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6화 〉226회. 지역 리그
몇 주간의 스프링 캠프 일정이 끝나고 마지막 날.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하루 휴식이 주어졌다. 그에 몇몇 사람들은 끼리끼리 주위를 산책 하기도 하고, 아니면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기도 하는 등 캠프 기간 동안 쌓였던 피로를 풀었다.
그에 따라 동국이 상당히 바빠졌다. 여기저기서 그를 원했기 때문이다. 우선 아침에 벨리나, 비올렛과의 데이트.
"어머~! 여기 정말 예쁘네요. 저 사진 좀 찍어주세요."
에메랄드 빛 해안을 배경으로 벨리나가 포즈를 취했다. 흰색 드레스를 입고 포즈를 취하는 그녀의 모습은 상당히 잘 어울렸다.
"이야, 우리 벨리나, 완전 모델 같은데?"
나중에 선수들 사진을 가지고 화보집을 만들어도 수요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벨리나의 사진을 찍어 준 동국은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비올렛에게 말했다.
"누나, 누나도 옆에 서봐. 같이 찍어줄게."
"흐음, 그럴까?"
비올렛과 벨리나가 나란히 서자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됐다. 그렇게 둘의 사진을 찍어주고, 동국까지 포함해서 셀카도 찍으면서 오전을 보냈다.
다같이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부터는 해변에서 놀기 시작했다. 여러 미녀들이 각양각색의 비키니를 입고서 뛰어 노니 동국의 시선이 자연스레 이리저리 방황하였다.
특히나 다같이 비치 발리볼을 할 때는 정말 바지가 볼록해져서 곤혹이었다. 공을 튕길 때마다 출렁거리는 무언가에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결국 밤에는 호텔 방에서 단체 섹스를 하며 일정을 마쳤다. 한명 씩 번갈아 가며 섹스를 하니 여자들은 적정 선에서 섹스를 끝내 기분이 좋았고, 동국은 여러 여자들과 번갈아 가며 해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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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니 경기장을 비롯한 시설 확장 공사가 모두 마무리 되어 있었다. 경기장은 1만명의 관중들이 충분히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확장되었고, 지하에는 대규모 실내 훈련장이 생겼다. 거기에 정원이 늘어난 만큼 주차장을 비롯한 다른 시설들도 완비되어 관객들을 기다렸다.
확장된 경기장에 맞춰 입점할 상점들도 속속 개장 준비를 하였다. 거기에 치어리더들 역시 선수 응원가를 준비하였다. 언론사를 통해 경기장 확장이나 스프링 캠프에서의 일들을 알리며 홍보에 나섰고, 여러 시간이 지나 드디어 경기 지역 리그가 개막하였다.
지역 리그는 10개 팀이 참가를 하여 한 팀 당 36경기를 치룬다. 3월에 개막을 해 7월에 끝나는데, 5월 5주부터 6월 1주까지 올스타전이 있다. 보통 1달에 4주 8번 경기를 치르는데, 올스타전 때문에 5월과 6월엔 3주 동안 리그 경기를 한다. 한 주에 경기는 화요일과 금요일에 열린다.
개막전의 첫 상대는 작년 경기 지역 컵 대회 본선 1차전에서 맞붙었던 화성 파이어우먼즈로 결정되었다. 화성 파이어우먼즈는 작년 6위를 기록한 팀으로 충분히, 아니 발키리의 우세가 점쳐지는 팀이다. 작년 1차전에서도 발키리가 2-3으로 승리한 전적이 있다.
경기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벨벳 구장으로 몰려왔다. 동국이 올해도 마찬가지로 선수들 가족들, 정확히 처가 식구들을 초대해 귀빈석으로 안내해 들일 동안 증축한 관중석이 모두 꽉 들어찼다.
"이야... 저게 다 얼마야... 누나, 별다른 이상은 없지?"
전망 좋은 귀빈석으로 식구들을 안내하고 나서 돌아가는 길. 창문 밖으로 보이는 만원 관중에 동국은 감탄하였다.
"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뭐, 게임 시스템이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만, 동국은 혹시나 하고 재은에게 확인하였다.
개막전 시구로 나선 구리 시장의 시구 행사가 있을 동안 경기를 중계할 해설진들이 오늘 경기에 대해서 설명을 하였다.
[벨벳 발키리 대 화성 파이어우먼즈, 화성 파이어우먼즈 대 벨벳 발키리의 개막 첫 경기가 이곳 구리 벨벳 구장에서 열리겠습니다. 앞서 작년 경기 지역 컵 대회 1차전에서 두 팀이 서로 경기를 치뤘었죠?]
[네, 그렇습니다. 그 때 당시 벨벳 발키리가 2-3으로 승리를 하며 지역 리그 승격 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였죠.]
[그렇게 보면 벨벳 발키리와 화성 파이어우먼즈의 관계가 참 묘하네요. 처음으로 지역 리그 승격 후에 만난 팀이 파이어우먼즈. 그리고 첫 지역 리그 상대가 또 파이어우먼즈.]
[네, 그렇죠. 파이어우먼즈 감독은 사전 인터뷰에서 저번 경기에서는 우리 팀이 졌지만, 이번엔 꼭 승리해서 지역 리그의 매운맛을 보여주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발키리 측은 이번에도 이겨서 첫 지역 리그 승리를 기록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발키리에서는 이번에 새로 취임한 델루나 감독 대신 승격한 이재은 단장이 인터뷰를 했단 말이죠? 이건 무슨 의미일까요?]
[듣자하니 델루나 감독이 언론과의 접촉을 거의 안 한다고 하더군요. 이런 델루나 감독의 성향을 구단 측에서 배려해서 언론과의 인터뷰는 이재은 단장이 하거나 아니면 동국 구단주가 하게 된다고 합니다.]
[호, 특이하네요. 자, 사전 행사가 모두 끝나고 이제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1회 초 화성 파이어우먼즈의 공격입니다. 선두 타자는 우익수 손서아 선수. 작년 시즌 3할 5푼의 고타율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맞서는 발키리의 선발 투수는 앤서니 선숩니다. 작년 1부 리그에서 16승 무패 0.12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였습니다.]
[저번 경기에서 손서아 선수는 앤서니 선수를 상대로 4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습니다.]
저번 경기에서 앤서니의 등급은 C+ 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 단계 상승한 B 등급. 거기에 새로이 2가지의 구종을 더 추가를 했으니, 손서아 입장에서는 더욱 까다로워진 것이다. 비록 그녀가 B 등급 이라고 해도 말이다.
[바깥쪽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 아웃! 앤서니 선수가 지역 리그 첫 삼진을 신고합니다!]
[좌타자 상대로 저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는 마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년 1부 리그에서 저 슬라이더의 피 ops가 무려 0.2 밖에 되질 않습니다. 물론 다른 구종들의 피 ops도 비슷하지만요.]
[허어... ops가 0.2라니... 엄청나군요.]
[지역 리그의 평균 이상 정도 되는 실력을 지닌 투수가 1부 리그에서 활약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오는지를 아주 여실히 보여준거죠.]
[그렇군요... 손서아 선수가 아쉽게 삼진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다음 타자는 그리 만만치 않죠. 바로 파이어우먼즈의 간판 타자인 이대연 선숩니다. 작년 시즌 3할 4푼의 높은 타율과 더불어 10개의 홈런을 때려낸 강력한 선수죠.]
[지난 경기에서도 상당히 좋은 결과를 냈었습니다. 1타수 1안타를 기록했었는데, 그 1안타가 바로 솔로 홈런이었거든요. 거기에 볼넷도 3개나 얻어냈었죠. 계속 볼넷으로 내보내다가 딱 한번 승부를 봤는데 홈런을 얻어맞은 겁니다.]
[역시 이대연 선수군요. 과연 이번 승부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손서아야 비슷한 실력에 좌타자라서 손쉽게 아웃 시켰지만, 이대연은 앤서니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면서도 동시에 우타자이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것이다. 그러나 저번 경기와는 다르게 앤서니는 우타자를 상대할 구종을 2가지나 더 배운 상태이다.
2루 관중석에 앉아 있는 화성 원정 팬들의 응원가를 들으며 포수인 지은이 앤서니에게 사인을 보냈다.
'바깥쪽 직구.'
일단 카운터를 잡아야 했다. 그래서 지은은 앤서니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공을 던지는게 좋다고 판단했다.
앤서니가 전력 투구한 빠른 공이 바깥쪽으로 뻗어갔다. 이대연의 빠른 동체 시력이 앤서니의 투구를 판단하고서 나가던 배트를 멈춰세웠다.
뻥~!
"볼."
지은이 슬쩍 존 안쪽으로 프레이밍을 해보았으나 심판은 냉정하게 볼을 선언했다. 그에 지은은 아쉬워하며 공을 앤서니에게 던졌다.
다음에 앤서니가 던진 공은 바깥쪽 백도어 슬라이더. 바깥쪽으로 어림 없이 빠지는 공이 존 안쪽으로 슬쩍 날아갔다.
"스트~라잌~!"
심판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자 볼인줄 알고 움직이지 않았던 이대연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심판을 바라보았다.
"심판님, 진짜로요?"
"어, 진짜야."
심판이 짧게 대답하자 이대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째 저번 경기 때보다 공들이 더욱 좋아진 것 같았다.
1볼 1스트라이크 상황. 앤서니의 138km의 빠른 포심이 이대연의 몸쪽을 향해 날아왔다.
'오호..!'
몸쪽 공이 날아오자 이대연은 눈을 빛내며 재빠르게 배트를 휘둘렀다. 잡아당긴 타구가 쭉 뻗어 나가 2루 관중석을 향해 날아갔다.
"칫... 아쉽군."
잘 맞은 타구가 파울이 되자 그녀는 아쉬워 하며 혀를 찼고, 반대로 파울 타구를 바라본 지은은 순간 식겁하였다.
'어휴... 조금만 몰렸어도 바로 장타네... 그래도 이제 2 스트라이크 다. 우리가 유리해졌어.'
[1볼 2스트라이크. 제 4구. 빗 맞은 타구, 1루수 잡아서, 2아웃 입니다.]
바깥쪽으로 슬쩍 가라앉는 서클 체인지업을 건드린 이대연. 그녀가 친 타구는 땅볼이 돼 1루쪽으로 향했고, 리사가 여유 있게 잡아서 베이스를 밟았다.
[방금 전 공이 서클 체인지업 이죠?]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스프링 캠프에서 새로 연마했다고 들었는데, 완성도가 꽤나 높군요. 서클 체인지업은 보통 좌투수가 우타자를 상대할 때 자주 쓰는 무기이죠. 지금 리플레이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직구처럼 날아오다가 슬쩍 바깥쪽으로 가라앉는 궤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대연이 1루 땅볼로 아웃되자 앤서니는 환하게 웃었다. 그녀 역시 이대연이 저번 경기에서 자신에게 매우 강했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상대로 땅볼 타구로 아웃 시키니 상당히 뿌듯했다.
'허... 뭐 저렇게 해맑게 웃어...'
원정팀 더그아웃으로 되돌아 가면서 앤서니의 환한 미소를 본 이대연. 다른 투수가 아웃되어 돌아가는 자신을 보고서 웃으면 당연 짜증이 났겠지만, 앤서니의 미소가 워낙 해맑아서 그런지 짜증이 나지 않았다.
큰 산을 넘긴 앤서니는 이후 D 등급의 3번 타자를 가뿐하게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회 초를 삼자범퇴로 마무리 지었다.
"앤서니! 체인지업이 아주 좋은데? 이러다 오늘 무실점 하겠어!"
"히히~ 당연히 그래야지~!"
동국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앤서니를 안아주며 칭찬하자, 앤서니가 동국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진실로 앤서니는 이대연만 조심한다면 나머지 타자들은 범타로 처리할 자신이 있었다.
"그래, 그래. 기분 좋게 승리하고 외식하자고."
동국은 그녀의 탱탱한 엉덩이를 토닥이며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동국과 앤서니, 그리고 4번 타자인 지아와 5번 타자인 현아가 특훈실로 향했다.
[1회 말, 발키리의 공격이 시작되겠습니다. 발키리의 1번 타자는 장아연 선숩니다. 이에 맞서는 파이어우먼즈의 선발 투수는 윤서빈 선숩니다. 140km 대의 빠른 포심이 주무기인 선수죠.]
[항상 구위는 지역 리그 최상급으로 평가 받지만 제구가 문제인 선수죠. 제구가 잘 되는 날은 그야말로 언터쳐블급, 전국 리그 선수가 되지만, 제구가 안된다면 그냥 한가운데만 주구장창 던지는 배팅 기계가 됩니다. ]
[오늘은 어떤 모드일지 궁금해 집니다. 자, 초구 던지겠습니다.]
뻥~!
"스트라이크!"
윤서빈의 초구를 바라본 아연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분명 공이 빠르긴 하지만, 정확하게 한가운데였다.
'이렇게 정확하게 한가운데로 던지기도 쉽지 않은데... 정말 재주다, 재주야. 흐흐.'
반대로 스트라이크를 잡았음에도 윤서빈과 포수인 김주아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낮은 공을 노리고 던졌으나 가운데로 몰리고 만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변화구 위주로 던지게 해야 겠다고 김주아는 판단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윤서빈은 포심의 구위'만' 좋은 투수라는 점이다.
딱~!
[밀어친 타구! 1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 안탑니다! 선두 타자부터 안타를 신고하는 발키립니다.]
[지금 슬라이더를 던진 것 같은데 약간 밋밋했습니다. 이 공을 장아연 선수가 놓치지 않았구요.]
아연이 안타를 치고 나가자 치어리더들이 기쁨의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홈 팬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무사 1루의 찬스에서 발키리의 2번 타자 리사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리사 선수의 차례가 되자 벌써부터 홈 팬분들께서 자리에서 일어나 리사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네요.]
"리이~ 사아~! 리이~ 사아~!"
해설들의 말대로 홈 팬들이 기대감을 가지고 리사의 이름을 불러댔다. 원정 팬들을 제외한 몇 천명의 팬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리사는 온 몸에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후후, 드디어 지역 리그에 복귀했군..!'
강릉 드라고니안에서 부상으로 방출된 이후 거의 2년 만에 다시 지역 리그 경기에 복귀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