜증 난 표정의 투수가 6구를 던졌다. 바깥쪽 포심이었다. 콜로사는 이 공이 볼 인지 스트라이크 인지 판단하려 했으나 아직 그녀의 선구안으론 판단하기 어려웠다.
'공을 최대한 보고... 지금..!'
딱!
콜로사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공과 배트가 컨택되었고, 공을 하늘 높이 솟구쳤다. 그러나 발사각이 너무 큰 바람에 외야 플라이가 될 것처럼 보였다.
"어어..?"
하지만 공이 너무 높게 솟구치는 바람에 우익수가 순간적으로 공을 시야에서 놓치고 말았다.
타격을 한 순간 콜로사는 외야 플라이를 직감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뛰었고, 우익수의 실책 덕분에 2루까지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좋아! 콜로사! 바로 그 자세야!"
범타라 생각돼도 최선을 다해 뛴 콜로사의 모습에 수정이 박수를 보냈다. 그녀의 외침에 꾸벅 고개를 숙인 골로사는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3회 말, 2아웃 상황. 골든플라워의 2번 타자가 친 타구가 외야를 향해 뻗어갔다.
'뒤쪽이다..!'
한 눈에 봐도 담장 근처까지, 어쩌면 홈런인 타구였기에 콜로사는 긴 보폭으로 성큼성큼 뛰었다.
'왠지 점프하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분명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였지만, 콜로사는 잡을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담장을 등지고서는 타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점프를 하였다.
괴력이라고 불릴만한 폭발적인 하체 힘으로 높게 뛴 콜로사가 넘어가는 타구를 잡아냈다. 엄청난 하체 힘과 그녀의 큰 키 덕에 겨우 잡았지, 다른 선수들 같았으면 어림도 없는 수비였다.
"우와... 저걸 잡아낸다고..?"
"미쳤네, 정말... 저 정도 타구는 지아도 못 잡을 거 같은데..."
콜로사의 호수비에 다들 감탄사를 내뱉는 가운데, 콜로사는 잡아냈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잡았다..! 아악!'
그러나 그 미소는 얼마 못 갔다. 잘못 착지를 하면서 그만 발목에 부상을 입은 것이다.
콜로사가 쓰러지는 모습에 선수들과 코치들이 사색이 되어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