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0화 〉240회. 수정
"다녀 왔어~!"
"자기, 왔어? 어서 씻고 와서 밥 먹어."
하루 일과가 끝이 나고 수정은 자신의 집으로 퇴근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같이 동거하고 있는 애인이 그녀를 맞이했다.
띠리링~!
안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으려던 수정은 전화가 오자 휴대폰을 확인했다.
"음..? 이 놈이 왠일이지? 여보세요?"
"야, 요즘 왜 이렇게 연락이 없어~?"
수정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그녀의 애인 중 1명인 이무식 이었다. 주로 정신적 교감보다는 육체적 교감을 하는 사이로, 애인보다는 섹파에 가까웠다.
"뭐, 요즘에 바빠서 말이야."
"그래, 그래도 나랑 섹스할 시간은 있지? 내일 한번 만나는게 어때? 우리 오랜만에 만나는 거잖아. 회포도 풀어야지."
"아냐, 됐어. 내일도 구단에 가 봐야돼."
이무식의 제안에 수정은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그저 그런 섹파와 할 바엔 동국과 하는게 백배천배 더 나았다.
"야, 왜 이렇게 튕겨? 언제는 나보고 시간 좀 내달라고 안달을 낼 때는 언제고..."
"그건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어쨌든 나 바빠. 내가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수정이 통화를 끊으려 하자 이무식은 황급히 다른 이야기, 아니 전화를 건 진짜 목적을 꺼냈다.
"야, 야! 잠깐만. 그러면 나 100만원만 줄 수 있냐? 내가 좀 돈이 급해서 말이야."
이무식의 말에 수정은 짜증이 났다. 안 그래도 얼굴 조금 반반하고 자지가 조금 크다는 이유로 여러 요구들을 들어줬더니 아주 자신을 호구로 알고 있었다. 예전이라면 아쉬워서 이런 요구를 들어줬을 수도 있겠으나, 지금은 이 놈이 굳이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 놈보다 훨씬 더 섹스를 잘 하는 남자가 있기 때문.
"야, 됐고, 앞으로 나한테 연락하지 마. 이게 누굴 호구로 봐도 정도껏 봐야지."
갑자기 수정이 튕기자 이무식은 당황했다. 수정은 그동안 자신의 자지에 흠뻑 빠져있던 년이었다. 그래서 무슨 요구를 하더라도 순순히 들어주었는데, 이번에 갑자기 거절을 하는 것이었다.
"뭐? 야, 너 갑자기 왜 그래? 혹시 다른 남자 생겼어?"
"흥, 다른 남자 생기든 말든 뭔 상관이니? 그리고 난 너 말고 다른 남자 많아. 몰랐어?"
"다른 남자 있는걸 내가 몰라? 근데 맨날 나보다 정력 약하다고 투덜대던 걸 내가 모를 줄 알고? 누구야 도대체!"
이무식은 자신의 무식한 대가리를 열심히 굴려서 이 년이 어디서 무슨 남자를 만나는지 생각해 봤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남자를 만날 시간이 없었다. 맨날 오구단에 출근하는 년이 어디서 남자를 만나겠는가. 기껏 해봐야 오구단 내의...
"야, 너 설마 오구단에 남자 생겼냐?"
남자는 이런 추론으로 수정을 찔러보았고, 수정은 대수롭지 않게 수긍했다.
"그래, 우리 구단주 님이 섹스를 엄청 잘 하신다. 너보다 더 잘생겼고, 너보다 자지도 더 크고, 너보다 테크닉도 좋고, 너보다 정력도 쎄! 그러니 너 같은 양아친 이제 필요 없어. 지금까지 즐거웠고,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말자."
남자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아 버리는 수정의 말에 이무식은 곧바로 잔뜩 흥분을 했다.
"야! 너가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확 내가 너랑 구단주랑 그렇고 그런 사이란 거 언론에 퍼트려 버린다!"
"풋! 아이고~ 그래보세요~ 내가 눈 하나 깜빡 하나.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댄데, 그런 협박을 하니~ 전화 끊는다."
"야, 야! 그러지 말고 위자료로 딱 2백 만워... 뚝!"
끝까지 돈을 뜯어내려는 이무식의 모습이 수정은 가소롭기만 했다. 구단주랑 섹스를 하는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 남녀가 서로 좋아하면 할 수도 있는거지. 물론 수정은 동국을 좋아한다기 보단 동국의 하물을 좋아하는 거지만 말이다.
"자기~! 아직 다 안 씻었어?"
부엌에서 들리는 애인의 목소리에 수정은 바로 대답을 하고서 생활복으로 갈아 입었다.
"아, 미안! 잠깐 통화 좀 한다고! 금방 갈게~!"
수정은 그래도 지금 동거하고 있는 애인을 그녀가 만나고 있는 남자들 중 가장 좋아했다.
*
*
*
"이 썩을 년이..!"
이무식은 전화를 끊어버린 수정에게 화가 나 휴대폰을 벽에 던지려다가 가까스로 참았다. 매달 10만원이 넘게 내고 있는 비싼 최신형 휴대폰을 홧김에 부술 순 없었다.
"김수정... 너가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옛 정을 생각해서 이별 위자료만 조금 주면 넘어가 주려고 그랬는데, 이거 안 되겠구만..? 넌 선을 씨게 넘어버렸어..!"
감히 자신의 주니어를 무시해..? 이무식은 수정의 발언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만나고 있는 여자들 중에서 가장 돈이 많고, 예뻤기에 웬만하면 좋게 좋게 협박도 하면서 구슬리려고 그랬으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무식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더라도 건방진 거위에게 혼쭐을 내주기로 하였다.
"야, 기사 하나만 내줄 수 있겠냐? 어, 거기가 어디더라... 그래! 발키리! 발키리 오구단에 대한 내용인데..."
*
*
*
동국은 한가롭게 침대에 뒹굴면서 발키리 팬 게시판의 게시글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원래라면 열심히 허리가 아프게 특훈을 하고 있어야 겠지만, 가끔은 이런 여유 시간이 필요했다.
"으흠..? 이건 뭐지?"
팬들이 올린 각종 고화질 사진들은 흐뭇하게 감상하고 있을 때 한 게시물이 눈에 띄었다.
[[과연 동국 구단주에게 오구 관련 특성이 있을까?]
현재 전국 리그에 있는 구단들, 그리고 각 지역 리그의 상위권 구단들의 관계자들은 모두 특별한 특성들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창원 ns 드래곤즈, 서울 다윈 슈퍼우먼즈, 그리고 화정 다이노소어 등이 있다...]
작년도 전국 리그 우승팀인 창원 ns 드래곤즈의 단장은 선수의 숨겨져 있는 잠재력을 볼 수 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드래곤즈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나성아 이다.
나성아는 원래 대학 리그에서 활약하는 좌완 투수였다. 그녀는 통산 한번도 타자로서 활동하지 않았는데, 당시 드래곤즈 감독이었던 현 단장이 그녀를 영입해 타자로 전향을 시킨 것이다.
그녀는 감독의 지시 아닌 지시에 속으로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고 하나, 당시 프로에 입단한 것만 해도 감지덕지 였기에 군말 하지 않고 전향을 했다고 한다. 그 이후 그녀는 드래곤즈의 중심 타자로서 맹활약을 하게 된다.
서울 다윈 슈퍼우먼즈의 감독은 선수의 기량을 100% 발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팀에서 죽을 쑤다가도 슈퍼우먼즈에 입단하게 되면 그 즉시 전성기 급 활약을 펼치게 된다.
슈퍼우먼즈에 소속된 선수들은 몇 년 반짝 활약을 하고 나서 비싼 값에 다른 곳으로 이적을 하거나 트레이드가 된다. 그러면 구단도 돈을 벌고, 선수들도 돈을 버는 윈 윈 관계가 되는 것이다.
이런 감독의 특성 덕에 슈퍼우먼즈는 꾸준히 상위권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광주 1부 리그의 화정 다이노소어의 감독은 플레잉 감독이다. 보통 수정 타격 코치처럼 플레잉 코치는 간혹 있지만, 플레잉 감독은 찾아볼 수 없다. 왜냐하면 감독의 팀 버프 때문이다.
수정이 코치 대신 선수로서 뛰게 되면 발키리는 타격 버프를 받지 못한다. 근데 만약 감독이 선수로서 뛰게 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감독의 팀 버프를 받지 못하게 된다.
감독이 엄청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지 않는 한 당연히 팀 버프가 팀 전력에 더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화정 다이노소어의 감독은 리그 대비 엄청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고, 선수로 출전을 해도 팀 버프를 줄 수 있었다.
그녀는 일본 리그에서 활약하다 은퇴를 한 선수였는데, 은퇴 후 자신의 고향으로 내려와 팀을 창단한 것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 은퇴를 했어도 그녀의 클래스는 어디 가지 않았고, 광주 1부 리그에서 4할을 기록할 정도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
자, 그러면 과연 우리 발키리의 구단주는 무슨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우선 발키리의 특징은 선수들의 외모와 몸매가 좋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가 생각하기에 구단주의 특성은 분명 선수들의 외모와 관련이 있다.
또한 초창기 고교 백업 선수였던 최지아가 2부 리그를 폭격하고, 대학 리그의 그저 그런 투수였던 벨리나가 1부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한 것을 보면 선수의 실력을 상승 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런 정황 증거들을 바탕으로 필자는 동국 구단주가 선수들의 외모가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선수의 실력이 상승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응, 아냐~
- 내가 봤을 땐 자신과 결혼하면 실력이 상승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을 거 같음. 발키리 선수들 중에서 구단주와 결혼 안 한 주현아 말고는 다들 잘 하고 있잖아.
- 글쓴이 주장 대로라면, 주현아 외모를 보면 타율 4할은 찍어야 됨.
- 그럼 연예인들은 발키리 입단하면 전국 리그 급 선수 되는 거임?
- 근데 최지아 같은 선수들 보면 확실히 뭔가 있긴 함.
- 글쓴이 왈. 리사 타율 5할. 고로 리사가 가장 외모가 뛰어나다? 난 인정할 수 없다!!
"흠... 인터레스팅..."
동국은 게시글을 다 읽고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박하는 댓글처럼 반례가 있긴 하지만, 꽤나 설득력이 있는 글이었다.
확실한건 팬들도 그렇고, 다른 구단 관계자들도 그렇고, 모두 동국의 특성을 추측하고 있을거란 것이다.
"뭐, 상관 없지만 말이야."
그들이 동국의 특성을 안다고 해서 어떻게 방해를 할 수는 없었다. 미리 외모가 뛰어난 선수들을 선발하기엔 아무런 실익이 없었다. 각 팀들은 보유할 수 있는 선수의 수에 제한이 있고, 그렇기에 실력이 없는 선수를 데리고 있을 순 없었다. 또한 이미 발키리는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을 다 데리고 있었다.
다른 게시물들을 다 읽어본 동국은 사이트를 나가려던 찰나 한 최신 글이 눈에 띄었다.
[[야, 타격 코치랑 구단주랑 서로 섹스했대!]
지금 SNS 랑 인터넷 기사에서 나오는 소식인데 타격 코치인 김수정이랑 동국 구단주랑 서로 섹스를 했다네? 부럽다...
기사 링크 : http://www.joara.com/nobless/bookPartList.html?bookCode=1473037&refer_type=]
- 기사 보니깐 무슨 코치랑 구단주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나오더라? ㅋㅋ 남녀 사이에 그럴 수도 있지 뭐.
- 애초에 이 기자는 구단주 부인이 몇 명이고 누군지도 모르는 듯? 발키리 선수 대부분이 구단주 부인인데, 그렇게 따지면 선수랑 구단주 사이의 관계가 더 부적절하지 않나?
- 진짜 김수정이 몸 로비 한거 아니냐? 안 그랬으면 FA 미아가 어떻게 발키리 선수로 뜀?
- 애초에 몸 로비 할 생각이 없었어도 구단주가 얼굴 보고 뽑았다.
- 하아... 도대체 발키리에서 구단주가 안 건드린 여자가 누구냐? 진짜 웬만하면 다 건드린 거 같애...
댓글들이 갑론을박을 펼치는 동안 동국은 짜증을 느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니 누가 이런 기사를 작성한거야?"
해당 기사를 쓴 언론사는 3류 찌라시 언론사였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발키리의 뒷배에 누가 있는지를 잘 알기에 함부로 건들지 않지만, 이 3류 언론사는 그런 것도 모르는게 분명했다.
일단 질러보고 나중에 아니라고 밝혀져도 책임은 나 몰라라 하는 기레기 언론사.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이 기사에서 나온 수정과 동국이 섹스를 했다는 건 사실이라는 것이다.
구단 사무실로 향하니 재은도 이 기사를 봤는지 동국에게 당황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동국아! 이 기사 봤어?"
재은이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하자 동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봤으니깐 이렇게 사무실로 왔지."
"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반박 자료 올려야 할까?"
안절부절 못 하는 재은의 모습에 동국이 그녀의 엉덩이를 꽉 쥐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재은의 엉덩이는 찰졌다.
"꺄악~! 지금 뭐하는 거야?!"
"누나, 왜 그렇게 당황해 있어. 침착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이게 어떻게..! 후... 일단 알았어. 뭔가 방법이 있는거야?"
재은의 물음에 동국은 어깨를 으쓱 했다.
"일단 수정 코치를 불러서 이야기를 나눠 봐야지. 기사에서야 뭔가 의혹을 제시하려고 이것저것 끄적이긴 했지만 별 내용 아니었잖아. 다 추측이었고 증거는 하나도 없었어. 그리고 우리가 딱히 죄를 지은 건 아니잖아? 남녀 사이에 그럴 수도 있지, 뭐."
동국의 말에 재은은 심호흡을 하더니 침착하게 코치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동국은 문득 한가지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참에 내 특성을 소문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