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7화 〉257회.
국내에서 트라이아웃을 실시하고 며칠 뒤, 동국과 나연, 그리고 지은이 일본으로 이동했다. 나연이야 전력 분석원이니 당연히 따라가지만, 지은 같은 경운 굳이 같이 안 가도 됐다.
뭐, 투수 지원자들의 공을 받기도 해야 하지만, 그것보단 그냥 지은이 동국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 지은이 같이 가니 은지도 같이 가게 되고, 결국 4명이서 일본에 가게 되었다.
미리 예약해둔 호텔에서 하룻밤을 잔 일행은 곧바로 미리 섭외한 오구장으로 향했다. 다른 나라 리그긴 해도 발키리가 꽤나 많이 알려져 있는지, 지원자들이 많았다.
"자, 지금부터 벨벳 발키리 2군 트라이아웃을 시작하겠습니다. 호명되는 분부터 나오시면 됩니다. 참가 번호 1번, 소코 씨?"
"넷!!"
처음으로 나서게 된 여자는 자그마한 체구를 지닌 투수였다. 열심히 던지긴 하지만, 그렇게 눈에 띄진 않았다.
[카쿠라 소코(투수) : E / 구위 F+ / 제구 E / 잠재력 E / 특성 : 잠을 잘수록 체력 회복]
특성은 특이해 보였으나, 그닥 대단하진 않았고, 평범한 외모를 커버할 만큼 잠재력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그렇게 계속 지원자들을 확인 하던 중, 동국의 시선이 절로 가는 미녀가 나타났다.
"참가 번호 16번, 모모나 유아 씨?"
"네! 모모나 입니다!"
귀여운 이미지와는 반대되는 글래머한 몸매. 에이미에 이은 또 다른 대물의 등장에 동국은 입술에 침을 바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모모나 유아(타자) : F- / 공격 F- / 수비 F- / 잠재력 E / 특성 :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을수록 능력치 상승.]
잠재력은 물론이고 현재 실력 역시 형편 없었다. 보아하니 현재 실력이나 경력 등을 보지 않는다는 공지를 보고서 무작정 지원을 한 것 같았다.
동국의 짐작대로 모모나 유아는 며칠 전까지 오구를 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원래 지하 아이돌이었다. 여기서 지하 아이돌이란 방송 같은 것들에 출연 안(못)하고 라이브로만 공연을 하는 아이돌을 말한다. 한 마디로 마이너 한, 그렇게 인기가 있지 않은 아이돌이란 소리다.
지하 아이돌로 활동하던 그녀는 평소에 오구를 즐겨 보는 오구 팬이었다. 그러다가 발키리 2군의 트라이아웃 소식을 듣게 되었다. 오구 선수가 되면 더 유명해 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급히 트라이아웃을 준비하게 되었다. 처음 포지션을 정할 때 오구 선수 중에서 외야수가 만만해 보여 외야수를 연습하였다.
물론 혼자 연습한 거라 수비 연습은 아예 하지 못했고, 타격 연습만 배팅 연습장에서 연습을 한게 다였다.
'예쁘다, 예뻐... 잘 빠진 다리에, 커다란 가슴... 거기에 청순함과 귀여움이 공존하는 외모라니...'
동국은 타격 시범을 끝내고 수비 평가를 받으러 가는 그녀에게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모모나 씨?"
"넷! 구단주 님!"
그래도 동국이 구단주란 사실은 아는지 동국의 얼굴을 보고서 바로 대답을 하는 모모나였다.
"수비 평가가 끝나고 잠깐 기다려 줄 수 있을까요? 지원자들 평가가 다 끝나면 계약 건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데."
"저, 정말입니까! 무, 물론 기다리겠습니다!"
동국의 말에 모모나는 환하게 웃으며 기뻐하였다. 타격 평가에서 15개의 공 중 2개만 맞춰서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이렇게 계약을 하게 된 것이다.
모모나 이후로 많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기량을 뽐냈지만, 딱히 눈에 띄는 선수는 없었다. 동국의 특성에 대한 소문이 일본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대부분 평범한 선수 지망생이었다.
국내에서 뽑은 선수들과 비교해서 그닥 밀리지 않는 잠재력과 특성을 지닌 선수도 있었지만, 국내와는 다르게 일본 선수들은 숙소 생활을 해야 하기에 국내보다 더 꼼꼼하게 따졌다. 숙소 정원이 무한한 것도 아니고, 직접적으로 같이 생활하기에 더욱 엄격하게 본 것이다.
물론 모모나 정도면 완전 환영이지만 말이다.
트라이아웃이 끝나고 동국은 기다리고 있던 모모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원래 오구 선수가 아니었죠?"
"네에... 지하 아이돌이에요."
"오오, 아이돌 입니까..?"
"네에, 그렇게 유명하진 않지만요."
어쩐지 예쁘다 했더니 아이돌 이었다. 물론 지하 아이돌 이지만. 모모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이 속했던 그룹 이름을 말했지만, 당연하게도 동국은 전혀 알지 못했다. 애초에 아주 유명한 일본 아이돌도 제대로 모르는 동국이 잘 알려지지도 않은 지하 아이돌을 알 리가 없었다.
"그럼 어쩌다가 트라이아웃에 지원하게 됐나요? 평소에 오구 선수가 꿈이었나요?"
"아뇨, 그건 아니고요."
"?"
모모나의 말에 동국은 순간 벙쪘다. 아니, 오구 선수가 꿈이 아닌데 오구 선수를 뽑는 트라이아웃엔 왜 지원을 했단 말인가.
"오구 선수가 돼서 유명해 지면 아이돌 활동이 좀 더 수월해 지지 않을까 싶어서..."
"..."
모모나는 자신이 하는 말이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자신의 목표를 밝혔다. 그래야 자신의 아이돌 활동에 지장이 없었다.
"음... 일단 오구 선수가 되겠다는 의도가 불순한 건 둘째 치고, 오구 활동과 아이돌 활동을 병행할 생각인 건가요?"
"네에. 오구 경기가 없는 여름이나 겨울에 일본에서 아이돌 활동을 할 생각 입니다."
"으음..."
확실히 오구 선수는 봄에 있는 리그와 가을에 있는 토너먼트를 제외한 나머지 여름과 겨울엔 활동이 없긴 하다. 물론 대부분의 오구 선수들은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훈련을 하지만 말이다.
"원칙적으로 구단에서 선수에게 비 시즌 기간 동안 훈련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렇게 해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만큼 자신에게 오구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모모나의 현재 오구 실력은 F-급. 그냥 일반인 이라고 보면 된다. 거기에 잠재력은 E급. 마찬가지로 재능이 없다고 보면 된다. 아이돌로서 재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구 선수로서의 재능은 없었다.
재능이라곤 그녀의 허리 사이즈만큼 없는 모모나가 비 시즌 기간 훈련을 안 한다면 당연히 버틸 수 없다.
특이한 특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관중도 별로 없는 2부 리그에서 그녀를 보는 시선이 많으면 얼마나 많을까. 그녀의 특성은 몇 만 명이 볼 전국 리그나 지역 리그에서나 쓸만한 특성이지 하위 리그에서는 별로 효과가 없는 특성이었다.
"그, 그건 아니지만..."
사실 모모나는 별 생각 없이 트라이아웃에 지원했다. 일본에 있는 수많은 지하 아이돌 중 1명으로 살아남기에는 그녀가 가진 재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던 중 오구 선수가 되면 더 유명해 지지 않을까 싶어서 지원을 한 것이다.
'아, 어떻게 해야 하지..?'
구단주가 말하는 투를 보아하니 의도가 불순하다고 크게 실망한 것이 틀림 없었다. 기적처럼 합격 하나 싶었는데 이렇게 탈락하게 되다니.
'지금이라도 오구에 전념하겠다고 할까..?'
그치만 그렇게 되면 본말전도였다. 아이돌로 유명해 지고 싶어서 오구 선수가 되고자 하는 것이지, 오구 선수가 되고자 트라이아웃에 지원한건 아니었다.
모모나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 지자 동국은 서둘러 주제를 돌렸다. 사실 모모나가 비 시즌 기간 동안 일본에서 아이돌 활동을 하든 말든 동국은 별로 신경 안 썼다.
물론 그 만큼 모모나의 실력이 더디게 늘겠지만, 외야수가 그리 급한 것도 아니었다. 현아와 지아의 나이가 젊, 그러고 보면 모모나의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생긴 것만 봐서는 지아보다 많아 보이는데 말이다.
모모나의 서류를 찾아본 동국은 그녀의 나이를 확인하고서 침음을 삼켰다. 그녀의 나이는 무려 29살 이었다…
‘아니, 하아… 이러면 2군으로 받는 의미가 없는데..? 에이씨, 하긴, 주전으로 키우려고 뽑나, 그냥 예쁘니깐 뽑는거지.’
모모나를 주전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을 접은 동국은 그녀에게 특훈에 대해 언급하였다.
"모모나 씨가 비 시즌 동안 아이돌 활동을 하겠다면 그만큼 훈련량이 절대적으로 모자랄 수 밖에 없겠죠. 다행히 저희 구단엔 일반적인 훈련 말고 특훈이라고 효과적인 훈련 방법이 있습니다."
"아, 정말입니까?"
"네, 자세한 건 우리 직원에게 듣도록 하세요. 나연아, 여기 우리 구단에 대해 설명 좀 해줘라."
"후... 네, 알겠어요."
나연이 모모나에게 특훈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동국은 계약서를 준비했다. 일반적인 2부 리그 계약서에다가 추가로 비 시즌 기간 동안의 활동에 대해 구단이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추가하였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줘야 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그만큼 모모나의 외모는 뛰어났다.
'으음... 구단주랑 섹스를 해야 한다니...'
나연에게 설명을 다 들은 모모나는 동국을 힐끔 쳐다보고서 고민에 빠졌다. 이게 과연 구단주와 섹스까지 해 가면서 해야 되는 일인지 의문이 든 것이다.
"저기... 며칠 간 고민 해봐도 될까요?"
"상관 없습니다. 일주일 내로만 연락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다음 날. 동국과 일행들은 하루 동안 구경을 가기로 했다. 여기 저기 둘러보던 중 동국은 모모나가 한다는 지하 아이돌이 궁금해 져서 한번 찾아가 보았다.
'오호... 사람들이 많네..?'
아이돌 팬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그만큼 많은 아이돌들이 자신들의 무대를 홍보하며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이돌들의 미모를 구경하며 돌아다니던 중 동국은 어제 만났던 모모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제와는 다르게 무대 의상을 입고 있는 모모나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저희 허니버터 무대가 잠시 뒤 3시부터 진행됩니다~! 많이들 보러 오세, 어? 구단주 님?"
"아, 예. 여기서 뵙네요."
모모나가 동국을 발견하고서 아는 채를 하자 동국도 인사를 하였다.
"저 보러 오신거에요?"
"하하, 예. 한번 구경하러 왔습니다."
"와~! 감동! 그럼 저희 무대 보실거죠?"
"네, 그럼요."
"히히, 감사합니다~ 아, 저기, 죄송하지만 지인 할인은 안돼요. 정가로 티켓 구매하셔야 돼요."
"아, 예..."
티켓을 구매하고서 무대 안으로 기다리길 몇 분. 그래도 백 명 가까운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나나~"
보아하니 5인조 그룹인 것 같은데, 나쁘지 않게 불렀다. 뭐, 지금 치어리더를 병행 중인 발키리즈와 비슷해 보였지만 말이다. 노래는 허니버터가 더 잘 부르고, 춤은 발키리즈가 더 잘 추는 느낌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모모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공연 잘 봤어요."
"아, 감사합니다~!"
"근데, 오구 팀에 지원한 사실을 다른 멤버들은 알고 있나요?"
"네, 잘 설명했어요. 멤버들도 응원을 해주었구요."
"그럼 평소에는 5명이 아닌 4명이서 활동을 하는 건가요?"
"네, 그렇죠."
"그렇군요. 잘 생각해 보고 연락주세요."
"네, 구단주 님. 아! 저희 굿즈도 팔고 있는데, 혹시 구경하실래요? 제가 굿즈에다가 사인도 해드릴께요!"
그 뒤, 동국이 호텔로 돌아왔을 때는 동국의 손에 굿즈들이 봉투 채로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