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화 〉232회. 나연
재은에게 동국과 같이 경기를 보러 가고 싶다는 부탁을 한 나연. 그녀는 재은의 조언대로 델루나를 찾아갔다. 델루나는 감독 선임 과정에서 동국을 유혹한 적이 있는 바, 동국을 덮치려고 하는 나연이 조언을 구해 볼만한 사람이었다.
"흐으응~ 그러니..?"
델루나에게 찾아간 나연은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침대 이불 속에 들어가 있던 델루나는 흥미가 생겼는지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이불 속에 감춰져 있던 가슴이 들어났는데, 브래지어를 안 했는지 실크 잠옷 위로 유두가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나연이 델루나의 가슴을 보고서 침을 꿀꺽 삼키자, 델루나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후후, 내, 이 가슴으로 동국이를 꼬셨지~"
"가, 가슴으로요..?"
"그래, 가슴. 남자는 가슴만 부비적 거리면 거의 다 넘어오게 돼 있어."
델루나는 그러면서 나연에게 그 때의 상황을 찬찬히 설명해 주었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그런 행동에서 동국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아마 너네 어머니께서 반대를 하셔서 너에게 접근을 안 하는 거지, 동국이는 나쁘지 않게 생각할껄? 오히려 은근 좋아할거야."
"그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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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랑 나연이, 둘이 가는게 아니라, 내가 가게 됐다고?"
일정이 변경되었다는 재은의 말에 동국이 반문했다. 일주일 동안 집 안 침대에서 뒹굴 생각이었던 동국은 경기를 보러 가야 된다는 말에 귀찮음을 느꼈다.
나연은 예쁜 여자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성격도 괜찮다. 아연의 동생이라는 점도 동국에겐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 요소다. 실제로 초기에는 아연과 나연, 둘과 동시에 관계를 가지는 상상도 했었다.
하지만 장모님의 반대, 그리고 팀 내의 실력이 떨어지는 삼총사와의 특훈, 그리고 간간히 있는 다른 아내들과의 섹스 때문에 나연과의 관계를 진전시킬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녀와의 관계도 점차 소원해지고, 이제는 그냥 예쁜 처제? 구단 직원? 수준이었다. 물론 동국이 주도적으로 가까워 지려 노력을 안 한다는 거지 막상 그녀가 다가오면 슬쩍 받아 줄게 확실했다.
"그래, 생각해 보니까 너의 상태창 보는 능력이 꼭 필요하겠더라고. 그러니 내가 가는 것보다 너가 가는게 더 효율적이지."
재은은 나연의 계획을 동국에게 알려 줄까 생각해 봤지만, 그냥 안 알려 주기로 하였다. 동국이 이런 계획을 알아도 거절 하지 않을 꺼라 99% 확신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거절하면 나연이만 불쌍해 지는 것이었다.
"뭐, 알았어,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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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이 돼서 경기장에 갈 시간이 되었다. 미리 준비를 하고서 동국은 거실 소파에 앉아 나연을 기다렸다. 그러던 와중 아연이 슬쩍 다가왔다.
"동국, 우리 나연이랑 같이 경기 분석하러 가기로 했다며?"
"어, 그렇게 됐어."
나연이에게 찝쩍대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려 했던 아연은 동국의 표정이 시큰둥하자 입을 다물었다. 동국의 표정을 보니 굳이 자신이 자청한 것 같진 않고, 재은이 동국에게 진짜로 맡긴 것 같았다.
"오빠, 오래 기다렸어요?"
그 때, 나연이 계단에서 내려왔다. 검정색 스타킹에 착 달라 붙은 짧은 정장 치마, 정장과 안의 흰색 와이셔츠. 흰색 와이셔츠 안으로는 빨간색의 브래지어가 언뜻 비치고 있었다. 단추 몇 개가 풀어져 있어 가슴골도 살짝 보였다.
동국에게 다가오며 안경을 슬쩍 올리는 그녀는 완전 섹시한 비서의 정석이었다.
"어? 어, 어? 아니, 별로..."
나연의 패션에 당황한 동국이 말을 더듬었다. 평소 소극적이던 얘가 이렇게 과감한 패션을 입고 있으니 그저 감탄만 나왔다.
"그럼 어서 가요."
나연이 동국의 팔에 팔짱을 끼며 그를 이끌었다. 바짝 달라 붙어서 그녀의 뭉클한 감촉이 그대로 팔에 느껴졌다. 거기에 눈을 조금만 굴려도 아찔한 가슴골이 보일 지경이었다.
동국과 나연이 나가는 모습을 아연이 기괴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나연이 저렇게 한껏 무장을 한 것을 보니 그녀가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는걸 알아차렸다.
'저 년이 결국...'
아연은 나연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면서도 한편으론 오래도 참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휴~ 난 모르겠다~"
아연은 고개를 저으며 훈련을 하러 갔다.
한편 동국은 경기가 열리는 고양 스타 캐츠우먼 구장으로 가는 내내 조수석에 앉은 나연을 힐끔거렸다. 그녀가 맨 안전벨트가 가슴골 사이에 위치해서 그런지 가슴이 더욱 부각되었고, 다리를 꼴 때마다 드러나는 허벅지에 절로 눈이 갔다.
'어휴, 이거... 까딱했다간 발기한걸 들키겠는데...'
동국의 혈기 왕성한 하물은 당연히 바지를 뚫으려고 낑낑대고 있었다. 그에 동국은 나연을 보지 않으며 가라 앉히려고 노력했으나,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겠는가. 당연히 잘 되지 않았다. 동국은 그저 슬쩍 하물의 위치를 조절해 완전히 텐트 친게 들키지 않도록 했다.
'역시..! 델루나 언니의 코디가 도움이 됐어..!'
물론 안 그런 척 하지만 온통 신경이 동국에게로 쏠린 나연이 동국의 발기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자신을 보고서 동국이 꼴려한다는 사실에 나연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경기장에 도착하자 나연은 다시 동국에게 팔짱을 꼈다. 주차 하느라 시들해졌던 하물이 팔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다시 팔팔해졌다.
"오빠, 우리, 우선 먹을 거부터 사서 가죠?"
"음, 그럴까?"
여러 음식들을 파는 매장으로 가자 동국이 뭐라 말 하기도 전에 나연이 먼저 주문을 해버렸다.
"저희 맥주 2컵이랑 또..."
나중에 갈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들었지만, 어느새 맥주와 음식들을 건네받은 나연이 동국에게 다가왔다.
"자요, 오빠. 여기 오빠꺼 들어요."
"어, 그래..."
예약한 좌석에 앉자 나연은 주섬주섬 준비해온 장치들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동국 역시 찬찬히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의 상태창을 확인하였다.
오늘의 경기는 작년 1위를 한 인천 벨 레이디스와 3위를 한 고양 스타 캐츠우먼의 대결이다. 인천 벨 레이디스는 경기 리그 2강 중 한 팀으로 전국 리그와 지역 리그를 왔다 갔다 하는 준 전국 리그 팀이다. 막강한 원투 펀치와 실력이 상위권이 아닌 선수가 없는 타선 등, 지역 리그 수준에서는 완벽, 그 자체이다.
고양 스타 캐츠우먼은 작년 경기 지역 리그 컵 대회 본선 3차전에서 발키리와 맞붙었던 팀이다. 리그 최상위 투수 중 한 명인 에이스와 평균 이상의 2선발, 그리고 전체적으로 평균 이상인 타선을 갖춘 팀이다.
"오빠, 요시데 실력이 달라진게 있어요?"
나연이 캐츠우먼의 선발 투수이자 에이스인 요시데에 대해 묻자 동국이 그녀의 상태창을 확인하고서 대답해 주었다.
"등급은 달라진거 없이 B 등급이야. 구위가 B-이고, 제구가 B+이네. 특성은... '공이 더 가라앉음' 이라고 나오네."
"공이 더 가라앉는다... 커브와 체인지업이 뛰어난 그녀에게 잘 맞는 특성이네요. 속구도 포심이 아닌 싱커를 던지니..."
"특성 때문에 그런 종적 움직임이 있는 구종이 더 좋겠지, 뭐."
경기가 시작되자 레이디스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섰다. 동국은 그녀들의 상태창을 확인하며 나연에게 정보들을 알려주었고, 나연은 그걸 꼼꼼히 받아 적었다.
"역시 레이디스는 엄청 세네요... 등급으로 보니 더욱 확 느껴지는 거 같아요."
"확실히... 뭔가 전국 리그 수문장 느낌이지. 우리가 전국 리그로 가기 위해선 레이디스를 이길 수 있어야 돼."
레이디스의 선발 투수이자 에이스인 김가희의 등급은 무려 A-였다. 등급의 자리수가 전국 리그 수준인 것이다. 타석 역시 막강한데, 모든 선수들이 B 등급 이상이었다.
이러니 수원 사성 위치즈와 함께 리그의 2강이라 불리는 것이었다.
리그 2강이자 전년도 우승팀 답게 경기는 레이디스의 우세로 흘러갔다. 캐츠우먼의 선발 투수인 요시데는 레이디스의 타선을 제대로 막지 못했고, 반면 레이디스의 선발인 김가희는 캐츠우먼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경기가 결국 레이디스의 승리로 끝이 나고 동국과 나연은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오빠, 저희 저녁 먹고 가요."
"집에 가서 안 먹고?"
"두, 둘이서만 먹고 싶어요."
동국이 망설여 하자 필살기인 팔짱 끼기를 시전한 나연. 뭉클한 가슴의 감촉에 결국 동국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자신이 알아본 음식점이 있다며 동국을 안내한 나연은 주문까지 알아서 시켰다.
"술마시게?"
나연이 소주를 주문하자 동국이 난감해 하며 말했다. 그에 나연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저희 이미 맥주를 마셨는데요, 뭐. 차에 자동 운전 기능 있잖아요."
"뭐, 그렇기야 하지..."
잠시 후 술과 음식들이 나오자 동국과 나연은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나연은 여러 이야기들을 하며 동국에게 자주 건배를 제의했고, 그럴 때마다 동국은 소주를 마시기를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