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6화 〉246회. 지역 리그 (246/297)



〈 246화 〉246회. 지역 리그

벨리나의 특성이 '역회전성 구종 능력 증가'로 강화가 되어있자, 동국은 다른 선수들의 특성을 확인해 보았다.  결과 동국의 특훈을 통해 특성이 변경된 선수는 벨리나뿐만이 아니었다.


지아의 특성인 '점프력 상승'이 '슈퍼 캐치 강화'로 바뀌었다. 지아와 수비 코치인 에일리에 따르면 지아가 외야 수비를 할 때 종종 몸을 날려 포구하는, 슈퍼 캐치가 어느 순간 늘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머리 위로 날아오는 타구를 높은 점프력으로 포구 했다고 한다면, 이젠 옆으로 빠지는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낼 수도 있는 것이다.

지아는 또 2월달에 비해 등급이 C+에서 B로 상승하였는데, 특히 수비 등급이 C+에서 단번에 B+로 상승하였다. 아마 특성이 강화되면서 수비 등급이 더욱 더 상승한 것으로 보였다.

최근부터 동국에게 특별 관리를 받는 수정도 전체 능력과 특성이 상승하였다. 공격과 수비 등급 모두 상승하며 전체 등급이 D+에서 C급으로 올랐다. 그리고 기존의 특성이었던 '2 스트라이크 이후 컨택률 상승' 이 타율 상승으로 강화가 되었다.

특성이 강화되진 않았지만, 다른 선수들도 능력치가 상승하였다.


앤서니의 경우, 제구 등급이 B-에서 B로 상승하였다. 리사는 공격과 수비 등급은 그대로 지만 전체 등급은 S-에서 S 등급으로 상승하였다. 아마 S-와 S 등급 어딘가에서 머물고 있다가 살짝 실력이 상승한게 아닐까 싶었다.

지은은 공격 등급이 B+로 상승하였다. 아연 역시 공격 등급이 C+에서 B로 상승하였다. 현아는 공격과 수비 모두 상승하며 전체 등급이 E에서 E+로 상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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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우선 투심을 던져볼게요."

며칠 동안 비엔나에게 배운 역회전성 구종을 선보이는 날. 벨리나는 긴장된 표정으로 투심 그립을 잡고서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지은을 향해 공을 던졌다.

오른손 투수인 벨리나가 던진 공이 오른쪽 방향으로 살짝 휘어져 지은의 글러브에 꽂혔다.

"오오, 무브먼트가 나쁘지 않는데? 구속도 괜찮게 나왔고..."

지은의 뒤쪽에 있는 모니터에서 벨리나의 구속이 측정돼 표시되어 있었다. 112km. 평상시에 던지던 110km 대 후반의 포심보다는 살짝 느렸지만, 그만큼 공 끝이 살짝 휘였다.

앤서니처럼 강력한 구위로 138km의 강속구를 던지지 못한다면 차라리 무브먼트가 있는게  나았다.

"이번엔 싱커에요."

슬쩍 그립을 바꾼 벨리나가 싱커를 던졌다. 방금 전에 던졌던 투심보다 살짝 더 떨어지는 무브먼트. 구속은 110km 였다.

"오, 투심이랑 구속 차이는 그렇게 크게 나지 않는데, 대신 무브먼트가 더 좋네..?"


"네, 그래서 실전 경기에서는 투심보다는 싱커를  많이 던지게 될 것 같아요."


하긴 구속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면 무브먼트가 더 좋은 싱커를 던지는게 더 나을 것이다.


"자, 이번에 던질 공은 서클 체인지업 이에요."

벨리나가 던진 공이 오른쪽으로 슬쩍 가라 앉았다. 싱커보다 더 느리고, 더 가라앉는 궤적. 그 모습에 동국은 벨리나에게 스크류볼을 주문했다.

"벨리나, 스크류볼도 한번 던져볼래? 체인지업이랑 한번 비교해보자."


"네, 알았어요."


벨리나가 그녀의 주무기인 스크류볼을 던졌다. 높게 날아가다 휙 하고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궤적. 서클 체인지업보다 더 느리고, 더 휘어진다. 이제 벨리나는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4단계 구종을 가지게 된 것이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투심, 그것보다 더 가라앉는 싱커, 싱커보다 더 느리고 더 가라앉는 서클 체인지업, 서클 체인지업보다 더 휘어지는 스크류볼. 이렇게 보면 벨리나는 완전 좌타자 특화 투수였다. 우투수면서도 우타자를 상대할 슬라이더가 제일 구종 가치가 낮아보였다.

"이거 참... 비엔나 코치님, 벨리나의  각도를 낮춰서 사이드암이나 언더핸드로 바꾸는게 어떻겠습니까?"

"사이드암으로요..? 흠..."

지금 벨리나의 팔 각도는 쓰리쿼터였다. 대략 45도 정도. 벨리나는 우투수임에도 역회전성 구종 때문에 좌타자에게 더 강했다. 그러니 사이드암으로 바꾸어 우투자에게도 강하고, 좌타자에게도 강하게 하는 것이다. 보통 사이드암은 같은 손 타자에게 강하니 말이다.

사이드암으로 던지게 되면 우타자 입장에서는 더 먼 곳에서 날아온다고 느낄 테니 공을 치기 힘들테고, 좌타자 입장에서는 벨리나의 역회전성 4구종에 당하고 마는 것이다.

"안 그래도 저도 한번 생각은 하고 있었거든요. 한번 벨리나랑 나연 씨랑 상의를 해볼게요."


"일단은 지금 당장 바꾸진 말고 나중에 리그 끝나고 여유가 있으면 한번 본격적으로 해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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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 전이 끝이 나고 나서 발키리는 인천 st 스네이크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었다.  전까지 공동 1위였던 인천 벨 레이디스가 3위 팀인 수원 사성 위치즈를 상대로 1승 1패를 거두면서 처음으로 발키리가 단독 1위에 올랐다.


리그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중상위권, 4,5등이 목표였던  생각해보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선전이었다.

발키리는 연승을 이어가기 위해 9위 팀, 부천 피치걸즈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부천 피치걸즈는 다른 여타의 팀들과는 다르게 발키리와 궁합이 상당히 좋다.

왜냐하면 피치걸즈의 타자들 중 좌타자가 무려 4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우투수가 많은 다른 팀들과 경기를 할 때는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겠으나, 발키리와 경기를 할 때는 치명적인 것이다.

경기 하기 직전까지 동국에게 특훈을 받은 앤서니는 자궁에 양기를 한가득 채운 채 마운드에 올랐다.


'오늘은 왠지 느낌이 좋은걸..?'

뱃속 가득 따뜻하게 채워진 양기 때문인지 앤서니는 오늘 따라 힘이 넘치는 기분이었다. 벨벳 구장을 가득 채운 홈 팬들의 응원 역시 그런 앤서니의 기분을 더욱 끌어올려 주었다.


부천 비치걸즈의 1번 타자는 좌타인 김진주 이다. 등급은 C 등급으로 그저 그런 타자이다.


지은의 사인은 높은 직구. 앤서니는 자신 있게 공을 뿌렸다. 138km의 강속구는 김진주의 배트가 돌아가려 할 때 이미 지은의 글러브 속에 박혀 있었다.


"스트라잌~!"

심판의 힘찬 목소리와 몸동작. 타자는 전광판에 찍힌 구속을 보고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가 치기에는 앤서니의 공이 너무 좋았다.


"스트라이크~!"


"스트라잌~! 아웃~!!"

낙차 큰 커브와 바깥으로 흐르는 슬라이더에 김진주의 방망이는 여지 없이 헛돌았다. 허무하게 3구삼진으로 아웃 된 김진주는 고개를 떨구고선 원정팀 더그아웃으로 되돌아 갔다.

[오늘 앤서니 볼 좋은데요?]

[그러게요. 더군다나 타자들이 거의 다 좌타니, 오늘 아주  잡았네요.]


동국과 비엔나가 앤서니의 투구를 바라보며 떠들 동안 앤서니는 2번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피치걸즈의 3번 타자가 앤서니의 초구로 날아온 스플리터를 건드려 내야 땅볼로 아웃되었다. 깔끔하게 삼자 범퇴로 이닝이 끝나자 수비수들은 앤서니의 엉덩이를 툭툭 치며 더그아웃으로 복귀했다.

"이열~! 앤서니! 오늘 볼 엄청난데? 오늘 140km 돌파하는거 아냐?"

"히히~ 그랬으면 좋겠네~"

부천 피치걸즈의 선발 투수는 최소라 이다. C급의 좌투수인 그녀는 5승 8패, 4.7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평범한 수준인 최소라는 1회 말부터 고통 받기 시작했다.

[높게 떠오른 타구!! 담장, 담장, 담장!! 넘어갑니다!! 장아연!! 첫 타석부터 홈런을 신고합니다!!]

서클 체인지업을 받아친 아연의 선두 타자 홈런. 그리고.

[좌익수 뒤로, 좌익수 뒤로, 좌측 담장, 좌측 담장을 그대로 넘어가는 군요! 리사, 리사 선수의 백투백 홈런이 터집니다! 스코어 0-2까지 벌어집니다!]

직구를 그대로 잡아 당긴 리사의 홈런까지 터지며 최소라의 멘탈까지 같이 터져버렸다. 다음 타자인 지은에게 볼넷을 내준 최소라는 지아를 땅볼로 잡고서 겨우 그녀의 멘탈까지 잡아 냈다.


최소라가 자신의 부서진 멘탈을 겨우겨우 붙이는 동안 앤서니는 특훈실에서 소모한 양기를 다시 리필 받았다.


만땅으로 양기를 주유 받은 앤서니는 2회 초에도 올스타 투수 다운 면모를 선보였다.

[헛스윙~! 삼진 아웃~!! 성하윤을 3구 삼진으로 잡아내는 앤서니! 벌써 삼진 3개째!]

[바라보며 삼진 아웃!!  타자 연속 삼진!! 앤서니!!]

[빠른 공에 헛스윙~!! 삼진 아웃!! KKK!!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2회 초를 순식간에 삭제합니다!]

앤서니가 2이닝 동안 탈삼진 5개를 잡는 동안, 최소라는 계속해서 시련을 맛보았다. 리사에게 볼넷을 내준 그녀는 지은에게 2루타, 지아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2점을 허용하였다.


그  현아와 아연을 연속 땅볼로 아웃 시키며 이닝을 이대로 끝내나 싶었으나, 다시 리사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시간을 질질 끌었다. 지은에게까지 볼넷을 주며 2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한 최소라는 지아의 타구를 우익수 김진주가 겨우 잡아내며 8 타자만에 이닝을 끝냈다.


 어느 때보다 충만한 기분으로 마운드에 선 앤서니. 상대는 피치걸즈에서 그나마 가장 강한 타자인 김희정 이었다. C+ 등급인 그녀는 계속된 수비 시간 때문인지 살짝 집중력이 흐트러져 보였다.

'큭큭, 아무 생각이 없구만..? 하기  같아도 집중 안 되겠다.'

지은은 김희정의 타격 자세를 보고서는 앤서니에게 포심 사인을 냈다. 이런 상대에게는 빠른 공으로 승부를 빠르게 가져가는게 나았다.

슈욱~!


139km의 빠른 공이 낮게 제구 되어 날아왔다. 김희정은 반사적으로 배트를 내밀었다. 제대로 맞았으면 모르겠으나, 앤서니의 돌직구는 배트에 빗 맞아 떼굴떼굴 앤서니에게로 굴러갔다.


"아웃!"

가볍게 리사에게 던지며 1아웃.


김희정이 초구만에 아웃 되자 2루쪽 관중석에 작게나마 있던 피치걸즈 팬들은 짜증을 냈다.

"아니, 발키리는 공격을 몇 십분 동안 하는데, 니네는 몇 분 만에 끝내는거냐? 진짜 의욕이 없어요, 의욕이!!"

"최소라 아직 2이닝 밖에 안 던졌는데 벌써 던진 공 개수가 70개임. 근데 앤서니는 지금까지 18개 밖에 되질 않아… 이런 십팔!"

"교환비 봐라, 쥑이네~!"


불평불만을 내뱉는 피치걸즈 팬들. 주위에 있던 발키리 팬들은 처음엔 흐뭇하면서도 승리감을 느꼈지만 계속해서 피치걸즈가 당하기만 하자 오히려 미안한 감정을 느낄 정도였다. 그만큼 피치걸즈 타자들은 무기력해 보였고, 발키리 타자들은 쌩쌩해 보였다.


이런 팬들의 복잡 미묘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앤서니는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며 3회 초도 삼자 범퇴로 마무리 하였다.

3회 말에도 최소라의 시련은 계속되었다. 안타 2개와 볼넷 2개를 내주며 또다시 2실점. 점수는 0-7까지 벌어졌다.

최소라가 7 타자를 상대하며 고군분투 하는 동안 앤서니는 동국의 양기를 받아내기 위해 고군분투 하였다. 그리고 아연이 뜬공으로 아웃 되자 동국과 앤서니는 특훈실을 나왔다.

"앤서니, 앞으로 한번도 안타 안 맞고, 볼넷  주면 내가 소원 들어줄게."


앤서니는 지금까지 3이닝 동안 6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출루를 한번도 허용하질 않았다. 퍼펙트 상황인 것이다.

퍼펙트 상황이 끝까지 이어지면 퍼펙트 게임이 된다. 퍼펙트 게임은 경기에서 한번도 상대 팀 타자들의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게임을 말한다.

오구는 야구와는 다르게 5이닝 동안 경기를 하기에 퍼펙트 게임이 그래도 자주 나오기는 하지만, 그만큼 같은 타자가 계속 나오기에 후반에 가서는 투수의 공이 눈에 익어 실패할 가능성도 그만큼 컸다.

어쨌거나 퍼펙트 게임은 달성하기 어렵고, 한번 달성했다 하면 언론에 대서특필 되기 때문에 동국은 설마 하면서도 앤서니의 의욕을 이끌어 내기 위해 소원을 건 것이다.


"엥~? 나 한 달에 1번씩 동국에게 소원 빌고 있잖아~"


앤서니는 예전에 동국과 약속하기를, 연봉을 안 받는 대신 한 달에 1번 소원을 빌기로 하였다. 지금까지 앤서니는 고구마 피자 사먹기, 펭귄 캐릭터가 그려진 다이어리 사주기 등으로 소원을 빌어왔었다.


"앤서니, 그래서 소원 빌기 싫어?"


"아니~! 좋아~! 히히~ 뭘 빌까나~"


앤서니가 벌써부터 김칫국을 마시며 그라운드로 향했다.

"저기, 구단주 님. 퍼펙트 상황인 걸 투수에게 말하면 어떡해요? 자칫 잘못하다가 부담감 때문에 실수라도 하면..."


흐뭇하게 앤서니를 바라보는 동국에게 비엔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원래 퍼펙트 상황인 투수에게는 말도 걸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둔다는 불문율이 있다. 이는 투수의 집중력을 최대한 유지시켜주고, 부담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이다. 그런데 동국은 오히려 투수에게 대놓고 퍼펙트를 요구한 것이다.


"후후, 걱정하지 마세요. 앤서니는 퍼펙트 게임이 뭔지도 모릅니다."


동국의 대답에 비엔나는 저도 모르게 납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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