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6화 〉236회.
홈에서 열린 사성 위치즈와의 2차전. 1회에 위치즈가 3점, 발키리가 리사의 홈런에 힘입어 2점을 득점하였다. 그 후 2회에는 양 팀 다 안타 1개씩만 나오며 점수가 없었으나, 3회에는 달랐다.
3회 초. 2사 1루 상황.
[밀어친 타구! 좌익수 앞에 떨어집니다! 1루 주자, 2루 돌아 홈까지! 좌익수 홈에 송구합니다! 홈에~!! 세잎! 세잎입니다! 한 점 더 달아나는 사성 위치즈! 점수 4대 2 입니다!]
3번 타자 제이미가 벨리나의 바깥쪽 스크류볼을 쳐서 안타를 만들었다. 수정이 힘껏 던져봤지만, 그녀의 소녀 어깨로는 발 빠른 1루 주자를 잡을 수 없었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1루 주자, 2루에서 멈춥니다! 2사 만루 상황!]
[1루수 옆을 스쳐 지나가는 타구! 우익수, 홈에 던집니다만 2루 주자는 이미 홈을 밟았고, 1루 주자는 2루에서 멈춥니다! 점수 5대 2. 석 점 차로 벌어지는 스코업니다.]
황재아와 장선아의 연속 안타로 연이어 실점을 하고 말았다.
[바깥쪽!! 헛스윙~!! 삼진 아웃!! 벨리나가 조연아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길었던 3회 초를 마무리 합니다.]
지친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벨리나는 마중 나와 있던 동국의 손을 붙잡고선 특훈실로 이끌었다.
"베, 벨리나?"
"오빠, 나에게 빨리 양기를 채워 넣어 줘요. 그리고 타자분들? 많은 건 안 바랄 테니 제발 오빠가 사정할 때까지만 버텨줘요."
벨리나는 타자들에게 당부를 하고서는 동국을 이끌고 특훈실로 가버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지은이 벌떡 일어나서는 5,1,2번 타자들을 바라봤다.
"나도 여보야의 우유를 받아야 하니까 다들 오래 버텨줘요~!"
그렇게 말을 하고서는 헐레벌떡 동국을 따라 특훈실로 향했다. 4번 타자인 아연 역시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이팅~!"
아연까지 가버리자 선두 타자인 수정은 그녀들의 뒷모습을 한숨을 내쉬며 바라보다가 타석을 향해 나갔다.
[끈질기게 승부 하는 김수정 선숩니다. 제 8구. 빠졌습니다! 볼넷! 3회 말, 발키리의 선두 타자가 볼넷으로 출루합니다. 배재영 선수, 오늘 첫 볼넷을 여기서 내줍니다.]
[김수정 선수, 뭔가 홀가분한 표정이군요.]
'이 정도 해줬으면 되겠지...'
수정이 볼넷으로 걸어 나가고, 다음 타자인 지아는 7구 째 공을 타격했다.
[투수 옆 스쳐 지나가는 타구! 2루수 몸을 날려... 잡았습니다! 이 타구를 잡아 내는군요! 2루수 1루에 던져 타자 주자를 아웃 시킵니다. 그 사이 1루 주자는 2루에 도착했습니다. 1사 2루.]
[황재아 선수가 아주 멋진 호수비를 보여줬습니다. 이거 빠졌으면 점수를 내줄 수도 있었거든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신 지아가 더그아웃으로 되돌아 가고, 리사의 차례가 되었다.
[6구 타격! 빗 맞은 타구! 1루수 몸을 날려 잡았습니다. 홈에 던지긴 늦었고, 직접 베이스 밟으며 타자를 아웃 시킵니다. 2아웃. 그러나 발키리가 1점 더 추격하며 점수 5대 3이 됩니다.]
걷어내고 만다는 것이 그만 인플레이 타구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 중앙으로 타구가 가서 다행이지, 자칫 잘못했으면 더블 플레이가 나올 뻔 했다.
"호호, 이제 내 차례인가~"
다음 타자인 지은이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타석에 들어섰다. 약식이긴 해도 자궁에 양기를 가득 채워서 기운이 넘쳤다.
따악~!
[밀어친 타구! 라인을 따라 굴러갑니다! 우익수 황급히 쫓아가 공을 던지지만, 타자 주자 여유 있게 2루에 안착합니다. 2사 이후에 장타가 터집니다!]
[아주 힘 있는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네요. 배재영 선수, 이번 이닝에만 투구 수가 벌써 25개나 던졌습니다. 발키리 타자들이 아주 끈질기네요.]
지은에 이어 아연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아랫배가 따뜻한 것이 장타를 칠 것 같은 기분이다.
딱~!
[좌익수와 우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안탑니다! 타구는 계속해서 굴러가고 있고, 2루 주자 이미 홈을 밟았습니다. 타자 주자 1루 지나 2루로 가고 있고, 우익수 공을 잡아 2루에 송구합니다만, 세잎! 세잎입니다! 연속 2루타! 점수 5대 4! 발키리가 턱 밑까지 추격합니다!]
"헤엑 헤엑..."
아연은 2루 베이스를 밟은 채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타구가 2루까지 가기에 그리 여유롭지 않아서 전력 질주를 하였다. 그 덕분에 다리가 후들거렸고, 아래쪽에선 뭔가가 찔끔 새어 나온 것 같았다.
'흐흐, 그래도 확실히 효과가 있어...'
4회 초, 벨리나는 동국의 양기를 잔뜩 흡수한 보람을 느꼈다.
[내야 벗어나지 못한 타구! 2루수 여유 있게 잡아 처리합니다. 1아웃!]
[떨어지는 공에 헛스윙~! 삼진 아웃! 제이미를 삼진으로 처리합니다!]
[높이 뜬 공, 우익수, 처리하면서 이닝 종료됩니다. 3회와는 다르게 안정감을 되찾은 벨리나, 삼자 범퇴로 이닝을 마무리 합니다.]
이닝이 끝나고 나서 벨리나는 빠르게 동국에게 다가와 그의 팔을 낚아챘다.
"어서 가요, 오빠!"
"어, 그, 그래."
이미 짧은 시간 동안 몇 번이나 사정을 한 동국. 특훈실로 향하는 동국의 발걸음이 왠지 무거웠다.
[4회 말, 무사 1루의 상황. 타석에는 리사 선숩니다. 제 5구 타격! 좌익수 뒤로! 좌측 담장 맞고 떨어지는 장탑니다! 1루 주자, 2루 지나 홈까지! 타자 주자 2루, 2루! 아, 다시 되돌아 오는 군요. 하지만 이 타구로 동점이 됩니다!]
[타구가 너무 빨랐고, 좌익수의 펜스 플레이가 매끄러워서 리사 선수가 2루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무사였고, 벌써 동점이 된 상황이었다. 충분히 역전을 노릴 수 있는 분위기였다.
틱~!
[1루수 잡아서 2루에, 그리고 다시 1루에! 아웃! 아웃입니다! 순식간에 2아웃이 됩니다.]
걷어 낸다고 타격한 것이 그만 1루수 정면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2아웃이 되었다.
"좋았어!!"
78개의 공을 던져 체력적으로 한계가 온 배재영은 더블 플레이에 환호했다. 5회에도 던지는 건 무리겠지만, 최소한 1타자는 더 상대할 수 있었다.
배재영은 마지막 남은 체력을 끌어 모아 아연을 삼진으로 처리하였다. 배재영은 어퍼컷 세레머니를 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지은의 병살로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마운드에 오르게 된 벨리나. 그녀는 약간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공을 던졌고, 그 공은 빠르게 반사되었다.
[선두 타자로 나선 장선아 선수가 초구부터 타격했습니다.]
[지아와 리사 선수의 연속 안타로 발키리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가나 싶었으나, 지은 선수의 병살로 다시 원상복귀 됐거든요? 이 안타로 분위기가 위치즈 쪽으로 넘어갈지 궁금합니다.]
'후우... 일단 여기서 무실점으로 막아야 돼...'
동국과의 특훈을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하면서 가랑이 사이가 마치 불만족스럽다는 듯 애액을 흘리고 있었다. 절정에 오르기 직전에 멈춘 것처럼 기분이 찜찜하였지만, 벨리나는 지은의 리드에 따라 공을 던졌다.
[바깥쪽 공 타격! 2루수 잡아서 직접 베이스 터치. 그리고 1루에 던집니다만, 타자 주자가 이미 베이스를 밟았습니다. 무사 1루에서 1사 1루로 바뀝니다.]
[발키리 입장에서는 더블 플레이를 노려볼만 했는데, 아쉽게 됐네요.]
5회라 그런지 점차 체력적으로 한계인게 느껴졌다. 벌써 21타자나 상대했고, 던진 공의 개수만 해도 80구 가까이 됐다. 이 정도면 일반적인 투수들의 한계치에 다다른 것이다. 그나마 벨리나는 동국의 버프 덕에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앗..!'
바깥쪽으로 던지려던 스크류볼이 살짝 몰렸다. 이 실투를 타자는 놓치지 않았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지아가 얼른 홈에 송구를 해서 1루 주자가 홈까지 가는 걸 막았다. 만약 좌익수 쪽으로 떨어졌다면, 수정의 어깨로는 막기 힘들었을 터였다.
'후우... 낮게 낮게 던지자... 병살을 노리는 거야...'
상대가 위치즈에서 가장 강한 제이미였지만, 벨리나는 최대한 실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
하지만 상대는 A- 급의 제이미였다. 벨리나의 공을 맘 먹은 대로 안타로 연결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외야로 띄우는 것은 가능했다.
좌익수인 수정이 제이미의 타구를 잡아 있는 힘껏 홈에 송구했지만, 2루 주자를 막지는 못했다.
[제이미의 희생 플라이로 1점 획득한 위치즈 입니다. 아, 이 점수는 발키리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점수겠는데요?]
[그렇긴 하지만 발키리의 타자들이 충분히 점수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아마 위치즈 입장에서는 1점 가지고는 불안할 거에요.]
해설들의 말대로 발키리의 타자들은 충분히 점수를 얻어낼 수 있는 능력들이 있었고, 위치즈는 1점 가지고는 안심할 수 없었다.
황재아의 안타로 2사 만루 상황이 되었고, 위치즈는 더 달아날 준비를 마쳤다.
[우측 파울 타구. 우익수 최지아 선수가 끝까지 따라가 봅니다... 최지아... 잡았습니다! 이걸 잡아내는군요!]
우측 파울 라인 바깥으로 휘어져 날아가는 타구. 일반적인 구장이라면 관중석에 떨어질 법한 타구였지만, 벨벳 구장은 파울 라인 바깥쪽 구역이 꽤나 넓었다. 이는 외야수들의 빠른 발로 파울 타구를 잡아내길 희망한 것으로, 지아는 이런 희망을 만족시켜 주었다.
지아가 타구를 잡아내자 파울 타구를 쳤던 장선아는 아쉬움에 고개를 흔들었고, 벨리나는 지친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수고했어, 벨리나. 이제 푹 쉬어."
동국은 한계까지 공을 던진 벨리나의 엉덩이를 툭툭 토닥이며 말했다. 이미 100개 가까이 공을 던진 그녀는 더 이상 투구를 할 수 없었다. 이대로 경기가 끝이 난다면 마는 거지만 5회 말에 동점을 만들어 낼 수 있기에 동국은 앤서니에게 몸을 풀라고 지시를 내렸다.
앤서니와 투수 코치인 비엔나, 그리고 공을 받아 줄 현아가 경기장 한켠으로 이동했다.
5회 말, 발키리의 마지막 공격. 위치즈의 투수가 교체되어 파이네가 마운드에 올랐다. 배재영은 이미 4회까지 85개의 공을 던졌기에 더 이상 공을 던질 수 없었다. 화요일 날 경기에 등판했던 파이네는 체력과 관련된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체력 소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쌩쌩한 파이네의 모습에 선두 타자로 나선 수정이 인상을 찌푸렸다.
'쓰읍... 3일만에 등판했는데 별로 지친 기색이 없구만...'
뻐엉~!
"스트~ 라잌~!"
130km의 싱커가 바깥쪽으로 살짝 휘어지며 들어왔다. 1이닝만 막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전력 투구를 하는지 평소 120 후반이던 구속이 130까지 나왔다.
"후후... 빨리빨리 경기 끝냅시다~"
수정의 표정이 안 좋은 걸 봤는지 포수인 장선아가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끝내도 역전 하고 끝내야지..!"
틱~
빠른 공에 초점을 맞추고 휘두른 타격. 그러나 파이네가 던진 공은 싱커가 아닌 그것보다 더 느리고 더 떨어지는 체인지업 이었다.
퇴근할 생각이 한가득인 2루수가 빠르게 달려가 땅볼 타구를 맨 손으로 잡아 1루에 던졌다.
수정이 빠르게 1루로 달렸지만 공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다음 타자인 지아 역시 수정과 마찬가지로 땅볼을 치며 아웃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발키리의 마지막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홈 팬들의 염원이 담긴 응원을 들으며 그녀는 타격 자세를 잡았다. 1점, 딱 1점만 내면 동점이다. 그 이후엔 저기서 몸을 풀고 있는 앤서니가 점수를 막을 테고 그 다음에 다시 점수를 내기만 하면 이긴다.
힘들게 투구를 했던 벨리나를 위해서라도 그녀를 패전 투수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따악~!
힘차게 잡아 당긴 타구가 담장을 향해 날아갔다. 포수인 장선아가 포수 마스크를 벗으며 타구를 바라보았고, 공을 던진 파이네 역시 몸을 돌려 담장을 바라보았다.
경기장에 있는 1만여명의 관중들의 시선이 담장을 향해 날아가는 타구를 지켜봤다. 좌측 담장에 있던 관객들이 준비해온 글러브를 내밀며 담장 가까이로 내려갔고, 좌익수 역시 글러브를 내밀며 타구를 향해 쫓아갔다.
터엎~!
누군가의 글러브 속에 리사의 타구가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