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5화 〉235회. (235/297)



〈 235화 〉235회.

3회 말, 1사 1루 상황에서 1루 주자인 지아가 도루를 시도했다. 투수의 투구 타이밍에 맞춰서 달리기 시작한 지아. 그녀의 눈 앞에 공을 잡으려고 자세를 잡고 있는 2루수의 모습이 보인다.


촤아악~!


지아가 몸을 날리며 손을 쭉 앞으로 뻗었다. 손 끝에서 베이스의 감각이 느껴지자 지아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됐어..!'

손이 베이스를 터치하고 바로 뒤, 2루수의 글러브가 지아의 몸에 닿았다.


"세잎!"


지아의 도루가 성공하자,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홈 팬들은 박수를 보냈고,  상황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원정 팬들은 아쉬움의 탄식을, 일부 팬들은 오심이 아니냐며 항변하기도 하였다.


[1사 1루의 상황이 1사 2루로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성 위치즈, 실점 위기입니다.]


내야수들이 극단적으로 전진 배치를 하는군요. 외야수들은 기존의 내야수들 위치로 이동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현아 선수가 번트를 대기 엄청 어렵겠네요."

"어휴... 살벌하다, 야. 그냥 헛스윙 하고 마는게 어때?"


수비수들의 전진 배치를 바라보며 장선아가 현아에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 현아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서 그저 타격 자세를 잡았다.

'많이 연습해 왔던 상황이야. 연습 대로 하기만 하면 돼...'

작년부터 이런 상황이 현아에게 많이 펼쳐졌었다. 당연히 그에 대한 연습도 꾸준히 하였다. 수비수들을 가정하고 설치한 판들을 피해 번트를 대는 훈련 등이다.


툭!

[번트 댔습니다! 타구, 2루수와 투수 사이를 지나갑니다!! 2루 주자 홈으로 들어오고, 타자 주자 1루, 1루에서!! 세잎! 세잎입니다!! 주현아 선수가 번트 안타에 성공합니다!]

[아,  번트는 오히려 너무 앞에서 수비를 해서 잡지를  했네요. 위치즈 입장에서는 아쉽겠네요.]


1루에 나간 현아는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려는 듯 슬금슬금 리드 폭을 크게 가져갔다. 지금부터는 상위 타순이기 때문에 위치즈 입장에서는 절대로 도루를 허용해서는 안됐다.

'일반적으로 도루를 저지 하기 위해서 느린 변화구보다는 빠른 속구를 주로 던지지. 그럼 당연히 속구를 노려야 겠지?'

타석에 있는 아연의 예상대로 위치즈의 선발 투수 파이네는 속구를 던졌다. 다만 주자의 도루를 의식해 피치아웃을 했다는 점이 차이점이었다.


[장선아 선수 피치아웃을 해보지만, 주현아 선수 뛰지 않았습니다.]


[주현아 선수의 주력이 최지아 선수의 주력보다 더 빠르다고 하더군요. 주현아 선수가 별로 출루를 못 해서 그렇지, 일단 출루하면 거의 무조건 도루를 시도하고, 대부분 성공을 했습니다. 그만큼 주현아 선수의 도루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죠.]


[장선아 선수,  피치아웃을 해보았지만, 주현아 선수 잽싸게 귀루하였습니다.]


[2볼 상황이니, 이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밖에 없어요.]

파이네가 던진 싱커가 몸쪽으로 들어오자, 아연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갔다. 그리고 그 전에 현아가 뛰기 시작했다.

[3구 타격! 좌측에 떨어지는 안탑니다! 1루 주자, 2루 지나서 홈까지! 좌익수, 타구 잡아서 홈에 던져보지만 주자 여유 있게 홈을 밟습니다! 스코어 2대 3! 벨벳 발키리가 다시 역전에 성공합니다!]


연속해서 실점을 해서 그런지 파이네는 다음 타자인 리사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안타를  맞기 위해서 더 보더라인 피칭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았다.

[1사 만루의 상황. 타석에는  타석에서 땅볼로 물러났던 신지은 선숩니다. 위치즈 입장에서는 병살을, 발키리 입장에서는 달아나는 한 점을 기대하겠네요.]

[그렇죠. 여기서 병살이면 이닝이 종료되니깐요. 그렇지만 흔들리는 파이네 선수가 분위기를  발키리 타자들을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벌써 타자 일순 이거든요.]


[아, 신지은 선수, 초구부터 타격했습니다! 투수 키 넘기는 안탑니다. 한 점 더 달아나는 벨벳 발키리, 점수 2대 4가 됩니다.]

이전 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한 파이네는 신지은에게는 볼넷을 안 주기 위해 초구 스트라이크를 집어 넣었고, 그 공을 지은이 놓치지 않은 것이다.

그 뒤 지아의 희생 플라이로  점 더 달아난 발키리는 점수 차를 3점이나 벌려놓았다.

길었던 3회 말이 끝이 나고, 파이네는 여덟 타자를 상대하며 지친 몸을 이끌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시간 만큼이나 동국의 양기를 받은 앤서니가 쌩쌩한 몸으로 마운드에 섰다.

앤서니는 넘치는 힘으로 2개의 탈삼진을 잡으며 4회 초를 빠르게 끝냈다. 5회에 선두 타자로 나선 조연아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1점 실점하긴 하였으나, 더 이상의 점수는 내주지 않으며 경기를 승리로 끝맞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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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벳 발키리, 돌풍의 5연승! 위치즈 상대 3-5로 승리!]

[파이네, 충격의 5실점 패! 무엇이 문제였나?]


[극단적인 전진 배치를 뚫어낸 주현아의 번트 안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키리의 4연승은 강팀을 만나지 않아서 생긴 일시적인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사성 위치즈와의 경기에 많은 관심이 집중 되었었다.

"이제 사람들은 과연 2선발로도 위치즈를 이길 수 있느냐에 관심을 가질거에요. 확실히 저희 팀은 2선발이 약하니깐요."


전력 분석 시간. 나연의 말에 동국이 질문을 던졌다.


"우리 벨리나가 이길 확률은 별로 없어?"


"네, 아쉽지만 그렇죠. 하위팀을 상대로도  많은 실점을 했었는데, 상위팀을 상대로 하면..."

"끄음... 예상은 했었지만..."


동국이 회의가 끝나자 마자 실력을 상승 시키기 위해 벨리나에게 갈 생각을 하고 있을 동안 타격 코치인 수정이 발언했다.

"나연씨가 말했던 것처럼 최소한 다음 경기에서 만큼은 지아랑 아연이랑 서로 타순을 바꾸는게 좋을거 같아요. 다음 경기 선발 투수인 배재영의 특성이 우타자 상대로 강하니 좌타자인 지아가 톱 타자로 나서는게 낫겠죠."


위치즈의 선발 투수인 배재영의 특성은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 피장타율 감소' 이다. 한마디로 우타자를 상대로 슬라이더를 던지면 장타율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배재영의 슬라이더는 상당한 구종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좌타자 상대로는 그 특성이 발휘가 되질 않으니, 나중은 몰라도 금요일 날 경기에서는 그렇게 하는게 좋을거 같네요. 누나는 어떻게 생각해?"


동국이 수정의 말에 동의를 하면서 감독인 델루나에게도 의견을 물어보았다.

"으음..? 뭐, 맞는 말 같아... 근데, 동국..."

"왜, 누나."


"내 가슴... 그만 만지면 안될까?"


델루나의 말에 동국이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동국의 손은 델루나의 큼지막한 가슴을 계속 주무르고 있었다.


"음... 안될거 같아. 누나 가슴은 너무 부드럽고 기분이 좋은걸."

"후우... 그래, 알았어. 계속 만져."


동국의 말에 델루나는 한숨을 내쉬고서 만지는 걸 허락했다. 기분이 나쁜건 아니지만, 아래가 슬슬 젖고 있다는게 문제였다.

주물주물~

동국이 계속 델루나의 가슴을 만지자, 슬쩍 동국의 옆으로 나연이 다가왔다.


"저기 오빠..?"

"왜 그래, 나연아?"


"내 가슴도 큰데..."


슬쩍 자신의 가슴을 내미는 나연. 델루나에게 밀리지 않는 나연의 가슴이 티셔츠를 찢을 것처럼 그 크기를 과시하였다.


"후후, 그래, 알았어."

동국은 나머지  손을 뻗어 나연의 가슴을 주물렀다. 양 손을 통해 서로 다른 가슴을 만지는 동국. 그런 동국의 모습에 재은이 슬쩍 자신의 가슴을 보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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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날, 벨벳 구장에서 열린 사성 위치즈와의 2차전. 벨리나는 1회부터 고전하였다.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 한뒤, 3,4번 타자에게 연속 2루타를 얻어맞으며 2실점 하였고, 장선아의 희생 플라이로 한 점 더 실점하여, 1회에만 총 3실점 하였다.

어두운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벨리나. 그녀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남은 이닝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


'1회에만 3실점... 이대로 가다간 5회까지 버틸 수나 있을까..?'


단순하게 덧셈을 해본다고 하면, 5회까지  15실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실점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아마 그 전에 벨리나, 자신은 교체가 되고 앤서니가 던지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벨리나! 왜 이렇게 기죽어 있어! 너가 3실점 하면, 타자들이 4득점 하면 되는거야! 그러니 기운 내!"

동국이 벨리나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타자들을 가리켰다. 동국의 위로에 벨리나가 타자들을 바라보았다.

움찔..!


벨리나의 시선에 타자들이 움찔했다. 솔직히 4득점을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벨리나. 걱정하지 말고 특훈실로 가 있어. 내가 당당하게 홈런을 때릴 테니 말이야."


그러나 여기,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여자가 있었으니, 바로 리사이다. 아무런 부담감을 못 느끼는 듯, 평온한 인상으로 벨리나에게 말하자, 바로 아연이 한마디 했다.


"그, 그래! 나도 홈런! 아니, 홈런은 무리고, 2루타는 쳐볼게. 그러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양기 보충해."

"나도 안타 치고 나갈게! 그럼 리사 언니가 2점 홈런을 치겠지!"


아연 뿐만 아니라 지아까지 각오를 다지자 벨리나가 살포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다들 고마워요."

그녀를 비롯해서 동국과 오늘 선발 출전인 수정이 특훈실로 향했다. 그들이 가고 나서 아연이 아무 말도 안 한 지은을 툭 쳤다.


"언니도 뭐라고 격려해주지 그랬어요. 명색이 포순데."


아연의 말에 지은은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난 지금 여보의 양기를 듬뿍 받을 벨리나가 너무 부러워 미치겠어. 그러니 차마 격려를 해줄 수가 없어."


지은의 말에 아연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거 참, 진짜 특이한 언니야...'

1회 말, 벨리나를 향한 각오 덕분인지 선두 타자로 나선 지아가 안타를 쳤다.

[좌측에 떨어지는 안탑니다! 거의 1년 반 만에 1번 타자로 나선 최지아 선수가 시작부터 안타를 신고하는 군요.]


[2부 리그 때 1번 타자로 나서고, 1부 리그 땐 그렇지 않았으니, 정말 오래전 이야기군요. 최지아 선수가 발이 빠르니 1번 타자가 더 적성에 맞을 수 있겠어요.]


화요일 경기에서 도루를 했었어서 그런지 배재영은 계속해서 지아를 견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아는 리드 폭을 줄이지 않은 채 계속해서 배재영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였다.

'흠... 날 너무 만만하게 본건가.'


지아가 도루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배재영은 빠른 포심을 던졌다. 그래야 지아가 도루를 시도했을 때 더 빨리 송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타자로 서 있는 리사를 너무 의식하지 않은 판단이었다.

따악~!

[쭉쭉 뻗어 가는 타구!! 담장~ 밖으로~!! 곧바로 추격을 시작하는 벨벳 발키리! 점수 3대 2로, 1점차까지 추격합니다!]

[직구가 높았죠? 배재영 선수의 구위로는 아무래도 리사 선수를 막긴 힘들죠. 아마 주자가 도루를 시도했을 때 송구를 더 빠르게 하기 위해서 그런  같은데... 아쉬운 판단입니다.]


리사는 모든 베이스를 밟고 나서 담담한 표정으로  플레이트를 밟았다.

"역시 리사 언니! 홈런을 치겠다고 하더니, 진짜 홈런을 쳤잖아?!"


"후후, 지아, 너도 약속대로 안타를 쳤잖니. 너도 장하다."

"아이, 언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리사가 벤치에 앉자 아연에 생수를 건네며 옆에 앉았다.


"이야~ 정말로 홈런을 쳤네~?"

"뭐, 이정도 쯤이야."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리사의 모습에 아연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휴, 재수없어."


그런 아연의 모습에 리사가 피식 웃고서는 말했다.

"아연, 너도 약속을 지킬꺼라 믿겠다."


"뭔 약속? 아, 2루타?"


"그래. 너의 2루타면 적어도 동점은 만들 수 있겠지."


"그, 그래! 내가 2루타 치고 올게! 나만 믿고 있어!"

그리고 잠시 후, 위치즈의 선발 투수 배재영은 리사 이후 세 타자를 삼진 2개를 포함해 모조리 아웃 시키며 달아올랐던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


"... 아연."


"... 뭐, 뭐! 내가  타구를 2루수가 호수비로 막은 걸 어떡해?! 그거 빠졌으면 2루타였어!"


리사의 시선에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아연이 변명을 하였다. 그렇지만 리사의 시선은 더욱 따가워 졌다.

"... 그거 그냥 평범한 내야 땅볼이었잖아."


"... 아, 몰라!"


리사의 지적에 아연은 줄행랑을 치듯 글러브를 챙기고서 2루로 향했다. 그런 아연의 모습에 리사는 피식 웃고서 1루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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