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8화 〉258회. (258/297)



〈 258화 〉258회.


일본에서 모모나에 대해 알게  동국과 일행은 이제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 후후, 기대가 되는군..!'

전국 리그와 비슷한 수준인 미국 메이저 리그. 수준이야 비슷하다 만은 사장 자체는 미국이 훨씬 더 컸다. 아무래도 8개 팀이 있는 한국 전국 리그와 30개의 팀이 있는 메이저 리그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시장이 크다 보니 오구 선수 역시 많았고, 훈련생들도 많았다. 미국인들 뿐만이 아니라 다른 중남미 국가의 유망주들도 메이저 리그, 마이너 리그로 향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미리 대여한 오구장에 모인 지원자들은 일본에 비해 적었다. 쭉 한번 지원자들을 둘러보던 동국은 이내 눈에 확 띄는 여자를 발견했다.

'뭐, 뭐지...  덩치는..?!'


남들보다 머리 1개는 더 커 보이는 키와 그에 걸맞은 체격. 마치 거인이 있는 것만 같았다.

'허허허...'

저 덩치만 해도 파워가 장난이 아닐 것만 같지만, 중요한건 외모 역시 뛰어났다는 것이다. 갈색 피부색에 뚜렷한 이목구비, 거기에 쭉쭉 빵빵한 몸매까지.

동국은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의 차례가 오길 기다렸고, 이윽고 그녀가 호명되어 나왔다.

"참가 번호 24번. 콜로사 베야 씨?"


나연의 부름에 콜로사가 성큼성큼 앞으로 나섰다.


"포지션이 1루수라고 하셨는데, 맞나요?"

"네, 맞아요."

"그럼 우선 타석에 서시면 됩니다. 앞서 지원자들이 했던 거랑 같은 거고요, 따로 질문 있으신가요?"


"멀리 치면 되는 건가요..?"

콜로사의 질문에 나연이 친절하게 대답하였다.

"선수분의 스윙을 보여 주시면 됩니다. 딱히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나연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한 그녀는 이내 타격 자세를 잡았다.

잠시 후.


따악~!


엄청난 타구음과 함께 타구가 저 멀리 경기장 밖으로 사라졌다. 압도적인 비거리에 동국은 콜로사의 상태창을 확인할 생각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였다.

'아니, 타구가 어디까지 가는거야..? 무슨 우리 집 창문 맞출 기세네...'


부웅~


부웅~


맨 처음의 엄청난 홈런 다음에 그녀는 계속 선풍기만 돌렸다. 그 현실감 있는 모습에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동국은 그녀의 상태창을 확인해 보았다.

[콜로사 베야(타자) : F / 공격 F+ / 수비 F- / 잠재력 S+ / 특성 : 괴력을 낼  있다.]


'허허헠... 잠재력 S+...'


잠재력 S+. 발키리에서 가장 뛰어난 타자인 리사의 잠재력이 S급이고, 앤서니의 잠재력이 A+급이다. 그런데 여기서 느닷없이 S+급이 튀어나온 것이다.

확실히 190은 되어 보이는 큰 키에, 저런 몸매라면 피지컬 적인 측면에서는 잠재력이 무궁무진 할 것이다. 거기에 특성마저 엄청나니...



'근데 진짜 크다...'


보통의 키가 큰 사람들은 대체로 마르고 몸이 길쭉한 편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그만큼 관절들이 버틸 수가 없기 때문. 그러나 콜로사는 거인증이라도 걸렸는지 전혀 마르지가 않았다. 오히려 큰 체격에 풍만한 몸매였다. 흔히들 인터넷에서 떠도는 라틴 미녀의 몸매였다.


"나연아, 어때? 쟤, 잠재력이 S+급이야. S+급! 진짜 리사의 뒤를 이을 발키리의 차세대 스타야..!"

동국의 말에 나연이 깜짝 놀랐다.

"저, 정말 S+급이요..?! 리사 언니가 S급 이잖아요. 근데 S+급..?"


"그래, S+급! 쟤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데리고 가야 해!"

동국의 중얼거림에 나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근데 키가 너무 커서...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뭔, 그런 걱정을 해? 내가 있잖아. 내 특성만 있으면 키가 190이 아니라 290이어도 운동 선수 할 수 있어."


"아..! 하긴 그렇네요."

트라이아웃이 끝나고 동국은 바로 콜로사와 면담을 가졌다. 자리에 앉아 가까이서 그녀를 보니 확실히 크긴 컸다. 동국이 올려다 봐야 할 정도인 키에 그 누구보다 커 보이는 가슴까지. 특히 그녀의 가슴은 동국의 얼굴만 했다.



'저 가슴골에 얼굴을 파묻고 싶다...'

동국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콜로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녀는 멕시코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한다. 오구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었지만, 가정 형편이  좋아 정식으로 배우지  했고, 기껏 해봐야 친구들과 동네 오구를 한게 다였다고 한다.

"콜로사 씨의 외모를 보면 다른 일을 해도 될  같은데, 굳이 오구 선수가 되고 싶은 이유가 뭔가요?"


"그냥 어렸을 때부터 오구를 좋아해서, 오구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지역 내에 있는 구단들에 입단 문의를 해봤지만, 경력이 없다고 번번이 거절 당했고,  한군데에서 입단 테스트를 봤는데, 거기서는 공을 1개도 맞추지  하는 바람에..."

"음... 그렇군요."

콜로사는 묻지도 않은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말하였다.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사실까지 이야기 하는 순진한 모습에 동국은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마치 멕시코  앤서니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콜로사는 그렇게 실의에 빠져 있다가 실력 무관, 경력 무관인 발키리 트라이아웃 소식을 듣고서 참가를 결심했다고 한다. 미국까지 가야 하기에 교통비나 숙식비가 많이 들고,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지만, 발키리에서 교통비를 지원해 준다는 말에 지원을 하게 됐다고...

"그래서 교통비 지원 해주는 거죠..?"

"... 얼마 들었는데요."

"한 1800 달러 정도..."

"..."


1800 달러, 원화로 따지면 대략 2백 만원 정도이다. 2백만원이란 말에 동국은 말문이 막혔다. 아니, 어느 회사가 교통비로 2백만원을 준단 말인가.

발키리는 이번 2군 트라이아웃에서 참가자들에게 교통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지원해 주는 교통비는 대략 5만원에서 10만원 정도이다. 가까운 곳이면 5만원, 먼 곳에서 왔으면 10만원을 주는 것이다. 예로 부산에서 온 선수에게는 10만원을 줬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20만원 들여 구리까지 왔다고 해서, 20만원 전액을 지원해 주진 않았다. 똑같이 10만원만 지원해 줬다.


"콜로사 씨. 저희가 지원해 주는 교통비는 많아봤자 90달러 정도밖에 되질 않습니다."


"네에~?! 정말로요..? 어, 이러면 안되는데..."


동국의 말에 콜로사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갈색 피부가 백인처럼 새하얗게 변하는 모습에 동국은 헛웃음을 지었다.


"콜로사 씨. 저희는 콜로사 선수와 계약을 하고 싶습니다."


"저, 정말로요..?! 감사합니다!"


동국의 계약하자는 말에 안절부절 못하던 콜로사가 웃으며 기뻐했다. 그러다 동국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그럼 교통비 지원해 주나요..? 저한테 1800 달러는 엄청 큰 돈이거든요..."

"아, 그럼요. 당연하죠."

동국은 그러면서 계약서를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에게 건넨 계약서는 현아와 비슷한 계약서로 계약 기간 15년에 상호 동의가 있어야만 계약 해지나 이적이 가능하단 조건이 있다. 이는 절대로 콜로사를 놓치지 않겠다는 동국의 의지였다.

"계약 기간 15년..?! 이러면 저, 35살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건가요?"


"그렇죠. 어디서도 이와 같은 조건으로 계약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구단에게 유리한 조건이죠."

"우와..."

계약 조건에 감탄사를 내뱉은 콜로사는 계약금과 연봉을 보고서 다시 끙끙댔다. 계약서에는 계약금은 없고, 연봉은 2군 최저 연봉을 준다고 적혀 있었다.


"왜 그러시죠? 뭔가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나요?"

"저기... 계약금 주시면 안될까요..? 저희 집, 가정 형편이  좋아서..."

생 초짜인 자신이 이런 말을 한다는게 염치없긴 했지만, 콜로사는 말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자신의 실력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다면 당당하게 요구했겠지만, 콜로사는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몰랐고, 알 기회도 없었다.

"흠... 계약금으로 얼마를 원하시나요?"


동국이 인상을 굳히고서 묻자, 콜로사는 우물쭈물 하다가 다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 한... 5천 달, 아니 3천 달러 만이라도..!"

"3천 달러요?"

3천 달러면 환율을 따졌을 때, 대략 333만원 정도 되는 금액이다.

"네에... 안 될까요..? 저희 집 형편에 제가 오구 한다고 빠지게 되면 당장 수입이 부족해져서..."

발키리가 지금까지 계약한 선수는  3명. 지아와 현아, 그리고 에이미 이다. 트라이아웃을 통해 뽑은 선수들 중 모모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인성 검사를 비롯한 면접을 봐야 하기에 아직 계약한 것이 아니었다.

3명  현아와 에이미는 계약금이 없었다. 지아만이 유일하게 계약금을 받았는데, 그 금액이 1천만원 이었다. 지아의 경우를 생각해 본다면 콜로사가 원하는 금액은 적은 편이었다.


'콜로사의 잠재력이나 외모를 봤을 때, 이거보다 더 많이 주는게 맞지.'

다른 지역 리그 팀들은 총망 받는 유망주들에게 1억원이 넘는 계약금을 주고, 전국 리그 팀들은 무려 몇 십억이 넘는 금액을 계약금으로 준다. 이런 점을 생각해 봤을 때, 발키리는 오히려 콜로사가 원하는 금액보다  많은 계약금을 주는게 맞았다.


'흠... 통 크게 1억원을 줄까..?'

"잠시 상의 좀 하고 올게요."

"아, 네..."

동국의 말에 콜로사는 혹시 계약을 안 하겠다고 하는게 아닌지 덜컥 겁이 났다. 안절부절 못하는 콜로사를 뒤로하고 동국은 일행들과 계약금에 대해 상의를 하였다.


"잠재력 S+급인데, 계약금으로 1억을 주는게 어때?"

"1억... 내가 계약금으로 1억 5천을 받긴 했는데, 그런거 생각해 보면 나쁘진 않지. 선수는 자기 잠재력이 그 정도인지 모를 거 아냐."

"근데, 나중엔 알게 되지 않을까요..? 같이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텐데..."


"음... 그것도 맞는 말이지."


다른 구단들과 다르게 발키리는 가족 같은 분위기이다. 선수와 프런트 간에 숨기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콜로사가 발키리에 입단하고, 같이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잠재력을 알게 될 터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1억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금액이지만, 자신의 잠재력을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럼 10억원..? 어휴, 돈이 많이 들긴 하겠네. 잠깐만, 재은 누나에게 말 해봐야 겠다."


동국은 곧바로 단장인 재은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였다. 잠재력이 S+급이란 소리에 재은은 군말 없이 10억에 동의를 하였다.


"콜로사 선수."


"네, 네!"


"저희는 콜로사 선수의 잠재력을 전국 리그 급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가 제안 드릴 계약금은 90만 달러 입니다."

"구, 구십만 달러요..?!"

5천 달러에 벌벌 떨었던 콜로사는 90만 달러란 말에 기겁을 하였다. 어찌나 놀랐던지 딸꾹질을 할 정도였다.

"저, 정말 90만 달러란 말씀, 딸꾹! 이세요..? 어, 어..?"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거액에 콜로사는 실감을  수가 없었다. 자신은 정식으로 오구를 배우지도 못한 사람일 뿐인데... 자신의 잠재력이 전국 리그 급이라니...




물론 10억이란 돈도 전국 리그급 팀들이 신인들에게 계약금으로 건네는 액수를 생각하면 적은 편이었다. 메이저의 어떤 팀들은 신인에게 1백억원이 넘는 금액을 계약금으로 주기도 하니깐 말이다. 그래도 짠돌이인 동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금액을 주는 것이었다.


"자, 그러면 계약 하시겠습니까?"

"다, 당연하죠!! 딸꾹! 어디다가 사인하면 되나요?!"

동국의 말에 콜로사는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펜을 들었다. 동국이 자신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콜로사는 다 듣지도 않고서 사인을 하였다. 계약금으로 90만 달러를 준다는데, 무엇을 요구하더라도 다 들어줄 수 있었다.

동국은 콜로사의 교통비는 물론이고, 숙박비와 식비까지 대주며 그녀를 배웅하였다. 멕시코로 떠난 콜로사는 짐을 정리해서 조만간 한국으로 들어올 것이다.


동국과 일행이 하루 정도 미국 관광을 하고서 한국으로 도착 했을 때, 모모나에게서 계약을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이로서 동국은 에이미, 모모나, 콜로사라는 3명의 기대주들과 계약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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