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0화 〉250회. 지역 리그 (250/297)



〈 250화 〉250회. 지역 리그

7월 2주 금요일. 벨벳 발키리와 고양 스타 캐츠우먼과의 2차전 경기에서 발키리가 아쉽게 3-2로 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같은 날 인천 벨 레이디스는 9위 팀 안산 테크니션과의 경기를 여유롭게 이기며 6연승을 달렸다.


 전까진 발키리의 승점 81점, 레이디스의 승점 78점으로, 발키리가 1승, 승점 3점 차로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캐츠우먼과의 경기에서 패하면서 승점이 같아지고 만 것이다.

이제 발키리 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이 2번의 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 운명의 장난인지 발키리는 공동 1위인 인천  레이디스와  2연전을 치르게 되었다.

여기서 발키리는 이 2번의 경기를 모두 이기거나 1승 1무를 해야 리그 우승을 할 수 있었다. 1승 1패만 하더라도 지게 되는 상황이었는데, 승점이 동률일 경우 상대 전적을 따지기 때문이다.

발키리는 예전 원정 2연전에서 레이디스에게 모두 지고 말았었다. 그 때문에 1승 1패를 하면 레이디스와 승점은 같지만 상대 전적이 1승 3패로 밀려 2등이 되고 만다.

남은 2경기를 이기기만 하면 리그 우승인 상황! 승격  해이니 만큼 시즌 초반엔 중상위권이 목표였지만, 이왕 이렇게  거 우승하는게 더 좋았다. 동국은 최선을 다 하기 위해 그동안 한번도 안 써먹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기로 하였다.

바로 게임 상점에서 판매하는 에너지 드링크. 게임을 시작할 때부터 상점에서 팔던 아이템으로 마시면 그날 선수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올려준다. 다만 가격이 한 병 당 1백만원이나 해서 동국은 비싸다고 한번도 사용해 보지를 않았다.

경기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마시게 한다고 치면 1경기 당 총 6백만원이나 드는 셈이다. 올해에만 1백억 넘게 벌어 6백 만원이야 거의  값 수준이지만 재정을 담당하는 재은에게 6백만원 주고 에너지 드링크를 샀다고 설명할 수는 없다.

먹으면 선수들의 컨디션이 최상이 된다? 우선 그냥 시중에서 파는 고카페인 음료 취급을 할 것이고, 그런 몇 천원짜리 음료를 1백만원 주고 샀다고 말한다면 미쳤다고  것이다. 아마 등짝 몇 대로는 감당할  없을 것이다.


어찌저찌 효과를 설득했다 하더라도 드링크 안에 금지 약물이 없는지 검사를 해야 한다. 그 결과가 나오길 언제 기다리고 앉았고, 마시고 실제로 컨디션이 좋다는게 입증되면 다른 팀으로 소문이 날게 뻔한 일이다.

이런 설명할 수 없는 일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동국은 비자금을 마련했었다. 지난 겨울 구장 확장 공사를 하며 빼먹은 비자금 10억원. 그  1억원은 선수들 유니폼 구매하는데 사용했고, 이번에 6백만원을 쓰게 되었다.

'제발 효과가 있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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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때보다 단단히 준비를 하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 경기 전 동국이 먹으라고 준 여러 건강식들과 음료. 물론 가장 좋은 건강식은 동국의 밀크이긴 하지만, 왠지 오늘은 최상의 컨디션인 것 같았다.

"리그를 치르느라 쌓였던 피로가 왠지 싹 없어진 기분인데..?"


"뭐지..? 어젯밤에 먹었던 정액이 농축액이었나..?"


"..."

선수들은 무엇 때문에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하여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몸을 풀었다. 미리 나연이 선수들이 먹는 음식에 무슨 이상한 성분이 들어있는지 하나하나 체크하기에 걱정 따윈 없었다.


"앤서니! 너만 믿는다!!"

"오늘 이기면 오빠가 아이스크림 케이크 사줄게!! 나중에 정문으로 나와!!"


가장 중요한 경기이기에 1만여명의 벨벳 구장 정원이 가득 채워졌다. 많은 팬들이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며 응원하였고, 그  한 남자는 최근에 광고하기 시작한 아이스크림 사주겠다고 소리치기도 하였다.


왠지 유괴범이 어린 아이를 납치하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 같았다. 실제로  남자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는 앤서니가 평생 아이스크림 무료 구매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했다.

“앤서니, 모르는 사람이 따라오라고 하면 절대 혼자서 따라가면 안돼. 꼭 가족들이랑 함께 가야 돼.”


“웅~ 알았어~”

이 경기가 발키리에게 중요한 경기이긴 하지만, 반대로  레이디스에게도 매우 중요한 경기이다. 2루 쪽 관중석을 가득 매운 레이디스 팬들 역시 발키리 팬들에게 지지 않고 레이디스 선수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내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양 팀 팬분들의 응원 열기가 정말 뜨겁습니다.]

[네, 듣기로는 벨벳 구장 정원이  찼다고 하더군요. 지난 경기들을 보면 거의 항상 벨벳 구장에 관중분들이 가득했던  같은데, 발키리 구단에서는 수용 인원을 늘리는 것을 검토해야 할 것 같네요. 1만여명의 정원은 팬들의 열기를  담아내지  합니다.]


[이거, 발키리 입장에서는 행복한 일이군요. 승격 첫 해부터 관중분들이 가득 구장에 찾아와 주시고, 이렇게 1위 다툼까지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발키리는 창단부터 쉬지 않고 승격을 이어왔죠?]


[네, 그렇습니다. 2부 리그부터 시작을 해서 한번도 승격을 멈춘 적이 없죠. 과연 이 폭풍 같은 승격이 이번에도 일어날지 두고 봐야  것 같습니다.]

1회 초.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앤서니가 마운드에 올랐다.

앤서니의 리그 성적은 16승 1패, 평균 자책점 0.77. 탈삼진은 101개. 어마어마한 성적이었다.


그녀는 B급이라는,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은 본실력으로도, 물론 너클볼 봉인을 풀면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리그를 씹어먹는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난 1부 리그에서의 성적, 16승 무패, 0.12의 평균 자책점, 105개의 탈삼진 개수보다야 떨어지지만, 그거야 평균 수준이 E급인 1부 리그 이야기였고, 여기는 평균 수준인 C급인 지역 리그이다.

이런 엄청난 성적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그녀의 위기관리 능력 때문이... 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동국의 버프 때문이다. 남들과 비교해서 꿀리지 않는 타선이 공격을 퍼붓는 동안 앤서니는 여유롭게 동국에게 버프를 받는 것이다. 그럼 딱 안타 줄 선수에게만 단타를 주고 만다.


홈런 허용할만한 선수에게 2루타를, 장타 허용할만한 선수에게 단타를, 단타를 허용할만한 선수에게 범타를 주는 것이다. 앤서니와 실력이 크게 차이가 나는 타자들이 없기에 동국의 버프는  빛을 내었다.  안의 물이 넘칠만한 상황에서 임시로 댐의 높이를 더 높여버리는 효과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그 댐의 높이를 최대한으로 높혀놨다.

레이디스의 1번 타자는 우타 B+ 등급의 김강연.


레이디스의 우타 1,2,3,4번 타자들은 발키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껄끄럽기 그지 없었다. 우타자가 4명인 다른 팀들도 있긴 하지만, 레이디스는 모든 타자들이 B 등급 이상이다. 감히 비교를 할 수가 없는 전력이다. 앤서니의 유일한 1패가 바로 레이디스 전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이 우타 일색의 타선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있다.


물론  타자들이 1회에 모두  안타를 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김강연의 타구는 앤서니의 구위에 밀려 외야 뜬공이 되었다. 올스타 2루수인 최정연의 타구는 장타 대신 단타가 되었고, 3번 타자의 타구는 다시 뜬공이, 올스타 포수인 이조연의 타구는 내야 땅볼이 되었다.


"우히히~"

앤서니가 기분 좋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오늘 경기만 끝이 나면 당분간은 휴식이었다. 앤서니는 마치 방학 일을 맞이한 학생처럼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올스타 1위 투수가 내려가고 올스타 2위 투수인 김가희가 마운드에 올랐다. 17경기에 출전해 14승 3패, 평균 자책점 1.05  기록하며 빼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언제나처럼 리그 에이스급 퍼포먼스를 뽐내는 경기 올스타 투수. 항상 리그 기록에서 1,2위를 다투던 그녀였지만, 이번 시즌엔 약간 달랐다.


바로 발키리의 순수녀, 앤서니 때문.

김가희의 성적은 언제나처럼 뛰어났지만, 앤서니는 경기를 거듭하면 거듭할 수록 성적이 점점 더 좋아졌다. 투수의 중요 3지표에서 올스타 전까지만 해도 평균 자책점은 김가희가 더 뛰어나고, 승 수는 동률이었지만, 어느새 역전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1회 말, 마운드에는 벨 레이디스의 부동의 에이스, 김가희 선수가 올라섰습니다. 다승 2위, 평균 자책점 2위, 탈삼진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모두 다 앤서니 선수에게 한  차이로 밀리지만, 김가희 선수가 매우 좋은 투수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참고로 한 끗 차이는 아니었다. 그저 해설 위원들이 다 그렇듯 작은 차이라고 포장 해주는 것일 뿐이었다.

김가희의 특성은 좌타 상대 피안타율이 감소한다는 것. 이 특성 때문에 그녀는 좌타자들에게는 저승사자나 다름 없다. 그리고  말은 바꿔 이야기 하면 우타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선두 타자로 나선 아연은 오늘 따라 유난히 투수의 공이 더 잘 보이는  같았다. A급 제구를 지닌 김가희는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공략하였지만, 아연은 그런 치기 껄끄러운 공들을 커트 해내며 투구수를 늘려갔다.

[제 7구... 바깥쪽! 심판 손, 올라가지 않습니다! 장아연 선수가 7구째에 결국 볼넷으로 출루하는 군요.]

[김가희 선수의 제구가 상당히 좋았는데, 장아연 선수의 선구안은 더 좋네요. 진짜 보더라인에서 아주 약간, 정말 아주 약간 빠진 공이었거든요.]

이번엔 해설의 말대로 정말 약간 빠진 공이었다. 멀리서 보면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할 정도였고, 당연히 김가희는 저 공이 왜 스트라이크가 아니냐며 심판에게 제스처를 표했다. 그렇지만 당연히 판정이 번복되는 일은 없었다.


초반부터 꼬여서 일까. 다음 타자인 리사에게 던진 제 2구. 몸쪽을 생각하고 던졌는데, 김가희의 생각보다 조금 몰린 코스로 리사에게 날아갔다. 이런 실투를 리사가 놓칠리 없었다.


따악~!!


[우중간 쭉 뻗는 타구!!! 1루 주자 타구 확인하자마자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1루 주자 2루 지나서 홈으로, 타자 주자 1루 지나 2루까지!!]


150km는 될법한 빠른 속도로 날아간 타구는 그대로 펜스까지 굴러갔다. 발사각만 조금, 한 10도 정도만  높았으면 그대로 홈런이 되었을 타구. 우익수 김강연이 빠르게 쫓아가 공을 잡고 송구했을 땐, 이미 리사는 2루에 안착한 상황이었다.

[발키리가 초반부터 김가희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군요! 1회 말부터 선취 득점에 성공하는 벨벳 발키리 입니다! 스코어 0-1.]

2루 쪽 관중석에서 레이디스 팬들의 야유 소리가 들렸지만, 리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방금  타구에 대해 복기 했다.


'조금만  어퍼 스윙으로 칠걸 그랬나..?'


그러나 이런 생각도 잠시, 지은이 땅볼 타구를 치자, 그녀는 열심히 홈으로 내달렸다.


발키리는 1회 말, 2점을 먼저 내며 산뜻하게 출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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