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0화 〉260회.
벨벳 발키리의 2군 팀인 벨벳 에인헤랴르에는 총 11명의 선수들이 있다. 이 11명을 나눠보자면, 우선 동국이 직접 관리하는 3명이 있다. 콜로사, 모모나, 에이미 인데, 실력은 F에서 F- 급 이다. 이들은 발키리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또 다른 3명은 얼굴만 보고 뽑았다. 이들은 거의 일반인 수준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 나머지 5명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훈련생들이다. 이들은 F+급의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다.
바로 9월에 있을 남주시 컵 대회를 준비하며 에인헤랴르는 제대로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바로 선수들 간의 실력 차이 때문이다.
"저 언니들은 어떻게 합격을 한거지..? 난 정말 이해가 안가."
"나도 그래. 사실 콜로사도 왜 10억원이나 받았는지 이해가 안 가거든? 체격이나 파워 하난 일품이긴 한데, 그렇다고 10억씩이나 받을 정도는..."
5명의 실력이 뛰어난 훈련생들은 나머지 선수들이 어떻게 합격을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가졌다. 그들의 실력은 명백히 자신들보다 떨어졌으며, 그렇다고 잠재력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애초에 잠재력이 있었으면 그 나이가 될 때까지 개화가 안 됐을 리가 없지만.
그녀들은 특히 콜로사에 대해 시기와 질투를 하였다. 그녀가 힘 하나는 끝내주게 좋긴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형편 없었기 때문이다. 훈련생들은 콜로사가 왜 계약금을 10억이나 받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나머지 선수들이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가 없었다. 안 그래도 재능이 없어 서러운데, 재능 있는 것들끼리 몰려다니며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이 좋게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에인헤랴르는 실력파, 그리고 외모파로 그룹이 나누어 졌다.
남주시 컵 대회 예전전이 열리기 하루 전날. 델루나가 에인헤랴르 선수들에게 선발 라인업을 발표하였다.
"우리의 첫 상대는 남부 리그 우승 팀인 양곡 오구단으로 결정됐다. 상대 팀이 2부 리그 고인물이긴 하지만, 우리 전력으로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델루나는 선수들을 한번 훑어본 뒤 이어 말했다.
"그럼 선발 라인업을 발표하겠다. 우선 선발 투수는 정대연, 불펜 투수론 조윤정이다. 1번 타자 김선아, 2번 타자 콜로사 베야, 3번 타자 노시연, 4번 타자 김미진, 5번 타자 모모나 유아로 정했다. 혹시 질문 있나?"
2번 타자가 콜로사란 말에 몇몇 선수들의 얼굴이 찡그려졌지만 감히 감독에게 따지진 못했다.
다음 날, 양곡 오구단과의 첫 경기. 양곡 오구단은 지아와 악연이 있는 투수인 한아지가 있는 팀이다. 고교 시절 학교 오구부의 에이스였던 그녀는 당시 후보 선수에 불과했던 지아를 괴롭히던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지아는 전국 리그 승강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한아지는 계속 2부 리그에 머물고 있었다. 둘의 외모 만큼이나 위치도 차이가 나게 된 것이다.
양곡 오구단은 F+ 급 투수인 한아지 외에 2명의 F+급 타자가 있다. 2부 리그에서야 뛰어난 전력이지만, 모든 선수가 AI 선수가 아닌 일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는 에인헤랴르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동국이 집에서 열심히 허리를 놀리고 있을 동안, 벨벳 구장, 이제는 발할라 구장으로 불리는 발키리 홈 구장에서 경기가 열렸다.
많은 관심을 모은 에인헤랴르의 첫 경기였기에 꽤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다니..."
"여기서 장타라도 때린다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겠지..!"
많은 관중들이 지켜본다는 생각에 선수들은 흥분감을 느꼈다. 프로에서의 첫 경기이니 만큼 그녀들의 가족들 역시 관중석 한켠에서 응원을 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의지를 불태우며 경기에 임했다.
양 팀 다 삼자 범퇴로 끝낸 1회가 지나고 2회 초. 2사 상황에서 양곡 오구단의 타자가 친 공이 2루수 방면으로 굴러갔다. 2루수이자 실력파인 김미진이 서둘러 땅볼 타구를 잡아 그대로 1루를 향해 던졌다.
'아앗..!'
애매한 타구 였기에 서두른다고 한 것이 그만 송구가 부정확하게 날아갔다. 그래도 콜로사의 덩치가 있기에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콜로사는 아직 오구 초짜였다. 그 정도 실력이 되질 못했다.
콜로사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된 공이 옆으로 떨어져 굴렀다. 콜로사가 허겁지겁 공을 주우러 갔고, 투수인 정대연이 깜짝 놀라 베이스 커버에 들어갔지만, 타자의 발이 더 빨랐다.
'하아...'
깔끔하게 삼자 범퇴로 이닝을 막을 수 있었는데 실책이 나오자 정대연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미, 미안..."
콜로사가 덩치에 맞지 않게 우물쭈물 거리며 정대연에게 사과를 하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괜찮아."
정대연도 상황을 봤기에 콜로사가 잡기 힘들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숙련된 1루수라면 모를까 콜로사는 아직 그 정도 실력이 아니었다.
4회 초. 이번엔 모모나가 실책을 저질렀다. 평범한 외야 뜬공이었는데 모모나가 그만 공을 잡질 못 한 것이다. 그 모습에 정대연은 속으로 참을 인(忍) 자를 새겼다. 마음 같아선 뭐라 소리치고 싶었지만, 상대는 자신보다 10살 많은 언니었다. 함부로 뭐라 그럴 수 없었다.
선두 타자에게 실책 출루를 허용한 정대연은 이후 2회 초와는 다르게 실점을 하고 말았다. 자책점은 아니긴 했지만, 어쨌거나 실점을 허용했다는 건 그녀의 기분을 다운 시켰다. 3회 초 노시연의 2루타로 발키리가 1득점을 했었기에 이번 실점으로동점이 되었다. 그리고 이 동점 상황은 5회까지 이어졌다.
리그 경기였으면 무승부로 끝이 났겠지만, 이 경기는 토너먼트 경기였기에 무조건 승패를 결정해야 했다.
6회 초. 에인헤랴르의 마운드에는 5회 때 교체된 조윤정이 있었다. 조윤정은 실력파 투수로 실력은 F+ 급이다.
딱~
타자가 친 타구가 빠르게 콜로사 옆을 스쳐 지나갔다. 콜로사가 몸을 숙이며 땅볼 타구를 잡아채 보려 했으나 공은 얄밉게도 글러브 밑을 스쳐 통과했다.
다음 타자부터는 AI 타자였기에 조윤정은 마음을 편히 먹으려 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딱~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모모나가 타구 판단을 너무 늦게 하였다.
순식간에 무사 만루가 되자 조윤정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여기서 점수를 내주게 된다면 자신은 에인헤랴르 역사에서 첫 번째 패전 투수로 기록될 것이었다.
삼진을 노렸지만 조윤정의 공은 그 정돈 아니었고, 그래도 빗 맞은 땅볼 타구를 유도해 냈다.
2루수가 몸 날려 타구를 잡아내었지만, 홈으로 던지긴 늦었고, 타자 주자만을 아웃 시켰다. 그 이후 조윤정은 추가 실점을 하며 6회에 2실점 하며 이닝을 끝냈다.
"쓰읍... 우리 이러다 지는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투수 코치인 비엔나가 작게 얘기하자 김수정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 전에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김수정은 제발 6회 말, 장타가 터져 경기를 이기길 희망했다.
따악~!
김수정의 이런 바램이 이루어진걸까. 4타석 동안 침묵하던 콜로사의 방망이가 공을 타격했다. 쭉 뻗은 타구는 그대로 펜스를 직격하였고, 콜로사는 2루에 안착했다. 아쉽게도 2사 후이긴 했지만 말이다.
"오오..! 확실히 힘 하나는 좋아 보이네."
"그러게... 다만 힘 원툴 인 거 같다. 컨택이 전혀 안되네."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은 콜로사의 타구에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약간 빗 맞은 거 같았는데도 펜스까지 가는 걸 보면 힘이 어마 어마 해 보였다.
노시연의 뜬공으로 경기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최종 스코어 3-1. 에인헤랴르는 첫 경기에 패배해 컵 대회 예선에서 탈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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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졌다고..?"
경기 결과를 들은 동국은 당연히 황당해 했다. 동국이 생각하기에 에인헤랴르가 전력이 더 강했다.
"아니, 선발 투수 더 강하고, 저쪽은 타자가 2명, 이쪽은 타자가 5명인데 졌다고?"
"어, 연장전까지 가서 졌어. 양곡은 안타가 그래도 집중됐는데, 우리는 안타가 띠엄띠엄 나서..."
델루나의 설명에 동국은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비슷한 안타 수에 에인헤랴르가 장타가 2개나 됐는데도 졌다는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냥 재수 없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럼 에인헤랴르는 고작 1경기만 하고 끝이네."
"뭐, 그렇지. 훈련 받을 선수들은 나와서 받겠고, 아니면 따로 훈련을 하던가 휴식을 취하던가 하겠지."
"모모나 씨는 어떻게 한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간대?"
모모나는 오구 경기가 없는 비 시즌 기간 동안 일본에서 아이돌 생활을 계속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에인헤랴르가 1경기 만에 패배하면서 순식간에 비 시즌 기간이 시작된 것이다.
"잘 모르겠는데... 근데 훈련에 그렇게 열심이지 않은 모습을 보면 조만간 갈 것 같아."
"쩝... 그래, 알았어, 누나. 아! 조금 있다가 누나 차롄건 알지?"
동국의 말에 델루나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델루나는 섹스를 하자고 하면 귀찮아 하지만, 막상 섹스에 돌입하면 다른 여자들과 같이 엄청 잘 느꼈다. 섹스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른 게 동국은 은근 귀엽게 느껴졌다. 동국은 잠시 뒤 델루나가 지을 표정을 상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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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의 지역 승강전 상대인 인천 st 드레이크. 이번 시즌 꼴찌를 기록한 이 팀은 2군으로 지역 리그 팀인 인천 st 스네이크를 두고 있다. 여기서 드레이크가 지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스네이크 역시 1부 리그로 강등되고 만다.
이 때문에 인천 드레이크 구장을 가득 매운 팬들 중에는 드레이크가 아닌 스네이크 유니폼을 입고 있는 팬들도 있었다.
"드레이크!! 제발 이기자!!"
"심장 쫄깃하게 전국 승강전 가지 말고 그냥 여기서 이기자!!"
"6위 한 스네이크 타의로 강등되게 하지 마라!!"
리그에서 꼴찌 한 것도 서러운데 강등까지 된다면 답답해 죽을지도 몰랐다. 드레이크, 그리고 스네이크 팬들은 불안하게 전국 승강전까지 가지 말고 여기서 마음 편하게 발키리를 이기길 기원했다.
[지금부터 경기 지역 승강전, 인천 st 드레이크 대 벨벳 발키리, 벨벳 발키리 대 인천 st 드레이크 경기가 시작됩니다. 1회 초, 마운드에는 드레이크의 1선발, 문승연 선수가 있습니다.]
기존의 드레이크 1선발이었던 선수와의 FA 계약이 실패하면서 2선발이었던 문승연이 졸지에 1선발이 되었다. 그녀의 등급은 A+, 워낙 그 전 선수가 뛰어난 바람에 상대적으로 아쉬움을 받았지만, 문승연의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발키리 타자들 보다 강했다.
발키리의 선수들은 이번에도 에너지 드링크를 복용하여 최상의 컨디션으로 문승연을 상대하였다. 그러나 문승연의 실력은 뛰어났다. 가볍게 발키리의 세 타자를 범타로 처리한 그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1회 초가 그렇게 끝나고, 원정팀 더그아웃에서 앤서니가 마운드로 향했다. 타자들의 삼자 범퇴로 양기를 받을 시간이 부족했지만, 앤서니의 표정은 왠지 밝고 신이나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