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2화 〉242회. 올스타전
5월 첫째 주를 끝으로 모든 팀들과 경기를 하였다. 그리고 둘째 주부터 경기 리그 올스타전 투표가 시작되었다.
지역 리그 올스타전은 각 리그의 올스타들을 뽑아서 리그 별로 올스타 대결을 펼친다. 지역 리그인 서울 팀, 경기 팀, 충청 팀, 전라 팀, 경북 팀, 경남 팀, 6개 팀이 3번에 걸쳐서 토너먼트로 경기를 치른다.
각 포지션 별로 2명 씩, 그리고 투수는 3명을 뽑아 리그 팀을 구성한다. 그래서 총 13명으로 한 팀을 꾸리는 것이다.
선출 방식은 팬 투표 80%에 선수단 투표 20%를 합산하여 각 포지션의 1, 2등을 뽑는다.
5월 둘째 주가 되자 팬 투표가 시작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선수단의 투표도 시작 되었다. 선수들은 투표 사이트에서 올스타 투표를 하기 위해 옹기종기 모였다. 각자 알아서 투표를 할 수도 있었지만, 동국이 한 곳에 모은 것이다.
"얘, 너 누구 뽑을거니?"
지은의 물음에 리사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난 성적이 뛰어난 선수에게 투표할거야. 실력이 뛰어나야 진정한 올스타지."
리사는 성적 순으로 올스타를 뽑겠다고 하였으나, 지아는 생각이 달랐다.
"난 그냥 우리 팀원들 뽑을거야. 그래도 같은 팀원인데…"
지아의 말에 옆에 있던 현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 둘은 성적 순으로 뽑는다면 올스타에 뽑힐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자신들에게 표가 가게 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다.
"후후, 그래도 성적이 우선시..."
"맞는 말이야, 가족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지."
지은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려 할 때 동국이 다가와 말했다. 그에 지은은 재빠르게 말을 바꿨다.
"성적이 우선 시 되면 너무 정이 없지~ 안 그러니, 리사야?"
동국에게 팔짱을 끼며 리사에게 한 마디 하는 지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리사가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국의 말 한마디에 바로 태세를 전환하다니. 어찌 보면 무조건 동국을 따르는게 지은 다웠다.
"그래, 내 생각이 짧았어. 동국 말대로 가족은 서로 도와야지."
물론 리사 역시 동국의 말이라면 따르긴 하지만 말이다.
결국 동국의 의견대로 발키리 선수들은 모두 자신들에게 투표했다. 다만 여기서 현아와 수정, 둘 중 누구를 뽑느냐가 문제가 되었는데, 외야수로 뭉뚱그려 올스타를 선정하지 않고, 우익수와 좌익수를 구분하기 때문이다. 현아와 수정, 둘 다 좌익수이기에 문제인 것이다.
“난 됐어~ 내가 그래도 코친데 현아에게 양보해야지~”
“고마워요, 코치님!”
결국 수정이 현아에게 양보를 하면서 선수들은 현아에게 표를 던졌다.
"아~ 올스타 뽑히고 싶다~ 1등은 무리라도 2등이라도 하고 싶다아~!"
선수단 투표를 끝내고, 아연이 기지개를 피며 소리쳤다. 리그에서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선수가 선정되는 올스타. 부상으로 인해 주목을 받았었지만 제대로 성장하지 못 했던 아연은 항상 올스타에 선정되는 걸 꿈꿔왔었다.
"흐음..."
"뭐야, 왜 그런 안타깝단 눈으로 봐?"
리사의 시선에 아연이 발끈했다. 리사의 시선은 그녀의 속 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아연, 솔직히 너가 올스타에 뽑히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2루 포지션에 쟁쟁한 선수들이 너무 많아."
리사 말대로 리그의 2루수 중에는 아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있었다.
우선 인천 벨 레이디스의 2번 타자 최정연이 있다. 그녀는 A- 급의 타자로 홈런 5개를 기록하며 리사 다음으로 성적이 좋은 선수였다. 또 수원 사성 위치즈의 2루수 황재아 역시 3/4/5의 슬래시 라인을 기록하며 아연보다 성적이 좋았다. 고양 스타 캐츠우먼의 김하연도 3/4/5 슬래시 라인에 4홈런을 때려내며 맹활약 중이다.
타율만 높은 아연이 이들과 경쟁하기엔 한 끗발 부족한게 사실이었다.
"씨이... 어디 올스타가 성적으로만 뽑혀! 팬들이 날 잔뜩 찍어줄거야! 히잉..."
아연은 울상을 지으며 어딘가로 사라졌다. 리사는 아연의 뒷모습을 보며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릉 드라고니안 시절에 리사는 2번이나 올스타에 선정 됐었다. 그러나 그녀는 올스타에 선정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올스타에 선정되면 남들 다 휴식을 취할 때, 더 힘들게 전국을 돌아다녀야 되기 때문이다.
리그 팀들끼리 토너먼트를 치를 때 전국에 있는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르기에 리그 때보다 훨씬 더 많이 이동을 해야 되는 것이다. 거기에 리사는 강원 지역과 충청 지역을 아우르는 충청 리그에 소속되어 있었기에 더욱 휴식이 필요했었다. 강원도 동쪽 끝에 있는 강릉에서 서쪽에 있는 충청까지의 원정길은 상당한 체력이 소모된다.
사실 성적만으로 올스타를 뽑는다고 하면 앤서니와 리사, 그리고 지은만이 뽑힐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올스타는 성적으로 상을 주는 골든 글러브가 아니다. 성적보다는 인기가 더 우선시 된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발키리의 선수들은 충분히 인기가 있었기에 올스타를 노려볼 만 했다.
*
*
*
재은은 팬들의 올스타전 투표를 독려하고, 발키리 선수들을 홍보하기 위해 너튜브 영상을 찍었다. 재은은 카메라를 들이밀며 지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 최지아 선수? 자신이 올스타에 뽑혀야 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어, 음... 만약 제가 올스타에 뽑히게 된다면! 진짜 날개를 달고 발키리 코스프레로 경기를 뛰겠습니다!"
재은의 물음에 지아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이내 공약을 내걸었다. 만약 자신이 선정된다면 팀 명대로 발키리 복장을 하고서 경기에 출전하겠다는 것. 현재 발키리 유니폼에는 날개가 그려져 있는데, 그림 대신 실제 날개를 달고, 거기에 코스프레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오우, 팬분들~ 최지아 선수의 코스프레 모습을 보고 싶으시다면 최지아 선수를 뽑아 주시길 바랍니다."
지아와 인터뷰를 한 재은은 이번엔 현아에게로 향했다.
"주현아 선수! 올스타에 선정될 수 있을거라 생각하나요?"
"으으, 솔직히 안 될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하지만..?"
"절 좋아하시는 팬분들이 성적에 관계 없이 절 뽑아주실거라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 절 뽑아주세요! 그러면 올스타 팬미팅 때 제 사인을 받으실 수 있어요!"
현아는 카메라에 대고서 애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자신의 성적으로는 올스타는 택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불쌍한 표정으로 부탁하며 동정표를 노렸다.
"팬 여러분! 다른 팬분들께서 실력이 뛰어난 선수분들을 뽑으실테니, 여러분들만 이라도 절 뽑아주세요! 제발요~!"
"하하, 팬 여러분, 우리 발키리 선수들에게 많은 투표 부탁 드립니다."
*
*
*
3주간의 올스타전 투표가 끝이 나고 선수단 투표와 합산한 최종 결과가 발표되었다. 동국을 비롯한 발키리 선수들은 다 같이 모여 결과를 확인하였다.
[투수] 1. 앤서니(벨벳 발키리) 2. 김가희(인천 벨 레이디스) 3. 파이네(수원 사성 위치즈)
"우히히~! 역시나~! 내가 1등이다~!"
올스타 투수 부분 1위에 선정되자 앤서니는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환하게 웃는 앤서니와 기뻐하는 슴부먼트를 동국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축하해, 앤!"
"축하한다, 앤서니."
"고마워~! 다들!"
이변 없이 앤서니가 선정되자 다들 기뻐하며 앤서니에게 축하를 건냈다.
앤서니는 팬 투표에서 시종일관 득표량이 압도적이었다. 투표 기간 내내 1위를 달리고 있었기에 올스타 선정은 기정 사실이었고, 순위가 어떻게 되느냐가 관심사였다.
인천 벨 레이디스의 김가희가 리그에서 오랫동안 활약하였고, 성적도 비슷했기에 자칫 선수단 투표에서 밀려 1위를 내주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들었지만, 최종 득표 점수는 김가희보다 여유 있게 앞섰다.
총 득표수가 45만 7천표나 되었다. 2등인 김가희에 비해 대략 1.5배 더 많았다. 비록 선수단 투표에서는 김가희에게 살짝 밀렸으나 워낙 팬 투표량이 많아 여유 있게 투수 1위를 차지하였다.
"전 5위네요."
"괜찮아, 언니! 다음엔 나랑 같이 1, 2위 하자~!"
"후후, 그러자, 앤서니."
벨리나는 최종 5위를 기록하였다. 팬 득표수에서는 4위를 기록하며 나름 선전했으나 선수단 투표에서 밀려 5위가 되었다.
그 밖에 인천 벨 레이디스의 2선발 마리아가 올스타 3위에 선정된 파이네보다 더 성적이 좋았으나, 팬 투표에서 밀려 아슬아슬하게 4위에 머물렀다. 단 1명에게만 투표를 할 수 있기에 레이디스의 팬들은 마리아보단 김가희에게 표를 던졌고, 다른 팬들이 한 팀의 모든 투수가 올스타에 뽑히는걸 막기 위해 파이네에게 던진 영향도 있어 보였다.
[1루수] 1. 리사(벨벳 발키리) 2. 이대연(화성 파이어우먼즈)
"흠."
"역시 리사네. 축하해, 리사."
"고맙다, 동국."
"축하해, 언니!"
리사는 올스타에 1위로 선정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덤덤한 표정이었다. 타격 6개 부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인기 역시 대단하였기에 팬 투표에서 한 번도 선두를 놓친 적이 없었다. 특히 경기 리그는 물론이고 전국 지역 리그에서 가장 많은 58만 5천표를 획득하는 성과를 올렸다.
2위는 전통적인 1루수 올스타인 이대연이 차지하였다. 그녀는 리사 다음으로 등급이 높은 A급 선수였기에 성적 역시 상당히 뛰어났다. 거기에 인기 역시 많았기에 무난하게 올스타에 선정되었다.
[2루수] 1. 최정연(인천 벨 레이디스) 2. 김하연(고양 스타 캐츠우먼)
"아아앙~!! 왜 내가 4위야아...! 흐윽..!"
2루수 부분 결과를 확인한 아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어딘가로 뛰쳐나갔다. 팬 투표에서는 아슬아슬하게 2위를 하고 있었기에 아연은 혹시나 하고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선수단 투표에서 밀려 4위까지 추락한 것이다.
"아이고... 진짜 선정 될 줄 알았는데..."
"거, 참. 올스타가 뭐라고. 내가 한번 가 보겠다."
리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연을 찾아 나섰다. 리사가 사라지자 지아는 투덜대며 중얼거렸다.
"치... 리사 언니는 올스타 3번째다 이거야..? 난 공약까지 내세웠는데..."
"자, 자. 지아야, 이제 너가 뽑혔는지 확인해야지."
동국이 그녀를 달래자 지아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팬 투표에서도 4위랑 비등 비등한 3위였는데 어떻게 2위 안에 들었겠어? 다들 나보다 성적이 더 뛰어난데."
[우익수] 1. 제이미(수원 사성 위치즈) 2. 정하리(고양 스타 캐츠우먼)
"씨... 역시나..."
지아는 최종 순위 4위를 기록하였다. 팬 투표에서는 3위였지만, 선수단 투표에서 밀린 것이다. 제이미와 정하리, 그리고 최종 3위를 기록한 인천 벨 레이디스의 김강연이 지아보다 성적이 뛰어나 어쩔 수 없었다.
"괜찮아, 지아야. 다음에 선정되면 되지."
"에이, 짜증나..!"
동국이 지아의 어깨를 감싸자 지아는 투덜대면서도 동국에게 기댔다.
"어머어머, 얘 좀 봐? 아주 올스타 떨어졌다고 우리 여보에게 기대는 것 좀 봐?"
"흥~! 그렇게 부러우면 지은 언니도 올스타에 떨어지던가!"
지아가 동국에게 기대자 바로 지은이 그녀를 질투했다. 그러자 지아는 지아에게 큰 소리를 뻥뻥 쳤다. 지은의 팬 득표수가 압도적이었기에 그녀가 올스타에서 탈락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흥~! 난 당당히 올스타에 선정돼서 여보야에게 칭찬 받을거야!"
"하! 그러시던가!"
지아와 지은, 두 여자가 서로 티격태격 할 때 동국과 현아는 좌익수 부분 올스타 투표 결과를 확인하였다.
[좌익수] 1. 조연아(수원 사성 위치즈) 2. 고종연(인천 벨 레이디스)
"오..! 저 5위 했어요!"
현아는 자신의 순위를 확인하고서 소리쳤다. 그녀의 실력으로 올스타 득표수가 5위라는 건 상당히 선전한 것이다.
"축하한다, 현아야."
현아는 지금까지의 성적이 타, 출, 장타율 모두 1할대에 불과했지만, 그녀의 외모, 그리고 상대적으로 좌익수들의 실력이 다른 포지션에 비해 떨어졌기에 팬 투표에서 많은 표를 받았다.
참고로 수정은 현아 바로 아래인 6위를 기록하였다.
[포수] 1. 신지은(벨벳 발키리) 2. 이조연(인천 벨 레이디스)
"훗! 역시 내가 1등이군."
"아악! 짜증나!"
역시나 지은이 포수 부분 올스타 1위에 선정되자 지은은 지아 앞에서 콧대를 높이며 잘난 척을 하였다. 잘난 척 하는 지은의 행동에 지아는 짜증을 내며 지은을 밀쳤다. 그러고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여보~! 나 올스타 됐어~!"
"하하, 그래, 축하해."
"축하해요, 언니."
"다들 고마워."
지은은 동국의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리사보다 더 많은 3번이나 올스타에 선정되었던 그녀였기에 이번에 올스타에 선정된게 그렇게 큰 의미는 아니었다. 애초에 지은이 남들의 평가를 그리 신경 쓰지도 않았고 말이다. 하지만 지은은 올스타에 선정되었다는 걸 핑계로 동국에게 칭찬을 바라는 것이다.
이로서 발키리에서는 투수인 앤서니, 1루수인 리사, 포수인 지은이 올스타에 선정되었다.
그 밖에 공동 1위 팀인 인천 벨 레이디스에서 투수, 2루수, 좌익수, 포수 부분 올스타 선수를 배출하며 최다 올스타 배출 팀이 되었다.
3위 팀인 수원 사성 위치즈가 투수, 우익수, 좌익수 올스타를 배출하였고, 5위 팀인 고양 스타 캐츠우먼에서 2루수와 우익수 올스타가 선정되었다. 그 밖에 7위를 기록 중인 화성 파이어우먼즈의 1루수 이대연이 올스타에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