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3화 〉243회. (243/297)



〈 243화 〉243회.

올스타 토너먼트가 열리기 전, 이벤트 게임이 열리게 된다. 이벤트 게임으로는 홈런 더비와 퍼펙트 피쳐가 있다. 홈런 더비는 말 그대로 제한된 공 개수로 얼마나 많은 홈런을 때려내는가를 겨루는 게임이고, 퍼펙트 피쳐는 얼마나 정확하게 공을 던지느냐를 겨루는 게임이다.


전국에 있는 올스타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데, 이번에 이벤트 게임이 열리는 장소로 벨벳 구장이 선정되었다. 올스타 이벤트 게임이 열리는 장소로는 각 리그에 승격한 구단의 구장  가장 신식인 구장으로 결정된다. 벨벳 구장이 올해 지역 리그로 승격한 구단의 구장 중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구장이었다.

게임에 앞서 올스타 선수들이 팬들과  사인회를 가졌다. 각 리그에서 최고의 인기를 가진 선수들인 만큼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졌다.

앤서니 역시 한 곳에서 열심히 팬들에게 사인을 해 주고 있었다.


"안녕~! 이름이 뭐냐~"

"하아, 하아... 이영달이라고 합니다!"


앤서니를 가까이에서 본다는 상황 때문인지, 남자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럼 이영달 님께 라고 써주면 될까~?"

"그, 사랑하는 이영달 님께 라고 써주세요!"

남자는 긴장된 표정으로 앤서니에게 외쳤다.


"안돼~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앤서니는 팬의 부탁을 깔끔하게 거절하고선 팬이 내민 유니폼에 사인과 함께 '이영달 님께' 라고 적었다.


"아아..."

남자는 아쉬워 하면서도 앤서니가 사인을 해 준 유니폼, 정확히는 앤서니가 사인을 하기 위해 유니폼을 잡은 부위에 코를 박고선 한껏 숨을 들이쉬었다. 그러고선 리사의 사인을 받기 위한 줄로 이동했다.


"..."


"...우리 팀을 좋아하는 팬들은 다 매니악한 부분이 있는거 같군..."

저런 광경이 앤서니 뿐만이 아니라 지은이나 리사에게도 일어나고 있었다.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던 동국과 나연은 팬들의 행동에 한숨을 내쉬었다. 인터넷 공간인 팬 게시판에 적힌 게시물들을 통해 발키리 팬들이 뭔가 특이한 부분이 있다는건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저렇게 행동할 줄은 몰랐다.


"후... 우리는 우리  일을 하자고."


"네... 오빠."


동국과 나연은 올스타 선수들의 상태창을 알아보고 있었다. 올스타 선수들은 각 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선수들인 만큼 나중에 전국 리그 승강전에서 적으로 만날 수도 있었다. 그러니 그 전에 그녀들의 전력을 알면 나중에 대처하기에 편했다.

"공격력 B, 수비력 B+ 등급에..."


동국이 선수의 상태창을 보고서 조용히 말하기 시작하자 나연이 열심히 수첩에 받아 적었다.

*
*
*

퍼펙트 피쳐는 얼마나 공을 정확하게 던지느냐를 겨루는 게임이다. 홈 플레이트 위에 가상의 목표물이 홀로그램으로 생성되면, 투수는 마운드에서 그 목표물을 맞추면 되는 것이다.


총 20개의 공을 던져서 얼마나 많이 목표물을 맞추느냐를 가지고서 순위를 매기게 된다.

각 리그의 투수 올스타 3명, 총 18명의 투수가 예선전을 치뤄 상위 6명이 본선에 진출한다. 그리고 거기서 순위를 나눠 1등에게는 상금 500만원, 2등에게는 상금 300만원을 시상한다.

"자, 다음으로는 경기 벨벳 발키리의 투수죠, 앤서니 선수 차례입니다! 큰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

""와아아!!""

사회자의 소개에 벨벳 구장을 가득 채운 1만여명의 팬들이 함성을 지르며 앤서니를 맞이했다. 앤서니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지금까지 동대문 카우즈의 신아리 선수가 총 18번 맞추는데 성공해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본선 진출의 마지노선인 6위로는 경기 인천  레이디스의 김가희 선수의 15번 입니다.

올해 퍼펙트 피쳐 게임은 상당히 빡빡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번만 실수하면 바로 본선 진출 실팹니다! 이대로 가다간 본선에 6명 보다 더 많이 출전할 수 있겠어요. 자, 그럼 앤서니 선수, 시작하세요!"

18번 성공한 선수가 1명, 17번 성공한 선수가 2명, 16번 성공한 선수가 2명, 15본 성공한 선수가 1명 이었다. 앤서니가 본선에 진출하려면 20번 중 최소한 15번은 목표를 맞춰야 되는 것이다.

"앤서니가 할 수 있을까..?"

벨벳 구장에서 이벤트 게임이 열리는 만큼 발키리 식구들은 당연히 VIP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앤서니와 가장 친한 지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마운드에 서 있는 앤서니를 바라보았다. 앤서니가 구위는 좋아도 제구가 뛰어나다고는 할  없기에 본선에 진출하지 못 할까 걱정이 들었다.

"지금 1위를 하고 있는 신아리의 제구 등급이 A+이야. 김가희가 A 급이고. 반대로 앤서니는 제구 등급이 B급 밖에 되지 못해. 아마 10~11개 정도 맞추지 않을까?"


"치... 그걸 누가 몰라? 행복 회로 돌려서 '분명 앤서니는 20번  성공할꺼야!' 이렇게 말하지는 못할 망정 냉정하게 초치며 말하다니..."

동국의 분석에 지아가 눈을 흘겼다. 그녀의 눈빛에 동국은 슬쩍 시선을 피했다.


"앤서니가 탈락하면 다 오빠 탓이야."

"아니, 왜 내 탓이야?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오빠가 재수 없는 소리 해서 그렇잖아."

지아와 동국은 서로 티격태격 하면서 앤서니가 목표를 맞추는 것을 지켜보았다.

심호흡을  앤서니가 평소보다는 느리게, 하지만 정확하게 공을 던졌다. 앤서니가 던진 공이 정확하게 홀로그램을 맞췄다. 공에 맞은 홀로그램은 색깔이 바뀌었다.

"오! 첫 번째 시도는 가볍게 성공하였군요! 자, 그럼 계속 갑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바로 다른 곳에 홀로그램 목표가 떠올랐다. 앤서니는 다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앤서니가 공을 던질 때마다 지아의 눈빛이 점점  사나워졌다.


"아! 게임이 끝이 났습니다! 앤서니 선수는  11번 성공했군요! 수고하신 앤서니 선수께 격려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결국 앤서니는 동국의 예상대로 11번 밖에 목표를 맞추지 못하면서,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오빠가 앤서니 탈락할꺼라고 호언장담 했다고 나중에 앤서니에게 다 불어야지~"


"..."

동국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
*
*


퍼펙트 피쳐 게임이 끝이 나고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예쁜 아이돌들이 신나게 춤을 췄지만 동국은 공연을 제대로 즐기지  했다.

축하 공연이 끝이 나고 이번엔 홈런 더비가 진행되었다. 퍼펙트 피쳐와 마찬가지로 20개의 공을 쳐서 많이  순서대로 순위를 매긴다.


각 리그의 올스타들 중에서 홈런 수가 가장 많은 1, 2위, 총 12명의 선수들이 겨뤄 예선을 치른다. 그리고 상위 6명이 다시 본선을 치뤄 우승자와 준우승자를 뽑는다. 상금은 퍼펙트 피쳐와 마찬가지로 1등이 5백만원, 2등이 3백만원 이다.


따악~!


따악~!

서울 리그의 올스타 선수가 배팅볼을 호쾌하게 담장 밖으로 날려버리자, 관중들은 시원한 타구에 환호성을 질렀다. 쭉쭉 뻗어 가는 타구는 절로 짜릿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다.


"자, 서울 종로 프린세스의 황미나 선수, 20개의 공 중에 총 16개의 공을 담장 밖으로 날려버렸습니다! 엄청난 기록이군요. 이번엔 경기 벨벳 발키리의 리사 선수 차례 입니다!"

리사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타석으로 향하자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올스타에 2번 나왔던 리사는 나왔을 때마다 홈런 더비에서 우승을 차지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예전보다 더욱 성장했기에 리사를 응원하는 팬들은 그녀가 홈런 더비의 우승자가 될 거라고 아주 당연하게 생각했다.

"아아, 부럽다... 나도 홈런 더비 참가하고 싶은데..."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 아연이 리사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리사는 올스타전에 출전하게 되면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았지만, 아연은 힘들어도 좋으니 제발 올스타에 출전하고 싶었다.

부러움이 가득 담긴 아연의 표정을 바라보며 동국은 혼자 생각했다.

'아연이, 니가 만약 올스타에 선정됐어도 홈런 수가 적어서 홈런 더비 참가  해...'


아연이 지금까지 친 홈런의 개수는 고작 1개뿐. 리사의 9개에는 택도 없이 모자르고, 홈런 2위인 최정연의 5개 보다도 적었다. 그러니 리그 올스타  홈런을 가장 많이 친 선수들이 출전하는 홈런 더비에는 당연히 참가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동국은 이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았다. 솔직한 발언은 앤서니로 족했다.


따아악~!!


따아악~!!


"아주 쭉쭉 뻗어갑니다! 리사 선수! 계속해서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내고 있습니다!"

리사는 전혀 긴장하지 않은 듯 여유로운 표정으로 홈런을 때려내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이어지는 홈런 레이스에 대기하고 있던 타자들이 고개를 내저을 정도였다.


"대, 대단합니다! 리사 선수! 무려 20개 중에 19개를 홈런으로 만들며 단숨에 1위에 올라섭니다!"


사회자의 놀랍다는 표정을 뒤로하고 리사는 담담하게 벤치로 향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는 걸 보여 주는 리사의 태도는 마치 오구의 여신 같았다.

리사는 그 뒤, 본선에서도 19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당당히 홈런 더비에서 우승을 차지하였다.

*
*
*

경기 올스타 팀은 토너먼트 1차전 상대로 경북 올스타 팀과 맞붙게 되었다. 장소는 대구 호걸들의 홈 구장으로 결정되었다. 그래서 올스타인 앤서니와 리사, 지은, 그리고 경기 올스타 팀의 타격 코치로 뽑힌 수정이 대구로 떠난다.

동국은 선수들은 서울역까지 데려다 주었다.

"앤서니, 언니들 말 잘 듣고, 혼자서 돌아다니지 말고, 자주 전화 하고, 알았지?"

동국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앤서니를 껴안았다.

"나, 어린애 아냐~! 나 이제 22살이야~!"

앤서니가 투덜대며 말하자 동국이 그녀의 가슴을 꽉 쥐었다.

"넌 몸만 성인이잖아. 여보가 잘 챙겨줘, 울지만 말고."

동국의 말에 계속 울고 있던 지은이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흐윽, 그냥 여보야도 같이 가면 안 돼..? 그냥 다 같이 가자아..."


지은은 동국과 떨어진다는 상황이 너무 슬픈지 계속 울기만 하고 있었다. 동국이 두 팔을 벌리자 지은이 동국의 품 안을 파고들며 꺼이꺼이 울었다. 맨날 동국의 옆에만 있는 지은으로서는 동국과 하루 이상 떨어진다는게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럴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영상 통화 자주 하자, 알았지?"


"흐어엉..."

동국이 리사에게 눈짓하자 리사가 한숨을 내쉬며 지은을 억지로 떼어냈다.

"코치님, 잘 부탁드립니다. 특히 앤서니요."

"하하... 물론이죠."

지은이 울고불고 하는 모습에 수정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봤을 땐 앤서니보단 지은을 더 보살펴야 할 것 같았다.

"자, 기차 왔다. 어서 가."


"갈게, 동국."


"으아앙..!"

리사가 지은의 팔 한쪽을 끌어안고서 기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지은은 계속 동국을 바라보며 울기만 하였다. 누가 보면 평생 생이별 하는 줄 오해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날 밤, 지은의 폭풍 오열은 기사로 까지 보도되었다.


[벨벳 발키리의 신지은, 서울역에서 폭풍 오열! 과연 무슨 일이..?!]

[눈물 없이는  수 없는 생이별 장면! 과연 이들에겐 어떤 사연이...]

*
*
*

"... 여보, 데이터 요금 많이 나오지 않을까..?"

"히히, 아니~! 나 데이터 무제한이잖아!"


일행이 대구로 떠나고 나서 1시간 뒤, 지은에게서 영상 통화가 걸려왔다. 당연히 동국은 전화를 받았고, 그 뒤 지은은 통화를 끊지 않고 있었다. 무려 밤 늦게까지 말이다.

 사이 동국은 3번의 특훈을 하였고, 그 동안에도 지은은 영상 통화를 끊지 않고 있었다.


동국이 전화를 끊으려고 하면 바로 울먹이는 지은 때문에 동국은 전화를 끊지 못하고 있었고, 지은은 전화를 끊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영상 통화는 올스타전 직전까지 계속 이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