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1화 〉231회. (231/297)



〈 231화 〉231회.

2와 1/3 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7실점한 고효주. 그런 그녀를 대신해 화요일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했던 윤서빈이 구원 투수로 나섰다.


[저번 경기에서 3과 1/3 이닝을 던졌던 윤서빈 선수가 불펜 투수로 나섭니다. 140km 대의 강속구가 주무기 입니다.]

[파이어우먼즈 입장에서는 여기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쳐야 합니다. 그러면 충분히 역전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나왔는지, 전력 투구하는 윤서빈의 공은 매우 좋았다. 아연과 리사를 외야 뜬공으로 잡은 그녀는 포효하며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벨리나, 너도 저렇게 이닝 끝내거나 삼진 잡을 때 포효하는  어때?"


특훈실에서 우유 주사를 마치고 나온 동국과 벨리나. 동국은 벨리나의 허리를 감싸 안은 상태에서 윤서빈을 보았다. 그녀의 모습이 인상 깊어 벨리나에게 제안하니 그녀는 수줍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어휴... 오빠, 내가 어떻게 저래요... 전 저런 거 못 해요."

동국에게 우유 주사를 맞아서 그런지 그녀의 감정은 많이 좋아졌다. 거기에 버프까지 받았으니 3회 초와 같은 대량 실점은 안 할 자신이 있었다.

4회 초. 벨리나는 우유 버프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헛스윙~!! 삼진 아웃!! 벨리나의 스크류볼에 손서아가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스크류볼에 손서아 선수가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네요.]

벨리나는 손서아를 삼진으로 아웃 시킨대 이어 이대연과 한다희를 범타처리 하였다. 깔끔한 삼자범퇴였다.

벨리나가 각성을 하자 이에 자극을 받았는지, 아니면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건지 윤서빈 역시 발키리의 3,4,5번 타자들을 범타 처리하면서 삼자범퇴로 맞섰다.


[5회 초, 화성 파이어우먼즈의 마지막 공격입니다. 2아웃 상황에서 1번 타자 우익수 손서아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오늘 경기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하였습니다.]


4,5번 타자를 땅볼과 삼진으로 처리한 벨리나가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남겨놓았다.


[파이어우먼즈 입장에서는 손서아 선수가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합니다. 다음 타자가 오늘 2개의 2루타를 친 이대연 선수이니 충분히 동점을 노릴 수 있습니다.]


손서아가 매서운 눈빛으로 벨리나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빛을 덤덤히 받은 벨리나가 초구를 던졌다.

슈왁~

틱~


"파울~!"


바깥쪽 코스의 스크류볼을 손서아가 쳤으나 파울이 되었다.


지은이 봤을 때 손서아는 그냥 존 안에 들어온다 싶은 공은  치려고 하고 있었다. 이런 타자를 상대할 때는 계속 유인구를 던지는게 좋다.

'바깥쪽 떨어지는 스크류볼.'


지은의 사인에 벨리나가 두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공을 던졌다. 또다시 날아오는 스크류볼에 손서아의 배트가 돌아가다 가까스로 멈췄다.

"볼."

[아, 배트, 돌지 않았다는 판정입니다. 벨리나 선수, 아쉬워 하는 군요. 반면에 손서아 선수는 십년감수 했습니다.]


[치고 나가겠다는 생각 같은데, 발키리의 포수인 신지은 선수는 상당히 노련한 포수입니다. 까딱 잘못했다간 이렇게 유인구에 속아 넘어갈 수 있어요.]

1볼 1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손서아는 벨리나의 하이 패스트볼에 시원하게 헛스윙을 하였다.

'어떻게든 치고 나가야 하는데...'

초조한 속마음을 감추며 손서아는 배트를 더욱  쥐었다. 이렇게 져버리면 파이어우먼즈는 상처 뿐인 패배를 맞이하게 된다. 과부하가 걸린 투수들을 생각한다면 꼭 승리를 해야 했다.

'커브..!'

높은 공 다음에 떨어지는 커브. 정석적인 볼배합이었다. 손서아는 떨어지는 커브를 감각적인 배트 컨트롤로 잡아 당겼다.


딱~

손서아가 잡아 당긴 타구가 1루쪽으로 향했다. 그에 리사가 옆으로 다이빙을 해보며 글러브를 내밀었다. 하지만 손서아의 타구는 얄밉게도 리사의 글러브 위를 지나갔다.

[1루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안탑니다!! 파이어우먼즈의 희망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습니다!]


[떨어지는 커브를 잡아 당겼는데, 배트 움직임이 아주 대단하네요.]


다음 타자가 이대연이자 원정 팬들은 간절한 표정으로 이대연의 이름을 연호하였다.

"대~연~! 대~연~!!"


그리고 그런 팬들의 외침에 응답하듯 발키리 벤치에서는 고의 사구를 지시했다.


[아, 이대연 선수를 고의 사구로 내보내는군요? 이대연 선수 아쉽다는 표정으로 1루로 향합니다.]

[이대연 선수의 큰 커 한 방이면 동점이니, 차라리 내보내겠다는 거죠. 한다희 선수, 아주 중요한 순간에 타석에 들어섭니다.]

파이어우먼즈의 2루수, 한다희는 타석에 들어서며 파이어우먼즈의 더그아웃을 바라보았다. 침통한 표정의 고효주, 그리고 간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윤서빈. 그리고 다른 팀원들과 코치님들.


'그래, 다른 모두를 위해 꼭 안타를 치고 만다..!'

이대연 대신 발 빠른 대주자가 들어섰으니 여기서 장타 한방이면 동점, 홈런이면 역전이었다.


한다희가 노리는 공은 직구였다. 거기에 각이 그리 크지 않는 슬라이더도 추가로 노리고 있었다.


'일단은 직구를 노리는 것 같군... 그럼 스크류볼로 카운트를 잡고...'


지은은 벨리나에게 바깥쪽 스크류볼을 요구했다. 오늘 경기에서 쏠쏠하게 써먹었던 코스로 뛰어난 타자들에겐 몰리면 얻어맞을  있었으나, D급인 한다희라면 몰려도  칠 확률이 더 높았다.

벨리나가 던진 공이 바깥쪽에서 바깥쪽으로 휘어져 들어왔다. 그에 한다희는 제발 존에 들어오지 말라고 기원하며 공을 지켜보았다.

"스트~라잌~"


[초구, 바깥쪽 스크류볼로 스트라이크를 잡습니다. 한다희 선수, 심판에게 너무 멀지 않냐 고 말해봅니다만 심판은 고개를 젖는군요.]


[우타자에게 저런 백도어 스크류볼은 상당히 멀어 보일  밖에 없죠.]

지은이 두 번째로 요구한 공은 바깥쪽 낮은 코스의 슬라이더. 스크류볼이 바깥쪽에서 가운데로 휘어져 들어왔다면, 이번 공은 바깥쪽에서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것이다.

'슬라이더..!'

벨리나가 던지는 구종 중 가장 만만한 것이 바로 슬라이더였다. 슬라이더 라기보단 느린 커터 수준의 공이었다. 한다희는 자신이 노리던 슬라이더라는 걸 알아채고는 반사적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틱~!

배트 끝에 맞은 타구는 1루쪽 관중석으로 휘어져 나갔다.


[2구는 파울이 되면서 벌써 2 스트라이큽니다. 이제 경기 종료까지 스트라이크 하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시즌 초부터 상당히 흥미진진한 경기가 펼쳐지네요.]


'아, 볼이었다니... 내가 너무 성급했다...'


파울이 되고만 타구를 바라보며 한다희는 후회했다. 자신이 노리던 구종이라고 무작정 배트를 휘둘렀던 몇 초 전의 자신이 한심했다.

아쉬워 하는 한다희의 표정을 힐끔 바라본 지은은 벨리나에게 높은 직구를 요구했다.

'상당희 조급해 보이는데, 이런 상대로 하이 패스트볼은 마구지.'


슈욱~!

벨리나가 전력 투구한 110km 대 후반의 포심이 날아왔다. 자신이 원하던 직구가 날아오자 눈을 빛낸 한다희는 배트를 휘둘렀다.


부웅~!


[헛스윙~!! 삼진 아웃!! 경기 끝!! 벨리나 선수가 마운드에서 포효합니다!]


한다희의 배트가 헛돌자 벨리나는 저도 모르게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포효하였다.


*
*
*


"벨리나..."

"네에... 오빠..."

꾸욱 꾸욱...

"너 마운드 위에서 포효 같은  부끄러워서  한다고 그러지 않았어..?"


"아응... 저, 저도 모르게..."

경기가 끝나고 집 안. 동국이 꾹꾹 해주는 안마에 벨리나가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벨리나는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며 경기를 끝냈다. 그녀는 너무 기쁜 나머지  팔 벌려 소리를 질렀다. 물론 그 뒤로 벌게진 얼굴로 부끄러워 하였지만 말이다.

본격적으로 안마를 해주기 위해 동국이 벨리나의 위에 올라탔다.

"후후, 벨리나. 다시 소리칠 준비 됐어?"

"네? 무슨..? 아흐으읏..!"


*
*
*


3월 2주는 발키리의 휴식주이다. 이 주는 경기가 없다.  구단이 1달 5주 중에 4주만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참고로 3월 1주에는 전년도 1위 팀인 인천 벨 레이디스와 꼴지 팀인 성남 매그파이가 휴식주를 치뤘다.


휴식주 때는 선수들은 훈련을 하고, 단장인 재은과 전력 분석원인 나연이 다른  경기를 보러  예정이었다. 그러나 나연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이 딱 동국 오빠를 덮칠 기회야..!'

선수들과 특훈을 하는 것이 동국의 하루 일과이다. 나연이 어떻게 접근을 하려 해도 항상 옆에 여자가 있으니 접근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녀는 동국과 단둘이 다른 팀 경기를 보러 갈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도 동국과 같이 경기를 보러 다니며 관계가 급격히 가까워 지기도 하였다. 그 때는 거의 연인 사이 직전까지 갔었다.


'그 때 좀  밀어붙였어야 했는데...'

나연은 그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이번에야 말로 동국과의 관계를 확정 짓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단계로 재은 대신 동국과 같이 가도록 일정을 변경해야 했다. 우선 재은에게로 간 나연. 재은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무언가 일을 하고 있었다.


"언니, 저... 이번에 고양에 가는 거, 언니 대신 동국 오빠랑 가면 안될까요?"

나연의 말에 재은은 모니터를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하, 이거 봐라..?'


나연의 표정을 보고서 재은은 그녀가 무슨 속셈으로 자신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지 단번에 알아챘다. 딱 봐도 동국과 무언가를 하려고 그러는게 눈에 보였다.


그러고 보면 나연이 동국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알고 있었고, 작년 5월 달에 동국과 나연이 같이 경기를 보러 다니며 사이가 가까워 졌을 때는 가까운 시일 내에 동국과 나연이 서로 이어질 꺼라 생각했다.

근데 어찌 된 영문인지  때 이후로 딱히 사이가 진전되지 않고, 오히려 나연의 어머니가 둘의 사이를 반대하면서 퇴보되었다.

결국 참다 못한 나연이 동국과 무언가를 하려고 이렇게 계획을 짜는 것이다.


'흐음... 어떻게 방해를 해볼까..?'

나연이 동국을 좋아하는 것도 알고, 그녀가 좋은 여자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재은 입장에서는 굳이 동국과 그녀 사이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 지게 도와줄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경쟁자가 한명 더 늘어나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도 뭐... 저런 표정을 보면 안 도와 줄 수가 없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안절부절 못 하는 나연의 표정은 그녀의 부탁을 거절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너... 동국이랑 둘이 같이 가서 뭐 하려고 그러지?"


"네..?! 그, 그걸 어떻게..."


재은의 물음에 나연이 깜짝 놀라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재은은 피식 웃었다.

"야, 그냥 눈에 보여. 에휴... 그래서 동국이랑  할 생각인데?"


"그, 그게... 일단 같이 가서 맥주를 마시고, 경기 끝나고 저녁을 같이 먹고, 그리고... 술을 마시게 한 다음, 모텔에 가는거죠..."


나연은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그녀의 계획을 다 들은 재은은 나연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까, 동국이 널 덮치게 만든다는 거야?"


"그러면 더 좋긴 한데, 일단 제가 먼저 덮칠거에요."


"그러려면 너가 완전히 술에 취하면 안된다는 거 알지? 너가 술에 강했나?"


"그렇게 강하지는 않는데..."

나연의 대답에 재은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다 너가 먼저 만취하면 어쩌려고 그래? 그러면 완전히 계획 실패잖아."


"그, 그렇죠..."

나연이 아무런 도움 없이 갔다가는 분명 먼저 만취해서는 동국의 부축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올게 눈에 훤했다.

어떻게 도움을 줘야 되나 고민을 하던 재은은 문득 델루나가 떠올랐다. 델루나 역시 동국을 유혹한 전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어쨌거나 성공을 하였고 말이다. 동국을 유혹한 덕분에 그녀는 편안한 일상 생활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었다.


"나연아,  델루나 언니에게 가서 조언을 구해봐."

"델루나 감독님이요..?"

뜬금없이 재은이 델루나를 언급하자 나연은 어리둥절 하였다.

"그래, 그 언니가 동국을 유혹하려 했거든. 그리고 어쨌거나 성공하기도 했고."


"어머... 그랬어요..?"


델루나를 영입하는 과정을 자세히 몰랐던 나연은 재은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냥 동국이 먼저 꼬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델루나가 먼저 유혹을 했었다니... 하긴, 델루나의  풍만한 몸매나 풍기는 분위기는 완전 팜므 파탈이다.

"알았어요, 한번 조언을 구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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