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8화 〉248회. (248/297)



지아는 올해 새로 강화된 동국의 특성 덕분에 슈퍼 캐치를 잘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지아는 자신의 특성 효과를 절실히 느꼈다.


'잡을 수 있다아아!!'

타구를 향해 몸을 날린 지아는 자연스럽게 다이빙이 되는  느꼈다. 예전이라면 잡기 힘들었을 타구. 그러나 지금은 저절로 글러브가 낙구 지점을 향해 뻗어 있었다.


터업..!

공이 글러브 안쪽으로 들어오자 지아는 바로 공을 잡았다. 자칫 잘못하다가 공이 글러브에서 굴러 빠지기라도 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었다.


"..."


"..."

"이야~! 지아야~ 그걸 잡았어~? 아싸~!  친구 펭귄 먹는다~"

1만여명의 관중들, 발키리의 선수들, 1루로 향하던 피치걸즈 타자 이미래, 경기를 중계하던 해설들, 심판까지도 뭐라 입을  수가 없었다. 고요한 벨벳 구장에 오로지 앤서니의 목소리만이 울려퍼졌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한 풍경에 앤서니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순간, 지아가 공을 잡고 있던 글러브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우와아아아아아~!!!!""

[퍼펙트!!! 퍼펙트 게임 입니다!!! 벨벳 발키리의 앤서니가  사상 처음으로! 그리고 10년 만에 지역 리그에서 퍼펙트가 나왔습니다! 5이닝 동안 67개의 공을 던져 15명의 타자들을 상대로 9개의 탈삼진을 잡아냈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앤서니 투수!!]


[정말 제가 이 경기를 중계했다는게 영광스럽네요.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 경기를 시청해 주신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직접 경기장에서 경기를 지켜보신 관중 여러분! 여러분들은 지금 오구 역사에 남을 위대한 경기를 지켜 보셨습니다!]

퍼버버펑~!!!

구장 전광판엔 퍼펙트 게임이란 글자가 뜨고, 미리 준비되어 있던 폭죽들이 구장 상공을 뒤덮었다. 관중들은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하였고, 선수들은 모두 앤서니에게 달려들어 방방 뛰었다.

"어어~? 이 언니들이 왜 이래~?"

"으하하, 축하한다~! 앤서니!"

"축하해! 퍼펙트 게임!"

"으잉~? 흥! 언니들이 아무리 축하해 줘도, 내 친구 펭귄은 나 혼자 먹을거야~!"


"흐흐, 귀여운 짜식."

앤서니의 엉뚱한 소리에 흥분에 겨워 기뻐하던 선수들은 절로 피식 웃었다.

경기가 끝이 나고 발키리 선수들과 직원들은 다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앤서니는 영문도 모른채 지아가 잡은 마지막 공을 내밀며 포즈를 취했다.

"동국~ 사진  찍는거야?"

"아아, 실은 앤서니가 오늘 한 게 상당히 힘든 일이라서 그런거야. 그걸 기념하는 거지."


"아, 그래~?  페펙트 게임이란게?"

"페펙트 말고 퍼펙트 게임."


"으응~ 그렇구나~ 근데,  언제 펭귄 먹으러 가?"


"조금 있다가."

앤서니는 경기가 끝나고 평소에는 거의 하지 않는 인터뷰도 해야 했다. 평소처럼 빼기에는 퍼펙트 게임이 너무 중요했다.

"앤서니 선수! 구단 최초로 퍼펙트 게임을 달성했습니다!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어… 좋아요! 동국이 시내에 있는 31번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내 친구 펭귄을 사주기로 약속했거든요! 저 빨리 그거 먹으러 가야 해요~!"

앤서니의 순진한 발언에 캐스터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야 된다니...

앤서니의 말에 뒤에서 인터뷰를 보고 있던 동국과 여자들은 피식 웃었고, 기자들은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아, 그러시군요... 혹시 경기 중에 퍼펙트 게임이란  의식하셨나요?"

"아뇨, 애초에 퍼펙트 게임이란 걸 전혀 몰랐어요!"


"네? 어, 음... 그러시군요... 그럼 마지막 지아 선수가 멋진 호수비로 타구를 잡아냈을 때 심정이 어땠나요?"


"지아가 정말 그걸 잡을 줄은 몰랐어요~! 지아는 정말 대단해요~!"


앤서니는 지아를 향해 엄지를 들어 올리며 그녀를 추켜세웠다.


"하하, 그렇군요... 지금까지 발키리의 앤서니 투수였습니다."

캐스터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인터뷰를 끝내고 나서, 동국과 일행들은 31번지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앤서니가 그렇게 원하던 '내 친구 펭귄'을 샀다.


가게에 있던 손님들이 케이크를 사고서 환하게 웃는 앤서니의 모습을 SNS에 올려 화재가 되었다. 인터뷰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진짜로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케이크를 사는 모습이 순수하고 호감 있게 보인 것이다.

[앤서니 퍼펙트!!]

[벨벳 발키리의 앤서니, 퍼펙트 게임 달성!!]

[앤서니, "빨리  친구 펭귄 사러 가야 해요."]


[프로 선수가 퍼펙트 게임이 뭔지도 몰라... 이대로 괜찮은가?]

[앤서니가 언급한 '내 친구 펭귄'은 무슨 케이크??]


각 언론들은 앤서니의 퍼펙트 게임 달성 사실을 크게 보도하였다. 그러면서 덩달아 앤서니가 언급한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화재가 되었다. 이 인터뷰 덕분에 며칠 뒤 31번지 아이스크림 회사에서 앤서니에게 광고 모델을 제안하기까지 하였다.

일부 소수의 기자들은 앤서니가 프로 선수면서 너무 기본적인 상식도 모르는게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으나, 앤서니의  순수함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았기에, 그런 의견은 금방 뭍혀버렸다.


*
*
*


7월 1주. 동국과 앤서니는 아이스크림 광고를 찍기 위해 시내에 있는 31번지 아이스크림 매장을 찾았다.

"자, 광고 내용은 간단합니다. 선수 분이랑 구단주 님께서 매장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주문해요.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선수 분께서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고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시면 됩니다. 참 쉽죠~?"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된다는 거죠?"


"네, 그렇죠!"


PD의 말에 동국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이해하지 못 한 앤서니에게 다시 설명해 줬다.

"앤서니, 그냥 평상시처럼 케이크 시켜서 맛있게 먹으면 된데."


"그래~? 근데 평상시엔 이렇게 카메라가 잔뜩 있지 않는데..."


앤서니가 주위에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광고를 찍는다는 소식이 알려졌는지 매장 밖에는 몇몇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일단 한 번 해보자고."

촬영에 앞서 동국과 앤서니는 간단하게 메이크업을 받았다.


'이야~ 누구 캐릭턴지 아주  생겼네~ 진짜 현실에서도 이랬으면 소원이 없겠다.'

메이크업을 전문적으로 받아서 그런지 거울에 비친 동국의 모습은 연예인 저리 가라 였다. 속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동국은 옆에 있는 앤서니를 보고서 깜짝 놀랐다.

"아니, 앤서니! 엄청 예쁜데? 아주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 같아!"


"헤헤~ 진짜~? 나 예뻐?"

"그럼, 그럼~! 아주 예뻐!"

"히히~"


메이크업을 받은 앤서니는 아주 미의 화신, 그 자체였다. 안 그래도 예쁜 그녀가 화장을 받으니 아주 배우 뺨 때리게 예뻐졌다.

동국의 칭찬에 앤서니는 눈웃음을 치며 기뻐했다.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동국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쓰읍… 너무 예쁜데..?’

"자, 시작하겠습니다! 레디, 액션~!"

촬영이 시작되고, 동국과 앤서니는 팔짱을 끼고서 자연스럽게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앤서니, 뭐 먹을래? 한번 골라봐."


"히히~ 어디 한번 볼까~"

앤서니는 아이스크림이 전시되어 있는 유리창에 손을 짚고서 얼굴을 바짝 갖다 댔다. 앤서니는 새삼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어느새 이게 광고 촬영이란 사실을 잊은 앤서니는 아이스크림을 고르다가 울상을 지었다.


"동국~ 나 몇 개 골라야 돼..? 나 먹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동국의 눈치를 보며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는 앤서니의 모습에 동국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절로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앤,  먹을 수 있겠어? 너, 아이스크림 케이크도 먹어야 되잖아."

"우웅~ 그치마안~"


앤서니가 볼을 부풀리며 앙탈을 부렸다. 어깨를 씰룩거리자 가슴이 따라 흔들렸다. 그 모습에 동국을 비롯한 남자들의 남심도 같이 흔들렸다.


"허허, 그래, 알았어. 마음껏 골라."

광고 촬영이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얼마나 많이 먹든, 실제로 돈을 내는게 아니었지만, 앤서니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아싸아~ 사랑해, 동국~!"


앤서니는 기뻐하며 동국을 끌어안고서 볼에 뽀뽀를 했다. 평소보다 예쁜 앤서니가 뽀뽀를 하자 동국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멈추는 듯 했다. 동국이 실실 웃으며 볼에 묻은 립스틱을 닦는 사이 앤서니는 직원에게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손으로 가리키며 주문하였다.

"이거랑, 저거! 이것도요! 히히, 요것도요~!"

직원이 낑낑대며 앤서니가 가리킨 아이스크림을 푸는 사이 동국은 다른 직원과 함께 주문한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결제했다. 아니, 결제하는 척 했다.


"자, 앤서니~! 먹자~"


"와아아~"

바로 준비된 테이블에 앉은 동국과 앤서니. 앤서니는 벌써부터 플라스틱 스푼을 손에 쥐고서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  친구 펭귄이랑 아이스크림~"


"히히, 맛있겠다~"


앤서니가 소원으로 빌었던 내 친구 펭귄은 그날 당일 먹었지만, 광고를 위해 다시 한번  먹는 것이다. 당연히 앤서니는 질려하지 않고 케잌을 맛나게 먹었다.


"아으~ 차가워~"


앤서니는 입 안 가득 느껴지는 차가운 맛에 절로 인상을 찡그리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한꺼번에 많이 먹어서 두통이  지경이었지만, 앤서니는 쉬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앤서니, 아이스크림은 많으니깐 천천히 먹어."


동국은 그렇게 말하며 앤서니의 입술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그리곤 그대로 손가락을 쪽 빨았다. 그 모습에 남자 스태프들은 부러워 했고, 여자 스태프들은 얼굴을 붉혔다.


"그치만~ 너무 맛있는 걸~ 아읍..!"

앤서니는 아이스크림을 한  먹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몇 번의 촬영을 끝으로 광고 촬영이 끝이 났다. 애초에 앤서니와 동국이 워낙 자연스럽게 행동을 해서 더 찍을 것도 없었다. PD는 촬영된 영상을 훑어보며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주 좋았습니다! 구단주 님도 그렇고, 선수 분도 아주 자연스러웠어요! 특히 앤서니 양의 표정은 생동감이 넘쳐서 보던 저희도 군침이 돌더군요."


"하하, 감사합니다."


"이 광고를 보고서 앞으로 광고주들에게 연락이 많이 오겠는데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동국이 PD와 영상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앤서니는 아이스크림을 맛나게 계속 먹었다. 앤서니 옆에는  먹어치운 아이스크림 통이 쌓여 있었다.


"앤서니~! 이제 그만 가야지."

"우웅? 나 아직  못 먹었는데..?"

도대체 아이스크림을 얼마나 많이 먹는 건지 매장에 있던 아이스크림 통들이 반쯤 비워져 있었다. 분명 촬영 전에는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말이다.


"나중에 와서도 먹을 수 있잖아. 앤서니 이제 공짜로 아이스크림 먹을 수 있으니깐 다음에 와서  먹자?"

"히힛, 알았어~"


광고 계약을 맺으면서 앤서니는 광고료와 더불어 매장 평생 무료 이용권을 얻었다. 이는 서로 윈윈이었는데, 앤서니는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마음껏 먹을  있게 되었고, 회사는 앤서니가 매장에 자주 옴으로 인해 절로 광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촬영을 끝낸 동국과 앤서니는 관계자들에게 인사를 하고서 버스를 주차해 놓은 주차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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