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7화 〉247회.
퍼펙트 게임. 단 1명의 상대 팀 타자도 출루 시키지 않은 채 승리한 경기. 하위 리그인 2부 리그나 1부리그에서는 그래도 몇 번 나오지만 상위 리그인 지역 리그나 전국 리그에서는 보기 드물다.
상위 리그로 갈수록 전력이 상향 평준화가 되기 때문에 퍼펙트 게임은 몇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했다. 오구는 야구와 달리 5이닝 동안만 경기를 치룬다. 그래서 야구보다 퍼펙트 게임이 더 잘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투수가 상대하는 타자의 수도 적다.
보통 야구에서 타순이 3번 정도 돌기 시작하면 투수의 공에 익숙해진다고 들 한다. 눈에 공이 익으면 그만큼 치기 쉬워진다.
퍼펙트 상황이라고 가정했을 때 1번 타자가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은 4회. 대부분의 퍼펙트가 이쯤에 깨진다.
4회 정도 되면 슬슬 투수는 퍼펙트 상황을 의식하게 돼서 더 잘 던지려고 한다. 수비수들은 어떻게든 막기 위해 몸을 긴장시킨다. 타자들은 퍼펙트를 당했다는 불명예를 없애기 위해 눈에 익은 투수의 공을 치기 위해 노력한다.
타자가 눈에 익은, 그리고 긴장으로 인해 힘이 들어간 공을 치고, 수비수들이 긴장으로 인해 약간의 실수를 하게 되면 퍼펙트가 깨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투수의 멘탈도 같이 깨져 무너지게 되고.
[지금까지 앤서니 선수 3이닝 6탈삼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 한번도 타자들을 출루 시키지 않았습니다.]
[이제 슬슬 퍼펙트가 의식되기 시작하네요.]
[아, 그렇게 대놓고 이야기 해도 됩니까? 보통은 '그거'라고 말하지 않나요?]
[하하, 그거야 선수들이 투수에게 부담 안 주려고 그러는 거고요, 저희야 해설을 해야 하는데요, 뭐. 시청자 분들이 지금이 무슨 상황이길래 캐스터들이 호들갑을 떠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과연 이번 경기에서 퍼펙트 게임이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아, 말씀하신 순간 이미래 타자가 루킹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10번째 아웃 카운트. 그리고 이제 1번 타자 김진주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김진주는 어떻게든 공을 건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일단 타구를 인플레이 상황으로 만들어야 내야수의 실책을 노리든, 아니면 안타가 되든 할 수 있었다.
'앤서니가 던지는 구종은 총 5개. 그 중 올해부터 던지기 시작한 체인지업과 스플리터가 그나마 칠 수 있어.'
그 중에서도 스플리터가 가장 구종 가치가 떨어진다고 평가 받았다. 그러니 김진주는 스플리터를 노리기로 하였다.
'제발 스플리터, 한 가운데로 몰린거 부탁한다..!'
그리고 이런 김진주를 비웃듯 앤서니는 슬라이더와 커브만을 던져 김진주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헛스윙~! 삼진!! 탈삼진 8개 째!!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배트가 맥없이 끌려 나오는 군요!]
[볼카운트가 몰리다 보니 어쩔 수가 없죠. 좌타자에겐 앤서니의 슬라이더는 마구, 그 자쳅니다.]
앤서니의 슬라이더는 좌타 상대 OPS가 0.3 밖에 되질 않는다. 타율 말고 OPS가. 거기에 이건 리그 전체 좌타자들을 상대로 했을 때의 OPS이기 때문에 상대의 등급이 낮으면 이거보다 더 떨어진다. 평범한 수준인 김진주에겐 한마디로 칠 수 없다는 의미다.
[높게 뜬 공~! 1루수, 여유 있게 잡으면서 쓰리 아웃! 앤서니가 4회에도 삼자 범퇴로 퍼펙트를 유지합니다!]
피치걸즈의 2번 타자가 친 공을 잡은 리사는 글러브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러다가 진짜 퍼펙트 하는 거 아냐..?"
퍼펙트. 그 역사적인 경기를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에 리사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자신의 커리어에 퍼펙트 게임이 들어갈 때가 되었다.
'후후... 기대 되는구만.'
"리사, 뭘 그렇게 혼자 쪼개고 있어? 어서 공수 교대 해야지."
"아~이, 알았다."
아연이 리사의 뒤통수를 툭 치며 말하자 리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짧게 대답했다.
"동국~! 나 소원 뭐 할지 결정했어~!"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앤서니가 말하자 동국이 웃으며 물었다.
"허허, 아직 퍼펙트 완성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소원을 정했단 말이야?"
동국의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순간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투수에게 대놓고 퍼펙트를 언급하다니..!
"퍼펙트? 그게 뭔데~?"
하지만, 그리고 역시나 앤서니는 퍼펙트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아아, 한 명도 출루 안 시키는거. 그나저나 소원이 뭔데?"
"히히, 나 시내에 있는 31번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내 친구 펭귄' 케이크 사줘어~!"
"허... 그 주먹만한 케이크?"
언젠가 다함께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을 때 앤서니가 그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눈독 들이긴 했었다. 그 땐 코딱지만 한게 2만원이나 한다길래 안 사줬었는데, 그게 그렇게 먹고 싶었나 보다.
"왜에..? 너무 비싸..?"
동국의 어이 없어 하는 표정을 본 앤서니가 동국의 눈치를 보며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그 모습이 귀여워 동국은 피식 웃었다.
"아니~ 괜찮아. 한 타자도 내보내지 않으면 경기 끝나고 사러 가자."
"아싸아~! 내 친구 먹는다~"
누가 들으면 큰일 날 소리를 하면서 앤서니는 방방 뛰었다. 뛸 때마다 출렁거리는 무언가에 동국이 슬쩍 앤서니의 허리를 휘감았다.
"앤서니, 아이스크림 케이크 먹으려면 우리 열심히 특훈 해야지."
"응~! 어서 가자~!"
동국은 한 손에 착 감기는 앤서니를 데리고 특훈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 뒤를 아직 타순이 한참 남은 지아와 현아, 아연이 따랐다.
"쓰읍... 뭐라 질투하고 싶은데, 퍼펙트라서 질투를 못 하겠네..."
지은이 동국과 앤서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리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최대한 앤서니가 동국의 양기를 많이 받도록 우리 타자들이 시간을 끌어야지. 일단 기본으로 투수가 공 3개를 던지도록 하자고."
"그나저나 피치걸즈는 투수를 안 바꿀려나..? 최소라 벌써 공을 100개 넘게 던졌는데... 아, 바꾸네. 역시..."
3회 동안 100개 넘게 공을 던진 부천 피치걸즈의 선발 투수 최소라는 결국 교체되고 말았다. 애초에 4회에 다른 투수인 강보리가 몸을 풀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다.
우완 투수인 강보리는 부천 피치걸즈의 2선발 이다.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1선발인 최소라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C-급 선수이다. C-급은 대략 D+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자, 풀카운트 상황에서 제 7구! 높게 뜬 공! 좌익수, 좌익수, 좌익수! 워닝트랙에서 잡아냅니다. 1아웃!]
[어휴, 전 또 넘어가는 줄 알았어요. 발사각이 40도 이상 되어 보이는데도 힘이 워낙 좋다보니 담장 근처까지 갔네요.]
리사에 이어 지은까지 뜬공으로 아웃되었다. 비록 둘 다 투수가 공을 많이 던지게 하며 시간을 끌어줬다고는 하지만, 앤서니가 넉넉하게 버프를 받기엔 부족했다.
"뭐? 벌써 2아웃이란 말이야? 이런, 앤서니! 스피드를 더 끌어 올린닷!"
"하으앙~!!"
동국이 특훈실에서 열심히 앤서니에게 양기를 주입하는 사이, 마지막 타자일지도 모를 지아가 타석에 들어섰다.
'앤서니 버프 풀로 넣어주려면 아직 시간이 모자르니깐, 지아, 너가 활약 좀 해줘.'
동국의 당부를 떠올리며 지아는 마운드에 서 있는 강보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한 타자만 아웃 시키면 된다는 생각에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스트~ 라잌~!"
강보리가 던진 포심이 존의 가운데로 들어왔다. 구속은 112km.
'칠만 한데..?'
지아는 앞선 두 언니들이 왜 이 공을 치지 못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역시 아무리 그래도 오구는 투수에게 유리한 게임이란게 실감되었다. 조금만 빗 맞아도 안타가 되질 않으니...
"2 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 제 3구!"
지아가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강보리는 자신감이 붙었는지 전력으로 공을 뿌렸다. 한 개 정도는 유인구를 던질 법 했으나 강보리는 정면 승부를 하였다. 그녀가 던진 포심이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날아갔다. 구속이 115km까지 나오긴 했으나, 가운데로 몰린 공이었다.
'흐, 이 정도야...'
따악~!
제대로 스윗 스팟에 걸린 타구가 저 멀리 외야 관중석을 향해 날아갔다. 관중들은 홈런 타구를 잡기 위해 손에 끼고 있던 글러브를 들어올렸고, 얼마 남지 않은 피치걸즈 팬들은 손을 들어 머리를 붙잡았다.
[담장!! 넘어가는 타구!! 홈런입니다~!! 최지아 선수의 리그 첫 홈런이 여기서 터집니다!!]
[이대로 4회 말이 끝이 나나 싶었는데, 여기서 홈런이 나오네요.]
"이야~! 첫 홈런 축하해~ 언니!"
"드디어 홈런을 신고하는 구만?"
대기 타석에 있던 현아와 타격 코치인 수정이 지아를 반겼다. 더그아웃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지아의 머리를 두드리며 환호했다. 점수 상으로는 0-7이나 0-8이나 별 차이 없지만, 지아의 시즌 첫 홈런이란 점과 앤서니에게 버프를 주기 위해 시간을 끌어야 된다는 점에서는 기뻐할만한 일이었다.
[내야를 빠져나가는 타구! 안탑니다!! 시즌 첫 멀티 히트를 기록하는 주현아 선수!!]
[이거, 오늘 경기 덕에 현아 선수 타율이 많이 오르겠는데요? 어디 보자... 오늘 경기 전까진 타율이 0.128 이었는데, 오늘 결과를 포함하면 0.159까지 상승하는 군요.]
지아의 홈런에 이어 믿었던(?) 현아에게 까지 안타를 허용하자 강보리의 멘탈이 흔들렸다. 아연에게 볼넷을 내주고 만 것이다.
[아, 이러면 피치걸즈 입장에서는 곤란해 지는데요... 2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엔 리사 선숩니다. 엄청난 위기에요.]
[오늘 경기에서만 2타수 1홈런입니다. 시즌 타율은 4할 6푼 이구요. 과연 강보리 투수는 이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을지.]
타석에 들어선 리사는 큰 걸 바라지 않고, 볼넷을 노리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풀카운트까지 가서 스트라이크가 들어오면 쳐야겠지만, 지금 흔들리고 있는 투수를 보면 가만히 있어도 볼넷으로 나갈 것만 같았다.
"볼."
"볼~"
"볼~!"
역시나 강보리는 볼질만 열심히 하고 있었다. 제 딴엔 보더라인 피칭을 노리는 것 같았으나, C-급 제구로는 택도 없었다.
"스트~ 라잌~!"
'오호..?'
그래도 순순히 볼넷을 내주긴 싫었는지 투수가 한가운데로 공을 던졌다. 웬만하면 타자들이 3볼 상황에서는 타격을 하지 않는다는 걸 노린 과감한 공이었다.
"스트~ 라잌 투~!"
이번에도 공이 존을 통과하자 리사는 표정을 굳혔다. 이제는 타격을 해야 될 때이다.
[강보리 투수, 3볼 상황에서 풀카운트까지 끌고 왔습니다. 이제 6구째 던집니다.]
타자의 방망이를 유혹하는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가 아닌 가운데로 몰린 슬라이더. 리사는 기분 좋게 공을 밀어쳤다.
따악~
[빨래줄 같이 뻗어 가는 타구!! 라인 안쪽에 떨어지는 페어볼! 우익수가 열심히 쫓아갑니다!]
낮은 각도로 쏘아진 타구가 그대로 1루수 키를 넘어 우측 방향으로 날아갔다. 우익수가 열심히 따라갔지만, 타구는 우측 펜스까지 굴러갔다. 그 사이 2루 주자는 물론이고, 1루 주자까지 열심히 홈으로 달렸다.
[리사 선수의 싹쓸이 2타점 2루타! 스코어 0대 10까지 벌어집니다!]
[이거 원... 4회 말이 너무 오래 이어져서 앤서니 투수의 어깨가 식을까 우려될 정도군요.]
[강보라 선수, 벌써 투구 수가 28개나 됩니다. 이러면 다음 경기에 지장을 많이 주겠는데요..?]
아마 피치걸즈 벤치에서는 강보라 대신 AI 투수라도 올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입장료를 내고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이 있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1부 리그에서야 무료로 입장하기에 가끔 경기가 완전히 기울어 졌을 때 AI 투수를 올리곤 하지만, 지역 리그는 유료 관중이 있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했다.
[밀어친 타구! 우익수 뒤로, 우익수 뒤로! 우익수!! 잡아냅니다!! 우익수 김진주의 멋진 호수비!! 길었던 4회 말이 끝이 납니다.]
김진주가 자신을 넘어가는 타구를 겨우 잡아내며 이닝이 끝이 났다. 2아웃까지 잘 잡아놓고서 위기를 맞이한 강보리는 7타자나 상대하였다.
5회 초. 오늘의 대미를 장식할 그 순간이 찾아왔다. 대승을 거두고 있는 홈 팬들은 물론이고, 과연 앤서니가 퍼펙트를 달성할 수 있느냐를 보기 위해 끝까지 머물고 있던 피치걸즈 팬들까지 자리에 앉아있질 못했다.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 수비를 하고 있는 앤서니 선수들, 타석에 들어서는 피치걸즈의 3번 타자 이서현까지 긴장된 표정이었다. 벨벳 구장에 있는 1만여명 중에 오직 앤서니만이 아이스크림 케잌을 먹을 생각에 긴장하지 않고 있었다.
5회 초, 피치걸즈의 선두 타자는 C 등급의 이서현이다. 나머지 4,5번 타자들은 D 등급이기에 사실상 퍼펙트의 마지막 관문이었다.
'초구부터 치고 나갈까..? 아냐, 긴장돼서 제구가 흔들릴 수도 있잖아. 일단 2 스트라이크까지 기다려 보자. 운이 좋으면 볼넷으로 나갈 수도 있어..!'
'아이고~ 표정을 보아하니 완전 얼었구만..? 하긴, 천하의 나도 긴장되는데...'
타자의 표정을 본 지은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퍼펙트를 깨야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타자의 표정이 새하얘져 있었다.
잔뜩 긴장해 있는 타자에게는 빠른 직구가 답이다. 몸이 굳어서 빠른 공엔 제때 반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뭐, 최적의 상황에서도 이서현이 앤서니의 포심을 치긴 힘들지만 말이다.
슈욱~!
"스트라잌~!!"
앤서닌 딱히 긴장한 기색 없이 지아가 원한 낮은 코스로 공을 꽂아넣었다. 앤서니에겐 지금 이 상황이 별 것도 아닌데 동국이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 특이한 경기일 뿐이었다.
"스트라잌 투~!"
낮은 코스에 이어 높은 코스로 139km의 직구가 꽂혔다. 이서현의 방망이는 연신 헛돌 뿐이었다. 그리고.
"스트라잌~ 아웃~!!"
심판의 멋진 제스처와 함께 이서현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두 번째 타자는 피치걸즈의 유일한 우타인 D 등급의 성하윤. 초구부터 휘두른 그녀의 배트에 공이 빗 맞았다. 재빠르게 달려나간 아연이 땅볼 타구를 잡아 1루에 송구했다. 성하윤이 젖 먹던 힘까지 사용해 1루로 달렸지만, 공보다 빠를 순 없었다.
[하아... 이제 2아웃 입니다. 앤서니 선수의 퍼펙트까지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1개. 타석엔 5번 타자 이미래 선수가 들어섭니다.]
[벨벳 구장의 1만여명 관중들 중에 앉아 있는 분들이 단 1명도 없습니다. 모두 기대감에 일어나 계세요.]
해설들도 긴장된 마음에 입술이 바짝 말랐다. 이런 역사적인 순간을 중계한다는 건 그들 입장에서도 영광된 일이었다.
"재은 누나! 폭죽 다 준비 했지?"
"어! 준비 완료야!"
퍼펙트를 달성하는 그 순간 터트리기 위해 동국과 재은은 이미 폭죽을 다 준비하였다. 이제 주먹을 꽉 쥐고서, 앤서니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기만을 기다리면 됐다.
그리고 그 순간!
틱~!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이미래가 친 타구가 1루수와 우익수 사이, 그 애매한 구역으로 떨어지려 하는 것이었다. 자칫하면 텍사스 안타가 될 수도 있는 상황.
타격을 한 이미래는 퍼펙트 상황을 깼다는 것에 대해 애매하지만 기쁜 표정을 지으며, 타구를 바라보며 1루로 걸어갔다.
1루수인 리사는 자신의 키를 넘어가는 타구를 고개를 돌려 바라보며 쫓아갔다.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퍼펙트를 날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잡기엔 약간 멀었다.
"언니, 비켜~!!"
지아의 목소리에 리사는 반사적으로 몸을 비켰다.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자 지아가 타구를 향해 열심히 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지아는 달려오던 그대로 낙구 지점을 향해 몸을 날렸다.
벨벳 구장에 있는 1만여명, 그리고 이 경기 중계를 시청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날아오른 지아에게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