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5화 〉225회.
"쭉쭉 뻗어 가는 타구~! 담장 맞고 떨어집니다. 우익수 잡았고, 1루 주자 2루 돌아서 홈으로~!! 아, 홈까지 가진 않는군요."
지은이 친 타구는 낮고 빠르게, 라인드라이브성으로 날아가 담장을 때렸다. 그러나 워낙 빠른 타구, 그리고 우익수인 아코의 수비와 어깨가 강했다. 또한 1루 주자인 리사의 주력이 빠르지 않다 보니 홈까지 노리긴 무리였다.
"아쉽긴 하지만 어쨌거나 무사 만루의 찬습니다. 이번 타자는 최지아 선수군요. 충분히 타점을 올릴 수 있는 선숩니다."
팀에서 가장 많은 희생타를 때려냈던 지아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타점을 올려 주길 기대했다.
반대로 네코미미의 선발 투수 웬디는 땅볼을 유도해 실점을 막길 원했다. 그렇기에 네코미미 배터리는 주구장창 투심만 던졌다.
'치잇..!'
자칫 잘못하다간 평범한 땅볼을 칠 가능성이 컸다. 그랬다간 전진 배치 되어 있는 내야수들이 더블 플레이를 만들 것이다. 웬디의 투심은 지아가 어떻게 띄울 생각을 못 할 정도로 빠르고 지저분 했다.
벌써 손도 못 대보고 2 스트라이크로 몰리자 주루 코치인 에일리가 런 앤 히트 사인을 냈다. 일단 달리는 것과 동시에 공을 건드리는 것이다.
웬디의 제 3구 역시 투심이었다. 130km 후반의 지저분하게 움직이는 투심을 지아가 타격했다.
틱~!
"아앗! 주자들 뛰었습니다! 그리고 타자 타격! 2루수 잡아서 2루 던지지 못하고, 1루에, 아웃시킵니다. 최지아 선수의 땅볼로 선취 득점에 성공하는 벨벳 발키리! 점수 1대 0 입니다."
지아가 친 타구는 평범한 2루 땅볼이었다. 아마 작전을 쓰지 않았다면 홈에서 1아웃, 1루에서 2아웃이 되었을 타구였다. 그러나 런 앤 히트 작전을 쓰는 바람에 홈에 던지긴 힘들었고, 거기에 2루 역시 투수의 베이스 커버보다 주자가 더 빨랐다. 그에 어쩔 수 없이 1루에 던져서 타자 주자만 아웃 시킨 것이다.
1사 2루 상황. 다음 타석의 타자는 바로 현아이다. 현아가 타석에 들어서자 수비수들이 모두 전진 배치를 하였다. 현아의 번트에 대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아 역시 처음부터 번트 자세를 하였다. 현아와 웬디의 실력 차가 워낙 나다 보니 애초에 안타를 기대하긴 힘들었다.
틱~!
공이 날아오자 현아는 번트 타구를 1루수 키를 넘기게 띄었다. 가까이로 다가온 1루수의 위치를 보고서 그런 것이다.
"주현아 선수 번트 자세를 취합니다. 초구, 번트 댔어요!! 1루수!! 아, 잡았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키를 넘어가는 번트 타구를 1루수인 스미레가 점프해서 잡아냈다. 그 모습에 2루 주자인 지은이 화들짝 놀라 2루 베이스로 슬라이딩을 하였다.
"아, 정말 스미레 선수 수비 잘 하네요. 저런건 동물적인 감각이거든요? 대단합니다."
현아의 번트 실패로 2사 2루가 된 상황. 그러나 발키리에겐 아직까지 1번의 기회가 남아 있었고, 다음 타자는 아연이었다.
다들 그래도 아연이 안타를 때려 줄거라 기대하며 경기를 지켜보았고, 아연은 그런 사람들의 기대에 보답했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안탑니다! 점수 2대 0! 발키리가 한 점 더 달아납니다."
"아무리 연습 경기라고는 하지만 이기는게 더 좋거든요? 오늘 경기 아주 잘 풀어가고 있습니다."
발키리가 먼저 2점을 낸 가운데 앤서니는 새로 습득한 구종을 적절히 활용하며 안타를 허용해도 실점은 막았다. 3회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다음 3 타자를 모조리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고, 4회 선두 타자로 나선 2번 타자 스미레에게 안타를 허용 했을 때도.
"2루수 잡아서 1루에~! 그리고 다시 2루에!! 아웃! 아웃입니다! 4-3-4 더블 플레이!"
"바깥쪽 서클 체인지업을 무리하게 잡아 당기려다 보니 평범한 2루 땅볼이 나오고 말았네요. 반대로 우리 앤서니 선수, 서클 체인지업과 스플리터를 아주 적절할 때 사용해서 위기를 잘 극복해 냅니다."
병살타 다음에 바로 안타를 허용해서 결과적으로 자칫 잘못했으면 실점을 했을 뻔한 상황이었다.
3회 초 먼저 2점을 내긴 하였지만, 4회와 5회 모두 점수를 내지 못하고 발키리의 공격이 끝이 났다. 확실히 선발 투수의 실력이 뛰어나서 그런지 안타를 5개밖에 뽑아내지 못했고, 그마저도 연속해서 나오지 않아서 점수를 내기가 힘들었다.
5회 말, 한심 네코미미의 마지막 공격.
딱~!
선두 타자로 나선 1번 타자 사토야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자신의 실력을 뽐낸 그녀. 다음 타자는 3타수 2안타를 기록한 A급 타자 스미레였다.
"무사 1루의 위기 상황에서 타석에 2번 타자 스미레 선수가 들어섭니다."
"앤서니 선수의 최대 고비라고 보여집니다. 스미레 선수는 분명 장타를 노리고 들어올겁니다. 장타를 조심해야 되요."
아무리 연습 경기라고 하지만 지역 리그, 그것도 갓 승격한 팀에게 지기엔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 스미레는 여기서 최소한 장타라도 때려 내서 경기를 뒤집기를 바랬다.
앤서니는 초구로 존 위를 통과하는 하이 패스트볼을 던졌다.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해 던진 것인데 타자는 움찔하기만 했을 뿐 방망이를 휘두르지는 않았다.
타자의 움직임을 본 지은은 앤서니에게 다음 공으로 커브를 요구했다. 높은 코스의 직구, 그리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커브는 정석적인 볼 배합이지만 그만큼 효과가 좋은 공식이다.
"스트라잌~!"
높은 곳에서 뚝 떨어지는 공에 스미레가 배트를 내다가 말았다. 그녀는 공이 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했고, 지은의 프레이밍이 완벽한 스트라이크로 만들었다.
"칫..!"
스미레는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에 작게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이 공을 타격을 했었어도 좋은 타구가 나올 수 없었기에 마음을 가라앉혔다.
'투 스트라이크로 몰리게 된다면 분명 슬라이더를 던지겠지. 이 투수의 슬라이더는 좌타자인 내가 치긴 힘드니 투 스트라이크 이전에 타격해야 돼..!'
앤서니의 슬라이더인지 슬러브인지 구분이 안되는 횡적 변화구는 그 각이 워낙 날카로워 좌타자가 치기엔 힘들었다. 그러니 그 전에 타격을 하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슈욱~!
낮게 들어오는 공을 스미레의 동체 시력이 확인한다. 직구처럼 오다가 슬쩍 떨어지는 스플리터. 그 움직임을 확인하고서 돌아가던 배트의 위치를 살짝 수정한다.
딱~!
"밀어친 타구!!"
1회 때 투수의 스플리터를 쳐서 안타를 뽑아낸 스미레였기에 자신이 있었다. 거기에 손에서 느껴진 감각으로는 이 타구는 정타였다.
'좋았어..!'
그녀는 배트를 놓으며 빠르게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았다.
스미레의 밀어친 타구.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오는 타구에 아연이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다. 반사적으로 한 행동. 쭉 뻗은 왼손 글러브로 무언가 박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밀어친 타구!! 잡았습니다!! 장아연 선수의 멋진 호수비!! 1루 주자 황급히 귀루합니다."
"저런 타구는 눈으로 보고 잡는게 아니거든요. 그냥 본능적으로 몸을 던지는 거죠. 아주 멋진 수빕니다."
"아후... 아파라..."
타구를 캐치 하기 위해 몸을 날린 아연. 바닥과 부딪히며 생긴 충격 때문에 골골대며 일어났다. 이거 어디 다친건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언니!! 완전 짱~!!"
해맑게 아연에게 손을 흔들며 기뻐하는 앤서니에게 손을 흔들어준 아연. 아연의 호수비에 환호하는 원정팀 더그아웃에도 손짓을 한 그녀는 남몰래 인상을 찌푸렸다.
'아흑... 이거 까딱 잘못하면 부상 입겠는데..? 특성 때문에라도 이런 허슬 플레이는 자제해야 겠어...'
아연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경기 끝나고 동국에게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혹시 자신도 모르는 부상이 생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연의 호수비로 1사 1루가 된 상황. 3번 타자 아코가 앤서니의 서클 체인지업을 툭 밀어쳤다.
"툭 갖다 댄 타구! 우익수 앞에 떨어집니다. 1루 주자 2루 지나서 홈으로!!"
빠른 발을 지닌 1루 주자 사토야가 타격이 이루어지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빠른 발이라면 충분히 홈까지 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주루 코치 역시 열심히 팔을 돌렸다.
타격이 이루어지자마자 움직인 사람은 사토야 말고 또 있었다. 바로 우익수인 지아이다. 그녀는 낙구 지점을 확인하며 주자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어딜..!'
주자가 홈까지 달릴 기세였다. 지아는 앞으로 달리며 바닥에 한번 튕긴 공을 그대로 잡아서 바로 홈을 향해 던졌다.
슈아악~!
"1루 주자 2루 지나서 홈으로!! 홈에서~!! 아웃!! 아웃입니다!!"
지아의 강한 어깨 덕에 다이렉트로 쏘아진 송구가 그대로 지은의 미트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지은은 베테랑 답게 정확하고 빠르게 주자를 태그하였다.
"좋았어!!"
송구 하고 나서 홈에서의 승부를 지켜보던 지아는 심판이 아웃을 외치자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최지아 선수의 정확한 송구가 빛을 바랍니다. 사실 최지아 선수가 어깨도 강한 선수거든요? 이번 기회에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뽐냅니다."
사실 지아의 어깨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그녀 등급과 비슷한 정도이다. 그러나 1루 주자인 사토야가 자신의 발을 너무 믿었던게 판단 미스였다. 짧은 단타에 홈까지 들어오는건 너무 무리였다. 물론 네코미미 주루 코치도 열심히 팔을 돌리긴 했지만 말이다.
해설을 하는 나연도 이런 사실을 대충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이 방송은 발키리 편을 드는 편파 방송이다. 자팀 선수의 장점을 부각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 후 앤서니가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를 만들더니 3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5번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1실점 하였다.
"아... 막판 뒷심이 부족한 걸까요..? 5회 들어서 안타 개수가 많아졌습니다."
"1회서부터 4회까지 앤서니 선수가 허용한 안타의 개수가 5갭니다. 우리 발키리가 5안타로 2득점 한 것을 생각해보면 그래도 선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5회 들어서만 벌써 3안타를 허용했습니다. 볼넷도 하나 있구요. 장아연 선수와 최지아 선수의 멋진 호수비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지만, 사실 일반적이라면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못 잡는 거 거든요. 그렇게 따지면 연속 출루를 허용하고 있는거죠."
나연의 말대로 스미레의 타구를 아연이 잡지 못하였으면 1사 1루가 아닌 무사 만루가 되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아코의 안타가 터졌으면 사토야가 무리하게 주루 플레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무사 만루에 1실점 한 것이고, 거기에 4번 타자의 밀어내기 볼넷, 5번 타자 코마에의 안타로 경기가 끝난다.
네코미미 입장에서는 꼬인 상황이었고, 발키리 입장에서는 연달아 행운이 따른 것이다.
'타자들의 타순이 3바퀴 돌아서 그런지 대부분 다 정타를 치고 있어... 뭔가 패턴의 변화를 줘야돼.'
지은은 다섯 번째 타석에 들어서는 1번 타자 사토야를 힐끔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현재 사토야가 딱히 노리는 공은 없었다. 그냥 존에 들어오면 치겠다는 마인드로 타격에 임하는 것이다.
이렇게 타자가 게스히팅이 아닌 공보고 공치기를 하게 되면 지은 입장에서는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러면 나연이 사전에 해준 전력 분석에서 알려줬던 타자의 약점을 파고들어야 되는데, 연습 경기다 보니 전력 분석이 자세히 되질 않아 약점을 모른다.
결국엔 그냥 포수의 감과 현재 경기 내용만으로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대부분의 타자들이 2 스트라이크 이전에 적극적으로 스윙을 하고 있단 말이지... 그럼 유인구 위주로 승부를 해야 하나..? 근데 그러다가 방금 전엔 볼넷을 허용했는데..?'
진짜 마음 같아선 너클볼을 던지게 하고 싶었지만, 그건 비장의 무기였다. 연습 경기에서 써먹기엔 너무 아까웠다. 벤치에서 허락 사인도 나지 않았고 말이다.
'결국 앤서니의 실력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앤서니가 던진 초구는 우타자 바깥쪽 낮게 들어가는 포심이었다. 제구가 잘 되었기에 타자는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부웅~!
"스트라잌~!"
두 번째 공은 아래로 떨어지는 슬라이더. 바깥쪽에서 존 안으로 그리고 다시 존 아래로 떨어지는 앤서니의 슬라이더에 타자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좋아..! 잘 되고 있어..! 하긴 앤서니랑 그렇게 크게 실력 차이가 나지 않는 타자가 4타수 2안타면 선방한거지. 그냥 5타수 2안타로 만족하자.'
지은은 그렇게 생각하며 앤서니에게 사인을 보냈다. 앤서니는 언제나 그랬듯 바로 고개를 끄덕였고, 힘차게 공을 뿌렸다.
직구처럼 날아오다 슬쩍 바깥쪽으로 가라앉는 서클 체인지업에 사토야는 1회에 그랬던 거처럼 헛스윙하고 말았다.
"헛스윙~!! 삼진 아웃!! 경기 끝! 앤서니 선수가 2사 만루의 위기를 삼진으로 탈출하며 경기를 매조지 하였습니다. 잠시 후 선수들의 인터뷰가 있으니 끝까지 시청해 주시고요, 잠시 광고 보고 오겠습니다."