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9화 〉229회. 지역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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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시끄러운 식당 안. 어느 한 테이블은 주변 분위기와는 다르게 매우 조용했다. 바로 아연, 나연 자매와 그녀들의 어머니가 자리한 테이블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연이 그녀의 어머니를 째려보고 있었고, 어머니는 그런 나연을 무시하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아연은 옆에서 둘의 눈치를 보고 있다.
"엄마."
"왜 그러니, 우리 딸?"
"진짜 내가 요즘에 마음이 어떤지나 알아?"
"내가 그걸 어떻게 아니."
"여기 식구들이랑 구단 관계자들, 전부 오빠랑 관계를 가졌는데 나만 못 가졌어!"
"허, 그랬니?"
"그래!"
나연의 말에 어머니는 고개를 돌려 아연을 바라보았다. 아연이 사실이라고 고개를 끄덕이자 어머니는 속으로 황당하면서도 기분이 나빴다.
'아니, 이 놈의 사위는 뭔 놈의 좆방망이를 못 휘둘러서 난리야..? 그럼 여기에 있는 사람들 전부랑 했단 말이야..?'
하나 있는 사위라는 놈이 절제를 모르고 여기저기 여자나 꼬시기나 하고, 둘 밖에 없는 딸내미들은 그런 남자가 좋다고 헬렐레 하고... 그녀는 답답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진짜 여기 있는 여자들, 모두랑 했다고?"
어머니의 말에 아연이 주위를 둘러보고 고개를 저었다. 동국이 아직? 치어리더들이랑 저쪽 간호사는 건들지 않았다. 뭐, 하는 행동을 보면 조만간 접근할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아니, 엄마. 나연이 말은 그게 아니고, 코치님들이랑 했다는 의미야."
"아, 코치들..."
아연의 말에 순간적으로 전부 다가 아니란 말에 안도한 어머니.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코치들이랑 했다는 것도 화가 났다. 아니, 코치들이랑은 왜 했단 말인가?
"코치들? 아니, 니네 남편은 왜 그런다니? 코치들이랑은 왜 한거야? 넌 옆에서 말리지 않고 뭐했니?"
나연과 대화를 하다가 불똥이 자신에게로 튀자 아연은 당황하면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하였다.
"동국의 특성이 그렇고 그런거잖아... 동국이랑 관계를 맺게 되면 코치님들 실력도 상승한단 말이야. 애초에 우리 모두가 동의를 한 사항이야."
"아이고, 아주 팀에 헌신하는 열녀 납셨다~ 왜, 나중에는 그, 뭐냐 2군 팀도 필요하다는데, 그럼 그 팀에 소속될 선수들이랑도 하겠다?"
아연의 말에 어머니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남들은 잘만 좋은 코치들을 구해서 팀을 운영한다는데 왜 이 팀은 그 놈의 특성에 목숨을 거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됐다. 그래서 황당하다는 식으로 어디서 들은 2군 팀에 대해 언급을 했는데, 옆에 있던 나연의 대답은 더욱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나랑 재은 언니가 2군 팀은 일단 나중에 만들자고 했어. 원래는 2군 팀도 만들려고 했는데, 여자들이 막은거라고."
"일다안~? 그럼 결국엔 만들겠네?"
"뭐, 그래야지..."
"하아... 그냥 다른 팀들처럼 재능 있어 보이는 선수들을 뽑아서 팀을 꾸리면 안되니? 왜 그렇게 사위의 특성을 못 써먹어서 안달이 난거야? 결혼했다는 명목으로 연봉도 안 주니 돈도 많을 꺼 아냐."
"그건..."
사실 어머니의 말대로 그냥 다른 일반적인 팀들처럼 운영해도 상관이 없다. 특히나 이번에 새로 동국이 선수들의 잠재력과 특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재능 있는 선수들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럼 그냥 외모 상관 없이 재능 있는 선수들을 구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자들이 그런 방법을 고민하지 않는 이유는 첫째로 동국의 특성을 이용하는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팀들이 바보도 아니고, 재능 있는 선수들은 어떻게든 알아본다.
전문 스카우터들은 동국과 비슷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 선수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알 수 있다. 따라서 진흙 속 진주는 찾기 어렵고, 그냥 진주는 값어치가 높다.
그러니 비싼 재능 있는 선수 말고 싸고 재능이 없는 선수를 데려다 실력을 상승 시키는게 더 효율이 좋은 것이다.
물론 값이 비싸다고 해도 발키리 정도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굳이 동국이 다른 여자들과 섹스를 하는 것을 용인하는 이유는 바로 동국에 대한 호감도 때문이다.
동국의 특성은 섹스한 상대방의 능력을 상승 시켜 주는 것이지만, 부수적인 효과로 동국에 대한 호감도를 상승 시킨다. 따라서 동국에게 콩깍지가 씌인 그녀들은 어지간한 동국의 말이라면 따라 주는 것이다.
2군 팀을 꾸리는 것, 그리고 주루 코치를 구하지 않는 것도 동국이 밀어붙였으면 따랐을 것이다. 그저 동국이 그렇게까지 원하지 않았기에 여자들의 말 대로 된 것이다.
그래서 동국이 다른 여자들을 데리고 와도 이해를 해주고, 부부라는 이유로 연봉을 안 줘도 납득을 하는 것이다.
부부 사이에 서로의 재산을 한 쪽에서 관리할 수도 있지만, 개인주의 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부부라도 각자 재산을 관리하기 때문에, 이는 상당히 특이한 일이었다. 특히나 일부일처가 아닌 부부에서는 말이다.
"에휴... 다들 아주 눈에 뭐가 씌워가지고는... 쯧쯧..."
한심, 그리고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두 딸들을 바라보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눈빛에 나연은 답답하고 짜증 나서 술을 따라 벌컥벌컥 마셨다. 저기, 옆 테이블에선 동국이 다른 여자들을 껴안으며 하하 호호 거리고 있는데, 자신은 그곳에 끼질 못하니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씨이..! 그렇게 여자를 밝히면서 나는 왜 안 덮치는거야..! 별다른 감정도 없는 코치들도 잘만 받아주면ㅅ... 어?'
속으로 씩씩대던 나연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동국이 자신을 안 덮치면, 내가 동국 오빠를 덮치자..! 동국은 그래도 책임감이 있기에 자신이 덮쳤다고 해도 자신을 책임질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엄마도 마지못해 승낙을 할꺼란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빈약한 계획이었지만, 이제 더 이상 기다리기에 지친 나연은 언제 한번 기회를 엿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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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파이어우먼즈와의 홈 2차전. 발키리의 선발 투수가 실력이 떨어지는 벨리나이긴 하지만, 파이어우먼즈의 선발 투수 역시 실력이 떨어지는 고효주이다.
거기에 그녀는 며칠 전 1차전에 불펜으로 등판한 투수였기에 동국은 쉽게 이기리라 예측했다. 아무리 며칠 전이라 해도 공을 던진 피로를 다 풀긴 힘들기 때문이다.
한 투수가 무너져서 다음 선발 투수가 불펜으로 공을 던지고, 그러면 다음 경기에 지장을 줘 다음 경기에서 투수가 무너지고, 그럼 다시 다음 투수가 불펜으로 던지고... 이런 악순환의 반복이다. 그렇기에 파이어우먼즈 벤치는 최대한 윤서빈이 경기를 끝내주길 기대한 것이다.
어쨌거나 실력도 떨어지고, 피로도 남아 있는 고효주였기에 동국은 대량 득점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면 설사 벨리나가 점수를 내줘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여겼다. 그리고 그런 생각대로 이번 경기는 난타전 양상으로 흘렀다.
1회 초, 파이어우먼즈의 간판 타자 이대연에게 1사 후 2루타를 허용, 그 후 외야 플라이로 1점을 내주었다. 그렇지만 1회 말, 곧바로 추격을 시작하였다.
따악~!
[우측에 떨어지는 안탑니다. 선두 타자부터 안타를 치고 나가는 벨벳 발키립니다.]
[1회 초부터 선취점을 내주었기 때문에, 발키리 입장에서는 서둘러 따라 잡아야 됩니다.]
[더군다나 다음 타자가 리사 선수이니 만큼 동점을 만들었으면 하겠네요.]
좌투수인 고효주는 포심과 슬라이더, 커브를 던진다. 여기에 포심은 비록 제구가 안 되긴 하지만 구위가 좋아 그럭저럭 쓸만 하지만, 나머지 변화구들은 평균 이하다. 여기에 우타자를 상대할만한 변화구가 없기에, 고효주는 리사에게 한마디로 '밥'이었다.
'이 정도 쯤이야..!'
따아악~!
[잡아 당긴 타구~!! 그대로~!! 담장~ 밖으로~!! 리사 선수가 곧바로 역전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립니다~!]
[직구가 가운데로 몰렸어요. 우타자를 상대할만한 변화구가 없다 보니 가장 자신 있는 속구 위주로 승부를 걸었는데, 리사 선수에게 통하질 않았어요.]
시작부터 홈런을 맞고 시작하는 고효주. 그녀는 이후 지은에게 2루타를 허용하였고, 다음 타자인 지아가 타점을 올리며 1회에만 3점을 실점하였다.
"좋아, 좋아! 이대로만 하면 쉽게 2연승 하겠는걸~!"
득점에 성공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지은의 허리를 끌어안고서 동국이 소리쳤다. 동국의 말대로 고효주보다 더 실력이 뛰어난 윤서빈이 선발일 때도 10점이나 득점하는 대승을 거두었으니 이번 경기 역시 쉽게 이길 분위기였다.
이런 생각은 2회 말이 되자 더욱 확실해졌다.
2사 1루 상황에서 현아 대신 선발 출장한 수정의 타석이 되었다. 앞선 타석에선 땅볼로 아웃 된 그녀였기엔 이번 타석에선 뭔가를 보여주자고 다짐하였다.
'이번 경기에서 내가 현아보다 확실히 타격 생산성이 더 뛰어나다는 걸 보여줘야 출장 경기 수가 늘어나..!'
수비와 주루가 확실히 현아가 더 뛰어난 상황에서 수정이 보여줘야 될 것은 현아보다 더 나은 공격력이었다. 공격력도 별로 차이가 없다면 그녀는 그저 지루하게 벤치에서 경기를 바라만 봐야 할 것이다.
'근데... 칠만한 공을 안 주네..?'
주자가 나가있긴 하지만 2아웃 상황이었기에 고효주는 한 타자만 아웃 시키면 이닝을 종료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녀의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투 볼 노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제 3구, 존 안에 들어왔다는 판정입니다. 지금 공도 아슬아슬 했죠?]
[네, 지금 고효주 선수가 피칭 하는 걸 보니까 너무 보더라인에 공을 던지려고 하고 있어요. 사실 고효주 선수는 제구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구위로 타자를 윽박질러야 하거든요? 자신감 있게 정면 승부 해야 합니다.]
해설의 말대로 그녀는 제구에 신경을 쓰다 보니 오히려 제구가 안 되고 있었다. 되도 않는 존에 넣다 뺐다를 하려 하니 그냥 다 빠지는 것이다.
[쓰리 볼 원 스트라이크에서 공이 바깥쪽으로 빠지면서 결국 김수정 선수가 볼넷으로 출루하게 됩니다. 아, 이러면 또 상황이 묘하게 되는데요..? 지금 2사긴 하지만 만루에요.]
[파이어우먼즈 입장에서는 참 답답하겠네요. 다음 타자가 장아연 선수인걸 생각하면 김수정 선수와 승부를 봤어야 했는데 말이죠.]
고효주도 답답한지 1루로 걸어 나가는 수정을 힐끗 바라보고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컨디션도 안 좋은데다 초반부터 장타를 허용하다 보니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자신 있게 던져야 된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따라 주질 않았다.
'그래도 자신감 있게! 아자아자!'
속으로 기합을 넣은 고효주는 다음 타자인 아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힘 있게 투구를 하였다.
따악~
그리고 바로 안타를 허용했다.
[좌측에 떨어지는 타구! 안탑니다. 2루 주자 홈을 밟았고, 1루 주자 2루에서 멈춥니다. 1타점 적시타! 스코어 1대 4!]
[전 타석에서 볼넷을 허용해서 그런지 이번엔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했거든요? 근데 그게 너무 몰렸어요. 장타가 아닌게 다행일 정도에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파이어우먼즈 감독은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발키리의 투수가 실력이 떨어지는 벨리나이니 만큼 여기서 빠르게 투수 교체를 해서 추격의 의지를 이어갈지, 아니면 다음 경기를 생각해서 이번 경기는 반 포기 하고 계속 고효주로 갈지 고민되었다.
그러나 2아웃을 잡아 놓은 상태에서 실점을 하였기에 당연히 윤서빈은 몸을 풀지 않았고, 지금부터 푼다고 해도 당장 교체를 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그저 고효주가 지금 이닝을 더 이상의 실점 없이 막아 주길 희망하는 수밖에 없었다.
따악~!
그러나 그런 희망은 얼마 안 있어 사그라 들었다.
[큰 타구!! 우익수 뒤로, 우익수 뒤로!! 담장!!! 상단에 맞았습니다!! 2루 주자, 1루 주자 모두 홈을 향해 뛰고, 타자 주자는 여유 있게 2루에 안착합니다! 리사의 2타점 2루타! 스코어 1대 6이 됩니다!]
[아, 결국 2아웃 상황에서 김수정 선수에게 볼넷을 내준 것부터 시작이 되었네요. 파이어우먼즈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아쉽겠어요.]
[이렇게 되면 파이어우먼즈 감독은 생각이 많아지겠는데요? 화요일 경기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고효주 선수로 경기를 끝내야 하겠지만, 대량 실점을 해버리면 선수의 멘탈이 흔들릴 수 있어요.]
[그래서 저번 경기에서도 어쩔 수 없이 투수를 교체했죠.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그 후유증을 겪고 있구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은의 타구가 워닝 트랙에서 잡히면서 길었던 2회 말이 끝이 났다. 1회에 이어 2회에도 3실점을 한 고효주는 어두운 표정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대로 발키리가 승기를 굳히는 듯 하였다. 그러나 3회 초, 분위기가 약간 달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